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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씨앗-작물

<토종 곡식> 씨앗에 깃든 우리의 미래

by 石基 201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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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곡식 씨앗에 깃든 우리의 미래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 32 

백승우 , 김석기 지음 | 들녘 | 2012년 11월 30일 출간


목차

여는 말_ 잡곡이 살아야 농업이 산다 _5 

1부 농사꾼이 들려주는 토종 씨앗 이야기 _백승우 
대표적인 불량식품, 밀 _12 
가장 작은 곡식, 조 _18 
열 사람이 지어서 한 사람 먹인다, 기장 _24 
일찍 심으면 일찍 먹고, 참깨 _30 
팥, 좋아서 심는다기 보다도 _38 
콩농사, 알고 지으면 거둘 게 많다 _44 
쉬우면서도 어렵다, 율무농사 _53 
가난한 농사꾼들의 호사(豪奢), 수수 _61 
고생고생 사람잡던 보리농사 _71 

2부 농부와 토종 씨앗의 동행 _김석기 
새로운 비상을 꿈꾸다, 토종 앉은뱅이밀 _84 
밀은 밀인데? 토종 호밀 _111 
그 맛이 궁금하도다, 기장 _125 
자식만큼 손이 많이 가는 농사, 토종 참깨 _145 
추위를 몰아내는 기운, 토종 팥 _164 
전통농업의 주인공, 토종 콩 _188 

맺음말_ 잡스러운 세상이 건강하다 _219

책속으로

큰 산 하나만 넘고 강물 하나만 건너도 비바람이 다르고 햇살이 다르고 땅과 흙이 다르니 지역마다 잘되는 씨앗이 따로 있었을 테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고집 세고 긍지 높은 농사꾼들, 아마도 제 맘에 맞는 씨앗도 다 따로 있었을 것이다. 
맛이 있는가? 수량은 얼마나 나는가? 모양이 예쁜가? 빛깔이 고운가? 가뭄에 잘 견디는가?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는가? 갑작스러운 추위에 견디는가? 병은 없는가? 벌레가 꼬이지는 않는가? 저장도 잘되는가? 두루두루 따져보고, 이웃이 심은 밭을 여러 해 동안 지켜본 뒤에 어렵게 말 꺼내서 조금 얻어온 씨앗. 한꺼번에 왕창 심었을 리도 없다. 조심스럽게 조금 심어보고 씨 받아 늘리면서 확신이 선 뒤에야, 물려받은 씨앗을 그만두고 새로운 씨앗을 심었을 것이다. 이웃이 청하면 또 조금 나누어 주고……. 
이렇게 이 땅에서 오랜 시간 여러 대에 걸쳐서 선별되고 고정된 씨앗을 ‘토종’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밀의 원산지는 아프가니스탄 지역이지만 ‘앉은뱅이밀’의 원산지는 한반도가 된다. 우리 땅과 하늘과 비와 바람이 농사꾼의 손을 빌어 선택한 씨앗, 이것이 토종이다. 
- ‘여는 말_토종이 살아야 잡곡이 산다’ 중에서 

마을로 내려와서 동네 사람들이 참깨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니 “씨앗을 제대로 못 붙이는” 집이 많았다. 자신들은 도마재에서 괭이로 골을 타고 아궁이 재에다 참깨 씨앗을 섞어서 뿌리는 방법을 개발하여 참깨를 세우지 못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듯이 참깨는 씨앗이 잘다. 그 자잘한 씨앗을 적당히 고르게 뿌리는 일이란 여간 어렵지 않다. 
“너무 많이 뿌려도 (솎느라) 힘들고, 아예 적게 뿌리면 (싹이 잘) 안 난다. 많이 뿌려 깨를 솎아내고 앉아 있다가는 다른 농사를 못 짓는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처음에는 흙이나 모래에 참깨 씨앗을 섞어서 뿌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흙과 모래는 무거워서 그런지 별로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재는 거름도 되고 가볍고” 하니까 여기다 섞어서 뿌려보자는 생각에 그렇게 해보았다.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씨앗과 섞기에도 맞춤하고, 심고 나서 싹도 잘 났다. 그 이후 참깨를 심을 때에는 늘 재에다 씨앗을 섞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이런 방법이 옛날에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카하시 노보루 박사의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을 보면, 재뿐만이 아니라 재에다 똥을 버무린 똥재를 말렸다가 가루로 부숴 조나 밀 등의 씨앗과 섞어서 뿌리는 방법이 자주 나타난다. 조나 참깨같이 씨앗이 작고 가벼운 것들은 그것만 들고 뿌리기에는 어렵고 흙을 덮어주는 일도 곤란하다. 미리 재나 똥재와 같은 가벼운 알갱이와 섞어서 뿌리는 것이 더욱 수월할 것이다. 
(중략) 
안석자 님이 기르는 참깨는 시어머니 때부터 내려오던 씨앗이다. 분명 신품종을 쓰면 수확량이 더 많을 텐데 왜 바꾸지 않고 토종 참깨를 그대로 이어오신 걸까? “옛날에 쓰던 걸 내려오다 보니까 계속 심어요. 맛은 아마도 옛날에 먹던 게 더 낫다고 생각하구요”라는 그녀의 답에선 아무 특별한 까닭을 찾을 수 없다. 수확이 더 난다든지, 맛이 특별히 더 좋다든지, 농사짓기가 훨씬 수월하다든지 하는 색다른 까닭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옛날부터 심어오던 것이니까, 별 문제가 없으니까 심어 나아갈 뿐이다. 어떻게 보면 습관이라고나 할까. 
그런 습관이 또 하나 있다. 씨앗을 준비하는 행위이다. 
“일단 씨앗부터 좋은 종자를 골라서 남기고, 나머지를 팔고 먹고 그래요. 옛날에는 씨를 안 받으면 어디서 구하지를 못했어요. 씨앗을 미리 마련해두고 나머지를 팔아야 살 수 있으니 알뜰히 한 거지요. 나는 특히 마을사람들이 우리 집으로 씨앗을 받으러 다 와서 늘 일부러 넉넉히 뒀어요. 먹는 건 좀 덜 먹어도 씨앗을 넉넉히 뒀지요. 옛날부터 씨앗을 많이 두는 사람을 넉넉하고 마음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만큼 씨앗이 최고 중요한 거예요.” 
그러나 지금 농사는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대한 많이 수확해서 싹싹 긁어서 내다 팔아 돈을 만들고, 다음에 농사지을 때에 쓸 씨앗은 종묘상에서 사다가 심는 식의 농업으로 전환된 지가 오래되었다. 이제는 씨앗을 받아 심는 사람도, 그걸 대를 이어 물려받을 사람도 사라진 시대다. 최고 중요하다는 씨앗은 이제 농업 관련 기업에서 전적으로 생산하여 판매한다. 
- ‘자식만큼 손이 많이 가는 농사, 토종 참깨’ 중에서 

현재 토종 씨앗은 전통농업의 소멸과 함께, 그리고 농민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농사가 더 이상 집에서 먹을거리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하나로 편입이 되면서 그러한 경향은 더욱 빨라지고 심화하였다.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집에서 먹을거리를 농사짓던 사람들은 경쟁에서 밀려 도시로 이주해야 했고, 그나마 농 더보기

출판사 서평

토종 씨앗 한 톨에 담긴 농부의 땀과 삶 
예로부터 잡곡농사는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농사였다. 잡곡은 쌀이 아니라는 이유로 ‘잡스러운’ 취급을 당했지만, 쌀의 빈자리를 채워준 고마운 존재였다. 예부터 벼농사가 잘 안되면 대신 짓기도 하고, 귀한 쌀을 대신해 가난한 농민들의 끼니로 부족한 영양까지 메워주었다. 밀, 참깨, 조, 팥, 율무, 콩, 보리, 기장 등을 계절, 땅을 나누어 기르고 때가 되면 거두어 먹었다. 잡곡의 ‘힘’을 사람들이 알게 된 건 참살이(웰빙) 바람이 불면서였다. 옛날에는 천대받았지만 오늘날은 건강식으로 아주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토종’ 곡식은 별로 없다. 농촌에서 사람이 사라진 탓이다. 아직 농촌에 남은 나이 든 농부들은 팔기보다는 집에서 먹으려고 토종 곡식을 기른다. 
같은 곡식이라도 농부마다 농사짓는 방법이 다 다르다. 경험을 통해 얻은 자기만의 비법이 존재한다. 더구나 오랜 시간 우리 땅의 특성에 적응한 토종 곡식에는 그것에 맞는 특별한 재배방법이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농촌에 사람이 없고, 곡식을 기르지 않아 긴 세월 쌓인 농부들의 지식은 사라지고 있다. 또한, 곡식을 기르고 거두고 탈곡해서 먹는 과정에서 썼던 농기구 등도 찾아보기 어렵다. 앞으로는 각 지역에서 그 곡식으로 해 먹었던 음식조차 맛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농경문화의 소멸이다. 농촌에 사람과 문화가 없어진다는 것은 씨앗도 남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이 책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사라질지도 모르는, 현역 농부들의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역시 농부인 저자들이 이 땅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토종 곡식을 기르고 먹는 농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 농사꾼들이 대부분이지만, 그중에는 도시에 좋은 먹을거리를 공급한다는 마음으로 토종 곡식을 기르는, 아직 젊은 농부들도 있다. 착하고 끈기 있는 농부들은 토종 곡식을 어떻게 잘 기르고, 잘 먹는지 등 긴 세월 쌓은 지식을 아무 아낌없이 퍼준다. 실용적인 지식을 담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토종 곡식과 어우러진 농부의 삶 이야기가 가득하다.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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