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는 흙을 뜨고 파는데 쓰는 연장으로 '훈몽자회', '과농소초', '훈민정음해례'에는 '가래(佳래)'로,'천일록'에는 '가레'로 표기했다. 한자음으로는 가내(천일록)로 썼고, 한문으로는 험(훈몽자회), 철험(역어류해)으로 적었다. 또한 끝에 쇠날이 달려 있어 '감(堪)가래', 넓적하다 하여 '넙가래'라고도 했다.
가래는 소가 들어가지 못하는 진흙 밭과 물이 많이 나는 논을 갈거나, 밭이랑을 일구는데 사용되는 농기구로 도랑을 치고 밭둑이나 논둑을 쌓거나 깎을 때에도 사용한다.
흙을 떠서 옮기는 일을 '가래질'이라고 하고, 가래로 떠낸 흙덩이를 '가랫밥'이라고 한다. 또한 가래를 세워 흙을 깎는 일을 '칼가래질', 논둑이나 밭둑을 깎는 일을 '후릿가래질'이라고 한다.
모양은 긴 나무자루인 손잡이와 가래바닥을 한 몸으로 만들고, 넓적한 가래바닥의 끝에 말굽쇠 모양의 쇠날을 끼웠다. 쇠날과 가래바닥은 꺾쇠로 고정하고 가랫바닥 양쪽의 군두구멍에 동아줄로 엮은 가랫줄을 매어 사람이 잡아당길 수 있도록 했다.
가래질은 셋·다섯·일곱 등 홀수의 사람이, 한사람은 가운데서 손잡이인 장부를 잡고 나머지는 반으로 나누어 양쪽에서 가랫줄을 당기면서 흙을 떠서 던지는데, 세 사람이 한조가 되어 사용하는 '외가래 또는 세목가래'와, 일곱 사람이 한조가 되는 '칠목가래', 그리고 두 개의 가래를 잇댄 뒤 두 사람이 장부를 잡고 양쪽에 네 사람씩 가랫줄을 잡고 하는 가래질은 모두 열 사람이 가래질을 하는 '열목가래' 등이 있다.
혼자서 삽질을 하면 매우 힘들 뿐 아니라 진흙 밭이나 논에서는 진흙의 점성 때문에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가래는 삼각 구도의 원리에 의하여 힘을 분산시키고 적어도 3명이 협동해 힘을 모아 이용하기 때문에 적은 힘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일의 능률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가래는 뒤에서 삽자루를 잡는 사람이 삽날에 흙을 파서 밀면 양편에 선 사람이 삽날에 연결되어 있는 끈을 동시에 잡아 당겨서 흙을 퍼낸다. 여러 명이 함께 작업을 하기 때문에 서로 호흡이 잘 맞아야만 작업도 쉽고 능률도 오른다.
특히 가랫줄을 잡는 사람들의 각도가 매우 중요한데 각이 너무 크면 힘이 적게 들지만 가래의 이동거리가 짧아진다.
그러나 각이 나무 작으면 힘은 많이 들고 가래의 이동거리가 길어지지만 가래 장부를 잡은 사람이 가래의 힘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작업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래질의 목적과 주변 여건을 감안해 적당한 각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서 힘과 운동의 원리 가운데 하나인 벡터의 원리를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가래로 세 사람이 하루 600여 평의 무논을 가래로 고를 수 있다. 이렇듯 가래는 우리 선조들의 공동체 삶을 이끌어 온 벼리인 동시에 작업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삼각구도를 자유자재로 활용했던 과학 슬기가 돋보이는 농기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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