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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 전통농업위원회 구술취재팀은 전남 순천시 주암면에서 토종 갓끈동부를 재배하고 계신 조동영(63) 선생님을 만나 뵙고 갓끈동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조동영 선생님은 98년에 어렵게 토종 갓끈동부 종자를 구한 뒤, 지금까지 갓끈동부의 보급과 재배를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지금은 갓끈동부를 이용한 여러 식품도 함께 개발하고 계십니다.




갓끈동부 종자는 어떻게 구하셨나요?

얘기하자면 사연이 깁니다. 이걸 98년에 찾아서 99년부터 홍보에 들어갔죠. 갓끈동부를 찾게 된 계기는 이래요. 한 50년 전인데, 제가 10살 먹었을 때 선친께서 어디 다녀오시더니 동부 씨앗 두 알을 내놓으시면서 ‘이거이 갓끈동부라는 씨앗인데 꼬투리를 반찬으로 해먹을 수 있는 것이다’ 하셨어요. 그래서 장독대에 심었더니 발아가 돼서 넝쿨져서 올라가길래, 댓가지를 꽂아 놓으니 그걸 타고 올라 축 늘어지면서 익더라고. 그전에 보던 동부는 기껏해야 한 뼘 정도 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거는 4~50cm 늘어지는 것이 어린 눈에 희한했어요. 한참 늘어지고 있을 때 아버지가 반찬으로 먹는다고 하시면서 꼬투리를 뚝뚝 따시더만, 어머니한테 ‘생선이라도 있는가’ 하니, 갈치가 있다고 해서 ‘이걸 잘라서 넣고 볶아보소’ 했어. 그래서 이걸 점심 밥반찬으로 먹게 됐는데, 이것이 참 갈치 맛을 싹 빼가지고 씹히는 촉감이 보들보들하면서 아주 맛있어요. 그 맛이 머릿속에 딱 배겼던 것이요. 그걸 한 이년인가 심다가 말아 버렸어. 그래서 나도 잊어버리고 학교 다녔지. 이게 생긴 모양이 옛날 노인들이 쓴 갓끈을 보면, 구슬이 있고 조그만 막대기가 있고 또 구슬이 있고 그러잖아요. 갓끈동부도 그래요. 쭉 늘어져서 하나 들고 쭉 늘어져서 하나 들고, 그래서 갓끈동부라고 이름 붙인 것 같아요. 그런데 옛 문헌에는 그런 이름이 없어요. 우리 토종 종자 이름은 문헌에 별로 없어요. 중국말로는 강두라고도 그러고, 사전에는 광저기라고 나옵니다.

그것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은 것이죠. 그러다가 중학교 무렵인가 생물을 배우면서 식물의 생식 생장과 영양 생장을 공부하게 됐지요. 그때 생각이 난 게, 갓끈동부를 일찍 따내면 계속 꽃이 필 것이다. 작물은 생식을 하기 위해서 계속 꽃을 피우면서 열매를 맺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갓끈동부를 저는 과채류로 생각을 한 거예요. 그 이치를 알면서 그때부터 갓끈동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여. 이것이 소득 작물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학교를 나와서 딸기를 내리 35년 동안 딸기를 했는데요. 그 기간에도 계속 갓끈동부를 찾으려고 했어요. 딸기가 남이 보기에는 낭만적이고 좋죠. 그런데 쪼그려 앉아서 일하기가 참 힘들어요. 그런데 갓끈 동부는 지주를 만들어 놓으면 잎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서서 작업을 해도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갓끈동부야말로 노령화 된 농촌에서 가벼운 노동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작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찾았는데도 못 찾았어요.

그러다가 이것이 인연이란 것인지 아주 우연히 찾게 됐습니다. 농사짓는 사람이 방랑시인 김삿갓처럼 다닐 수도 없는 것이고, 사람들만 만나면 ‘나는 갓끈동부를 찾아. 그걸 찾아서 홍보만 잘하면 소득 작물로 해서 쉽게 돈 벌 수 있는 것이 될거야’ 하면서 다녔죠. 그런데 작목반의 어떤 사람이 아주 진지하게 듣더라고요. 다음날 조합에 나가니까 그 사람이 와 있어요. 그래서 그 사람을 보자마자 제 입에서 이상하게 ‘자네 갓끈동부를 찾아봤는가’ 했어요. 그랬더니 그 사람 입에서 ‘예, 어르신. 어르신이 말씀하신 갓끈동부 나 봤소. 저 곡성의 산골짜기에 있습디다’ 하는 거야. 그런데 98년에 지리산에 폭우가 왔잖아요. 갓끈동부가 자라고 있는 곳이 도랑 가생이여서 떠내려갔는지도 모른다고 해요. 그래서 한 번 다녀와 달라고 했죠. 얼마 후에 와서 다행히 안 떠내려갔다고 하면서, 주인 할머니가 있길래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 잘 가지고 계시라고 했대요. 그래서 그해 가을에 씨를 구했어요. 그렇게 인연이 됐어요.


그럼 안 박사님 그때 종자 은행에는 갓끈동부가 없었나요?

있었을지 모르는데, 아마 한국에서 수집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나 이런 곳에서 들여온 것이 아닐까 생각이 돼.


그럼 조 선생님 종자는 토종인가요?

그렇죠. 누가 육종한 것도 아닐 것이고, 용도를 모르는데 무슨 육종을 합니까. 용도를 알아서 사람 기호에 맞추기 위해서 육종을 하는 것이잖아요. 곡성에서 할머니가 가꾸는 것은 일종의 관상용으로 가꾸던 것이지. 그런 경우가 많아요. 할머니들이 재미로 해마다 심는 거예요. 그래서 시골에 가면 아저씨들은 종자를 잘 몰라. 아저씨가 아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95%는 아주머니들이 아셔. 그래서 토종 종자를 찾으러 갈 때는 아주머니들을 붙들어야 해. 너무 나이가 많으면 말이 통하지 않아서 안 되고, 한 5~60 되는 분하고 얘기하면 돼요.


갓끈동부는 어떻게 재배하나요?

녹음되지 않음.(부탁드립니다.) 줄로 유인할 때 지가 타고 올라가기는 하는데, 조금은 유인을 해줘야 해요.


수확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재 보지는 않았는데, 많이 나와요. 한 달 정도는 날마다 따 줘야 돼서 수확할 때는 다른 데 못 가죠.


언제부터 수확할 수 있나요?

파종을 5월 상순부터 시작해서 6월 하순까지 된다고 했어요. 여기는 7월 중순까지 심어도 가능해요. 그러니까 심을 때 한여름에 수확하도록 맞춰서 심으면 그때 수확할 수 있죠.


갓끈동부가 특별히 장점이 있나요?

제가 한의사한테 들은 얘기가 있어요. 그분 하는 말씀이 그래, 콩 두(豆)자를 한 번 보시오. 한문은 뜻글인데, 한 일(一)은 하늘, 입 구(口)는 인류의 입이요, 두 점 찍고 한 일(一)은 땅에 사는 인류의 입을 받쳐주는 것이 콩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인류가 콩만 먹고 살아도 뚱뚱해지지 않고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것을 환으로 만들어서 파는데, 먹어 본 사람들이, 선생님 말처럼 아침 공복에 먹으니까 뱃속이 편하고 일을 해도 피로가 안 와서 좋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이 이걸 먹으면 밥을 덜 먹게 됩니다. 그리고 군것질도 자연히 없어집니다.


옛날에는 갓끈동부를 어떻게 먹었나요?

이거는 채소처럼 먹는데, 주로 삶아서 먹었지. 서양 요리에 보면 채두라고 있어요. 그게 강낭콩인데 껍질이 연해. 갓끈동부도 그것처럼 먹는 거예요.


저기 있는 어성초 녹즙은 어디에 쓰시는 건가요?

이걸 어떻게 녹즙으로 만들기 시작했냐면, 갓끈동부를 기를 때 진딧물이 가장 성가십니다. 그런데 제가 근래에 자연농법 강의를 갔는데 강사가 하는 얘기가, 집안에서 화초나 채소를 가꿀 때 진딧물 때문에 힘들지 않냐고 해요. 그러면서 진딧물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비린내라면서 집에서 생선을 먹을 때 생선 씻은 물을 뿌려주면 진딧물 걱정 없다고 하면서, 풀 중에 비린내가 나는 풀이 있다. 그 풀을 즙을 내서 뿌려주면 생선 씻은 물하고 다름없다면서 어성초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구해다가 밭가에다 쭉 심었더니 효과가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이걸 이용하기 시작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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