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이상한 겨울 날씨에 당황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배운 우리나라 겨울 날씨의 특징인 삼한사온은 사라지고,
눈이 별로 오지 않던 서해안에는 폭설이 쏟아지지 않나,
겨울 하면 설원이 생각나는 동해안에는 눈은커녕 너무 건조해서 산불이 자주 났습니다.
그 덕분에 신라시대에 창건했다는 낙산사가 홀딱 다 타버렸지요.
지난해까지만해도 이러다가 말겠지 하며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두둥!
올해도 어김없이 이런 현상이 찾아왔습니다.
방금 뉴스에 보니 강원도 지역의 산불 감시 아저씨들은 불이 날까 노심초사 난리가 났더군요.
안 그래도 엊그제 이번에는 그냥 넘어 갈 수 없다, 원인을 궁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무엇 때문일까 아직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기에 치우지 않은 두터운 겨울 이불을 방바닥에 펴고 그 위를 구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습니다.
그렇게 데굴데굴 구르다 살짝 잠이 들었는데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치며 목욕탕에서 뛰쳐 나왔듯이 "아싸!"를 외치며 이불을 박차고 튀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미친듯이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쳐 다녔습니다.
제가 이런 뒤죽박죽 겨울 날씨의 주요 원인으로 생각하는 놈은 바로 '샨샤댐'입니다.
물론 앨니뇨 현상 때문에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 가운데 하나지만,
그것보다 우리나라에 이런 요상한 겨울 날씨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은 샨샤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년인가 뉴스에서 샨샤댐 때문에 황해로 흘러들어오는 물의 양이 줄어 염분 농도가 올라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는 날씨나 기온에 대해서는 듣지 못하고 그저 염분 농도가 높아져서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는 소식 정도만 들었지요.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최대의 댐이라는데 얼마나 많은 물을 가둬 놓았겠습니까.
바닷물이 더 짜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생태계가 변하여 잡히는 물고기가 달라지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영향이 고스란히 육지에까지 미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중국 사람들이야 전기 얻고 홍수 피해를 막으니 좋다고 하지만 길게 보면 쓸데없는 짓, 언젠가는 다시 때려부숴야 할 겁니다.
아무튼 저는 이것을 "주전자 효과"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차를 마시려고 주전자로 물을 끓여 보신 분들은 다들 아실 겁니다.
주전자에 물을 조금 넣느냐 많이 넣느냐에 따라서 끓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물이 적으면 당연히 빨리 끓지요.
그처럼 샨샤댐 때문에 황해로 흘러드는 물의 양이 줄어들었기에 증발량이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증발량이 많아지는 데는 그것만이 아니라 앨니뇨 현상으로 높아진 바닷물 온도도 한몫 할테고, 또 무서운 경제성장과 함께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중국 황해안의 공장들도 한몫 거들지 않을까 합니다.
아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인터넷을 뒤져서 찾은 자료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들어가니 바다의 위성사진 자료가 있더군요.
그냥 보기에도 바닷물 온도가 올라간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2001년 겨울부터 2006년 겨울까지의 사진입니다(12월 말~1월 초 기준).
2001년 겨울
2002년 겨울
2003년 겨울
2004년 겨울
2005년 겨울
2006년 겨울
샨샤댐은 2004년에 완공을 했다고 합니다.
사진을 다시 보시면 아시겠지만 2004년 겨울에 황해의 온도가 그 전해에 비해 급격하게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자연이 가진 자정능력으로 2005년에는 조금 균형을 찾았지만 여전히 샨샤댐이 생기기 전보다 확실히 기온이 높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높아진 바닷물 온도가 이전보다 더 많은 물을 증발시켰을 것이고, 급속도로 진행하는 사막화와 더불어 날아오는 황사 같은 먼지와 만나 많은 비구름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 결과 전라도에 무시무시한 눈폭탄을 때리는 것이지요.
앞으로 한동안 전라도는 이 눈폭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전라도쪽으로 내려가 살려고 하는 분은 이 점을 유의하셔야겠습니다.
그에 비해 동해안을 보면 예전보다 쿠루시오 난류가 조금밖에 올라가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동해 바다의 온도가 낮아졌지요.
이는 샨샤댐에서 엄청난 물을 가둔 결과 황해의 염분 농도가 올라갔고, 그 때문에 삼투압 현상으로 황해에서 쿠루시오 난류를 당겨 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황해안은 '온도 상승+증발량 증가+황사 같은 먼지 대량 유입=폭설'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동해안은 '난류 감소+온도 하강=거꾸로 된 높새바람'이라는 결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높새바람은 동해안의 고온다습한 바람이 높디높은 태백산맥을 힘들어서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넘어가 영서지방에는 고온건조한 바람이 불어 이래저래 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그놈입니다.
이제 그 높새바람이 거꾸로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동해안은 풀과 나무가 바싹바싹 마르고, 누가 성냥불이라도 그으면 확 하고 산불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앞으로 태백산맥을 등산하시는 분들은 조심조심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셔야겠습니다.
이런 현상이 하루이틀에 끝날 것 같지도 않고 앞으로는 교과서의 내용도 다시 쓸 날이 오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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