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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농업위원회 구술취재팀은 마지막으로 경북 상주시 연원동의 이기환 선생님(60)을 만났다. 이기환 선생님은 닭 400마리와 사슴 20마리 정도를 키워 퇴비를 자급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 선생님께 유축농업의 중요성과 가능성에 대해서 들었다.




축사에서 냄새가 전혀 안 나는데 그 비결이 있나요?

그건 먹이 때문일 겁니다. 먹는 것에 따라 똥에서 냄새가 안 나는 것은 동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먹이를 두 번 발효를 시켜서 줍니다.

사슴 같은 경우 스물두 마리를 키우는데, 하우스에서 기르는 작두콩 콩깍지를 모아서 발효시켜 주고, 또 오가피를 일 년에 한 번씩 자른 것을 모았다가 줍니다. 그것 말고도 곶감 만들고 남은 껍질을 쌀겨하고 섞어서 발효시켜 줍니다. 처음 이걸 발효시키는데 구더기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닭이야 구더기가 영양식이지만 사슴한테는 먹일 수 없거든요.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비닐을 한 2/3 정도 뒤집어씌우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니 파리들이 통 밑쪽에다 알을 까서 구더기가 기어서 올라가다가 기력이 다해서 알아서 죽었습니다. 이건 우리가 먹는 김치 같은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걸 논에 벼를 베고 호밀을 뿌렸다가 이듬해 베어다 발효시켜 먹이는 데에다가 섞어서 줍니다. 호밀을 발효시키는 법은 호밀을 베어다가 썰어서 시루떡 할 때처럼 쌀겨와 켜켜이 섞어서 발효를 시킵니다.

닭 사료도 두 번을 발효시켜서 줍니다. 등겨를 발효시키는데, 처음에는 톱밥을 넣어 보니 완전히 발효가 되지 않으면 닭이 설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왕겨를 넣는데 등겨를 발효할 때 왕겨를 넣으면 덩어리가 생기지 않아서 일이 아주 편합니다. 또 닭이 왕겨를 아주 잘 먹습니다. 거기에 토착미생물을 넣고, 알로에 효소도 넣고, 유산균도 우유로 배양해서 넣고 섞어서 먹입니다. 또 천연 인산칼슘도 주는데, 그것은 게 껍질이나 뼈에 현미 식초를 넣어서 만듭니다. 이건 사슴은 초식동물이라 못주고 잡식성인 닭한테만 줄 수 있습니다.

야생콩이나 옥수수 같은 곡물은 그 양을 감당할 수 없어서 사다가 쓰지만 다른 것은 할 수 있는 한 직접 만들어서 주려고 합니다. 현세미라고 미숙미가 있는데 그것이나 등겨 같은 것은 최소한 무농약 이상의 것을 사다가 먹입니다. 곡물이 20~25% 정도 들어가는데, 나머지는 최대한 무농약 이상을 쓰려고 합니다. 또 시내의 방앗간에서 깻묵을 사다가 섞어서 먹이기도 합니다. 산야초를 걷어다가 먹이기도 하는데 요즘은 사람이 없으니 놉을 구할 수 없어서 못합니다.

일반 사료를 주면 산란율이 80% 이상 나온다고 하는데, 사료를 직접 만들어서 먹이니 산란율이 40~50% 정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생산비가 워낙 적게 들어서 이 정도만 되어도 괜찮습니다.


무언가 차이점이 있어서 두 번 발효를 시키는 것인가요?

그런 건 아니고 1차 발효만으로 사료를 전부 다 만들려면 발효 기간이 오래 걸리고, 그러다 보면 콩이나 옥수수 같은 곡물이 들어가서 쉴 수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1차 발효를 시킨 뒤 교반을 하고, 다시 2차 발효를 시킵니다.


닭들이 건강해 보이는데 암수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보통은 암수 비율을 12:1~14:1로 해서 넣는데, 저는 5:1의 비율로 넣습니다. 암수 비율이 7:1까지는 유정란을 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이면 무정란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수탉은 모두 토종닭을 넣고, 암탉은 하이라인이라는 종인데, 모두 400마리입니다.


닭장은 하우스를 고쳐서 쓰는 것 같던데 여름에 더우면 어떻게 하나요?

처음에는 그냥 놔두니 더워서 산란율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여름에 더운 날은 선풍기를 틀고, 지붕 한쪽에는 차광막을 칩니다. 그렇게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보신 것처럼 저는 닭장을 기존에 있던 하우스에 망만 쳐서 만들어서 시설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양계를 시작하신다면 500만 원 정도만 투자하면 이것보다 시설을 더 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겨울만 되면 물이 얼까 봐 걱정입니다. 겨울에 너무 추우면 닭이 알을 낳지 않아요.


닭을 키우는 데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솔직히 처음 닭을 키울 때는 산란율이 10% 밖에 안 됐는데, 지금은 어려운 점이 없습니다. 항생제니 이런 걸 안 먹여도 내가 만든 사료만 주면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 저는 병아리 때부터 그런 건 전혀 먹이지 않습니다. 병이 없도록 만들면 되는데 요즘 닭을 키우는 방식은 병을 불러오는 방식입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키우면 되지요. 옛날 시골에서 기르는 방식으로 하는데 먹이만큼은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저는 지금은 가축을 돌보는 데 하루 1시간 들고, 일주일 먹을 사료를 만드는 데 6시간 정도 결립니다. 가축을 키우면 어디 외출을 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사슴이야 날마다 먹이를 줘야 해도 닭은 물만 깨끗하면 2박 3일은 어디 다녀와도 죽지 않습니다. 닭은 사료를 완전히 소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계분이 발효가 되면 다시 사료가 됩니다. 외출하는 기간이 길거나 닭이 아니라면 이웃이 있으면 이웃에게 부탁을 하거나 놉을 사서라도 먹이를 줘야 합니다.


가축을 키우는 것 말고 농사는 얼마나 지으시나요?

하우스 600평에서 여자들에게 좋다는 보혈채, 허브 종류, 사포나리아라는 알로에, 작두콩, 집에서 먹고 여기저기 나눠줄 고추․배추․무, 고갱이 좀 먹어볼까 해서 뿌리배추를 기릅니다. 노지는 1500평인데 올해 오가피하고 음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500평은 하우스 시설을 설치할 생각인데, 하우스에는 산나물을 심고 노지에는 고사리를 심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축사가 400평이니 총 2500평입니다. 점점 농사를 못 짓는 노인들이 묵히는 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농사 규모를 더 늘리라고 하지만 힘에 부쳐서 더 크게는 하기 힘듭니다.


유축 농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부터 유기재배를 하기 위해서 유축농업을 택했습니다. 처음에는 노지 1500평 전체가 포도밭이었지요. 지금은 포도를 안 하지만 그 농사를 지으면서 유기재배를 하려고 퇴비 공장을 찾아다녔어요. 그렇게 다녔어도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는데 이 근처 상주 화동에 한곳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유기재배 때문에 사는 것이니 꼭 좋은 퇴비를 갖다 달라고 신신당부하고 일 때문에 오래 나갔다 왔는데, 그 틈에 퇴비를 갖다 넣었어요. 이웃 아저씨께는 퇴비가 들어오면 로타리를 부탁해서 돌아와 보니 싹 로타리까지 쳐져 있는데, 그 안에 커피박이니 하수슬러지니 가죽박이 들어 있는 거예요. 유기재배하던 땅에 이런 것들이 들어가면 바이러스가 심해져서 더 이상 유기재배를 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4년 내리 숯가루만 넣었지요. 그 다음부터는 퇴비에 엄청 조심하고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기농협회나 흙살림에서 나오는 퇴비를 썼는데, 이건 화학비료 주듯이 줘야 하니 비용 부담이 너무 커서 퇴비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겁니다.

그런데 회원 중에 양계를 하는 사람을 보니 이 사람은 퇴비가 많은 거예요. 그래서 그때 토종닭 300마리를 사다가 키웠습니다. 사실 유기재배를 하려면 유기축산이 전제조건입니다. 그래야 퇴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기축산을 하기 어려운 점이 유기사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 수입을 하기도 하지만 그건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옥수수를 재배해서 먹이려고 했는데 산돼지 먹이로 날려버렸습니다.  그래서 유기축산은 못해도 그것에 가깝게 하려고 최대한 노력해서 쌀겨나 현세미 같은 것도 무농약 이상인 것을 사다가 먹이고 합니다. 이렇게 가축을 길러서 퇴비를 만들어 쓰지 않는 유기재배는 가짜입니다. 닭을 500마리만 키워도 3~4천 평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귀농하는 분들에게는 유축농업을 적극 권장하고 싶습니다. 닭을 기르던지 아니면 소를 두세 마리 키우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40~50평 정도면 닭을 500마리 정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입원도 확보할 수 있고, 유기재배를 위한 양질의 퇴비도 얻을 수 있습니다. 고정 수입이 있어야 귀농해서 정착할 수 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유축농업입니다.


집 곳곳에 여러 가지 농자재들이 많았는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저는 모든 농자재는 최대한 자가 생산해서 쓰려고 합니다. 저는 원래 서울이 고향인데, 사회생활을 하다가 46살에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농사일을 배우려고 안 다닌 곳이 없었지요. 그러다 하루는 포도를 할 때였는데 어디 장기 출타를 했다가 돌아오니 노균병이 걸린 거예요. 그래서 처음으로 농약을 쳐봤는데 냄새만 독하고 잡히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는 분께 전화를 드리니 석회보르도액을 만들어서 치라는 겁니다. 그랬더니 싹 잡히더군요. 그때부터 자재 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엄청나게 쫓아다니면서 배우고 만들었습니다. 뭔가 배우려면 쫓아다니면서 직접 몸으로 익혀야지 책 보고 이래서는 배웠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만들다 보니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천연 인산칼슘이 농작물용이 따로 있습니다. 참깨대에는 인산이 많다고 합니다. 이걸 만드는 방법은 참깨대숯에 물을 부으면 됩니다. 참깨대숯은 확 불에 탈 때 젖은 부직포 같은 것으로 덮어서 만듭니다.

미역에 흑설탕을 넣어서 만든 효소가 있습니다. 저는 어디 놀러 가면 절대 그냥 오는 법이 없고 꼭 뭐라도 하나씩 주워 옵니다. 이 미역도 바닷가에 한 번씩 놀러 가서 대형 쓰레기봉투 2개씩 주워 온 것입니다.

맥반석에 게 껍질과 굴 껍질을 넣어 만든 천연 칼슘이 있고, 또 한방영양제도 만듭니다. 이건 한약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엽면시비나 관주로 씁니다. 당귀, 계피, 감초에 막걸리를 붓고 하루 지난 뒤 흑설탕을 재료 무게만큼 넣어서 1주일을 놔뒀다가, 그때 소주를 넣어서 발효를 멈추게 합니다. 이 한약술에 고추, 마늘, 생강, 무화과 잎․가지를 넣고 물에 1000배로 희석해서 쓰면 충 기피 효과가 있습니다.

시내에 족발집 같은 곳에서 돼지뼈를 얻어다가 흑설탕에 재우면 살점 같은 것은 다 녹아서 떨어지는데, 나중에 뼈를 꺼내서 태워 기름을 없애고 천연 인산칼슘을 만드는 데 씁니다.

보기에는 안 좋지만 병아리나 오리, 사슴 같은 동물이 죽은 시체로 거름을 만듭니다.

꽁치로는 생선아미노산을 만듭니다. 처음에는 횟집에서 생선부산물을 얻어다가 만들었는데, 등 푸른 생선이 아닌 흰 생선이 많아서 충 기피 효과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마트 같은 곳에 이야기해서 상품이 안 되는 아주 작은 꽁치를 20㎏ 6~8천원 정도로 사다가 씁니다. 이 생선아미노산은 질소 공급 효과도 있고 충 기피 효과가 좋습니다. 한 번은 감자에 벌레가 무시무시하게 덤빈 적이 있는데 생선아미노산 500배에 한방영양제, 은행 엑기스 200배, 현미식초 200배, 천혜 녹즙 200배를 섞어서 쳤더니 벌레들이 싹 사라졌습니다. 아마 생선아미노산하고 은행 엑기스가 가장 큰 효과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데, 이걸로 엽면시비를 하면 포도농사의 응애도 한 방이면 해결됩니다.

그리고 은행 열매를 통째로 흑설탕과 1:1롤 넣고 한 달 뒤에 꺼내서 거르고 깨끗이 싹 씻으면 알맹이만 남습니다. 이 액은 충 기피 효과만이 아니라 살균 효과도 있습니다. 또 걸러낸 알맹이는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 산야초에 계분과 규산질을 섞어서 액비를 만듭니다. 몇 개월 발효를 했다가 다시 깻묵을 넣고 또 발효를 시킵니다. 제가 직접 발효통을 만들어서 혐기성발효를 했다가 호기성발효를 하고, 다시 또 혐기성발효를 모두 6번 반복하게 합니다. 토착미생물은 집 주변에 있는 대나무밭에서 고드밥을 넣어서 채취합니다. 아니면 대나무밭에서 댓잎에 붙은 토착미생물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놔뒀다가, 골판지를 깔고 천연 녹즙을 섞어서 하루 종일 분무를 해줍니다. 그러면 먹을 것도 있고 조건도 맞아서 깨어납니다. 그때 밥을 넣어주면 거기로 미생물이 몰립니다. 그걸 일주일 동안 하우스에 놔두면 별의별 곰팡이가 다 있습니다. 그걸 가져다가 흑설탕에 넣으면 됩니다. 그렇게 완성된 액비에서는 역한 냄새가 거의 없습니다.


퇴비는 어떻게 쓰나요?

발효시킨 먹이를 먹여서 축사에 그대로 놔둬도 냄새도 안 나고 전혀 문제가 없어서 퇴비가 필요할 때만 축사를 치웁니다. 보통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치웁니다. 사슴 똥은 퍼서 나르는데, 닭똥은 바닥의 흙 채로 퍼서 씁니다. 똥이 다 발효되어서 흙하고 똑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쓰면 사슴 똥은 농사짓는 데 다 쓰고 계분은 남습니다. 그렇게 남는 계분은 액비를 만들거나 하우스 굴치할 때 씁니다. 하우스 굴치는 구덩이를 파고 맨 밑에 계분을 깔고 그 위에 등겨와 왕겨를 넣고 흙을 넣고 가장 위에 사슴 똥을 뿌리고 한 번 갈아줍니다. 그러면 3~4년 지나면 완전히 발효됩니다. 보통 300평에 초식동물 똥은 1~2톤을 쓴다고 하는데 유기재배를 계속하면 800㎏만 넣어도 됩니다. 그런데 퇴비를 만들 때 돈분이나 계분보다는 소나 사슴 같은 초식동물의 똥이 더 좋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뭐든지 책을 보고 배워서 농사지으려는 사람은 농사를 못 짓습니다. 자기가 실제로 해보고 모르면 직접 찾아가서 배우던가 해야지 책을 보고 배우려고 하면 안 됩니다. 과정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은 농사를 못 짓습니다. 유기재배, 환경농업을 하려면 만드는 과정을 즐겨야 합니다. 또 잡초를 원수로 보면 농사를 못 짓습니다. 저 풀이 다 농자재고, 약초고, 사료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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