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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법

전통농업 - 신림 취재

by 石基 2008.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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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농업위원회 구술취재팀은 두 번째로 지난 8월 23일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에서 신림농협 조합장으로 계신 김규동(61세) 선생님과 직접 농사를 짓고 계신 조진태(71세), 민경시(66세)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김규동 선생님은 93년경부터 토종종자 보존과 보급에 뜻을 두고 현재 우리잡곡 살리기 운동본부 대표를 겸하고 계십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토종잡곡을 무료로 보급하고 수매한 결과 지금은 토종잡곡을 50억 규모로 유통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진태 선생님은 구암리에서 4000평의 땅에서 산나물과 조, 수수 등을 농사짓고 계시며, 민경시 선생님은 신림리에서 조, 피마자 등과 21마지기의 논을 경작하고 계십니다.




1. 김규동 선생님


- 이번 10월에 토종잡곡 축제를 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행사인가요?

올 해로 4회째를 맞는 행사인데, 10월 5일에는 원주 상지대에서 토종종자 연구세미나를 열고, 6일은 신림 전시포에서 잡곡 축제를 엽니다. 우리 조상들이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 사용한 추수 방법도 그대로 재현하고, 각종 곡식 까부르기 대회, 전시포에 심어놓은 200종의 잡곡 중에서 제일 큰 이삭을 찾아오는 대회, 목화에 숨겨놓은 보물찾기와 잡곡 이름 맞추기 대회 같은 참여행사를 진행 합니다. 또 토종잡곡으로 40여 가지의 떡을 해서 시식회도 갖고, 잡곡으로 하는 각종 요리도 함께 맛볼 수 있습니다.


- 어떻게 토종잡곡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94년에 우루과이라운드가 결정됐는데, 그 대안으로 93년에 여의도에서 직거래 장터가 있었죠. 거기에 우리도 잡곡을 가지고 갔는데, 그때 ‘어른조’ 라는 토종잡곡이 있었습니다. 보통 조가 노란데 그건 참깨 색깔이 나요. 그런데 농진청 직원과 농협중앙회 직원이 그걸 수입이라고 해서 쫓겨났어요. 내려오면서 이러다가는 우리 스스로 우리 것을 퇴출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지켜야겠다고 결심했죠. 그 길로 내려와서 ‘어른조’ 종자를 가져온 삼척에 가서 토종임을 확인하고 그걸 들고 농진청에 찾아갔지요. 그 결과 어른조라고 판명이 났어요. 기록에 찾아보니 이 조는 태백산 동쪽에서 많이 먹었데요. 삼척에서 가져왔으니 기록과도 맞지요. 이 조가 왜 ‘어른조’냐면 이삭 끝에 긴 수염이 있어서 어른 같이 수염이 나있다고 ‘어른조’ 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토종잡곡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한 겁니다. 제주도도 몇 번을 다녀왔어요. 토종잡곡을 구한 방법은 곡식상에는 없고, 옛날 재래시장 할머니들에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주 주말마다 장터로 돌아다녔죠. 장터도 11시부터 4시 사이에 가야지 그 시간대에 못 들르면 소용이 없어요. 그렇게 찾은 거죠. 또 가을에 다니다가 밭에 이상한 수수가 있으면 이름을 물어보고 돈 주고 잘라오기도 했어요.


옛날부터 종자에 대한 이야기가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종자를 등을 넘기지 말라고 했어요. 산을 넘기지 말고, 나만 심어 먹어야 된다는 게 있었고. 두 번째는 굶어죽은 사람 베개를 뜯어보면 종자가 들어있다는 거예요. 굶어죽어도 종자는 안 먹어답니다. 이렇게 조상들이 귀중하게 전해준 것이 종자입니다.


- 다른 지역의 토종종자도 여기서 재배가 됩니까?

토종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에 수십에서 수백 년 동안 적응이 된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강원도만 되고 제주도에서 안 되면 토종이 아니죠. 토종은 우리나라 남북한을 통틀어서 어디든지 다 됩니다. 특히 잡곡은 안 되는 곳이 없어요. 단, 보리가 전라도에서는 이모작이 되니까 거기서 주로 심는 것이지 강원도에도 되잖아요. 안 된다가 아니라 잘 된다는 차이죠.


- 이 지역은 어떤 잡곡이 특히 잘 되나요?

여기서 잘 되는 게 조, 수수가 잘 되요. 수수가 원래 영월지역이 주산지래요.


- 토종종자는 조합원에게 보급하나요?

예, 원하면 무료로 줍니다.


- 토종종자 보급이 지역경제에는 어떻게 보탬이 됐습니까?

조 같은 경우 28종이 있는데, 전시포에서 재배해 보고 수확이 많은 종자를 골라서 농가에 보급하는 거지요. 그걸 농협에서 수매합니다.


- 잡곡과 관련해서 하고자 하시는 일이 있나요?

현재 조가 28 종이 있는데, 예를 들어서 1단보에 열가마를 심어서 한 가마 밖에 안 나오는 게 있어요. 그럼 우리 조상들이 왜 심었겠습니까. 이건 분명 약재로 쓴 것 같은데 이런 걸 연구해서 제2의 홍화씨 같은 걸 찾아내고 싶습니다. ‘잡곡은 약곡이다’ 이라고 하잖아요. 


- 잡곡이 약이 된다는 것을 정리해 놓으신 것이 있나요?

지금은 안한식 박사님 책과 동의보감에 나온 정도 밖에 없습니다. 제가 아는 건 쓰지를 못했어요. 그 보다 제가 정리하고 싶은 건, 먼 훗날 땅에 떨어졌던 잡곡이 어느 날 나오면 우리 후손은 이름도 모르겠죠. 진흥청에도 사진밖에 없으니 모를 수도 있어요. 그래서 토종잡곡을 자라는 과정마다 다 사진으로 남겨놓고 나중에 비교만 해봐도 알 수 있도록 만들어 놓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내가 지금 기(氣)밥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옛날에 극도로 쇠약한 사람에게 원기회복을 시키기 위해서 먹였던 처방에 의한 밥입니다. 찹쌀, 흑미, 차조, 서리태, 밤, 대추, 은행, 잣, 인삼까지 총 아홉 가지가 들어가는데, 그 배합을 처방같이 한 거예요. 지금 대구 1호점, 인천점, 원주, 분당에 하나 있는데 총 100개까지 만들려고 합니다. 체인점처럼 돈 벌려는 게 아니라 우린 간판만 만들어주고 우리 잡곡을 많은 국민이 먹게 하려는 거지요. 우리잡곡 살리기 운동본부를 내년에 사단 법인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 조진태 선생님


- 농사를 지으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20년 됐는데, 10년은 장사도 같이 하다가 아주 농사로 벗고 들어선 지는 10년 됐어요.


-취나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취나물은 어디 회장(장례식)을 갔었는데, 봄인데 취나물이 아주 번드름 하더라고. 그래서 캐다가 밭에다 몇 포 심었죠. 그런데 가을에 가서 씨가 하얗게 앉았단 말이야. 그래 지도소 애들이 여기 자주 놀러왔는데, ‘형님 씨를 받아가지고 취나물을 한 번 갈아보자’ 고 해서 그걸 받아가지고 했는데 이듬해에 아주 잘 됐어요. 그러니까 지도소 사람들이 그 씨를 다 받고, 다른데서 알선해 와서 동네에 11집을 가르쳐줬어요.


-취농사는 몇 평을 하시나요?

나는 한 천 평 가지고 있어요.


-취 종류는 무엇이 있나요?

취가 글쎄 곰취, 곤드레, 나물취가 있어요.


- 어떻게 재배하나요?

나물취는 한 번 파종해놓으면 늘 그냥 있어. 죽는 것만 더러 보충하면 돼. 올 해 심구면 내년부터 베는데 딱 두 번 벨 수 있어. 하우스는 4월 10일부터 6월 말까지, 노지는 5월 10일경에 가야해요. 7월 초면 더 할 수가 없어. 비가 와서 말릴 수도 없고, 날이 뜨거우면 꽃대도 올라오고 잎사구도 벌개져서 취가 금방 망가져요. 두 번 벤다고 해도 쉽지가 않아. 한꺼번에 올라와서 대가 쇠기 전에 베야해. 그래서 두 달 동안에 아주 바쁘고 기가 맥혀.


곰취는 분양을 해야 돼요. 안 하면 서로 치여서 얼마 안 올라와. 적당하게 계속 분양을 해줘야 해요. 이게 한 자리에서 3년까지는 괜찮아요. 이건 포기로 번식하는데, 한 자 넘게 심어요. 나는 횡성 태기산에 가서 샀는데 다른 데 있는 건 맛이 없어요.

이건 파서 보면 저절로 분양이 돼있어. 적당하게 똑똑 끊어서 따야지 그냥 나누면 뿌리가 떨어져서 1년은 가야 자리를 잡아. 이건 꽃이 노랗게 피는데 씨가 잘 안 돼.

곰취 수확은 하나씩 따야해요. 곰취는 절대 습기 많은데도 안 되고, 양지쪽도 안 돼요. 하루죙일 해보는 데는 안 돼. 하우스에서 하는 사람은 차광막을 쳐요. 또 곰취가 흰가루병만 들면 다 없어져요.

심어놓고는 봄에 퇴비를 많이 넣거나 짚을 잘게 썰어서 봄 오기 전에 쭉 바르게 펴놔. 그냥 심어놓으면 비오면 뒤에 흙이 붙어서 안 돼.


곤드레는 꺾으면 나오는 젖 같은 진이 좋다고 하지. 곤드레는 일찍 되고 늦게까지 가서 요새도 더러 뜯어. 옛날에 흉년 7월 달에 먹는 게 곤드레․뚝가레 잖아요. 뚝가레 라고 산나물이 있어요. 곤드레가 그 종류야. 곤드레는 아무데서나 되는데, 진딧물에 약해요. 수확은 곤드레 보다 더 나은 게 없어.


퇴비는 왕겨하고 계분을 섞어 쓰는데, 생계분만 쓰면 다 썩어. 그걸 갖다 바닥이 안 보이도록 깔아야해. 줄 때는 그냥 그 위에 막 뿌리는데 해동하기 전에 줘야해. 그리고 깎고서는 비올 제 주는 게 좋아요. 바로 주면요 깎은 데서 물이 올라오는데 거기에 비료가 떨어지면 썩어버려. 고게 아물러 붙고 몇 일 있다가 비를 맞은 다음에 주는 게 효과다. 그래서 비가 올 제 주는 게 효과고, 비가 올 제 줄라고 하다가 비가 안 오면 또 말라죽고 하니까 아주 농사라는 게 자꾸 경험이 있어야해.


나는 잘 한다는 데는 어떻게 하나 다 다녀봤어. 하여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자기가 직접 해봐야 알아. 남의 말만 듣고 잘 될걸 바라지 말어.


- 곤드레, 나물취, 곰취는 어떻게 다릅니까?

곰취가 제일 비싸고 그 다음은 곤드레가 비싸. 곰취는 나물로도 좋고 향이 좋으니까 쌈으로 아주 좋아요. 곤드레도 나물로도 좋고 쌈으로도 괜찮아요. 다른 거 없을 때는 그걸로 먹고 해요. 그래서 제일 하발치가 나물취여.


- 잡곡은 어떤 걸 하시나요?

여기 심어 놓은게 단목수수라고 하는데 찰수수야. 그런데 수수는 배게 심으면 무름병이 걸려서 안 돼. 심을 때는 항상 드물게 심어야 해. 또 하나에 2~3개만 심어야지 그 이상 심으면 안 돼요. 그래서 농사는 욕심 많은 사람들이 실패해. 옛말에 드문 곡석은 광으로 하나 나고, 보인 곡석은 가마니 하나밖에 안 된다고 해요. 그리고 수수가 나올 적에 끝이 빨개면 그 밭은 수수가 안 되는 곳이야. 그러니까 그 지방 곳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거여.


이 콩은 황금콩인데 옛날 지도소에서 만든 품종을 얻어서 계속해서 심고 있어요. 일반 메주콩하고 같은 거야. 이것도 두 자 이상은 벌려야지 배게 심으면 안 돼. 순은 두 번 질러줘요. 하나하나 손으로는 못하고 예초기로 사정없이 고르게만 질러줘. 뭐든지 곡석은 고르게 자라야지 들쭉날쭉하면 잘 안 돼요. 그리고 노린재라고 하는 벌레를 조심해야 돼. 저 콩은 서리태여. 이거랑 다르게 생겼지. 이거 봐요, 아주 많이 달렸잖아. 이게 드물게 심어서 그래요. 뭐든지 배게 심으면 잘 안 여물어.


또 황차조를 하는데, 줄뿌림 하고나서 너무 배게 나면 솎아줘야 돼. 조가 처음 날 때는 볼품없어서 옛말에 조밭 맬 때는 울며 매야 된다고 해. 올 해 농사는 망했구나 하면서 맨다고 해서 그래요. 그러고 나면 아주 잘 자라. 그리고 비닐을 쓰면 풀이 안 나서 좋긴 한데 크면서 발뿌리가 못 내려서 제대로 못 자라. 풀은 풀씨가 떨어지기 전에 싹 매주면 괜찮아. 그래 뭐든지 풀씨가 맺기 전에 매줘야 해. 이것도 보이게 심으면 바람 불면 쓰러지는데 드물게 심으면 잘 쓰러지지도 않고 잘 되지.


- 혹시 농약을 안 치고 농사짓는 법은 터득하신 게 있나요?

약 안치고 하는 게. 수확을 조금 나게 하려면 약 칠 필요가 없어. 되는대로 먹으면 아무 거고 약 칠 필요가 없어.




3. 민경시 선생님


-조가 많은데 이건 이름이 뭔가요?

이건 황차조 입니다. 청차조를 심다가 모자라서 심었습니다. 차조 종류가 열댓 가지가 돼요.


- 청차조와 황차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차이점은 청차조가 키가 좀 더 크고, 곡식 색깔이 달라요. 이것도 토종인데, 우리나라 곡식이 수 백 년 전에는 외국서 왔는지 몰라도 현재는 거의가 우리 종자입니다.

조의 종류가 우리나라는 확실하게 모르는데 한 이십 가지 되는데, 문제는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수확이 많이 나고 이게 문제거든요. 곡식은 일찍 되는 게 수확이 적어요. 뭐든 게 올곡식이 수확이 적습니다. 옥수수든 조이든 콩팥이든 모든 곡식이 일찍 되는 올곡식이 수확이 적습니다.


- 조가 바람에 잘 쓰러지나요?

쓰러지는게 뭐냐면 조를 심는 걸 보니까 비닐을 씌우고 심으면 이게 매는 품이 없어요. 씨는 솎아주면 그만이거든. 그런데 뿌리를 박는 것이 비닐을 씌워주는 것과 안 씌워주는 것이 차이가 있어요. 이건 노지로 심어서 묻어놨는데 쓰러질 염려가 없어요. 비닐을 씌워준 게 잘 쓰러지더라고. 비닐을 씌워주면 이삭도 굵어지고 엄청나게 잘 돼요. 잘 되는데 대신 쓰러지는 문제로 줄을 치고 하더라고 그게 있어요.


- 풀은 어떻게 매나요?

그 까짓 거 매긴 뭘. 비닐을 씌우는건 왜 씌우냐면 매는 품을 덜기 위해서 씌우는 거여. 씨는 솎아주면 그만이여. 풀단도리 한 데는 큰 품 안 들어요. 풀씨를 한 번 받으면 사오년은 가요. 그러니까 풀씨를 받지 말아야해. 논이고 밭이고. 그러니까 쉽지 뭐. 풀씨만 없으면 씨만 솎아주고 거름 갖다 주면 끝이지.


- 특별히 잡곡 농사를 짓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잡곡은 큰 약을 치는 게 없어. 그런데 한 가지 가장 큰 단점은 저 군데가 졌어요. 이거를 방지를 해야 되는데 이게 큰 문제입니다. 군데진다는 게 뭐냐면 이삭이 안 열리는 게 있잖아요. 이게 가장 큰 문제예요. 이게 엄청나게 많잖아요. 요것이 무엇이 문제냐면 봄에 나비가 해충을 실어가지고 충이 들어 죽는다는 거요. 이게 전문적으로 약이 없어요. 종묘상에 가서 물은 결과는 아이 맬 때  후레단을 뿌리라는 거예요. 그게 한 봉이 1단보에 뿌리게 되어 있는데 백 평에 한 봉을 뿌리라는 거예요. 그래보니까 어떤 사람이 해봤는데 낫더라 이거야. 이거 봐요 엄청나잖아 이게 헛일이에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는데 충이 문제라는 겁니다. 이걸 조사를 해서 원인이 뭔가를 알려주세요.


- 그것 외에 조를 재배하는 장점이 뭔가요?

장점이요. 이게 값이 문제가 있거든. 우리나라에 농산물이 옛날에 심다가 안 심는 게 많아요. 심어보니까 강냉이 심는 것보다 낫다는 거예요. 뭐를 농사꾼이 기준으로 하냐면 땅 한 평에 나오는 수확이 얼마인데 들어간 비용이 얼마다. 이게 계산이 된단 말이에요. 품은 관두고. 옛날에 중국에 신농씨가 다 따져보니까 장값이 모자르더래. 그래도 농사꾼은 농사를 해야 한다고. 이게 저 천하지대본이 뭐냐면 직장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은 열두 달을 쫓아다녀야 하잖아. 우리는 더울 때 땀이 나지만 해놓고 겨울은 놀잖아요. 그게 천하지대본이다 하는 거지.


- 저기 심어 놓은 피마자는 어디에 쓰나요?

피마자는 잎을 씁니다. 한 달에 네 번을 따야 돼. 8일 내지 10일 마다 한 달이면 세 번 내지 네 번 따야 돼요. 저게 쇠지면 못 써. 나물 종류는 모든 나물 종류가 쇠지면 못 써요. 그래서 그걸 맞춰서 한 달에 네 번 정도는 따야 돼요.


-다른 잡곡은 안 하시나요?

다른 건 없습니다. 여기는 해발이 400이 채 못 됩니다. 요 근방에서는 둔내가 해발이 한 700 정도라서 야채재배지로서는 아주 적합한데래요. 여기는 고랭지도 못 하고 해서 주로 심는 것이 옥수수 같은 겁니다. 여기는 채소가 토질 관계라든가 이런 게 맞지를 않아요.


-농사는 조상대대로 지으신건가요?

대대로 지었습니다.


-농사는 누구한테 배우셨나요?

열다섯 살 때부터 아버님께 배웠어요.


-전통농법 중 전수하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모든 게 시대 따라 달라졌고 옛날 전통농법이란 게 전수할 건 없습니다. 옛날식으로는 지금 농사를 못 지어요. 인원이 없어. 젊은 사람은 다 빠져나가버리고 농사를 짓는 젊은 사람이 없어요. 우리도 60․70대가 가장 젊다고요. 그리고 내가 삼남 이녀지만 우리 애들은 콩 한포기 심을 줄 몰라요. 이게 문제요. 내가 죽으면 농사도 그만이래요. 옥수수가 저들이 먹을 줄 알지 어떻게 심어서 어떻게 나는지 몰라요. 비료를 어떻게 주며, 거리를 얼마나 하며, 밭을 어떻게 다루며, 이걸 몰라요. 이게 큰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 후에 농사일꾼이 없다. 기계화가 된다고 해도 대도시에 대농장에서 기계화지 산촌에 이런데 다락논․다락밭에서 무슨 기계화요. 대전 유성인가에서 전국농기계전시회가 있었어. 한 사년 전에. 뭐 발동기나 걸어가지고, 밭고랑 걸치는 거 이런 거 찾아서 가보니 보통 뭐 5000만원 7000, 8000만원 대형기계밖에 없지, 쓸게 하나도 없어. 내 맘에 맞는 거 하나 사려고 했더니 하나도 없다고.


- 그럼 기계도 안 쓰고 농사를 지으시나요?

경운기도 없어요. 남한테 시키죠. 트렉터는 밭은 평당 100원이야. 그러고 그냥 줄띄워놓고 심고 조는 사람이 메고 심는 게 있어. 콩도 줄 띄워놓고 그냥 심고.


-농사는 어떤 계기로 짓게 되셨나요?

내가 육십이 년도에 군대 갔다 오니 직장에서 돈 벌라고 하더라고. 근데 군생활 삼년 하면서 보니 노인들이 농촌에서 고생하는데 내가 떠나고 보면 그게 불효다. 당시에는 또 한달 봉급이 따져보니 쌀 한 열두 말도 안 돼. 지금은 한 다섯 가마도 넘지. 그때는 그거밖에 안 됐다고. 그래서 내 안 갔어. 그러고 이래저래 짓다보니 평생 농사만 짓게 됐지.


-말씀 고마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한 가지 꼭 얘기하고 싶은 것은 외국농산물이 칠레나 중국이나 각국에서 많이 침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장사를 하고 사들이는데, 외국 게 들어와서 아무리 싸도 우리 땅은 우리가 농사를 지어먹어야 된다. 쌀이 한 가마에 10만원이든 5만원이 가도 이 나라 땅을 묵히고, 싸다고 외국 걸 사다 먹는다는 건 말이 안 돼. 우리나라 농토는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세계가 어떻게 변천해 갈런지는 몰라요. 외국 걸 평생 우리나라 땅 묵혀 놓고 싸다고 딴 걸  사다 먹는 건 도저히 말이 안 된다는 이거야. 우리 땅은 우리가 지키자는 거야.

농민은 농사지어야지 옛날에 이런 얘기가 있어요. 모두가 부귀영화를 누리고 하면 농부 될 사람이 누가 있어. 농사지을 사람도 있어야 된단 말이야. 농사도 앞으로 한 기업이래요. 기업인데 내 땅을 묵힐 수는 없잖어. 쌀 한 가마에 오만원이 가도 남의 쌀은 안 먹어. 우리 땅은 묵히지 말고 우리가 꼭 지켜가면서 살자는 게 내 얘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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