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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 전통농업위원회 구술취재팀은 충청북도 보은군 마로면 한중리에 사시는 이철희(68) 선생님을 만났다. 개랑 소랑 어느 것이 더 영리하냐는 우문에 짐승은 모두 영리하다는 현답을 해주신 선생님은, 지난 16년 동안 자연 축산을 하시며 거기서 나오는 거름을 이용하여 4000평을 유기농으로 지어 오셨다. 지금은 집 한쪽에 축사를 마련하여 7마리의 소를 키우며 농사를 짓고 계신다.


소는 언제부터 키우게 되셨나요?

내가 75년도인가, 저기 경기도에 가서 공사를 좀 하다가 왔어요. 그런데 동생이 황송아지(수송아지) 한 마리를 외상으로 사다 놓고 나갔더라구요. 그래서 그 황송아지 하나 빚을 갚아 주고, 1년을 먹이니까 큰 소가 되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인공수정을 안했거든요. 그랬더니 마을 사람들이 전부 우리 집으로 암소를 몰고 씨를 받으려고 오는 거예요. 그렇게 한 번할 때마다 그때 돈으로 3천 원씩 받았어요. 그게 송아지 낳기보다 낫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2년 정도 했는데, 하루는 그 소가 나를 받아요. 그런데 소가 사람을 한 번 받으면 그 소는 못 먹이는 거예요. 이게 사람을 얕보기 시작해서 못 먹여요. 잘못하면 아주 사람을 죽여요. 어떻게 사람을 죽이냐면, 암소는 안 그런데 거세한 소도 안 그래요. 사람을 받아서 붕 뜨면 그대로 또 받고 또 받고 그래요. 사람이 쭉 뻗으면 막 짓이겨요. 그러니 안 죽을 수가 없지. 큰일나요.

그렇게 한 번 받쳤는데, 내가 떨어지면서 고삐를 단단히 잡고서 나무에 묶고 일을 했단 말이에요. 그리고 며칠 있다가 바로 장에 갖다 팔았어요. 그걸로 송아지 2마리를 샀지요. 그걸 또 1년을 먹이니 중소가 됐어요. 그걸 또 갖다 팔아 가지고 3마리를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늘어나게 됐지요.


오늘 송아지를 사다 넣으셨는데, 아직 어린놈을 왜 묶어 두신 건가요?

짐승 중에 텃세가 가장 심한 것이 소예요. 큰 소를 새로 사다가 놓아먹이면, 아무리 큰 소라도 송아지 등살에 못 견뎌요. 전에 한번 큰 소를 데려다 풀어놓았는데 송아지들이 괴롭혀서 다 죽어 가는 걸 살린 적도 있어요.

그래서 축사에서 놓아먹일 때는 팔 때 한 번에 다 팔고 새로 싹 들여야 해요. 안 그러면 못 버텨요. 달구가 텃세가 심하다고 하는데, 달구 새끼보다 텃세가 심해요.


자연 축산하셨을 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내가 전에 자연 축산을 16년 동안 했어요. 118정보(354,000평) 되는 국유지에, 세 골창에 축사 하나를 지어 놓고 했어요. 그때는 아침마다 가서 놓아주면 저녁에 배가 빵빵해서 축사로 돌아와요. 그렇게 키우면 저녁에 축사에 몰아넣는 것이 힘들어요. 처음에는 한참을 찾아 돌아다니고 했어요. 그래서 논두렁에 풀을 깎아다가 날마다 제 시간에 주면서 훈련을 시켰더니 자기들이 그 시간만 되면 돌아와 있어요. 시간만 되면 한 마리가 먼저 내려가서 고함을 질러요. 그럼 다 내려와요. 전부 알아서 자기 자리를 찾아서 들어가요. 그럼 그걸 매 놓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안 그러면 공간이 좁으니까 지들끼리 받아요.

그런데 밤에 올라가면 소가 어디 있는지 못 찾아요. 그럼 달랑달랑 소리가 나게끔 방울을 달아 놔요. 대장 한 마리만 달아 놓으면 다른 건 달 필요가 없어요.

한번은 밤에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소들이 전체가 한데 모여 있어요. 꼬리는 다 뒤로 하고 머리는 바깥쪽으로 향하게 빙 둘러서서 서 있어요. 송아지를 옆에다 끼고서.


저녁에 소들을 끌고 내려오는 이유는 뭔가요?

퇴비 만들려고 그렇죠. 안 그러면 그냥 놔두죠. 똥을 여기저기 싸기는 하는데 축사에 와서 제일 많이 싸요.

방목해서 키우는 건요, 새끼가 하나도 틀림없어요. 암소 10마리에 황소 1마리만 있으면 돼요. 그러면 발정기에만 교미를 해요.

그런데 지금은 안 그래요. 별놈이 다 나와요. 장애 있는 소 천지예요.


그게 무엇 때문인가요?

사료에 있고, 활동 못하는 데도 있어요. 첫째는 활동을 못하는 데 있지요. 요즘은 좁은 데다 여러 마리를 놓아기르니 활동도 못하고 사료만 먹잖아요. 지금 뭐 항생제다 골분이다 이런 걸 섞는다면서요.

예전에는 가마솥에다 볏짚 썰어 넣고 그냥 쌀뜨물 갖다 붓고 쇠죽을 쑤어서 줬어요. 거기에 있는 집에서는 등겨를 살살 조금 뿌려 주면 아주 잘 먹어요. 그리고 어디 갖다가 매어 놓고 풀 먹일 때는 줄을 길게 해주니까 얼마든지 활동했잖아요.


산에 풀어 키우면 울타리는 어떻게 하나요?

가시철사만 있으면 돼요. 평지에는 4줄을 쳐야 되고, 비탈에는 2줄만 쳐도 못 올라가요. 몇 십만 원이면 몇 골짜기를 할 수 있어요. 짐승 피해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자연 축산은 왜 그만두신 건가요?

그렇게 16년을 했는데 수질 오염된다고 민원이 들어와서 그만 두게 됐어요. 품질관리위원에 아는 분이 그러는데, 그런 식으로는 하나 오염이 안 된대요. 오히려 축사에서 기르는 것이 더 심하고, 외국서 수입하는 사료를 안 먹이니 애국이라고 하던데요.

그때는 그걸로 농사를 지었으니 진짜 유기농이었죠. 1년에 거름이 70경운기가 나왔어요.


그럼 자연 축산을 하실 때 겨울에는 무엇을 먹였나요?

겨울에 볏짚을 구하기 힘들 때는 산에 가랑잎이 많잖아요. 그걸 긁어다 먹였는데, 볏짚보다 그걸 더 잘 먹어요. 그렇게 먹이면 똥을 싸서 쌓아 두면 발효가 잘 돼서 겨울에도 김이 풀풀 나요. 볏짚 먹은 똥은 놔두면 다 얼어붙어도 그건 절대 안 얼어요. 그걸 한쪽에 쌓아 두면 겨울에는 뜨끈뜨끈해서 난방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축사에 돈이 들어가면 키울 수가 없지요. 그냥 산에 가서 나무를 잘라다가 막 박고서 위에는 슬레트 이고, 밑에는 공구리를 쳐요. 약간 경사를 지게 해서 똥오줌이 흐르게 만들어요. 그러면 슬레트하고 공구리만 돈이 들어가요. 그 뭐하러 돈 들여서 쇠파이프 사다 박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소를 기르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내가 소를 몇 번 죽였어요. 한번은 짚을 잘라 먹이다가 철사를 먹인 거예요. 철사를 먹은 건 걷게 해보면 알아요. 오르막길은 당연히 힘들어하는데 내리막길에서도 끙끙 힘들어하면 그건 철사를 먹은 거예요. 올라갈 때는 괜찮아도 내려올 때 끙끙 해요. 그건 그냥 잡아야 해요. 잘 먹지 못해서 두면 둘수록 마르기 때문에 손해예요.

또 한번은 발정난 암소를 교미시키려고 데려갔는데, 그걸 그냥 나무에 묶어 놓고 어디 다녀온 사이에 다른 암소들이 전부 다 올라타고 받고 해서 죽어 있더라구요. 발정나면 암소들끼리도 가만히 두질 않아요.

그리고 종우를 기를 때였는데, 발정난 암소가 씨를 받으러 왔어요. 그런데 그걸 잠시 묶어 놓고 갔더니 발정난 암소 때문에 날뛰다가 목에 줄이 감겨 죽었어요.


지금 키우시는 것처럼 가둬 놓고 키울 때 요령이나 조심할 일은 무언가요?

송아지를 낳으면 송아지가 설사를 해요. 그럼 주사 맞히고 그래야 돼요.

기본적인 것은 바닥을 할 때 약간 경사를 져야 해요. 너무 경사지면 소가 넘어져서 안 되고, 약간 경사가 져서 똥오줌이 빠지게끔 해야 돼요. 소는 밑바닥이 젖어 있으면 살이 덜 쪄요. 그리고 송아지 같은 것도 낳으면 바닥이 뽀송뽀송할 때 병이 적고, 질퍽질퍽하면 병이 더 나요. 그걸 유념해서 해야 돼요.

나는 밑바닥에 벽돌을 2줄로 쌓고 방수제를 발라서 소 오줌을 다 받아요. 그걸 큰 통에다 받아서 1년에 한 번씩 푸는 거니까, 1년 삭혔다가 거름으로 써요. 1년에 50드럼통씩 나와요.


그건 희석하지 않고 쓰나요?

그냥 갖다 뿌려요. 그냥 갖다 뿌리면, 시게(많이) 뿌리면 죽어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대단히 좋아요. 작물에 좀 안 닿게 뿌려야 되고, 벼에도 웃거름으로 많이 뿌리면 죽어요. 그건 농약 뿌리는 기계 있잖아요, 고압 분무기로 뿌려요. 희석 안 하고 그냥 뿌려요.

봄에도 뭐 고추 골 같은 데도 고추 심기 전에 뿌리고 말려서 비닐 덮고 그래요. 밑거름을 적게 뿌리고 오줌을 뿌리고 덮으면 더 좋죠. 여름에 모든 곡식이 거름이 적어서 덜 자라잖아요. 그럼 분무기 끝에 대궁을 달아서 뿌리 옆에 꾹 찔러서 주면 잘되죠.

유기농 하는 사람이라면 한 개 버릴 사람이 없어요. 축분도 뚜껑을 해서 비가 안 맞아야 좋아요.


축분에 왕겨나 볏짚은 얼마나 섞어야 하나요?

많이 섞을수록 좋아요. 그거보다 더 좋은 것은, 겨울에 가랑잎 가져다가 소 밟히면 최고 좋아요.

저는 겸업농을 하는 것을 추천해요. 저는 항시 권장하는 것이 유기 축산을 하면서 유기농을 해야 자연농이 된다는 것, 산이 얼마나 있든지 소를 놔서 기르면서 농사를 지으면 자연농이 되는 것이죠. 또 돈이 안 들어가고도 돈이 나온다는 것, 저는 빚은 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빚지고는 안 해봤어요.


골짜기에 다랑논이 모두 2천 평이라고 하셨는데, 거기서 나오는 짚으로 소를 다 키울 수 있나요?

그거 가지고 안 돼요. 1마리에 사료 주고 그래도 논이 600~700평 있어야 돼요. 짚으로만 먹이면 1마리에 2천 평 있어야 돼요.


소 쟁기질도 아직 하시나요?

지금은 부리는 소가 없어요. 다 늙어서 팔았어요. 이제 길들여야 하는데,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못하고 있죠.

경운기가 있는데 그걸로 일하기가 소보다 힘들어요. 망(두둑) 짓는 것도 제대로 되지 않고, 얼마나 힘든지. 논은 평평해서 경운기가 힘도 좋고 해서 더 좋은데, 여기 밭은 비탈이 져서 경운기로 아주 힘들어요. 그래서 밭은 오히려 소가 2배나 더 일해요. 경운기로 500평하면 소로는 1000평 할 수 있어요. 소를 길들이기만 하면 아주 좋아요. 골타는 것도 마찬가지고.

소로 쟁기질하면 삭갈이해도 하루에 1000평은 할 수 있어요.


소는 어떻게 길들이나요?

송아지 때부터 코뚜레를 꿴 다음에, 한명이 앞에서 끌고 다른 한 사람은 뒤에서 쟁기를 잡고 훈련하면 돼요. 처음 쟁기를 메우면 이리저리 막 지멋대로 가요. 그래서 코뚜레를 앞에서 당겨서 따라가게 하는 거예요. 그렇게 훈련하다가 어느 정도 길이 들면 이번에는 옆에서 끌고 가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놔주면 돼요. 길들이는 기간은 구분이 없어요. 많이 갈면 금방 배우고, 적게 하면 오래 걸리고. 그래서 장정이 해야 돼요. 누가 끌어만 주면 지금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통나무를 메우고 동네를 빙빙 돌아다니기도 해요.

그래도 경운기가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기계는 사는 날부터 돈을 들여야 돼요. 소는 새끼 낳고 일시키고 거름 나오고 일거양득이에요. 과학은 편한 것뿐이지 하나도 나은 게 없어요.


그렇게 길들인 소는 몇 년 동안 일을 시킬 수 있나요?

일을 시키는 소는 내가 송아지를 24마리나 낳아 봤어요. 1년에 한 마리씩. 새끼를 배도 일을 시켰는데 그래도 송아지가 틀림없어요. 오히려 일을 안 시키면 송아지가 병 걸리고 불구되고 그래요.


좋은 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일단 배가 통통해야 돼요. 너무 홀쭉하면 안 좋아요. 그리고 너무 키가 크면 안 좋아요. 키가 큰 놈은 배가 통통해도 자라면 말라요. 엉덩이는 투실한 것이 좋아요. 또 턱이 각이 지고 튼튼해야 먹이를 잘 먹어요.

소장에는 많이 가 봐야 돼요. 옛말에 소장사는 아버지도 믿지 말라고 했어요. 부자 사이라도 서로 속이는 것이 소장사예요. 소장이 가까우면 차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꾸 다녀 봐야 해요. 차비 만원 이만 원은 아까운 게 아니에요. 소 잘못 사고팔면 몇 십만 원 손해 보는 일은 우스워요. 소는 가격이 얼마냐고 물어봐서 알려주는 건 가격이 아니에요. 그냥 옆에서 얼마에 팔리는지 지켜보는 게 그게 시세예요. 그런 걸 알려면 자꾸 다녀보는 수밖에 없어요.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해주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우리도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해요. 귀농하신 분들은 솔직히 농사일은 못 배우잖아요. 솔직히 그분들이 일한다고 달라붙으면 우리도 좀 힘이 나요. 아주 정말 귀농하는 분들이 아무도 없다면 아주 맥 풀리는 일이예요. 그리고 앞으로 누가 이 땅을 살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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