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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고추를 어떻게 키웠나요?

다 직파를 했지. 그냥 밭에다 씨를 뿌렸어. 그럼 한 달 가야 나와. 솎아주고 세 번 네 번 내야 고추 따먹어. 그 다음에는 온상을 해서 그냥 퇴비하고 흙하고 섞어서 깔고 심다가. 그렇게 하다가 포트가 나와서 거기에 심은 거야.

그땐 지주는 뭘, 그냥 북이나 주고 말았지. 키도 안 크고, 집에서 먹을 거나 하니까.


고추씨는 언제쯤 넣었나요?

옛날에는 3월 초에, 일찍 하면은 추우니까. 그러구 대개 5월 말일쯤 나가. 지금은 뭐 4월 20일서부터 나가지. 그전에는 7, 80일 정도 걸린 거지.


다른 작물들은 어떻게 했나요?

벼는 물못자리로 했고.

그 전에 목화 할 때 보면, 목화씨가 털이 숭숭해서 잘 안 떨어진다고. 그래 똥재를 만들어가지고 요렇게 묻혀서 심었지.

고추하고 배추 무. 배추 무는 그때만 해도 모종 할 줄 모르고 씨를 갖다 심었지.


똥재를 묻힌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옛날에 거름을 준다는 걸 보면은, 재를 매일 치잖아. 그걸 가만히 내버려뒀다가 인분하고 섞어. 그걸 퇴비로 많이 줬어. 재에다 그냥 똥을 퍼다 붓고 말리면 그게 그렇게 좋을 수 없어. 가루니까 무게도 가볍고.

똥도 퍼다 쫙 뿌리는 거야. 그러면 무 같은 것도 잘 돼요. 생똥은 독헌데, 똥통에서 45일만 지나면 그 이상 좋은 게 없어.

그거 말고는 산에서 갈잎을 모아다가 물을 흠뻑 주고, 막 지지 밟고 그래. 그때는 그것도 없었어. 그것도 나무가 많이 있는 데나 있지 아무데나 없잖아. 솔잎은 독해서 쓰지 않았어. 그건 썩지를 않아. 볏짚이 많은 집에서는 그걸 좀 넣는데, 볏짚도 뭘 많기나 해. 이엉 엮고 소죽 쑤고 하면 볏짚도 없어서 낙엽 갖다 했지. 갈잎에는 똥물 섞으면 안 돼. 너무 독하니까. 저거, 고구마는 돼. 그건 갈잎에 똥물 섞고 쌀겨 이런 걸 막 넣어.


옛날에 못자리는 어떤 식으로 했나요?

논 삶아 가지고 물 대놓고, 볍씨 건져서 하룻밤 재워서 물에다 뿌리는 거야. 그냥 물이 보온이야. 물로 하는 거야.


볍씨를 언제쯤 넣나요?

곡우 때 담그니까 곡우 지나서지. 하지 정도에 모내기를 했어.

그러니까 논에다 갈잎을 많이 넣고, 두 번씩 세 번씩 갈아가지고 논 삶는 거야. 옛말에 한 번 갈면 거름 한 번 주는 식이라고 했어. 모 심을려고 물을 대면 비비 소리가 났다고. 물이 들어가느라고. 여러 번 간 사람은 벼가 더 잘되고, 한 번 갈고 심으면 벼가 안 돼. 그렇잖아 이치가. 땅이 물렁해야 뿌리가 잘 들어가지.

그때는 물관리를 얼마나 했는데 지금 사람들은 물관리를 안 해. 그때 뭐 장화나 있어 그냥 맨발로 가래질 하느라고 발이 새빨갛게 됐어, 추우니까.


그때가 언제쯤인데요?

3월 10일 전후. 이제 가래질 안 한지 꽤 됐어.


못자리 할 때 볍씨를 뿌리면 물은 어느 정도나 받나요?

처음에는 깊게 대. 한 10에서 15센치. 그러니까 물결이 찰랑찰랑 하지. 모가 커갈수록 물은 줄어들게 하는 거지.


그렇게 물이 깊은데 발아가 돼나요?

다 돼. 하여간 물로 온도를 잡기 때문에 깊게 해. 낮에는 물을 좀 낮췄다가 밤에는 깊게 하고 그랬어.

물못자리 말고 보온전추 못자리라고 있어. 하우스 터널식으로 해서 볍씨를 뿌려놓고 흙을 덮고 겉도랑만 파놓는 거야. 여기서 지온이 올라가면 도랑에 있는 물을 빨아들여.


모내기 할 때는 못줄을 띄우고 했나요?

우리 마을은 판때기라고. 두어 사람이 못줄을 가지고선 요 안에 네 포기씩 들어가게 판을 만들어놔. 열 명이 일하면 열 판을 만들어 놓고선, 한사람씩 싹 나가는 거야. 안 해본 사람은 더 늦어도 해본 사람은 빨러. 그 못줄 놓고 맞춰서 나가려면 얼마나 더뎌. 잘 심는 사람은 손이 물을 가른다고 그랬어.

보통 그때는 저기 심는 게 모와 모 사이가 일곱치(21cm) 정도 했어. 시방보다 드물지. 지금은 네 치 다섯 치 해요.


밀이나 보리는 어떻게 직파했나요?

보리는 가을에 소로 골을 파서 쭉 심는 거지. 논에는 덩어리가 있으니까, 그 도구가 곰배라고 하는데 그걸로 덩어리를 깨는 거야. 밭은 부드러우니까 고무래로 하고.

첫서리 올 때 보리싹이 올라와야 돼. 가을에 일단 자리를 잡고 눈이 폭 쌓이면 그게 이불이여. 봄에 가서는 보리가 뜨잖아, 그럼 막 보리를 밟는 거여. 우리가 어릴 땐 그거 했거든.


배추는 결구되는 배추가 있었나요?

옛날에는 왜 밭 같은 거 다 있고 그랬는데 그런 것도 그렇고 양념류도 먹을 줄을 모르고 그랬나 몰라. 포기 짠지라고 그러잖아, 고갱이 찬 거. 귀한 손님만 오면 그게 나오는데, 참 그게 어떻게 먹고 싶은지. 조선 배추는 고갱이가 안 앉아, 그나마 나은 걸로 하는 거지. 벌어지기만 하지. 무수도 그런데 뭘.


배추는 채종을 어떻게 했어요?

노지에 놔두면 지가 알아서 잘 커. 봄에 그걸 따 먹는 게 봄동 배추고. 계속 놔두면 4월에 꽃이 피고 5월 달에 여물고, 6월 달에 터지기 전에 따서 매달아 놓고 그 씨를 받는 거야.

무 씨도 다 그렇게 받았어. 무는 봄에 파종하면 올라온 거 가지고 씨받는 거야. 그걸 장아리라고 해. 장다리만 크게 올라온다 이거야. 집마다 울타리 앞에 무수 세 개만 묻어두고. 4월 달에 싹 틀 때 캐다가 묻어 그럼 자연히 꽃이 펴. 그럼 벌나비가 날아들어 수정이 되어. 그러면 씨가 터지기 전에 두루룩 잘라서 매달아놓으면 안 벌어지거든, 그걸 그냥 쓰는겨.


그렇게 늦게 해요?

옛날에는 다 그려. 지금은 이런 땐 아직도 농한기여. 나무나 하러 다니고. 옛날에는 일이 다 늦었어. 그게 정상이었어. 지금 이건 하우스 때문에 그렇지. 지금은 조기 재배를 하니까 그 기간만큼 수확기도 빨라졌어.


마늘 채종은?

그늘에 매달아 놨다가 가을에 심는 거지. 쫑 올라오는 걸 받아서 심는 것도 있는데, 그건 심으면 통마늘이 돼.


이 지역에서는 환금작물로 무엇을 했나요?

담배 했지. 옛날에는 담배에 벌레도 별로 없었지. 진딧물도 그래 없었어. 요즘에 와서 그렇게 많은 거지. 벌레는 담배나방이 있는데, 아이고 우리 어릴 때 그냥 손으로 잡았어.

옛날에는 곁순 나오는 것도 다 사람이 땄다고. 그런데 지금 담배는 약을 한 번 딱 치면 여기 순이 안 나와. 그리고 진딧물 약도 치지. 그래서 내가 지금 담배는 나쁘다고 생각해. 화학원료도 많이 들어가고.


담배도 육묘를 하나요?

왜 육묘하지. 가랑잎을 갖다 묻고 물 넣고 싹 지지 밟아. 그 위에 흙 덮고 고운 퇴비 좀 뿌리고 담배씨 좀 촉 틔워서 뿌려. 옛날에는 그 위에, 그게 뭐지, 망사! 그걸 덮었다고.


그게 보온이 돼나요?

그러니까 이게 짚을 덮는데, 뺑 둘러서 바람을 막으라고 울타리를 치는 거야. 수수깡이던지 뭐든 높이 해서 쫙 막아. 그래 겨울에 어른들은 짚꺼치를 짜는 거야 이엉 엮듯이.

이게 한 사오 미터 돼지. 이렇게 하는 거야. 그러니까 방풍림을 세워서 그 밑에다 판을 짜요. 판을 쭉 짠다고 이 안에다. 그럼 이 판 안에다 가랑잎을 넣고 물을 넣고 밟어. 그 다음 흙을 덮고. 씨뿌리고 덮고. 여기를 짚꺼치로 덮는다고. 그래서 밤에는 덮고 낮에는 열고. 밭에 나갈 때까지 계속.


옛날에도 온실 같은 것이 있었나 봐요?

예전에는 양열 온상이라고 해서, 땅을 팔 때 이렇게 판단 말이야. 남쪽은 깊게 파는겨. 왠 줄 알아? 북쪽은 햇볕이 잘 들어오니까.

이렇게 파서 여기다가 낙엽을 넣고 물을 넣고 장화로 지지지지 밟으면, 찍찍찍찍 물이 올라올 때까지 밟어. 이렇게 해놓고, 다시 상토를 지금처럼 장에서 사다 쓰는 게 아니라, 집에서 만든 소똥 섞고 해서 그 이듬해부터 곱게 만들어서 80센치 딱 이렇게 넣는겨. 이렇게 해서 고구마는 호비호비 파고서 등이 보일락말락하게 넣는겨. 이러다가 싹이 올라오면 잘라다가 밭에다 심는겨.

비닐이 없으니까 어떻게 하느냐, 문창호지를 기름을 먹여가지고 문살마냥 짜서. 기름먹인 창호지는 비가 와도 또로록 흘러. 북쪽은 높게 남쪽은 낮게 하고, 대신 남쪽을 깊게 파서 기름 먹인 문창호지로 보온을 하고, 밤에는 또 꺼치 이엉을 덮는겨. 낮에는 열어놓고 밤에는 덮고. 이렇게 했지.

고추는 여기다 파종을 한 게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여. 그래서 고추 모종을 해서 밭에 내면 5월 10일 이후여. 그 전에는 서리가 와서 얼어 죽으니께. 이게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가 하던 농업이여.


그 크기가 얼만했나요?

내가 기억이 나는 게 남쪽은 1미터 정도 팠을 거고, 북쪽은 50센치 정도 팠을 거여. 조상들이 얼마나 머리가 좋으냐면, 남쪽에는 낙엽이 들어가서 열이 올라오니까, 남쪽은 낮게 하고, 북쪽은 햇빛 들어오는 것 때문에 높게 하는겨.

그런데 여기 들어간 놈이나, 저기 들어간 놈이나 어쩌면 그렇게 똑같이 클까. 이게 여기는 지열이 올라오는 대신 낮고, 저기는 지열이 안 올라오는 대신 높고 하니까 똑같이 커서 잘라.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제일로 억울한 게 전통농업이 사라지는 것도 사라지는 것이지만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자연의 순환 법칙까지도 파괴한다는 게 억울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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