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인 혼마치本町의 시티루트호텔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서(28번 출구가 가장 가깝다. 그걸 모르고 처음엔 24번 출구로 나와 조금 헤맸다. 28번 출구로 나와 쭉 걸어가면 호텔까지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된다.) 지하철을 탔다. 노선도에 '녹색'으로 나와 있는 걸 타면 된다. 이름을 모른다면 색깔로 구분하면 된다는 걸 한국의 지하철에선 인식하지 못했지만 일본에 오니 새삼 깨달았다.
오사카성에 가기 위해서는 모리노미야森ノ宮(http://goo.gl/NF3aw)에서 내리거나 오사카 비지니스센터에서 내리면 된다. 서로 장단점은, 오사카 비지니스센터에서 내리면 바로 입구로 이어져 걷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고, 모리노미야에서 내리면 오사카공원을 거쳐 가기에 조금 걷지만 이런저런 구경을 할 수 있고 갈아타는 귀찮음이 없다는 점이다.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걷는 걸 좋아하는지, 시간이 있는지 없는지...
모리노미야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에 만난 일본인들의 일상. 아이나 강아지와 산책을 나오기도 하고, 연인과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친구와 기타를 들고 나와 노래도 하고, 야마까시를 연습하는 무리도 있고, 낚시 금지인 해자에서 낚시대를 드리운 사람도 있더라. 그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고.적.대! 무슨 경연 대회가 있는지 공원의 한쪽에서 여러 학교의 고적대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왜 학창시절에 이런 활동을 안 했던가 아쉬워지더라. 하긴 한국의 학교 환경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지도 않고, 심지어 거의 불가능하기까지 하다는 것이 떠올랐다.
모리노미야에서 내려 오사카공원을 가로지르며 만나는 오사카성의 천수각. 그거 하나만 봐도 족하다. 넓고 깊은 해자를 따라 입구 쪽으로 걷다보면 저 멀리 천수각이 나타난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모습이 참으로 화려하다. 아침 일찍이나 해질녘에 방문하는 것이 한낮에 가는 것보다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근처 아무데서나 사진을 찍으면 멋있게 나온다. 천수각 근처에선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입구에 이를수록 사람들이 하나둘 많아지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위로 올려 천수각만 담게 된다.
천수각 쪽으로 점점 다가가면서 멀리서 봤을 때의 멋있음은 '도대체 왜 이런 성을 쌓았는가?'하는 의문으로 변하고, 결국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불행(?)한 삶을 곱씹게 된다. 집안도 좋지 않았고, 배경도 별 볼일 없던 일개 평민이 최고 권력자의 지위까지 오른다. 말이 쉽지 요즘으로 비교하면 故 노무현 대통령이나 아무 연줄 없는 일개 평사원이 삼성그룹의 회장에까지 오르는 것과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지킬 것이 많았고, 불안하지 않았을까?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은 이런 식으로 표출을 하는 법이다. 나중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새로 증축했다는 니죠성에 가보았는데 그 성은 수수하기 그지 없었다. 높은 성벽도, 화려한 천수각도 없고 담백한 건물과 낮은 성벽으로 둘러쳐 있는 모습이었다.
저녁의 햇빛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는 오사카성의 천수각. 그 빛은 해가 저물면 사라진다. 한 사람의 권력도 이와 같다.
천수각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낸다. 성인은 600엔, 한화로 8000원 정도의 돈이다. 일본 대부분의 역사유적이 그렇듯, 좀 비싼 편이다. 이를 통해 인건비와 관리비 및 증개축비를 충당하는 것이겠지. 그러고 보면 한국의 입장료가 너무 싼 것일수도 있다. 간사이쓰루패스나 주유권 등이 있으면 100엔 할인을 받아 500엔에 들어갈 수 있다.
천수각에 들어가면 오사카성과 관련된 인사들의 서찰 등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미리 공부를 하고 간다면 더 좋다(http://goo.gl/HE4UI). 물론 난 아무 생각없이 맘 편하게 머리를 비우고 다녀왔지만.
천수각에 올라 바라본 오사카 시내. 나중에 알았는데 오사카성은 세계대전으로 불에 타 부수어진 것을 1997년 완전히 복원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 이렇게 온전한 모습으로 화려하게 빛나며 서 있었구나.
건물은 부수어졌어도 성벽은 5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그대로겠지. 성벽 틈새에서 싹을 틔워 자라는 나무가 인상적이었다.
해자에는 물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있다. 일본에서도 왜 그런지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다고 하더라.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오사카 비지니스센터일 것이다. 아마도.
오사카성의 천수각을 구경하고 반대편으로 나오면 바로 신사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상이 서 있다.
오사카성을 둘러보면서 의문은 왜 큰 나무가 없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전쟁 때문일까 했다. 천수각도 나중에 복원한 것이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제주에서 봤던 털머위가 오사카성에도 있다. 역시 남쪽은 남쪽이구나. 식생이 한국의 중부지방과는 확연하게 다르고, 남부와는 좀 비슷하다.
진짜 이곳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이 있을까? 일본인이 그랬을까? 아니면 잘 모르는 외국인이 그랬을까? 바베큐를 금지한다는 경고문.
오사카성을 나와 지하철역으로 돌아와서 발견한 지명수배 전단. 바베큐 금지도 그렇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일본인이 완전무결한 그런 사람들이란 착각은 훨훨 날아갔다.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인 것이다.
천수각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일본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여기도 우리랑 똑같구나, 편하려고만 하는구나 여기며 그냥 걸어올라갔으나 내려올 때 알았다. 아하,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한 층씩 구경하면서 내려오면 되는 것이구나! 다리가 튼튼한 사람은 걸어서 하나씩 오르는 맛을, 그렇지 않은 분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구경하며 내려오는 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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