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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추웠습니다. 뭐, 옛날에 비하면 그리 추운 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이번 추위가 여느 때와 달랐던 것은 날마다 영하권에서 날이 한 번도 풀리지 않았다는 데 있을 겁니다. 삼한사온이란 우리 기후의 특징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겨울이었습니다.

겨울만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의 기후는 정말이지 농사짓기에 최악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이런 날씨면 농사도 못 지어 먹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콩은 제대로 여물지도 못했습니다. 또 벼는 태풍에 쓰러지고 그나마 버티고 섰던 놈들도 흐린 가을 날씨에 익지도 않아 쌀 생산량이 최악으로 떨어졌습니다. 도시 사람들이야 어떻게든 시장에서 사다가 먹는다지만, 그걸 팔아 1년을 사는 농민에게는 시련일 뿐입니다. 아무튼 점점 기후변화가 심해진다는 것을 실감하는 1년이었습니다. 앞으로 기후변화는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심스레 기후를 예측하는 일뿐입니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농사계획을 짜는 일이 필요할 겁니다. 그럼 먼저 지난해 기후부터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의 기후


지난해의 전반적인 평가는 “사람에게도 곡식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였습니다. 정말로 지난해는 농사가 제대로 된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토종 종자를 증식해야 하는데 큰 타격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농사에서는 “큰 수확에 욕심내기보다 망치지 않는 게 최선”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봄에는 바람이 없고, 여름에는 음습하고, 가을에는 平田이라 하는데 고르게 온다는 것인지 비가 찬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고, 겨울에도 눈비가 잦을 듯하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여름·가을에는 폭우가 잦았고, 겨울에도 눈비가 자주 왔습니다. 그런데 더 재밌는 예측은 이것이었습니다. “2월에 눈이 내려 7일 동안 녹지 않으면 소와 말이 상해를 입고 여름과 가을에 백성들은 평안치 않다.” 소와 말, 곧 발굽 동물에게 질병이 생긴다는 말이 사실이 되었습니다.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가 엄청나게 파묻혔습니다. 그로 인해 축산농가는 큰 타격을 입었지요.

다른 예측은 이러했습니다. “늦서리와 때늦은 한파에 조심하세요.” “태풍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수로 정비와 폭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봄부터 잘하십시오.” “올 여름은 건조할 테니 물 관리도 잘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아마도 올겨울도 눈이 많은 겨울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한겨울에는 칼바람이 불어치는 날이 많을 듯합니다. 눈보라와 폭설 피해에 미리미리 대비하십시오.”



올해의 기후


이제 진짜 중요한 올해의 기후를 예측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측은 맞으면 좋지만, 틀리면 망신만 당할 뿐이기에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옛날에 천기누설이라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좀 느슨하게 얼버무리는 식으로 짚어 보겠습니다. 제 말씀을 그저 참고사항 정도로만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동지의 날씨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기후입니다. 동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절기였습니다. 서양에서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때이기도 하고, 우리네는 작은설이라 하며 애동지로 중시했습니다. 올해 동지 때 날씨가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렇게 추운 겨울이었는데도 그날만은 이상하게 별로 안 춥고 날도 맑았습니다. 그런데 옛 농서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동지에 매우 추우면 다음해 병충해가 적다고 한다. 또한 이날 밤 천기가 청량하면 모든 작물이 흉작이라고 한다.” 이 말을 근거로 판단한다면, 올해는 병충해가 많고 흉작이 예상이 됩니다. 다른 것보다 병충해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겨울에는 추워야 이듬해 병충해가 덜 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예전처럼 삼한사온이란 겨울의 특징이 살아 있을 때 그럴 겁니다. 겨우 내내 춥기만 했으니 오히려 병충해한테는 꽁꽁 숨어 있게 만들어버리지는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또 이런 말도 나옵니다. “동지에 얼음이 얼지 않으면 전염병이 퍼진다.” 이래저래 사람이나 동식물이나 병충해를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속설에는 ‘맑고 건조한 동지가 되면 습한 설날이 된다’고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설에 날씨가 어땠는지 기억하시죠? 올해도 농사가 쉽지만은 않겠습니다.

그리고 “동지 다음에 여섯째 날이 임일壬日이면 큰 홍수가” 난다는 구절도 나옵니다. 올 여름에는 수해도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요즘 여름철의 비는 한번에 확 쏟아져 부어버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올해도 어디서 어떻게 그런 폭우가 쏟아질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은 설날과 관련한 예측입니다. “정월 초하루에 푸른 기운이 있으면 황충蝗蟲이 일고, 초하루에는 맑은 날씨가 좋다.” 저만 그렇게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올해 설에는 하늘에 푸릇푸릇한 기운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이래저래 병충해를 조심해야 합니다. 농사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일로 병충해 방제를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또 설의 이틀 뒤였던 입춘이 “경庚․신辛이면 사람들이 안정되지 못한다”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우니라나 대통령께서 입만 열면 거짓말을 퍼붓는 바람에 어지러운 마당에 뭐가 더 어지러워질지 모르겠네요.

다음으로 입춘의 일진으로 예측하는 법이 있습니다. “을축일에 입춘이 되면 낮은 곳에 위치한 지역에선 곡식이 잘 익고, 물이 둑에 1자1치(33cm)까지 걸린다. -봄에는 비록 비가 고르게 오더라도, 여름에는 맑은 날이 별로 없고, 가을에 내리는 비는 금과 같이 귀하고, 겨울에는 한층 더 심하게 된다(乙丑日立春, 低處稔熟, 水懸岸一尺一寸. - 春雨雖勻, 夏雨無晴, 秋雨如金, 冬雨況況).” 낮은 곳에서는 그나마 농사가 잘된다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봄에는 농사짓기에 괜찮게 비가 오지만, 여름에는 비로 인한 피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을과 겨울에는 가뭄이 들지도 모른다는 말인 듯합니다.

“백로가 화일火日이면 충해가 생긴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백로는 병화일입니다. 충해 얘기는 처음부터 나오는데 한 번 더 쐐기를 박고 있습니다. 또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추사일이 지난 뒤에 추분이 오면 쌀값이 비단처럼 비싸질 것이다.” 가뜩이나 쌀값이 떨어져서 걱정인데 이렇게 흉년이 오면 쌀값이 오를까요? 옛날 같으면 오르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수입하면 되니까 별 걱정 안 할 겁니다. 비싼 쌀값이라도 먹을 사람은 먹고, 그것도 못 먹는 사람이면 수입쌀을 먹겠지요.



신묘년의 흐름


이제 마지막으로 신묘년 한 해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봄입니다. 청명과 곡우 사이까지는 조금 건조한 기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곡우라는 절기의 특징이 그렇듯,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비가 오기는 하겠으나 많은 비가 오지는 않겠습니다. 그 이후 여름에 들어설 때까지는 늦서리에 주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또한 바람이 많고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 봄날입니다. 6월이 되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겠는데, 장마철 큰비가 자주 내리겠습니다. 물론 그때 태풍도 찾아올 듯합니다. 지난해와 비교하여 그 규모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태풍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마가 끝난 뒤에 늘 그렇듯 9월은 불볕더위로 땀 꽤나 흘릴 각오를 하십시오. 그것이 가을까지 이어져 가을에도 덥고 안개가 자주 끼는, 그래서 알곡이 익을 시기에 그러지 못하는 시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지난해와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이번 가을도 햇볕이 쨍쨍 내리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 겨울, 이번에도 눈이 많이 내릴 듯합니다. 그렇지만 올해처럼 춥지만은 않겠습니다.

올해는 정말 간단하게 짚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기후를 예측한다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고, 이렇게 따져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올해 기후를 대략 예측해 보았는데, 이것이 얼마나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괜히 걱정거리만 안겨 드리는 것은 아닌지, 틀린 예측으로 손해만 끼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입니다. 부족한 사람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며 한 번 읽고 참고하는 정도로만 받아들여주십시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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