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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텃밭농사

음양으로 이해하는 절기력

by 石基 2008.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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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으로 이해하는 절기력




지난 금요일 우연히 도시농부학교 3기 수업을 청강했습니다. 그날 주제는 ‘절기력과 한 해 농사’였습니다. 그날 강의를 들으면서 나름대로 떠오른 것이 있어서 글을 올릴까 합니다.


절기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지는 않기에 순서대로 외울 수는 없지만, 일기예보라든지 달력을 흘끗 볼 때마다 눈에 들어와서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며칠 전 벌써 우수가 지나 조금 있으면 춘분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과학시간에 배운 지식으로 춘분과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사실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 숨어 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가 잊어먹었다고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절기가 생기는 원인은 다들 아시다시피 하늘에 떠 있는 해 때문입니다. 해는 지구를 따라 1년에 약 360°를 돕니다. 물론 이것은 지구를 중심으로 봤을 때 그러하고 사실은 지구가 돌고 있다는 사실은 갈릴레이를 떠올리지 않아도 이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아무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지구는 붙박이로 박혀 있고 해가 지구의 주위를 돈다고 생각합시다.


만약 이 해가 지구의 적도를 따라서 돈다고 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아마 절기에 대한 설명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겁니다. 해가 지구의 적도를 따라서 일정하게 돈다면 지구의 복사열은 어디나 똑같을 것이고, 골치 아프게 절기가 생기지도 않고 날씨도 1년 내내 비슷했을 겁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어 봄여름가을겨울이 생깁니다. 그렇기에 그때그때마다 날씨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봄과 가을 정도만 서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일은 바로 지구의 자전축이 과학시간에 배운 것이 사실이라면 23.5°만큼 기울어져 있기에 발생합니다. 그래서 아래 그림처럼 하지 때는 해가 가장 높은 위치에 오고, 동지 때는 해가 가장 낮은 위치에 오기에 북반구에 있는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에 차이가 생깁니다. 그 차이가 바로 날씨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럼 그림을 한 번 보실까요.

 

 

천구의 적도․남극․북극은 지구의 적도․남극․북극을 연장한 것이니 그리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서 볼 것은 춘분점, 하지점, 추분점, 동지점과 23.5°만 보면 됩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학교 다니면서 한 번씩 들어보셨을 이야기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도대체 이것과 음양이 무슨 상관인지 말하려고 뜸을 들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말 음양과 절기, 다시 말하면 지구와 태양이 무슨 관계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음양이라고 하면 주역이라든지 점집, 철학관, 동양철학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실 겁니다. 그러나 저는 이걸 굳이 이런 단어에 대입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학이라고 봅니다. 서양에 서양식 자연과학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우리식의 자연과학이 있는 것이지요. 지금에야 서양 과학이 최고가 되어 과학이 아니면 말을 말라는 식으로 나오지만, 그런 걸 몰랐을 때도 우리는 잘 살았고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생활과 경험에서 나온 지혜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정말로 음양이 서양 과학에 밀려 저 어두운 지하 깊숙이 습기가 가득 찬 퀴퀴한 골방에 갇힌 채 추상화되어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아무런 연관도 갖지 못한 채 점치는 사람들만 보는 그런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재조명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까닭은 우리의 삶과 너무 밀접하고 그만큼 우리의 삶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처럼 편하고 편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것이 무엇 때문이냐고 따지시기도 할 겁니다. 물론 서양에서 발전한 자연과학, 특히 과학기술 때문인 것은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가져온 결과가 무어냐에 대해서는 함께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하고 편리하고 편안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그래서 얼마나 행복해졌는지는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중얼중얼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늘어놓았습니다. 이제 음양과 절기가 어떻게 관계가 있는지 살펴봅시다. 먼저 아래 그림을 보십시오.

 

 


눈치 빠른 분은 벌써 감 잡으셨을 겁니다. 위에서 보신 그림은 우리가 흔히 보는 태극기에 나오는 태극문양입니다. 그 태극문양에 절기를 배치한 그림입니다. 태극문양은 하나의 운동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만약 태극문양이 원을 절반으로 나누어 놓은 것이라면 죽어 있는 상태를 뜻할 겁니다. 하지만 태극은 정적으로 굳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활발하게 움직이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불교식으로 이야기하면 제행무상諸行無常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날씨도 그것과 똑같지요. 하루는 밤과 낮의 구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낮과 밤이 변하면서 시시각각 끊임없이 기온이 변하고 바람이 변하고 습도가 변합니다. 뭐하나 그대로 고정되어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직은 세세하게 들어갈 단계는 아니니 다시 음양과 절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빨간 것은 양陽을, 파란 것은 음陰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쉽게 알 수 있듯이 양의 기운은 봄과 여름에 배치되어 있고, 음의 기운은 가을과 겨울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음과 양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정확하게 절반으로 나누어져 있다면 그것은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지 않은 상태일 때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지구의 자전축은 기울어져 있기에 날씨, 다시 말하면 절기는 태극처럼 운동을 합니다. 이는 태극이 그렇기에 절기가 그런 것이 아니라 절기가 그렇기에 태극이 그런 것입니다. 태극이니 음양이니 하는 것들은 자연의 변화 현상에서 항상 그러한 사실을 뽑아서 하나의 상징 부호로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태극이니 음양이니 하는 말에 겁먹을 필요 없으십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의 변화만 느낄 수 있다면 그런 것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도통하시면 굳이 철학관을 찾거나 예배당을 찾지 않으셔도 그냥 그렇게 사실 수 있습니다.


그럼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만큼 음과 양이 서로의 영역으로 비집고 들어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론으로는 동지가 가장 추워야 하지만 실제로는 소한과 대한이 가장 추운 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쪽 용어로는 여기餘氣라 하여 남은 기운이 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수, 경칩 절기가 와도 꽃샘추위를 조심해야 함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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