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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추웠습니다. 뭐, 옛날에 비하면 그리 추운 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이번 추위가 여느 때와 달랐던 것은 날마다 영하권에서 날이 한 번도 풀리지 않았다는 데 있을 겁니다. 삼한사온이란 우리 기후의 특징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겨울이었습니다.

겨울만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의 기후는 정말이지 농사짓기에 최악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이런 날씨면 농사도 못 지어 먹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콩은 제대로 여물지도 못했습니다. 또 벼는 태풍에 쓰러지고 그나마 버티고 섰던 놈들도 흐린 가을 날씨에 익지도 않아 쌀 생산량이 최악으로 떨어졌습니다. 도시 사람들이야 어떻게든 시장에서 사다가 먹는다지만, 그걸 팔아 1년을 사는 농민에게는 시련일 뿐입니다. 아무튼 점점 기후변화가 심해진다는 것을 실감하는 1년이었습니다. 앞으로 기후변화는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심스레 기후를 예측하는 일뿐입니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농사계획을 짜는 일이 필요할 겁니다. 그럼 먼저 지난해 기후부터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의 기후


지난해의 전반적인 평가는 “사람에게도 곡식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였습니다. 정말로 지난해는 농사가 제대로 된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토종 종자를 증식해야 하는데 큰 타격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농사에서는 “큰 수확에 욕심내기보다 망치지 않는 게 최선”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봄에는 바람이 없고, 여름에는 음습하고, 가을에는 平田이라 하는데 고르게 온다는 것인지 비가 찬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고, 겨울에도 눈비가 잦을 듯하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여름·가을에는 폭우가 잦았고, 겨울에도 눈비가 자주 왔습니다. 그런데 더 재밌는 예측은 이것이었습니다. “2월에 눈이 내려 7일 동안 녹지 않으면 소와 말이 상해를 입고 여름과 가을에 백성들은 평안치 않다.” 소와 말, 곧 발굽 동물에게 질병이 생긴다는 말이 사실이 되었습니다.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가 엄청나게 파묻혔습니다. 그로 인해 축산농가는 큰 타격을 입었지요.

다른 예측은 이러했습니다. “늦서리와 때늦은 한파에 조심하세요.” “태풍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수로 정비와 폭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봄부터 잘하십시오.” “올 여름은 건조할 테니 물 관리도 잘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아마도 올겨울도 눈이 많은 겨울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한겨울에는 칼바람이 불어치는 날이 많을 듯합니다. 눈보라와 폭설 피해에 미리미리 대비하십시오.”



올해의 기후


이제 진짜 중요한 올해의 기후를 예측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측은 맞으면 좋지만, 틀리면 망신만 당할 뿐이기에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옛날에 천기누설이라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좀 느슨하게 얼버무리는 식으로 짚어 보겠습니다. 제 말씀을 그저 참고사항 정도로만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동지의 날씨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기후입니다. 동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절기였습니다. 서양에서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때이기도 하고, 우리네는 작은설이라 하며 애동지로 중시했습니다. 올해 동지 때 날씨가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렇게 추운 겨울이었는데도 그날만은 이상하게 별로 안 춥고 날도 맑았습니다. 그런데 옛 농서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동지에 매우 추우면 다음해 병충해가 적다고 한다. 또한 이날 밤 천기가 청량하면 모든 작물이 흉작이라고 한다.” 이 말을 근거로 판단한다면, 올해는 병충해가 많고 흉작이 예상이 됩니다. 다른 것보다 병충해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겨울에는 추워야 이듬해 병충해가 덜 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예전처럼 삼한사온이란 겨울의 특징이 살아 있을 때 그럴 겁니다. 겨우 내내 춥기만 했으니 오히려 병충해한테는 꽁꽁 숨어 있게 만들어버리지는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또 이런 말도 나옵니다. “동지에 얼음이 얼지 않으면 전염병이 퍼진다.” 이래저래 사람이나 동식물이나 병충해를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속설에는 ‘맑고 건조한 동지가 되면 습한 설날이 된다’고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설에 날씨가 어땠는지 기억하시죠? 올해도 농사가 쉽지만은 않겠습니다.

그리고 “동지 다음에 여섯째 날이 임일壬日이면 큰 홍수가” 난다는 구절도 나옵니다. 올 여름에는 수해도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요즘 여름철의 비는 한번에 확 쏟아져 부어버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올해도 어디서 어떻게 그런 폭우가 쏟아질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은 설날과 관련한 예측입니다. “정월 초하루에 푸른 기운이 있으면 황충蝗蟲이 일고, 초하루에는 맑은 날씨가 좋다.” 저만 그렇게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올해 설에는 하늘에 푸릇푸릇한 기운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이래저래 병충해를 조심해야 합니다. 농사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일로 병충해 방제를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또 설의 이틀 뒤였던 입춘이 “경庚․신辛이면 사람들이 안정되지 못한다”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우니라나 대통령께서 입만 열면 거짓말을 퍼붓는 바람에 어지러운 마당에 뭐가 더 어지러워질지 모르겠네요.

다음으로 입춘의 일진으로 예측하는 법이 있습니다. “을축일에 입춘이 되면 낮은 곳에 위치한 지역에선 곡식이 잘 익고, 물이 둑에 1자1치(33cm)까지 걸린다. -봄에는 비록 비가 고르게 오더라도, 여름에는 맑은 날이 별로 없고, 가을에 내리는 비는 금과 같이 귀하고, 겨울에는 한층 더 심하게 된다(乙丑日立春, 低處稔熟, 水懸岸一尺一寸. - 春雨雖勻, 夏雨無晴, 秋雨如金, 冬雨況況).” 낮은 곳에서는 그나마 농사가 잘된다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봄에는 농사짓기에 괜찮게 비가 오지만, 여름에는 비로 인한 피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을과 겨울에는 가뭄이 들지도 모른다는 말인 듯합니다.

“백로가 화일火日이면 충해가 생긴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백로는 병화일입니다. 충해 얘기는 처음부터 나오는데 한 번 더 쐐기를 박고 있습니다. 또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추사일이 지난 뒤에 추분이 오면 쌀값이 비단처럼 비싸질 것이다.” 가뜩이나 쌀값이 떨어져서 걱정인데 이렇게 흉년이 오면 쌀값이 오를까요? 옛날 같으면 오르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수입하면 되니까 별 걱정 안 할 겁니다. 비싼 쌀값이라도 먹을 사람은 먹고, 그것도 못 먹는 사람이면 수입쌀을 먹겠지요.



신묘년의 흐름


이제 마지막으로 신묘년 한 해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봄입니다. 청명과 곡우 사이까지는 조금 건조한 기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곡우라는 절기의 특징이 그렇듯,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비가 오기는 하겠으나 많은 비가 오지는 않겠습니다. 그 이후 여름에 들어설 때까지는 늦서리에 주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또한 바람이 많고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 봄날입니다. 6월이 되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겠는데, 장마철 큰비가 자주 내리겠습니다. 물론 그때 태풍도 찾아올 듯합니다. 지난해와 비교하여 그 규모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태풍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마가 끝난 뒤에 늘 그렇듯 9월은 불볕더위로 땀 꽤나 흘릴 각오를 하십시오. 그것이 가을까지 이어져 가을에도 덥고 안개가 자주 끼는, 그래서 알곡이 익을 시기에 그러지 못하는 시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지난해와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이번 가을도 햇볕이 쨍쨍 내리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 겨울, 이번에도 눈이 많이 내릴 듯합니다. 그렇지만 올해처럼 춥지만은 않겠습니다.

올해는 정말 간단하게 짚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기후를 예측한다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고, 이렇게 따져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올해 기후를 대략 예측해 보았는데, 이것이 얼마나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괜히 걱정거리만 안겨 드리는 것은 아닌지, 틀린 예측으로 손해만 끼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입니다. 부족한 사람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며 한 번 읽고 참고하는 정도로만 받아들여주십시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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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지구가 이상하다




2008년 9월 3일, 방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데 열사의 대륙 아프리카 케냐에 눈과 우박이 내렸다는 깜짝 놀랄 만한 뉴스를 보았다. 이게 웬일이지 하며 인터넷을 검색하니, 5월에 칠레에서 화산이 폭발했단 소식이 있었다. 그럼 혹시 화산재가 하늘을 덮으면서 그쪽에 무슨 영향을 주었을까? 뭐, 방바닥에 누워서는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는지 정확한 원인을 꼽을 수 없었다. 기후 예측만큼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일은 없을 것이다. 계속 일기예보를 틀리는 바람에 도입한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로도 여전히 정확한 예보가 되지 않는 것이 그 좋은 예이리라.

기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가장 궁금해 하던 요소였다. 그도 그럴 것이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는 만큼, 기후는 인간의 경제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신과 맞먹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던가! 오죽하면 한민족의 시조라 하는 환웅께옵서는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태백산에 내려오셨겠는가. 그 이후 인류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한 해의 흐름을 파악하고 달력을 만들었다. 먼 옛날부터 농사를 지은 우리가 속한 동아시아에서는 태음태양력을 이용하여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를 인간의 문화 안으로 끌어왔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기후는 그리 쉬이 인간에게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 맥락에서 인류의 역사는 어찌 보면 예측할 수 없는 기후에 맞서 끈질기게 농사를 지으며 자손을 낳고 사회를 이루어온 역사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후를 아는 자, 세상을 얻는다


몇 년 전 '주몽'이란 드라마가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그때 주의 깊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때 표절 논란이 일기까지 한 주몽의 문양은 삼족오라는 상상의 동물을 형상화한 것이다. 고구려는 역사적으로 천문에 뛰어난 지식을 보유한 집단이었다. 그들이 그린 고분 벽화에는 아직도 당시의 천문도가 남아 있는데, 그 정확성이 현대의 그것에 비해 전혀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그 유명한 '천상열차분야지도'도 고구려 때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조선시대에 맞게 조금 수정한 것이라고 하니,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고구려가 자신들의 수호신으로 삼은 것이 바로 삼족오이다.

현재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삼족오는 태양의 흑점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래서 삼족오는 꼭 태양을 나타내는 원 안에 그려 넣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 우리는 2000년 전의 사람들도 밤하늘의 별은 물론 태양과 달 및 여러 행성에 대해 자세히 알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늘의 움직임에 따라 기후와 같은 요소들이 변하고, 그 기후에 따라 인간의 삶이 크게 좌우되기에 그랬을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하늘의 뜻을 정확히 읽고자 했다. 목숨이 달려 있는 하늘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지도자는 백성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없었다.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선덕여왕'에서 덕만이 천문의 비밀을 백성에게 알리는 행위는 사실이든 아니든 엄청나게 파격적인 일이었음이 틀림없다. 당시에 천문, 곧 기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달력은 정치권력의 핵심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삼족오는 어디로 갔나?


2009년 9월 14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태양 흑점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보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기후변화와 태양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지구라는 행성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 태양이란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태양이 있기에 생명이 태어나 자라고 살아가는 지구는, 태양계의 많은 행성 가운데 태양의 혜택을 가장 알맞게 누리고 있다.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있는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그렇다. 그런데 그런 태양이 변화하고 있다! 이 사실이 지구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먼저 흑점이 무엇인지 자료를 찾아보았다. 흑점은 태양의 표면에 있는 어두운 반점을 가리키는데, 1613년 갈릴레이에 의해 처음 관측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 전에도 사람들은 흑점의 존재를 알고 있었겠지만, 이른바 과학적으로 처음 관측되었다는 의미다. 흑점은 아주 뜨거운 태양의 표면에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서 검게 보이는 부분이다. 온도가 낮다고 하나 4200K라고 하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온도다. 이러한 흑점이 많을 때는 300개 이상 보이기도 하는데, 흑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태양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증거라고 한다. 그러니 현재 흑점이 사라진 상태는 상대적으로 태양이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는, 곧 그렇게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다는 증거인 셈이다. 태양의 활동은 바로 지구에 오는 태양에너지에 영향을 미친다. 태양이 활발하게 움직인 20세기에 지구는 계속 뜨거워졌다. 같은 세기 안에도 온난화와 한랭화는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20세기의 한랭화는 그리 크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산업화에 따라 증가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도 한몫을 했을 수 있지만, 아직 정확히는 그 영향을 따질 수 없다. 아무튼 거대한 태양에너지에 비하면 온실가스의 역할은 미미했을지도 모른다.



태양 흑점과 소빙하기(Little Ice Age)


태양의 흑점이 지금만 유별나게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독일의 천문학자 슈바베(shuwabe)라는 사람이 20년 동안 관측한 결과 7~15년 간격으로 흑점은 많아졌다 줄어들었다 하는 주기를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흑점의 활동이 너무 오랫동안 잠잠하다는 것이다. 10월 15일 현재 약 500일 동안 흑점 활동이 관측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잠잠한 것은 1913년 이후 처음으로서 그때의 기록을 넘어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될지도 모른단다. 그래서 태양 흑점이 오랫동안 사라졌을 때는 언제이고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본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인류의 역사에서 태양의 흑점을 관측하여 기록한 이후 가장 오랫동안 흑점 활동이 관측되지 않았던 때가 있다. 그 시기는 바로 1645~1715년의 70년 동안으로서, 역사에서는 그때를 정점으로 하여 1300년대부터 1850년까지를 '소빙하기'라고 부른다. 이때에는 여느 세기보다 평균 2℃ 이상 낮은 온도를 기록했는데, 이것이 역사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기에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었던 것은 잦은 기상이변이었다고 한다.

평균보다 낮은 온도로 인해 발생하는 흉년과 그에 따른 기근, 그리고 그를 통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라도 추위가 풀린다 싶으면 전염병이 닥쳤다. 하나님의 전지전능한 보살핌으로 더없는 번영을 누리던 온난했던 중세 유럽 사회는 1300년대 이후 점점 낮아지는 온도로 위기를 맞는다. 농업 생산력은 떨어지기 시작하고, 기후가 변동하는 원인을 몰랐던 그들은 마녀사냥을 벌이며 신께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신은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고, 점점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이 시기 심한 경우에는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죽음의 사신이라 불린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며 중세는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

이 시기 동아시아에서도 한랭화에 따른 극심한 사회변동을 겪는다. 중국에서는 세계 제국을 이룩하여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원나라가 무너지고, 1368년 중화주의를 내세운 명나라가 들어서 동아시아에 새로운 조공 관계를 구축한다. 그에 따라 고려란 나라 역시 이슬처럼 사라지고 조선이 등장한다. 고려 말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과 자영농의 약화 및 왕권 약화에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기후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다. 아직 한랭화는 절정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흑점 활동이 관측되지 않은 1645~1715년의 70년 동안을 정점으로 하는 소빙하기는 1억 5000만 명이 살던 명나라를 100만 명이 되지 않는 청나라에 무릎 꿇게 만든다. 조선도 역시 건국 초기의 불안정함과 천재지변으로 몸살을 앓은 것은 물론이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소빙하기에 일어난 천재지변 관련 기사를 꼽으면 다음과 같다. 1392~1500년 3537건, 1501~1600년 1,0894건, 1601~1700년 6863건, 1701~1850년 4376건이다.



소빙하기를 헤쳐나가다


이처럼 한랭화 및 극심한 자연 재난으로 몸살을 앓던 동서양은 각자 살길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길은 너무나 달랐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흑사병 이후 중세의 봉건제도가 무너진 뒤, 서양은 새로운 사회구조를 구축하고 새로운 계층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바로 도시의 성장과 상공업자가 그들이다. 그리고는 곧장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세계를 향한 대항해시대와 그를 통한 식민지 개척의 역사가 그것이다.

반면 동아시아, 그 가운데 조선은 달랐다. 중국이란 강력한 세력이 출구를 막고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조선은 내적 구조를 혁신하는 데 힘을 쏟는다. 귀족 세력이 겸병한 토지를 국유화하고, 조세제도를 정비하고, 진휼에 힘쓰는 한편, 농서의 편찬과 농법의 개량을 통해 세력의 안정을 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결과 두 번의 큰 전란과 잦은 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600년 동안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10년 우리는?


태양 흑점과 관련하여 현재 기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기상청의 기후 자료를 뒤적였다. 그를 통해 의미 있는 발견을 했다. 다음은 2007년과 2008년 및 2009년의 월별 평균기온을 조사한 자료다.


월평균기온(℃) 수원 / 2007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평균

-0.1

3.3

6.0

11.1

17.8

22.6

24.0

26.1

21.2

월평균기온(℃) 수원 / 2008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평균

-1.6

-1.6

6.8

13.3

17.6

21.7

25.7

25.5

22.3

월평균기온(℃) 수원 / 2009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평균

-2.6

2.4

6.1

12.0

18.3

22.1

24.2

25.7

21.6


태양 흑점의 활동이 위축되기 시작한 2008년 9월쯤부터 2009년 9월까지의 월평균기온 값을 2007년의 값과 비교하면, ± 1℃ 정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흑점이 날씨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일상적인 편차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음이다. 다음은 일조시간의 2007~2009년 동안의 월별 평균값이다.


일조시간(hr) 수원 / 2007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평균

178.6

179.2

155.3

211.0

213.2

185.4

107.4

126.3

91.4

일조시간(hr) 수원 / 2008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평균

165.3

231.2

194.9

211.3

215.9

172.2

98.1

209.9

186.8

일조시간(hr) 수원 / 2009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평균

204.0

119.1

215.1

213.4

246.8

213.3

145.0

176.2

217.6


이를 보면, 2009년의 일조시간이 2007년과 2008년에 비해 훨씬 많았음에도 월별 평균기온이 더 낮은 경우가 자주 보인다. 이는 "태양 흑점의 활동 위축→태양에너지의 약화→지구복사에너지의 감소" 때문이라고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오로지 나의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날씨를 유심히 살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2009년 들어서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았음을 기억하시리라 믿는다. 이러한 안개와 구름이 끼는 현상은 태양 흑점이 줄어들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태양의 흑점이 줄어든 상태가 지속된다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점점 더 줄어들 테고,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지금보다 더 한랭한 기후가 닥치지 않을까? 그리고 지난 역사를 통해서 본 것처럼 빈번한 기상이변이 자연재해로 일어나지 않을까? 게다가 2009년 들어서 자주 일어나는 지각변동 현상은 그에 더해 지구를 뒤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얼마 전 뉴스에는 후지산 아래에 있는 마그마의 움직임도 포착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환태평양지진대는 요 몇 년 사이 격렬한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러한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물론 예전의 소빙하기를 겪은 때와 달리 발달한 인류의 문명은 그때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와 마찬가지로 기후의 변동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먹을거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폭설과 폭우와 같은 기상이변 앞에 현대의 농법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계속 보고 있다. 더군다나 산업의 한 축으로 농업이 편입되면서부터 시작된 대규모 단작 위주의 현대 농업은 자연의 변화에 대응하는 힘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품성 있는 농작물만 대규모로 단작을 하는 현대 농업의 뒤떨어지는 유연성은 그동안 석유라는 막강한 힘을 통해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그것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때에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후 변화에 적응력이 강한 여러 작물을 보험에 가입하듯이 다양하게 섞어 심는 쪽이 앞으로 있을지 모를 위험에 적응하는 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세계적인 추세로 일어나는 대농 위주의 농업 정책이 아니라 각 지역의 소농을 지원하고 키우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자료

빙하기, 존 그리빈, 메리 그리빈

우리는 지금 빙하기에 살고 있다, 더그 맥두걸

전환기의 환경과 문명, 정회성

기후와 역사, H. H. 램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 브라이언 페이건

소빙기 대자연재난 속 한국 농업의 변천, 이태진

The Sun-Climate Connection, 로드니 비렉(NOAA Space Environment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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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섣달도 초이레,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스무날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동짓달은 방바닥을 구르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끔 홀짝홀짝 술만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니 훌쩍 동지도 지나고, 덩달아 몸도 마음도 근질근질한 것이 이제 조금씩 꿈틀거려야 할 때가 온 듯하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무자년 한 해는 어떨지 짚고 넘어가려 한다.

무자년은 땅과 하늘에 화기火氣가 강한 해이다. 천간의 무戊라는 기운과 지지의 자子라는 기운이 모두 화기火氣를 불러온다. 그런 만큼 무자년의 기상은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고, 기상 변화가 심해 예측하기 어려운 해가 될 것 같다. 온도가 높으니 갑자기 한파가 몰아닥칠 수도 있고, 증발량이 많아 게릴라성 호우 또는 폭설이 잦을지도 모른다. 또한 화기가 강하여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 화기가 강하기 때문에 쓴맛이 나는 식물들 ― 살구, 은행, 상추, 쑥갓 등 ― 이 괜찮다. 그리고 그에 반해 배나 밤 등은 좋지 않다. 화기가 강해 더우니 수기가 대표하는 짠맛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물론 저마다 체질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인 설명은 이쯤에서 마치고, 좀 잘게 쪼개서 살펴보겠다.

겨울
2008년 1~3월은 땅에는 찬 기운이, 그리고 하늘에는 뜨거운 기운이 머문다. 이렇게 하늘의 온도가 높아 수증기가 많기에, 한 번 내리면 많은 눈비가 오거나 기습 한파가 닥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지구는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어 그만큼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겨울과 관련해 옛 기록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1. 섣달 초하루에 풍우가 있으면 다음해 가뭄이 있다.
→ 실제로 풍우가 있었으니 호우만이 아니라, 호우에 따른 가뭄도 철저히 대비해야겠다.
2. 동지에 매우 추우면 다음해 병충해가 적다고 한다.
→ 하지만 요즘 날씨가 워낙 춥지 않아, 병충해에 신경을 써야 한다.
3. 청나라의 점법에는 동지 다음 둘째 날이 임일이면 조금 가물다고 했다.
→ 올해는 둘째 날이 임일이다. 첫 번째 기록에서도 그랬지만 조금 가물 수도 있겠다.
4. 소한부터 대한까지 따뜻한 해에는 대홍수나 유행병이 돈다.
→ 이상하게도 요즘 그나마 좀 추우니 다행이다.
5. 동지 뒤 세 번째 미일이 납臘이다. 섣달 전 2~3번 눈이 오는 것을 납전삼백臘前三白이라고 하는데, 채소와 보리에 매우 좋다.
→ 이미 두 번이나 눈이 왔다. 겨울에 가물지 않아 이듬해 봄에 보리나 남새들이 자라는 데 좋아서 그럴 것이다.



무자년 봄의 특징은 초반에는 비가 적다가, 4~6월 하늘에 나타나는 토 기운 때문에 규칙적으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 농사짓는 데에는 아주 알맞은 비님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궐음풍목이란 찬 기운이 있기에 때때로 찬바람이 불어와 꽃샘추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바람인 만큼 황사가 심하게 불 수 있다.
다음은 입춘으로 예상하는 기상이다.
1. 언제나 보면 입춘날 일진이 갑甲․을乙이면 풍년이다.
→ 올해 입춘은 갑술이다. 앞서 살펴본 날씨도 그렇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변덕스럽지도 않고 농사도 좋을 것 같다.
2. 갑술일에 입춘이면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은 풍년이고, 물이 둑을 넘칠 정도다. 봄비는 때에 맞지 않고, 여름비는 밭을 고루 채우고, 가을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겨울에는 비가 연이어 내린다.
→ 이 기록대로라면 가뭄은 초봄과 가을의 가뭄을 가리키는 듯하다. 하지만 초봄에나 좀 가물고 씨를 심고 싹을 틔울 때는 알맞게 비가 올 것이니 걱정할 것 없고, 가을의 폭우와 흐린 날이 더 걱정이다.

여름
6월에는 땅의 온도는 높은데 하늘은 건조하다. 그래서 장마가 다른 해보다 늦게 시작하거나, 장마 기간이라도 우리가 아는 장맛비보다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장마가 끝난 다음에는 축축하고 뜨거워 후덥지근한 더위와 흐린 날과 호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건조한 하늘에 땅의 온도가 높은 만큼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여러 개의 태풍이 올 가능성도 높다. 이달 안에 묘일卯日이 세 번 있으면 벼와 콩, 팥을 심기 좋고, 절기에 맞춰서 비가 내린다는 기록이 있다. 순탄한 한 해 농사가 될 것임을 예상한다.

가을
가을은 맑고, 비교적 온도가 높을 것이다. 비교적 온도가 높은 가을이 예상되기에 늦가을 기습 한파나 서리가 빨리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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