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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논조가 강하긴 하지만 농민 총파업이란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더이상 각좆이 되지 말자.



한꺼번에 두 개의 태풍이 천지를 할퀴고 지나갔다. 볼라벤에 이어 덴빈은 농민들의 삶의 의지를 여지없이 뭉개고 지나갔다. 마침 벼가 꽃을 피우는 시기였다. 걱정을 하며 무사히 태풍이 지나가기를 바라던 농민들은 역시나 꽃이 떨어져 임실이 되지 않는 벼 포기를 바라보며 허탈해 했다. 


허탈감이 분노로 바뀌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정부의 대책이란 게 농민들에겐 살같이 와 닿지 않은 것이다. 피해를 보상한다고는 했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 실속이 없다. 농민들이 다시 희망을 걸고 일어서려는 의지를 MB정부는 꺾고 있는 것이다. 

영광군 농민연대는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하사리 간척지 논에서 태풍피해로 백수·흑수현상이 심각한 벼를 갈아엎으며 피해 전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농작물 재해보상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결국 농민들을 닭 쫓던 개로 만들어 허망한 하늘만 바라보며 탄식하게 한다. 오! 어쩌다 이 땅의 농민으로 태어났는가. 농민으로 태어난 것을 죄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MB정부의 폭거에 할 말을 잊는다. 이제 농민들은 동해안 ‘해신당’에 걸린 각좆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동해 삼척에 가면 해신당이 있다. 산에는 산신당이 있는 것처럼 바다에는 해신당이 있어 해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해신당에는 요즘 보기 드문 ‘각좆’이 굴비두름처럼 엮여 매달려 있다. 지금은 관광지로 변해 남근을 희화한 공원으로 변해있다고 한다. 공원이 설립된 배경인 해신당 전설은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으나 보편적으로 전래되는 남근숭배사상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지만 처절한 생존의 극단적 표현이기도하다. 

바닷가에 삶을 영위하는 이들은 공통으로 남자들이 목숨을 걸고 물고기를 잡을 수밖에 없다. 고기를 잡아야 굶지 않을 터이니 험한 파도가 치는 바다에 배를 띄울 수밖에 없는 삶의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남자의 씨가 마른다. 그것은 종족보전에 매우 위험한 일이다. 사람들은 바다가 사나워 지는 것을 해신의 욕구불만으로 해석했다. 폭풍이 일어 배가 뒤집히고 남자들이 죽어 나가는 것은 해신이 남자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 낸 것이 나무로 남근 형상을 깎아 해신당에 걸어 두는 것이다. 남자들 대신 남자의 성기모양을 깎아 걸어두는 것이다. 그게 각좆이라는 거다. 

물가안정 대책기관으로 변한 농식품부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우리농업은 그전에 겪어 보지 못한 충격으로 혼란스럽다. 한칠레 FTA로 시작한 농업개방의 속도는 도저히 농민들이 따라잡을 수없이 내달리고 있다. 물론 그 끝에는 무수히 쓰러져간 농민들의 퀭한 눈빛과 음흉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자본이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래로 삼척동자로부터 위로 MB까지. 그러나 자본과 시장을 앞세운 MB정부는 내놓고 농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이어진 한미 FTA로 이미 정책적 결판을 본 것이다. 농식품부가 하는 짓을 보라.

비축미를 풀어 쌀값을 낮추는데 혈안이 되더니 결국 비축미가 거덜 나고 말았다. 5만여 톤의 비축미는 적정비축미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산 쌀 수확이 예년대비 15%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결국 쌀 관세화수입의 길을 열어 쌀농가마저 빌어먹을 경쟁의 대열에 합류시켜 고사케 할 정책인 것이다. 이미 농식품부의 고유 권한은 물가정책중심으로 이전 하고 있음을 여기저기서 내비치고 있지 않는가. 

한우를 키우는 축산농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한우농가 생존권 쟁취를 위한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며 정부에게 소가격 폭락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이미 축산 농가들은 꼭짓점에 다다라 있다. 우리농업에서 축산은 전문기술과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소위 성공한 농민들의 집단이다. 그러나 이들의 위기는 우리농업 전체를 뒤흔들 폭풍이 될 것이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농민들이 청와대로 달려가 ‘같이 살자’를 외치는 것은 너무 당연한일이다. 전문가들은 10년 안에 백만 농가가 사라질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그것은 핸드폰 팔아 먹고사는 이 나라 경제를 위해 농민들은 사라져줘야 한다는 비교우위의 논리가 나쁜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농민은 지금의 상황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씨아에 좆 물린 꼴’이라고 했다. 그러니 참아도 죽어나갈 수밖에 없는 농민들, 그 농민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자동차 수출을 위해, TV 몇 대 더 팔기 위해, 옷가지 몇 벌 더 팔 수 있다고 농민들의 분노는 들은 척도 안하고 농민들을 해신당에 걸어둘 각좆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나라 전체의 불행이다.

참새도 ‘찍’하고 지렁이도 ‘꿈틀’하거늘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각좆이 되어야 하는가. 결국 이번 쌍태풍의 피해복구와 보상을 보면 농민들을 각좆을 만들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꼴이다. 이 돈이 다 풀리고 나면 해신당의 각좆이 돼야 하는 농민들이 가려질 것이다. 자! 우리농업이 우리농민이 해신당의 각좃이 되는 꼴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참새도 죽을 때는 ‘짹’ 소리를 내고,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하는 법인데 하물며 누천년 이 땅의 곡식을 관장해온 농민들이 가만있을 것인가. 이미 몇 차례의 소규모 파업들을 통해 충분한 교훈은 마련되었다. 대선도 눈앞이고 농민들의 분노도 무르익어 가는데 판을 벌려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모두 일손을 놓자. 삼천리 방방골골에서 수확을 포기하고 곳간 문을 걸어 잠그고 파업을 외치자. 이것은 단순히 농산물의 가격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농업이 농민이 국가의 중요한 치세며 나라의 일원이란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쫄지 말고 일어서자”.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세상의 밥줄은 농민들이 쥐고 있다. 결국 밥상주권을 포기하고 마는 알량한 경제학자들과 그들이 포진하고 있는 대선주자들에게 해신당에 걸어둘 각좆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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