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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생태계

절기력에 대한 질문을 듣고

by 石基 2008.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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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1기 김석기씨의 안선생님 강의를 보완하는 설명!

조오타!

석기씨는 달력에 조회가 깊습니다.
아, 글고 석기야~

3기분이 이게 궁금하다는데 나도 그렇고.

언제부터 절기가 양력으로 되었는지 절기의 유래에 대해서 좀 알려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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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농사짓던 사람들은 음력을 썼다는데 요즘은 양력만 쓰고 있으니 언제부터 양력을 썼는지 궁금증이 일어나신 거군요.
저도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덕분에 궁긍증이 일어 여기저기 뒤져 보고 알았습니다.

우리가 양력을 쓰기 시작한 것은 저 구한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사 시간에 공부를 열심히 하셨다면 기억이 나실 텐데,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여러 나라에게 견제당하자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사건이 터집니다.
그것을 을미년인 1895년 10월에 일어났다고 하여 을미사변이라고 하지요.
그 을미사변 뒤 김홍집 내각은 곧바로 개혁을 실시합니다.
김홍집이란 분은 참 격변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성난 무리에게 칼을 맞아 죽었으니 말로도 참으로 비참합니다.

아무튼 을미개혁의 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기억하기 좋은 것은 단발령 시행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태양력을 쓰도록 하지요.
그 결과 승정원일기라는 기록을 보면 "건양(고종) 원년 을미(1895) 11월17일 양력 1월1일"이라고 음력 뒤에 양력을 함께 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음력을 쓰다가 공식적으로 양력을 쓴 것은 지금으로부터 112년이 되었네요.

하지만 음력이 하루이틀 쓰던 것도 아니고 천 년의 세월 동안 썼던 것이라, 정부 기관의 기록 말고는 일상생활하는사람들은 그냥 계속해서 음력을 썼습니다.
그렇게 뼛속까지 음력 설에 대한 관습이 남아 있던지라, 일제는 1923년부터 모든 일자 계산은 앙력으로 하도록 강제합니다.
그렇기는 했으나 어쩌겠습니까, 음력 설을 쇠야 한 살 먹는다는 생각이 뼛속까지 박혀 있는 걸.
양력을 쇠야 한다, 안 쇠면 죽인다 뭐라뭐라 협박을 해도 우리는 질기게 음력 설을 쇠었죠.
제 기억에도 어릴 때는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고, 또 분명 양력 1월 1일만 빨간 날이라 명절 분위기가 났습니다.
어른들이야 음력 설을 쇠지만 그건 귓등에도 들어오지 않고 마음속으로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공무원들이나 학교는 물론 공공기관에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두둥!!!
1985년의 일입니다.
뜬금없는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구정을 인정하더니, 89년이 되자 설날이라고 하여 3일을 빨간 날로 만든 것입니다.
그때부터는 설날과 추석이 최고가 되었지요.
3일씩 노느데 이 어찌 좋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수목금요일에 들기라도 하면 토일은 거저 놀고 먹을 수 있으니 더더욱 좋았죠.

하여튼 그런 일이 있었더랬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우리가 음력이라고 할 때 음력은 태음태양력을 가리킵니다.
우리가 쓴 음력은 엄밀히 말하여 태음태양력이지요.
이건 태음력과 판이하게 다른 것입니다.
태음력은 달의 공전주기를 한 달로 삼기에 한 달이 29일이나 30일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1년이면 12달이 모두 30일이라고 하더라도 360일밖에 되지 않지요.
그럼 실제 태양의 공전주기인 365.24.....와 최소 5.24....일 최대 11.24....일이 차이가 납니다.
그 결과 분명히 지금은 6월인데 손발이 얼어터지게 추운 겨울이 되기도 하지요.
이렇게 태음력은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지금도 저 이슬람교에서는 라마단을 계산할 때 순수한 태음력을 쓴답니다.
그래서 그 기간이 어떨 때는 여름이었다가 어떨 때는 겨울이 되기도 한다네요.

우리가 쓰던 것은 태음태양력으로 앞에서 본 것처럼 음력으로 1년을 따질 때 생길 수 있는 달력과 계절의 차이를 윤달을 두어서 조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9년에 7번씩 윤달을 끼워 넣어 약 3년을 주기로 1년이 13개월이 됩니다.
이건 꼭 우리가 발견해서 쓴 고유한 것이라기보다는 인류 공동의 지혜입니다.
기원전 400년대에 살던 고대 그리스의 메톤이라는 사람도 그걸 계산해서 이 주기의 공식 명칭은 메톤주기랍니다.
아무튼 그러한 윤달로 7월이 한여름이 아니라 한겨울이 되는 일을 막습니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24절기라는 주기를 찾아냅니다.
24절기를 통해서는 태양이 펼치는 1년의 주기를 계산하지요.
그래서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동지, 춘분, 추분, 하지라는 대문에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이라는 방문을 달고서 사이사이의 여러 특징적인 현상을 절기의 이름으로 표현했습니다.
이와 같이 계절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태음력을 보완한 것이 우리가 쓰던 태음태양력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소강절이라고 하는 분이 처음 말한 것인데, 요즘 증산도에서 이야기하는 "우주에 가을이 왔다"까지 갑니다.

여기서 말하는 24절기는 태양이 1년 동안 움직이는 것에 따라 생기는 계절의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에 안철환 선생님이 강의하신 것처럼 농사짓는 데 아주 유용한 지표가 됩니다.
지금이야 달력이 흔해서 그런데, 옛날에 절기를 외우거나 달력을 셈할 줄 아는 사람은 엄청난 지식인으로 대접을 받았지요.
이사를 하려는데 언제가 좋을지요? 결혼을 하려는데 언제가 좋을지요? 하는 식으로 요즘도 택일이라는 점을 봅니다.
사주를 따지고 음양오행을 따지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이전에는 언제가 농사일 없이 한가할 때인데 그때 하면 좋겠다는 걸 셈하는 것이 택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럴려면 날짜를 따지고 절기를 알아야 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농사를 짓는다면 굳이 외우지는 않더라도 절기 정도는 따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건 외운다고 될 일도 아니고 농사를 짓다보면 저절로 체득하실 겁니다.
겨울 동안 잠자고 있다가 지난 24일 처음 밭에 갔다가 저절로 겨울잠이 깨버렸습니다.
올해 날씨가 따뜻한 것도 있지만 그 덕에 내복도 일찍 벗어제꼈지요.
그래서 오늘 밭에 가서 몸 좀 놀리다보니 턱 밑까지 봄이 차올랐음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아~ 참 좋은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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