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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미생물은 식물이 질병에 저항하도록 돕는 일 말고도 성장을 촉진하기도 한다. 오른쪽의 두 화분은 서로 다른 이로운 균류가 들어 있고, 가장 왼쪽의 화분은 아무 균류도 없다. 

 

 

식물은 질병이 발생하면 자가격리를 할 수 없지만,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이로운 토양 미생물이 여러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 A&M AgriLife의 과학자들은 옥수수가 병원균을 방어하는 데 이로운 균류가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밝혔다.

 

그 결과가 The Plant Cell 1월호에 발표되었다.  연구를 주도한 것은 텍사스 A&M 대학 농생명과학의 식물병리학 및 미생물학 박사 Michael Kolomiets 씨이다. 연구비는 미국 농무부 국립 식량농업원(National Institute for Food and Agriculture)에서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식물 면역의 신비한 측면을 밝히고 더 생산적인 곡식 작물의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신중히 작물을 선발, 육종하면 수확량과 내성, 질병 저항성이 높아져 전 세계의 작물이 크게 개량된다. 하지만 Kolomiets 씨는 오늘날 유전자 선발만으로는 작물의 생산성을 크게 개선시키기 힘들다고 한다.  

 

그는 "현재 가장 중요한 다음 전략으로 여겨지는 건 우리가 '갈색 혁명'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토양에 서식하는 이로운 미생물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라고 한다. 

 

 

 

토양 미생물은 '침투성 저항성'을 유발한다

 

토양 미생물은 놀라운 방식으로 식물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식물이 질병과 싸우면 성장이 둔화된다. 하지만 식물의 뿌리에 이로운 균류가 있으면 정상적으로 성장하면서 질병과 맞설 수 있다. 

 

 

페트리에 배양된 토양 균류 트리코데르마.

 

 

이들 토양 미생물은 식물을 질병에서 보호하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 토양 미생물이 존재하면 식물은 광범위한 병원균으로부터 면역력을 높이는 "유도된 침투성 저항성(Induced systemic resistance)"이라 부르는 걸 받는다.

 

Kolomiets 씨는 "병원균에 저항성을 가진 작물을 설계할 때, 우린 보통 각각의 특정한 균주나 병원균 집단에 대한 저항성을 식별해야 합니다."라고 한다. "유도된 침투성 저항성은 다양한 병원균에 효과적이기에 훨씬 좋은 전략이죠."

 

이러한 이유로 식물과 미생물의 상승 효과를 이해하면 작물의 건강과 수확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미생물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가?

 

과학자들은 미생물이 식물에 미치는 영향이 재스몬산이라 부르는 식물 호르몬과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Kolomiets 씨에게 그 그림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호르몬은 방어력을 높이는 반면 성장을 늦춘다. 이 때문에 식물은 식물의 조직에 이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면 성장에 불리해지기에 스트레스를 감지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만 재스몬산을 생산한다.

 

그는 식물이 생존하는 동안 뿌리에 상주하는 이로운 균류가 식물이 늘 재스몬산을 생산하게 하는데, "균류가 어떻게 식물의 성장도 촉진하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았죠."라고 한다. 

 

재스몬산의 화학 구조

 

수액에 관한 모든 것

 

균류가 있든 없든, 옥수수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뿌리에 트리코데르마균이 있는 옥수수에서 수액을 채취했다. 그 다음 연구진은 이 "강력한" 수액을 트리코데르마균과 접촉하지 않은 옥수수에 주입했다. 

 

또한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발견된 두 가지 이상의 옥수수 품종으로 이 실험을 반복했다. 첫번째 품종은 트리코데르마균이 없어도 자연적으로 더 강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반대로 두번째 품종은 면역력이 약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이전에 발견된 두 가지 트리코데르마균의 돌연변이로 실험을 반복했다. 한 돌연변이는 옥수수의 면역력을 향상시키지 못했고, 다른 하나는 야생형 조상보다 더 높은 수준의 면역력을 유도했다.

 

면역력이 강한 식물에서 채취한 수액을 면역력이 정상 또는 약한 식물에 주입한 모든 사례에서 수액은 백신과 유사하게 작용해 면역력이 약한 식물이 질병에 저항성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면역력이 약한 식물의 수액이 향상된 식물에 주입되면 면역력이 약해졌다.

 

 

부분의 합과 다른 물질

 

다음으로, 연구진은 각각의 실험에서 식물 내의 완전한 대사 산물들을 분석했다. 최종 분석에서, 두 가지 화합물이 트리코데르마균의 효과를 해명했다. 12-OPDA라는 한 화합물은 재스몬산과 친숙한 구성요소이다. 그러나 재스몬산과 달리 이 화합물은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듯하다. 

 

12-OPDA의 화학 구조

 

또한, 분석 결과 트리코르데마균은 식물이 12-OPDA를 생산하도록 장려하고 12-OPDA를 활용하며 재스몬산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화학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Kolomiets 씨는 "사람들은 이러한 다단계의 경로를 단일한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간 과정이 마지막 결과만큼 중요하단 사실이 밝혀졌습니다."라고 한다. 그 결과는 더 튼튼한 식물을 육종하려는 식물 육종가들이 이러한 중간 과정이 변경된 옥수수 품종을 구할 수 있단 것을 시사한다.

 

 

 

옥수수와 미생물이 함께 더 잘 작용할 수 있는가? 

 

연구진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현재 이용되는 트리코르데마균보다 훨씬 더 유용한 자연적 변형을 찾는 일이다. Kolomiets 씨는 "자연에는 광범위한 다양성이 있으며, 우린 그 다양성을 이용해야 합니다."라고 한다. 

 

또한 Kolomiets 씨는 연구진이 "이러한 이로운 미생물과 더 잘 상호작용하는 옥수수 품종을 찾을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우리가 그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만 안다면, 미생물에게 더 나은 옥수수를 생산하고 옥수수에게는 더 나은 미생물을 생산할 수 있어서 현장에 더 건강한 옥수수를 내놓게 됩니다."

 

 

https://phys.org/news/2020-04-soil-microbes-resist-diseas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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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발표된 이런 논문도 잘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되겠다.

<식물의 무기 양분에 대한 토양 미생물의 역할 -현행 지식과 앞으로의 방향>  


The Role of Soil Microorganisms in Plant Mineral Nutrition—Current Knowledge and Future Directions.pdf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610682/


요약; 토양의 수많은 다양한 미생물들을 포함하여 식물도 자연 환경 안에서 풍부한 생태계의 일원이다. 균근균과 질소 고정 공생 박테리아 같은 일부 미생물은 무기 양분을 향상시켜 식물의 성과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오랫동안 인정되어 왔다. 그러나 식물과 연관된 모든 미생물과 합성 농자재를 대체할 수 있는 그들의 잠재력은 최근에야 밝혀지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근권의 미생물 구성과 그들의 역학에 대한 지식이 매우 발전했다. 식물이 아마도 뿌리 분비물로 미생물의 구조를 형성하고, 또 박테리아는 근권의 생태적 지위 안에서 번성하기 위한 다양한 적응법을 개발해 왔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작용의 메커니즘과 미생물에게서 변화를 추동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검토에서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하는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기 위해 수렴할 수 있는 여러 연구 분야의 현행 지식을 요약하여, 식물의 무기 양분을 향상시키는 뿌리와 관련된 박테리아와 식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다. 




독일의 유스투스 폰 리비히가 1830년대에 식물의 성장에는 질소 성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로부터 70여 년 뒤에는 하버와 보슈가 대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렇게 하여 인간은 인공적으로 질소비료를 생산하면서 100년 가까이 주로 그에 의존해 농업을 운영해 왔고, 몇몇 중요한 발견이 이어지며 크게 성공하여 현재 80억 명에 가까운 인구를 부양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외의 여러 요소들의 존재와 역할이 무시되거나 간과되었고, 그로 인해 농업 생산기반마저 위협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무시되고 간과되었던 존재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토양과 그 생태계 안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 그러한 존재들 같다.


뭐 그렇다고 질소의 역할과 질소비료의 힘을 깡그리 무시하거나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이 모든 복잡한 요소들의 조합과 그 상호작용을 어떻게 하면 더욱 잘 이해하고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 인구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진 상태에서야 부양할 여력이 생길 테니 말이다. 그런 일은 또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가?


The Role of Soil Microorganisms in Plant Mineral Nutrition—Current Knowledge and Future Directions.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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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씨앗으로 번식합니다. 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식물은 씨앗만이 아니라 다양한 싹눈으로도 번식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이 그 다양한 사례를 보여줍니다. 


둥굴레 같은 땅속줄기 / 쪽파와 토란 같은 알뿌리 / 감자 같은 덩이줄기

가지를 치는 벼과식물의 줄기 아랫부분 / 막눈이 있는 뿌리 / 고구마 같은 덩이뿌리



사진 출처: Ott et al. 2019. https://academic.oup.com/…/a…/doi/10.1093/aob/mcz051/551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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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을 보면 어떤 양분이 부족한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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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출판 시장을 살펴보면 "식물"을 주제로 한 책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http://www.yes24.com/SearchCorner/Search?domain=BOOK&query=%uBC18%uB824%uC2DD%uBB3C

여기에서 어떤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1990-2000년대만 해도 가정에서 돌보는 식물보다는 농지에서 재배하는 작물과 관련된 책이 더 많았다면,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식물을 농지로 나가서 재배하는 게 아니라 가정에서 돌보는 것으로 관심의 초점이 변화한 것 같다.

마침 농지와 작물을 반려 무엇처럼 바라보는 <나의 "애완" 텃밭 가꾸기>라는 책이 정확히 2010년에 출간되었는데, 그 무렵을 분기점으로 텃밭에서 가정으로, 작물에서 식물로 관심의 초점이 이동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말인즉, 더 이상 텃밭까지 이동하여 자연에 노출된 작물을 가꾸는 게 아니라 집 안에서 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식물을 돌보는 일을 즐긴다는 것이겠지? 과거 10-20년 전의 텃밭 활동 인구와 연령을 현재의 그것과 비교하는 연구가 있다면 흥미롭겠다.

농사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구는 늘었을까, 줄었을까? 늘었다면 새로 유입된 인구의 연령대는 어떻게 될까? 반대로 줄었다면 현재 남아 있는 인구의 연령대는 어떻게 될까? 도시농업이 한창 주목을 받을 때는 관련 연구도 간간이 보였는데, 요즘은 통 보이지가 않네. 내 눈이 어두워진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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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de van Andel 씨가 수리남의 Paramaribo에 있는 시장에서 도정하지 않은 쌀 한 봉지를 구매했을 때만 해도 그녀는 노예제의 가거를 새롭게 검토하게 될지 전혀 알지 못했다. 현재 네덜란드 Leiden에 있는 Naturalis Biodiversity Center의 민족학자는 2006년 수리남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약용 및 제례용 식물을 조사했다. 그녀는 쌀을 포함한 약초와 제례용 식물을 판매하는 수백 명의 마룬Maroon 여성들로 붐비는 수도의 시장을 발견했다.

수리남의 마룬은 그 국가의 내륙에 있는 열대우림을 피난처로 정하며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던 도주 노예들의 후손이다. 이질적인 경관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초기의 투쟁에도 불구하고, 마룬들은 살아남아 그 문화를 지속해 올 수 있었다. 오늘날 20만 이상의 마룬들이 있고, 대부분은 수리남과 프랑스령 기아나에 살고 있으며 네덜란드에도 적은 수가 있다.  

역사가들은 350년이란 대서양 횡단 무역 기간 동안 1200만 명 이상의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이 강제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해야 했다고 추정한다. 이 항해에서 살아남은 1070만 명 가운데 약 30만 명의 노예들이 1668년부터 1823년 사이에 라틴아메리카 북동부에 있는 수리남의 네덜란드 식민지로 이송되었다. 거기에서 그들은 급증하는 커피와 설탕 플랜테이션에서 강제로 노동해야 했다.  

수리남에서 van Andel 씨는 노예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론 -쌀을 포함하여- 이 논의되고 있는 걸 알지 못했다. 아프리카인 노예가 북미의 수익성 좋은 쌀 플랜테이션을 도왔던 벼와 농사법을 가져왔는가? 기존 이론의 대부분은 노예는 주인이 시킨 일을 수행한 무지한 노동자일 뿐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대륙의 "벼 해안"에 있는 국가에서 잡혀온 노예들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작물에 대한 지식을 가져왔다. Wageningen University


그 논쟁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번서아는 벼 경제를 책임지고 있던 아프리카인 노예의 사례를 제시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벼 역사학자이지 지리학 교수인 Judith Carney 씨가 2002년 저술한 책 Black Rice에 의해 촉발되었다. 벼는 식민지 시대 초기의 아메리카 지역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작물의 하나였으며, 최대 25%의 수익을 올렸다. 아프리카의 쌀은 짙은색의 겉껍질이고,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3개월의 항해 동안 배에 가득 실린 노예들을 먹이기 위해 사용된 단단한 곡물로 제공되었다. 다수확의 아시아의 벼가 결국 플랜테이션을 장악하였지만, 아프리카의 쌀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재배되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인들은 신세계에서 탄탄히 뿌리내리기 위해 필요한 경작술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들이 오랫동안 활용하던 전통적 벼 농사법을 문서화하며 서아프리카에서 시간을 보낸 Carney 씨는 신세계에서 벼농사의 과정을 분석할 수 있는 객관적 방법이 있음을 깨달았다. 아메리카 대륙의 노예들이 파종, 도정, 요리하던 방법만이 아니라 벼를 경작한 미소환경을 아프리카 여성들의 그것과 비교함으로써, 그녀는 노예 소유주들의희소하고 편향된 역사적 기록에 의존하지 않고서 신세계와 구세계 사이의 흥미로운 유사점을 공들여 짜맞추었다."미국 혁명까지 노예들은 아프리카의 농촌 지역처럼 절구와 절구공이로 도정을 했다."고 그녀는 지적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 내려온 전설에서는, 배를 타기 전에 여성들이 머리카락 속에 아직 도정하지 않아 씨앗으로 쓸 수 있던 볍씨를 어떻게 숨겼는지 알려준다. 그녀의 연구는 "아프리카 대리인(African agency)"이라는 개념 -노예들이 적어도 그들의 행동에 대한 언어 구사력을 가졌다는 개념- 을 뒷받침했다. 

Carney 씨의 조사는 최초로 노예들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농업의 성공을 위해 더 많은 인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주장한 듀크 대학의 노예사학자 Peter Wood 씨의 연구에 기초한다. "1974년에 그것은 진보적 개념이었고, 수십 년 동안 열띤 반응이 나타났다."고 Carney 씨는 이야기한다.

Carney 씨 역시 학술적 비판에 시달렸다.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증거가 없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노예 소유주는 아무도 자신의 노예가 벼를 재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없었다."라고 그녀는 덧붙인다.

그러다 van Andel 씨의 연구에 관한 말이 나왔다. 2006년 그녀의 수리남 여행에 관한 강연을 한 이후에 van Andel 씨는 Black Rice를 읽은 대학원생 청중에게 그곳에서 벼를 수집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녀가 잠시 생각해 보니, 사실 어딘가에서 제례용 쌀 봉지를 가지고 온 것이 있었다. "여기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그는 그 샘플이 아프리카의 쌀이라고 결정되었을 때 나중에 외쳤다. 명백한 증거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추적이 가능한 총알이었다. 


마론으로 알려진 도주 노예들은 수리남의 열대우림에 숨어서 독립을 유지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공동체와 문화를 확립했다. Tinde van Andel


van Andel 씨를 비롯한 학자들은 북아메리카 사람들에게 친숙한 흰쌀인 아시아의 벼가 미국의 플랜테이션에서 재배되고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널리 믿었다.  Van Andel 씨는 아프리카의 벼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식물 자체가 수리남에서 재배되었으며 쌀이 수입되지 않았다는 걸 문서화해야 했다. 그러나 이때까지 그녀는 수리남의 약용식물에 대한 현지조사를 끝마쳤다. 

운이 좋았는지, 그녀는 2008년 Paramaribo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표본을 찾기 위해 하루 만에 그녀는 약용식물 목록을 조사한 마을인 Mundje Kreek에 사는 친구 Berto Poeketie 씨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지역에서 검은쌀을 재배한다고 알려진 여성인 Emelina Koese 씨와 연결해 주었다. Koese 씨는 —그 지방에서 가장 널리 믿는 Winti 같은 종교를 지닌 여러 마을 주민들처럼— 외부인을 의심했고, 따라서 그녀의 지식을 낯선 이와공유하길 주저했다. 숲에서 오랫동안 산책하면서 Koese 씨의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했다고 van Andel 씨는 이야기한다. 

농지로 가는 길에“나무에 걸어 놓고 도난 방지용으로 쓰이는 약초, 뼈, 천조각 같은 것들이 있었다."고 van Andel 씨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논 밖에서 큰삼각머리독사와 맞닥뜨리면 백인은 들여보내서는 안 된다는 신호라고 Koese 씨는 해석했다. 결국 van Andel 씨는 식물체 하나와 사진 한 장만 원하며 댓가를 지불하겠다고 하면서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곳은 내가 모든 중요한 제례용 식물이 뿌리째 뽑혔다고 생각했던 똑같은 마을의 바깥에 있었다."고 van Andel 씨는 회상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쌀의 활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량의 아프리카 쌀이 조상에게 제물로 쓰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이 '마법' 식물과 어떻게 작용하는지. 당신이 특별하게 하나에 관해 묻는다면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기꺼이 나누고 싶어한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그들이 당신도 무언가 알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면 당신과 대화하는 걸 가치 있다고 결정한다." 

van Andel 씨가 수리남에서 현재 아프리카 벼를 재배한다는 걸 확인했을 때, 아프리카의 벼가 노예 무역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고 그와 관련된 쌀 농사법이 아프리카인에 의해 도입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 Carney 씨의 이론이 지지를 받았다고 2010년 그 발견에 대해 발표한 Economic Botany의 편집장 Robert Voeks 씨는말한다. 

그러나 그 발견은 시작에 불과했다. 벼가 어떻게 수리남에 이르렀는지 탐험하고자 했던 van Andel 씨는 언어학과 벼 유전학에 관심을 기울였고,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노예들의 이동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창이 열렸다.

van Andel 씨가 수리남에 있으면서 떨칠 수 없던 한 가지 질문이 있었다. 왜 마룬들은 인근의 토착민들과 비교하여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식물을 이용했을까? 그녀는 다른 이름과 응용법 및 준비는 아프리카의 유산과 혼합되었을 가능성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고 추측했다. 2010-2012년, 그녀는 가나와 베냉, 가봉을 방문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다. 수백 만 명의 노예가 강제 이주된 350년 동안 식물학적 이해에는 무엇이 일어났는가? 그들은 무엇을 잊었으며, 무엇을 기억했고, 어떤 적응이 필요했는가?


Tinde van Ande 씨의 수리남의 벼에 대한 연구는 그녀를 서아프리카의 해안으로 데리고 갔고, 수리남에서 아직도 사용되는 식물의 이름과 비슷한 이름들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Christiaan van der Hoeven


서아프리카의 국가들을 다니면서 van Andel 씨는 수리남의 식물 이름을 일상적으로 들었다. "수리남의 수많은 식물명은 아프리카에 기반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전체적으로 그녀는 수리남의 식물명 2350개를 서아프리카의 그것과 비교했다. 마룬의 토착어 가운데 40% 이상이 소리, 구조, 의미에서 아프리카의 식물명과 닮았다. Van Andel 씨는 "아프리카인의 눈을 통해" 식물군을 보았다고 한다. 학술 문헌을 활용해 그녀는 다른 나라의 식물명과도 비교했다. 가장 이목을 끄는 유사함은 네덜란드가 노예를 구매한 주요 지역인 가봉과 앙골라의 식물명에서 발견되었다. 2014년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된 그녀의 논문은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들이 아메리카 식물군의 상당 부분을 인지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노예가 신세계에 왔고 아무 역사가 없으며 텅빈 석판이었다는 건 구식의 사고방식이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van Andel 씨는 말한다. 당신이 기억 이외에 다른 아무것도 가져올 수 없다면, 그것이 당신의 정체성이 된다. 열대의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는 매우 다르지만, 식물 군집에는 겹치는 부분이 조금 있다. "열대우림의 종에 대한 아프리카인의 지식이 마룬이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van Andel 씨는 말한다. Voeks 씨도 동의한다. "아프리카 노예들은 그들 자신의 전통을 가져와서 남아 있는 종이나 속과 유사한 것들을 이에 겹치게 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들은 생태학적 변화의 중요한 대리인이었다."

Van Andel 씨는 마룬의 벼가 유전자만 얻을 수 있다면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는 걸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2015년 남아프리카 Western Cape에서 열린 회이에서 van Andel 씨는 뉴욕대학의 박사후 연구원 Rachel Meyer 씨를 만나 마룬과 아프리카의 토종 벼의 게놈의 염기서열이 일치하는지 함께 확인하기로 약속했다. 2016년 10월,  Carney 씨를 포함한 연구진은 마룬 벼의 기원이 기니아 고원의 국가들, 특히 코트디부아르 서부에 있다고 제시하는 연구결과를  Nature Plants에 발표했다. 네덜란드는 가나와 베냉, 중앙 아프리카에서 노예의 대부분을 잡아들였다. 그리고 노예선의 기록에 의하면, 서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항해하면서 식료품을 확보했다고 나온다.

"우리의 연구는 인구 이동에 대한 이해를 얻기 위해 식물의 염기서열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그녀는말한다.

마룬 벼의 기원에 대한 발견은 싹트기 시작한 새로운 분야 -역사학에 빛을 비추기 위해 식물을 활용- 의 흥미로운 사례이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생물분자 고고학자 Terry Brown 씨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노예의 작물의 기원을 정확히 찾아내고자 유전학이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인간 이주에 대한 대용물로 식물이 사용된 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마룬이 재배하는 수리남의 여러 벼 품종은 서아프리카에 유전적 뿌리를 두고 있다. Tinde van Andel


인간의 이주를 추적하고자 식물의 유전학을 활용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식물의 재생산은 인간의 그것보다 덜 복잡하며, 경작의 흔적은 인간에게 식물의 가치에 대한 증거를 제공한다. "인간은 '토요일 밤의 효과'가 있다. 수컷은 짧은 거리를 가서 이주하지 않고도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다."고 그는 덧붙인다. 그러나 식물은 땅에 붙어 있어 식물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가 어떻게 확산되는지 보여준다. 

노예가 경작한 신세계의 벼와 아프리카에 있는 그 기원 사이의 연결고리를 밝히는 일 외에도, 새로운 유전적 기술들은 비옥한 초생달 지역에서 농업의 기원이 갑자기 발명도었다는 개념을 뒤집었다. "우리는 이제 농업의 기원이 초기의 수렵채집민이 야생 식물을 더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해 다루기 시작하면서 농업이 확립되기까지 8000-9000년이 걸린 오래 계속된 과정이라고 믿는다."고  Brown 씨는 말한다. 그와 다른 사람들은 작물화된 보리와 밀의 게놈을 이용하여 그것이 단일한 근원의 개체군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그 지방의 서로 다른 부분에서 교잡된 것임을 증명한다. 

van Andel 씨에게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노예제의 이야기가 더 많이 있다. 그녀는 오크라부터 얌과 바나나에 이르기까지 더 노력하여 다른 작물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수리남의 마룬들은) 자신의 조상에 대하여 정말로 알고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이제 우리는 그들에게 더 많이 물어봐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 보답으로 그녀는 마룬이 자신의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일을 돕길 희망한다. 

이를 위하여 van Andel 씨는 최근 프랑스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민족식물학자 Marie Fleury 씨와 함께 수리남 동부에 이웃한 프랑스령 기아나의 마룬 공동체를 탐사하기 위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과학 및 탐사 프로그램 기금을 지원받았다. 이 연구진은 올해 여름 벼가 익었을 때 현지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마룬의 문화는 그녀가 연구를 시작할 무렵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수리남 마룬의 작은 집단이 네덜란드에서 그녀 근처에 살고 있다. 사실, 제례에 사용된 신성한 식물은 두 나라 사이에서 활발히 교역되었다. 예를 들어 Winti가 1971년까지 금지되었기 때문에 그 관습이 살아 있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수리남의 마룬들은 차별을 당했고, 때로는 숲에 살고 있는 퇴보된 사람으로 취급되었다."고 van Andel 씨는 이야기한다. 그녀의 노력이 한 가지 사실을 명확히 밝혀준다면, 마룬은 식물에 대해 세대를 뛰어넘는 특별한 지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더구나 이들 간과된 작물 품종은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마룬의 경우, 벼 재배는 전통 종교 뿐만 아니라 역사도 살아 있어 사람들이 역사가 없다고 생각하는 노예 국가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https://www.sapiens.org/culture/african-rice-new-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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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José Manuel Galán 교수가 이끄는 타후티Djehuty 프로젝트에서 4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이집트의 정원 유구를 발굴했다.

아마 무덤 앞을 장식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는데, 여기서 어떤 씨앗이나 식물체의 흔적이 나올지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식물을 어떤 의미로 어떻게 활용했을지 밝히는 데 좋은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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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식물을 이용해 온 것은 언제부터인가? 인간이 농경을 시작한 것이 이른바 "신석기 혁명"이라 부르는 무렵이라고 보면, 식물을 이용한 것은 그보다 더 오래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더 오래된 구석기 시대의 유적에서도 식물을 이용한 여러 유적과 유물들, 그리고 식물체들이 발굴되고 있다. 당시에는 수렵과 채집이라는 생업 양식을 통하여 야생의 식물을 먹을거리로 이용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농경이 시작되면서는 양상이 달라진다. 야생의 식물을 이른바 작물로 길들이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야생의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이는 과정을 가축화, 야생의 식물을 작물로 길들이는 과정을 작물화라고 한다. 서아시아 쪽에서는 그 지역에서 발굴되는 작물과 관련된 여러 유물을 통해 대략 1만 년 전을 전후하여 밀이 작물로 길들여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른 무엇보다 밀이 갖는 상징성과 중요성 때문에 그렇지 여타의 식물들도 작물로 길들여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https://seedinginnovation.org/milestones-in-plant-breeding/




아무튼 그 이후 농민들은 여러 가지 식물을 작물로 길들이게 된다. 인간이 한 식물을 작물로 길들이고, 또 그 작물에서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일을 우리는 육종이라 부른다. 그러한 과정에서 활용하는 육종의 방법 가운데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도입 육종"이라든지, "분리 육종"이라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도입 육종은 말 그대로 한 작물이나 그 품종들을 외부의 다른 곳에서 가지고 들어와 재배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토종 씨앗을 수집하러 할머니들을 만나보면 한번쯤 듣는 이야기가 있다. 


"이거? 이거는 내가 시집올 때 가지고 온 거야. 친정 엄마가 이게 좋다고 해서 가져 왔지."


이런 이야기 아니면, 


"그거 내가 이웃 마을에 갔더니 그게 좋다고 해서 얻어다가 계속 심는 거지." 하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이렇게 어떤 작물의 씨앗을 외부에서 새로 가져와 재배하는 방식을 분류하자면, 도입 육종이라 한다. 


그런가 하면 분리 육종은 이런 것이다. 어떤 작물을 어느 논밭에서 재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우연히 자연적으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든지, 아니면 자연 교잡을 통해서 요상하게 생기거나 맛이 다르거나 색이 다른, 아무튼 기존에 재배하던 작물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는 개체가 생긴다. 그럼 눈 밝고 부지런한 농민 같은 경우, 그걸 그냥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그놈의 씨앗을 따로 받아서 잘 챙겨 놓았다고 이듬해에 다시 심는다. 그러면 거기에서 내가 원하던 특성을 지닌 놈도 나오고 아닌 놈도 나오고 제각각이다. 그럼 그중에서 또 내가 원하는 특성을 지닌 걸따로 골라내 씨앗을 받아 이듬해에 또 농사를 짓고, 다시 그 과정을 해마다 반복하다 보면 드디어 다른 특성이 아닌 내가 바라는 특성만 나타나는 품종이 생기게 된다. 이게 바로 분리 육종의 과정이다. 


과거의 농민들은 대략 이 두 가지 방식을 이용해서 새로운 품종, 이른바 신품종이라거나 개량종이라 부르는 걸 만들어 왔다. 농민이 곧 육종가인 시대였던 것이다. 


그러던 방식이 20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는 크게 변화하게 된다. 20세기에 일어난 변화의 뿌리는 1800년대의 인물인 멘델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다, 중학교 생물시간부터 배웠던 그 수도사 그레고어 멘델이다. 완두를 가지고 흰꽃 붉은꽃 골라가며 무언가 해서 시험 문제에 등장하던 그 멘델이다. 작물 육종의 역사에서는 그를 빼놓을 수 없다. 


멘델의 유전법칙으로 부르는 그의 발견이 처음에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냥 어디 수도사가 심심풀이 땅콩처럼 행한 실험이겠거니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1900년대에 들어와 다른 식물학자들이 비슷한 연구를 통해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되었고, 그러면서 이전에도 이런 선행연구가 있었나 찾아보다가 멘델이 발표한 논문을 발견하게 되면 재평가를 받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멘델의 법칙의 재발견"이라고도 부르더라. 아래 도표를 보면 멘델의 유전법칙이 색이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만큼 그의 발견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며 그 중요성이 높아서 그렇다. 


https://www.euroseeds.eu/sites/default/files/esa_plant-breeding-evolution_ppt_final.jpeg



멘델의 실험 이후에도 아무 일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학문이란 게 다 그렇듯이, 모두 손을 놓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멘델과 유사한 실험이 있었고, 그를 계기로 멘델의 법칙을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은 아니란 말이다. 꾸준히 계속해서 여러 연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중에 굵직굵직한 사건 몇 가지를 보면 1880년대에 있었던 라이밀 육종이 있다. 이는 밀과 호밀을 교잡한 신품종이다. 첫 교잡은 1875년에 있었고, 첫 타가수정은 1888년에 있었다고한다. 이게 중요한 건 예전에는 육종이란 것이 우연히,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교잡과 돌연변이의 발생에 의존했다면, 이 무렵부터는 인간이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발생시켰다는 점 때문이다. 인류는 이를 기점으로, 수많은 육종 시도를 통해 새로운 품종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한 시도와 경험이 바탕이되어 1900년대 중반에는 이른바 "녹색혁명"이라 평가하는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다. 어떤 사건 하나라도 어느 날 갑자기 마른 하늘에 날벼락 치듯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다시 위의 도표를 보자. 1900년에는 교잡 육종이란 게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인간이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어느 한 작물의 꽃에 있는 꽃가루를 다른 꽃에 수정시키는 것이다. 그를 통해 무엇이 탄생할지는 알 수 없다.유전자가 어떻게 조합이 되어 어떤 특성이 발현되느냐에 달린 문제니까 말이다. 그래도 예전처럼 자연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거나 발견할 필요 없이, 내가 마음 먹으면 그걸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1920년이 되면 처음으로 "잡종강세"라는 현상을 이용한 육종이 시작된다. 이 무렵부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품종 또는 개량종의 대명사 F1 품종이 상품화되면서부터 종자 시장을 휩쓸게 되는 것이다. 잡종강세라는 건 어느 생물에게서나 다 일어나는 일로서, 흔히 부모보다 나은 자식이 태어나는 걸 가리킨다. 작물의 경우 A라는 작물 품종과 B라는 작물 품종을 교잡시키면 그 자손의 첫 세대, 즉 F1에서는 부모들이 지닌 유전적으로 우세한 특성이 발현되게 되어 있다. 이 현상을 이용해 A와 B라는 작물의 품종에 있는 인간이 바라는 특성만 F1에서 발현되도록 종자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제 씨앗을 나누어 준다든지 함께 쓴다든지 하는 방식의 시대에서 이른바 상품성이 좋은 작물이 수확되는 종자를 사고파는 시대로 넘어가게 된다.


이후에도 육종법은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과 발전을 거듭하여, 돌연변이 육종법 같은 방식도 나타난다. 이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돌연변이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X선이나 방사선, 화학약품 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식물에게서 수많은 돌연변이가 발생하도록 한 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놈을 하나의 품종으로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영화 X맨 같은 그런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또 조직 배양 같은 방식도 있었지만, 영양체로 번식하는 식물 아닌 이상 별로 각광은 받지 못했다.


그보다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바로 유전공학을 이용한 육종법이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멘델이나 그 이후의 학자들이 연구한 건 유전학(Genetics)이다. 아, 유전이란 이런 것이고, 유전자가 이런 역할을 하는구나 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학문이 유전학이라면, 유전공학(Genetic Engineering)은 말 그대로 유전자를 인간의 목적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조작하고 가공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식물의 유전자를 이렇게 저렇게 조작하고 변경하여 인간의 입맛에 맞는 작물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온 것이다. 그렇게 개발한 작물이 처음으로 상용화된 것이 다들 잘 알다시피 1996년 미국에서부터이다. 지금은 그 영토가 엄청나게 확장되어 주로 신대륙이라 부르는 남북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구대륙이라 할 수 있는 유럽과 아시아 쪽에서는 그에 대한 반대와 반발로 그다지 널리 퍼지지 않고 있다. 이들이 분포역을 보면 또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할 수 있어 흥미롭지만, 여기서는 그냥 1990년대에 처음 상용화되어 농지가 광대한 신대륙 위주로 널리 분포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넘어가도록 하자. 유전공학 기술을 통해 탄생한 유전자변형 작물(GMO)를 파괴의 씨앗이니 악마의 작물이니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은 그러니까 일종의 프랑켄슈타인 같은 입장일 뿐이다. 모두 우리 인간, 그리고 우리가 모여 살고 있는 사회와 시대가 요구하여 탄생시킨 작품일 것이다. 우리의 사회와 시대적 요구, 그리고 인간이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할 것인지 합의하고 조율하여 접근하는 일이 더 중요하지, 이런 걸 개발하여 재배하고 판매하는 것 자체가 옳은 일이냐 그른 일이냐 따지는 건 소모적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쉽지 않은 문제로서 간단하게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최근 들어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육종법이 개발되었다. 중국의 허젠쿠이라는 과학자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아기를 만들어냈다는 소식은 다들 잘 알 것이다. 바로 그 방법을 식물에 활용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유전자 편집 작물이 상용화되어 등장할 날도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이러한 유전공학의 방법은 육종을 하는 인간이 의도하는 바를 매우 정확하고 빠르게 식물에게서 구현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으며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분명 20세기에 들어와 산업사회가 무섭게 확장되면서 내건 기치 -생산성, 효율성, 균질성 등등- 가 인간의 경제와 문화는 물론 과학과 농업에도 구석구석 영향을 미친 결과이리라. 21세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여전히 20세기의 가치가 유효하게 그 세력을 더욱더 확장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세기이고 이전 세기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던 만큼 사람들이 새로운 기치에 합의하고 그를 표방할 것인가? 육종의 역사를 통하여 우리는 이러한 일까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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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록소의 광수용체는 보라-파랑, 주황-빨강의 빛을 잘 흡수하고, 초록과 노랑의 빛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엽록소가 초록의 빛을 잘 흡수할 수 없어 반사시키기에, 사람의 눈에 식물은 녹색으로 보인다." 

그 자체가 색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양에서 오는 빛 가운데 무엇을 흡수하고 무엇을 반사시키느냐에 따라 그것의 빛깔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색을 갖는 것인가, 아니면 그 사람이 처한 조건과 환경에 따라 어떤 빛을 반사하느냐에 따라 색을 갖는 것인가? 쉽지 않은 질문이다. 과거에는, 종교나 신앙이 사회를 장악했던 동서양의 고중세에 왜 신을 제1원인이라 주장했는지 짐작하게 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麟을 따라 과학관에 갔다가 우연히 이 실험기구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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