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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법

흙과 거름과 미생물 -서장 농업과 흙과 거름과 미생물

by 雜s 2025. 8. 5.

서장   농업과 흙과 거름과 미생물

 

 

 

 

농과 흙   

 

흙 위에서 태어나, 흙이 낳은 것을 먹으며 살다, 그리고 죽어서 흙이 된다. 
우리는 필경 흙의 괴물이다. 흙의 괴물에 가장 적당한 일은 흙에서 일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른바 생활의 방법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택한 사람은 농農이다.

토쿠토미 켄지로徳冨健次郎 『지렁이의 허튼 소리』에서

 

 

이 문장은 토쿠토미 켄지로(로카蘆花)가 지금으로부터 100년 이상이나 전인 1913년에 쓴 단편집  『지렁이의 허튼 소리』 속의 '농農'이란 장의 시작 부분이다. 농적 생활 속의 흙과 농과 인간의 관계가 단적으로 적혀 있지는 않을까? 흙에 준 거름은 식량으로 바뀌고, 식량은 이용된 뒤 다시 흙으로 돌아가 거름이 된다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 순환을 형성해 왔던 것을 알아 맞히고 있다. 농경지 생태계의 지속적인 물질대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틀림없이 흙과 거름과 토양 생물의 본원적인 힘에 의한 것이다. 

논벼농사를 하든지, 밭농사를 하든지 수천 년 일본 농업의 발걸음은 물이나 마을 산의 자연 양분 공급력에 오랫동안 지탱되어 왔다. 바로 100년 정도 전까지는 세계의 농업 대부분이 말하자면 '유기농업'으로, 나무들의 낙엽이나 작물 잔사, 떌감이나 짚을 태운 재, 나아가서는 동물이나 인간의 배설물 등을 흙에 되돌려 농작물의 생산을 계속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흙에서 태어나 다시 흙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흙은 지구의 모든 생물의 생활 무대도 된다. 우리들의 식량이 되는 농작물은 물론이고, 광합성에 의해 유기물을 생산하고 산소를 방출하여 지구 생태계의 기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무수한 육상 식물을 기르고 있다. 그 흙은 모암, 지형, 식생, 기후 등의 영향을 받아 토양 동물이나 미생물의 힘을 빌려 오랜 시간을 걸려 형성되어 왔다. 겨우 1cm의 흙이 형성되려면 300년을 필요로 한다고도 이야기된다. 미생물, 특히 세균은 유기물을 분해할 때 여러 가지 유기산을 만들어내는데, 이들 산은 암석의 광물 입자에 작용해 광물의 무기적 성분을 녹이기 시작한다. 나아가, 미생물에 의한 광물 입자에 대한 작용이 광물의 풍화 작용, 용탈 작용을 촉진해 점토 광물을 형성하고,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의 영양분이 생기고, 식물 생육의 기반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나 흙과 거름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농민 이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관심이 없고, 일상에서 화제에 오르는 일도 거의 없다. 우리들은 식량 문제나 농업 문제나 환경 문제를 생각하는 데에도 흙과 거름에 대해서 최저한의 것은 알아 두어야 한다.  

 

 

 

 

필수 원소, 미량 요소와 흙의 구조와 성분

 

식물의 생육에 필요 불가결한 원소는 다량 요소인 질소, 인, 칼륨, 칼슘, 산소, 수소, 탄소, 마그네슘, 유황의 9종류와 미량 요소인 철, 망간, 니켈, 붕소, 아연, 몰리브덴, 동, 염소의 8종류, 합계 17종류에 이른다. 이들 원소는 필수 원소라고 부르고, 그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식물체의 생장이 완결되지 않는다고 이야기된다. 그밖에 규소와 나트륨은 식물의 필수 원소는 아니지만, 식물의 생육 촉진과 환경 내성을 높이는 작용이 있어, 유용 원소라고 불린다. 미량 요소는 퇴비에 많이 함유되어 있기에, 최근 화학비료를 다투입하고 퇴비를 시용하지 않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식물이 흡수하는 양은 얼마 안 되지만, 미량 요소가 과부족해지거나 하면 식물은 건전한 생육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후술하겠지만, 그것을 먹는 인간에게도 무언가 영향이 미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암석이 풍화되어 생긴 자연의 흙과 농업에 이용하는 경토를 토양이라고 구별하는 경우와 모든 흙을 통틀어 토양이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에서는 흙과 토양을 똑같은 의미로 쓰고 있으며, 굳이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친숙함이 담긴 표현으로 '흙'을 사용하고, 농업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싶을 경우에는 '토양'이라 표현하려고 했다.

흙은 입자의 입경 크기로 구분된다. 크기가 2mm 이상인 것이 작은 돌인 자갈이라 불리고, 2mm 이하가 흙의 입자와 구분되어 있다. 흙의 입자는 1/10씩으로 구분되어 거친모래, 잔모래, 고운모래(실트), 점토의 순으로 작은 입자가 되어 간다. 이와 같은 입경에 의한 분류는 얼핏 너무 편의적인 것 같지만, 실제 2mm부터 1/10씩이라는 숫자를 경계로 흙 입자의 성질은 변화하고 있으며, 각각의 입자를 구성하는 성분도 바뀐다. 거친모래는 주로 석영 암석 파편을 포함하고, 잔모래는 주로 석영과 장석으로, 철과 산화마그네슘(고토)으로 이루어진 광물을 함유하고 있다. 실트(고운모래)는 주로 석영과 장석으로, 철과 산화마그네슘에 더해 운모 및 점토 광물 등을 함유하고 있다. 점토는 주로 점토 광물로 이루어지고 석영을 포함하고 있는 식이다. 점토 광물의 일반적인 생성 방법은 우선 암석이 산소나 탄소를 함유한 빗물에 의해 풍화되면, 물리적으로 파쇄됨과 함께 나트륨,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이 씻겨 흘러 간다. 남겨진 주요 성분은 규소, 알루미늄, 철 등이다. 알루미늄의 산화물이 재결합하여 안정된 화합물이 되어 점토 광물을 형성한다. 점토 광물의 대부분은 결정성 광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결정 구조에 따라 세밀하게 분류되어 원예점 등에서 배양토 등을 구입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카올리나이트, 버미큘라이트, 헬로이사이트 등으로 구분된다.

덧붙여서 흙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의 약 94%는 산소, 규소, 알루미늄, 수소의 4원소로 이루어져, 모두 무색 투명이다. 다음으로 비율이 높은 것은 철이고, 이것은 색깔을 띤 원소로 밭이나 들판의 흙처럼 공기에 닿은 산화 상태에서는 적색, 황색, 갈색이 되고, 늪이나 논처럼 공기에 닿지 않는 환원 상태의 흙은 거무스름한 청록색이 된다. 흙속의 또 하나의 물질은 유기물로 부식이라 하고, 미생물이나 동식물의 유체가 분해된 것이기에 최종적으로 흙속에 잔존하는 고분자 화합물이고, 이것이 많은 만큼 흙이 검은빛이 늘어난다. 이처럼 흙의 색은 철과 부식을 함유한 양의 다소나 산화 환원의 조건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화한다. 

흙의 화학적 성분에 주목해 보면, 규소와 반토礬土라고 하는 산화알루미늄과 산화철의 3성분으로 흙의 80~90%를 점하고 있다. 이 3성분의 다소, 또는 상호 비율이 흙의 성격을 결정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밖의 산화칼륨(석회), 산화마그네슘(고토), 산화칼륨(칼륨), 산화나트륨(소다) 등은 염기라고 불리는 알칼리성 성분이다. 이들의 염기류가 유망되어 감소하면 산성 토양이 되어 버린다. 하천에 의하여 운반되어 온 충적토, 즉 논 토양에서는 규산이 뚜렷하게 많고, 산화알루미늄(반토)가 적다. 그에 반해 화산회토에서는 완전히 반대로 되어 있어 산화알루미늄이 많다. 일본의 논벼농사 문화의 성립에도 큰 영향을 준 두 가지 흙의 차이는 1장에서 기술하겠다. 

실제의 흙은 크기가 다른 입자가 모여 만들어져, 흙 전체의 성질도 끈끈해지거나, 바슬바슬해지거나, 다른 색조를 띠거나 한다. 모래나 점토의 구성 비율에 응하여 흙을 분류한 것을 토성土性이라 한다. '식토埴土'는 매우 입경이 작은 점토로 이루어져 있어, 입자 사이의 틈이 좁고 표면적이 크며, 표면 전하가 있기 때문에 응집력이나 점착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사토砂土' 쪽은 입자가 큰 거친모래나 잔모래로 이루어져 있기에, 틈이 넓고 표면 전하를 갖지 않기에 입자끼리의 응집력이나 점착성이 약해서 바슬바슬한 흙이 된다. 점토와 모래의 비율이 반반 정도인 '양토壤土'는 식토나 사토의 중간적인 적당한 흙으로, 끈기가 별로 없고 부드러우며, 식물의 뿌리가 뻗기 쉽기 때문에 농작물을 기르기에 적당한 흙으로 여겨진다. 

원래 흙 입자의 하나하나는 제각각 있지만, 이것이 보통 겹쳐서 있는 것을 '홑알 구조'라 하고, 흙 입자가 모여서 더욱 큰 흙 입자 집합이 되어 있는 듯한 상태를 '떼알 구조'라고 부른다. 점토 광물이나 유기물, 철이나 알루미늄 등의 화합물, 뿌리의 부패물, 곰팡이의 균사, 지렁이 등의 토양 동물의 똥, 세균이나 살아 있는 뿌리가 내놓는 삼출액 등이 접착제의 역할을 하여, 흙의 입자끼리를 묶어 미소한 떼알의 덩어리가 생기고, 나아가 미소한 떼알끼리 결속되어 더욱 큰 떼알을 만들어낸다. 실제 흙속에서는 떼알이 입체적으로 모여 있어서, 떼알이 많은 만큼 크고 작은 틈인 공극이 많이 형성된다. 이 크고 작은 다양한 공극의 존재가 흙의 '물잡음'이나 '물빠짐'이라는 흙의 성질에도 관계되어 있다. 그리고 떼알구조의 흙은 식물의 뿌리 뻗음에도 유리하고, 미생물의 거처도 된다. 토양 유기물은 토양 입자를 결합시켜 침식에 견디는 떼알을 형성하기 때문에, 유기물의 함유량이 많은 만큼 침식에 대한 저항력은 커진다.   

 

 

 

 

 

 

흙과 거름과 미생물

 

생명이 지상에 나타난 것은 대략 35억 년 전이라 보고 있다. 식물이나 동물 등 생명을 지닌 것, 곧 생물은 그 몸의 성분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단백질과 핵산이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질소와 탄소, 수소, 산소 등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핵산은 이들에 또 인산을 더해 완성된다. 숲에서는 식물이나 동물은 죽어서 유체가 되면 유기물로 숲 지표의 토양에 축적되기 때문에 토양은 비옥해져 간다. 그러나 농경지의 토양에서는 기른 작물은 수확되어 버려, 식물의 유체가 토양으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그 때문에 유기물의 축적량은 해마다 감소해 버린다. 지력의 저하를 막기 위해서 농가에서는 정기적으로 거름을 주고, 토양 생물 등의 힘을 빌리면서 농토의 지력을 유지, 향상시켜야 한다. 거름이란 문자 그대로 농경지를 비옥하게 하기 위해 쓰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농경지 생태계 안에서 거름은 식량이 되는 작물에 이용되고, 식량은 이용된 뒤 다시 거름이 된다는 물질 순환을 형성해 왔다. 대저, 거름은 식물에게 영양을 주고, 흙을 떼알화하는 흙 가꾸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거름'과 '비료'에 대해서는 대체로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거름 쪽은 풀덮개나 똥거름이나 퇴구비 같은 자급용 유기질이 자연에서 유래한 것에 대해 쓰고 있다. 한편, 비료 쪽은 포괄적인 표현이나 무기질로 근대적·화학적·인공적인 것에 대해서 쓰고 있다. 더구나, 1950년에 제정된 '비료 단속법'에 의하면, 비료는 성분이 안정되어 있는 화학비료 등의 보통 비료와, 생선 찌꺼기, 쌀겨 같은 식품 잔사나 퇴비등의 특수 비료로 나누어져 있다.식물의 생육에 필수인 원소로는 질소, 인, 칼륨의 3가지로 '비료의 3요소'라고 한다. 이 3가지 원소가 특히 필요하다는 것은 흙 속에서 결핍되기 쉬운 성분의 대표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부족한 것이 질소이다. 질소는 공기 중에 질소 가스로 약 80%나 차지하고 있지만, 식물은 필요한 질소를 공기 중에서 직접 빨아들일 수 없다. 탄소의 경우는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에서 거두어들이지만, 질소 가스 분자를 구성하는 2개의 원자 결합은 3중 결합으로 되어 있어 엄청 안정적이다. 그걸 떼어놓는 데에는 거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질소가 식물의 체내에 들어와 활용되려면 질소 가스 분자의 견고한 3중 결합을 떼어놓고, 암모니아나 초산염 등의 형태로 바꾸어야 한다. 이 변환을 '질소 고정'이라 한다. 암모니아 쪽은 질소 분자와는 전혀 달라, 높은 반응성을 보이기에 쉽게 각종 유기화합물로 받아들여 다양한 생체 분자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이 질소 고정 반응을 실시할 수 있는 것은 자연계에는 단 2개 밖에 없다. 하나는 번개로, 번개의 방전에 의한 에너지는 공기 중의 질소 분자를 파괴하고 산소와 화합시켜 일산화질소, 아질산, 초산 등의 질소산화물(NOx)을 만들어 비에 녹아 지상으로 내리퍼붓는다. 물론, 방전에 의해 생긴 질소산화물이 비와 함께 대지에 내리퍼부어 식물에 질소 영양분으로 흡수된다. 번개의 빛을 일본어로 벼의 아내(이나즈마稲妻)라고 부르는 것은 벼에 쌀이 영그는 시기에 번개가 많은 것으로부터 번개가 쌀에게 소중한 존재이며, 그 때문에 '벼의 아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번개의 자연 방전에 의한 질소 고정은 연간 200만~500만 톤 정도의 질소가 동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된다고 한다. 또 하나는 콩과식물의 뿌리에 공생하는 균근균이나 콩과식물 이외의 뿌리에 공생하는 특수한 뿌리혹균으로, 그들이 지닌 니트로게나아제라는 효소는 질소 분자를 암모니아로 변환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생물에 의한 질소 고정은 연간 1.8억 톤 정도라고 한다. 질소가 아미노산이나 단백질이나 DNA를 만드는 데에 빠질 수 없는 것인데, 생물학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미미하다. 이것은 즉, 질소가 식물의 생장에 제한 요소가 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유기물이 적어 비옥도가 낮은 토양에서는 그 경향이 뚜렷하다. 인은 그 산화물인 인산으로 흙속에 존재하지만, 질소에 다음 가게 적다. 칼륨은 질소와 인산에 비하면 흙속에 존재하는 비율이 높다. 또한, 농지는 지력이 높다거나 낮다거나 이야기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비옥하다든지 비옥하지 않다든지 하는 것처럼 지력은 비옥도와 동일시해서 사용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지력이라 하는 건 본래 작물의 생육에 관계되는 종합적인 토지의 생산력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능력인 지력을 가져오는 요인은 물리적 요인, 화학적 요인, 그리고 생물적 요인 3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물리적 요인이란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식물 뿌리의 생육이나 활동의 조건에 관계되는 것이다. 뿌리를 확실히 지탱하는 토층을 비롯해, 뿌리의 뻗음에 유효한 토양의 두께, 경운의 난이, 물잡음(보수력)이나 물빠짐(배수성), 바람이나 비에 의한 비산과 유망에 견디는 힘 등을 가리킨다. 화학적 요인이란 것은 양분의 보유·지속력이나 작물에 대한 양분 공급력, 산도(산성, 중성 알칼리성인지를 나타내는 수소 이온 지수로 독일어로 페하, 영어로 피에이치), 산화·환원력, 중금속 등의 유해 물질 유무 등을 가리킨다. 세번째인 생물적 요인이란 것은 유기물 분해력, 질소 고정력, 병충해의 억지력, 미생물에 의한 유해 화학물질의 분해력 등을 가리킨다. 이들 3가지 요인은 따로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련되어 작물 재배에 적합한 토양 조건을 만들고 있다. 보수성과 배수성이란 상반된 성질의 균형이 떼알에 의하여 지배되는 것이나, 그 떼알 구조의 형성에는 유기물인 부식과 그것에 의해 배양되는 다수이자 다양한 토양 동물이나 미생물의 작용이 필요한 것이다. 퇴비 같은 거름은 토양 유기물이 되어 미생물의 힘을 매개로 하여 유기물을 무기 이온으로 변화시켜야 비로소 식물에게 양분 공급을 할 수 있다. 동시에 흙의 떼알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도 미생물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흙에는 광물과 유기물의 분해에 의해 생성된 식물의 생육에 필요한 양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양분은 플러스나 마이너스 전하를 띤 이온의 형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면, 식물이 다량으로 필요로 하는 질소, 인, 칼륨은 각각 암모늄 이온, 초산 이온, 인산 이온, 칼륨 이온으로 땅속의 물에 녹아 있어 식물에 흡수되기 쉬워진다. 또한 흙을 구성하고 있는 점토나 부식도 양이나 음의 전하를 띠고 있다. 따라서 흙은 양분의 이온을 끌어당기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토양 입자가 양 이온을 흡착할 수 있는 최대량을 양이온 교환용량(Cation Exchange Capacity), 줄어서 CEC라고 한다. CEC는 흙속에서도 점토나 부식이 많이 함유되어 있을수록 커진다. 또한, 중금속 같은 유해 물질이 흙에 뿌려지더라도 이 양이온 교환 작용이 있기 때문에 쉽게 지하수로는 흘러나가지 않는다. 이처럼 흙은 유해 물질의 여과기 같은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일단 오염되어 버린 흙은 좀처럼 원래로 되돌아갈 수 없기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광물이나 유기물은 자연에서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수용성 상태로 변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토양 미생물이 영양을 모재인 광물과 유기물로부터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상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실제로 밝혀낸 것은 1980년대 이후가 되고 나서의 비교적 새로운 일이다. 토양생태학과 미생물학의 최근 발전은 뿌리 주변의 영양 순환을 좌우하고, 토양 비옥도에 영향을 주는 미생물과 유기물의 상호작용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를 근본부터 바꾸어 놓았다고 몽고메리는 『발밑의 혁명』(2018) 안에서 지적한다. 토양 속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박테리아나 진균, 그들을 포식하는 원생 동물, 선충, 미소 절족동물, 지렁이나 두더지나 장수풍뎅이의 유충 같은 대형 토양 동물이 살고 있다. 토양 동물이라 하더라도 지렁이나 두더지 이외는 별로 일반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오키 쥰青木淳이 저술한 두터운 책 『토양동물학 Soil Zoology』 (1973, 개정판 2010)에는 서-1의 그림처럼 매우 알기 쉬운 삽화가 실려 있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서-1 다양한 토양 동물   아오키(1973)에 의함

a·b: 아메바, c: 망치머리 편충(Bipaliinae), d: 와충, e: 선충, f: 완보동물, g: 윤충, h: 거머리, i: 복족류, j: 지렁이, K: 앉은뱅이목, l: 거미, m~o: 진드기, p: 옆새우, q: 노래기, r: 지네, s: 좀붙이, t: 쥐며느리, U: 톡토기, V: 딱정벌레, W: 개미, X: 두더지, y: 파리 유충, Z: 풍뎅이 유충 (단, a~z는 동일 축척으로 그리지 않음)

 

 

토양 생물은 식물의 뿌리와 마찬가지로 혐기성 세균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생물과 같이 산소와 물이 필요하다. 특히 퇴구비 등의 유기물을 더하면 떼알 구조 같이 토양에 물리적·구조적과 화학성의 복잡함을 겸비해 산소도 물도 얻을 수 있게 된다. 토양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토양 유기탄소를 산화해 에너지를 얻는 것(호흡 작용)이 필요하다. 퇴비 같은 토양 유기물이 많으면 토양 생물상은 풍부해진다. 다양한 생물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제약을 하고, 서로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지구 어느 곳의 토양에도 지구 대부분의 미생물 종이 존재하고 있다 한다. 그러나 많은 미생물은 활성되어 있지 않고, 매우 저밀도이며, 기상과 토성, 식생 등 그 토양의 조건에 맞는 미생물만이 활성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 흙 속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세균이나 다른 미생물이 있는 것일까? 소메야 타카시染谷孝의 『남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토양 미생물의 세계』(2020)에 의하면,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형광 현미경이라는 특수한 현미경이 등장하면서 약 1g의 흙 속에 무려 100억 개체나 되는 미생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유기물을 다량으로 토양에 넣으면 병충해가 일어나지 않는가 하면, 사태는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실제로 유기물을 많이 투입한 밭에서도 병충해 피해 등이 나타난다. 토양에 짚이나 낙엽 등의 신선 유기물을 넣으면 토양 미생물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분해되어 퇴비와 같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분해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유기물을 넣는 것보다,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퇴비화된 쪽이 거름 효과는 높고, 시용하고 나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되는 시간이 짧아진다. 풀덮개에 이용하는 떨기나무의 새싹이나 어린 잎이나 잔가지, 나무 그늘의 잡초 등과 같이 분해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시용하는 것을 통틀어 '풋거름'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유기물을 토양에 시용하면, 그 안에 작물의 뿌리에 유해한 페놀성 산이나 유기산 등의 물질을 포함하고 있거나, 또는 토양 안에서 급격하게 분해되면서 가스 장해를 일으키거나, 장기에 걸쳐 분해되며 질소가 부족해지는 '질소 기아'의 상태를 일으키거나 하는 등 작물이 여러 가지 장해를 받을 위험성도 있다. 이러한 장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미리 토양 생물에 의해 분해되기 쉬운 부식으로 대신하거나, 작물의 생육에 유해한 물질을 분해해 두는 것이 퇴비화의 큰 이점인 것이다.

또한 식물에게 흙은 중성인 것이 바람직하나, 일본 밭의 약 40%는 산성토가 되어 있다. 온난습윤 기후인 일본에서는 숲으로 넓게 덮여 있어, 숲 토양의 산도는 4~5나 된다. 식물은 물과 함께 흙에 녹아든 칼슘이온이나 칼륨이온을 많이 흡수하기 위하여, 그 대신 뿌리에서 수소이온(산)을 방출해 토양을 더욱 산성화한다. 미생물은 낙엽을 분해하면 그 일부를 산성 물질, 곧 유기산이나 탄산, 초산으로 방출한다. 식물이나 미생물이 방출하는 산성 물질에 의하여 흙이 서서히 산성화된다. 후지이 카즈미치藤井一至의 『대지의 5억 년」(2022)에 의하면, 숲속에서 식물 뿌리가 방출하는 수소이온의 양은 대부분의 경우 숲에 내린 산성비의 10배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식물은 물론, 인산 등의 음이온도 흡수하지만, 양이온의 흡수량 쪽이 크다. 식물이 살기 위하여 필요한 칼슘이나 칼륨을 획득하기 위해서라도, 본래 산성 흙을 싫어하는 식물도 산성이 되더라도 할 수 없다는 궁극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칼슘이나 칼륨이 함유되어 있는 살아 있는 초목을 태워 버리는 화전법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초목재를 중화제로 삼아 토양 개량이 이루어져 부대밭이나 이동식 밭이 영위되어 온 것이다.

 

 

   

 

 

리비히의 '무기영양설'과 퇴비의 역할

 

흙 속의 사건은 매우 복잡해 우리는 잘 모르는 것 투성이이다. 평균적으로 그 움직임이 느려, 예를 들면 거름을 주더라도 반응이 늦고, 동시에 기후나 지형 등의 환경조건에 의해서도 변화해 버리기에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만큼 작물 생산을 통제하고 증대시키기 위해서, 흙은 매우 까다로운 상대이다. 흙을 무시하고 화학비료 같이 식물이 필요로 하는 무기 영양분을 직접 주어 버리는 쪽이 생산력을 제어한다는 점에서는 아주 편리하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기초가 된 것은 19세기에 등장한 독일인 리비히에 의한 '무기영양설'이었다고 이야기된다. 덧붙여, 리비히에 대해서는 4장과 종장에서 상시히 기술하겠다. 그 뒤, 식물과 흙의 상호작용계인 생태계로부터 흙을 떼어 놓는 수경 재배 같은 방법이 고안되어, 흙은 버려지듯이 되어 버렸다. 균근균 등의 토양 미생물이 영양 순환을 당담하고 있는데, 균근균이 없는 무균 상태에서 하는 수경 재배에 의한 식물이 영양적으로 과연 건전한 것일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유럽의 봉건 사회에서는 삼포제라 하여 마을의 경작지 전체를 3으로 구분해 그 하나는 휴한지로 토지를 쉬게 함과 함께, 그곳에 가축을 방사해 그 분뇨로 지력을 보충하고, 다른 2곳의 밭에는 봄과 가을과 같이 수확기가 다른 별종의 곡물을 심었다. 이에 대해서는 4장에서도 기술하겠지만,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휴한을 포함시켜 토지를 쉬게 하는 일이 일반적으로 행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16세기 무렵에 인분뇨에 의한 똥거름이 쓰이게 되기까지 마을 산에서 얻은 덮개, 초목재, 낙엽 퇴비 등의 많은 거름을 투입함으로써 장기간 경작을 계속할 수 있었다. 흙 속의 유기탄소는 작물을 농사지음에 따라 점점 감소해 가기 때문에, 흙의 비옥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름으로 유기물을 보급해야 한다. 유기질 비료가 토양에 주어지면 지렁이 등의 소동물이나 토양 미생물 등에게 분해되어 그들의 에너지가 된다.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하여 분해되면, 최종적으로는 탄소, 산소, 수소는 탄산가스와 물이 되고 질소나 그밖의 영양분은 무기이온이 되어 토양 속에 방출된다. 이 방출된 무기이온을 식물은 양분으로 뿌리털에서 흡수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유기물을 거름으로 밭에 주더라도 식물은 유기물을 직접 흡수할 수 없다. 앞에 기술했듯이 식물은 유기물이 미생물의 작용을 통해 무기이온이 되어야 비로소 이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료를 유기물(유기질 비료)로 주더라도, 무기물(화학비료)로 주더라도, 식물의 뿌리가 흡수하는 단계에서는 양분은 무기이온이 되어 있기에, 그 점에서는 화학비료에서도 유기질 비료에서도 똑같은 것이 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화학비료에는 양분 공급 이외에 토양을 개량하는 작용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에, 화학비료를 계속 사용하면, 토양 비옥도가 저하되어 유기물의 탄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토양 미생물이 휴면 상태가 되거나 사멸하거나 하는 일이 많다. 화학비료에 의하여 질소나 인 같은 1가지나 2가지 원소를 주더라도, 마그네슘이나 동 등 다른 영양소의 결핍에는 대처할 수 없다. 만약 식물이 필요한 양분을 얻을 수 없다고 하면, 그것을 먹는 인간도 미량 원소 결핍이 문제가 되어, 순환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 토양을 개량하는 힘을 지닌 점이야말로 퇴비의 힘이고, 근대 과학의 자식인 화학비료라고 해도 퇴비를 완전히 대신할 수 없는 이유이다. 

 

  

 

 

농업생태계의 변용과 무사시노의 낙엽 퇴비 농법

 

일본에서는 작물을 기르는 데 오랜 기간 주로 식물에서 기원한 거름의 힘에 의지해 왔지만, 대도시 근교의 농촌에서는 상품작물의 생산이 활발해지자 서서히 말린 정어리나 청어 깻묵이나, 대도시에서 대량으로 배설되는 인분뇨에 의한 똥거름 등 효력이 높은 구입 비료를 시용하게 되었다. 이들은 금전으로 사는 비료이기에 금비金肥라 불렸다. 19세기 후반의 메이지 시기에 들어서자 여러 상품작물의 생산이 급속히 일본 전국으로 보급되어 갔다. 또한, 그때까지 농사를 시작할 때 주는 밑거름만 주었던 시비 방식을 대신해, 일부를 작물의 생육 기간 중에 주는 웃거름 방식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의 메이지 후반 무렵이 되고 나서 퍼졌다. 그리고 이 시기에 중국 대륙에서 가져온 콩깻묵이 등장해 시비량을 더욱 증가시켜 가게 되었다. 더하여 19세기 중엽 이후 과인산석회나 유안 등의 속효성 화학비료의 보급은 그때까지의 비료의 주력이었던 덮개 등의 풋거름이나 퇴구비나 똥거름을 배제해 나아갔다. 농지에서 화학비료에 의한 질소의 과잉 부담은 질소의 형태 변화, 곧 초산화성을 통해 흙의 산성화를 가속해, 지금까지 없던 속도로 토양 악화를 진행시키게 되었다. 농지에 시용된 풋거름이나 퇴비 등의 유기물은 대부분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흙 속이나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만, 일부는 화학적, 생물적으로 재합성되어 분해되기 어려운 토양 유기탄소가 되어 장기간 토양 속에 모여 괸다. 그러나 자급 비료가 아닌 금비나 화학비료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자,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퇴비에 의한 흙 가꾸기를 기피하게 된 농민도 늘어났다. 그에 의해 흙 속의 유기물 양이 저하되고 토양 유기탄소가 적어져, 그것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미생물 군집이 감소하거나 사멸하거나 해서 병충해나 바이러스 장해 등도 다발하게 되었다. 토양 유기탄소는 직접적인 영양이 되지 않으며, 그 자체는 식물의 생장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토양 유기탄소와 작물 수확량 사이에는 밀접한 정비례 관계가 있다. 그리고 떼알 구조가 형성되지 않으면, 토양 침식에 대한 저항성도 감소한다. 앞에서 기술했듯이, 미량 요소는 퇴비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최근 화학비료를 고투입하고 퇴비를 시용하지 않는 경작지가 증가했기 때문에, 질소, 인, 칼륨 외의 필수 원소가 결핍된 토양이 증가하고 있다. 동, 마그네슘, 철, 아연 등은 식물의 건강과 그것을 식량으로 하는 인간 건강의 중심에 있는 피토케미컬, 산소나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빠질 수 없는 원소이다. 피토케미컬(phytochemical) 또는 파이토케미컬이란 말은 최근 자주 듣게 되었는데, 식물이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피토(phyto)는 그리스어로 '식물', 케미컬(chemical)은 '화학성분'이란 의미로, 피토케미컬은 하나의 채소나 과일에 여럿 존재하는 것으로, 그 종류는 수천 이상에나 이른다. 미생물과의 정보 전달을 포함해, 식물이 자외선이나 곤충 등 식물에게 유해한 것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색소나 향, 매운맛, 끈적끈적함 등의 성분이다. 인간이 섭취하면 체내의 효소를 만드는 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는 방어와 건강에 관계되는 폭넓은 기능을 가진다고 해, 요즘 주목을 모으고 있다.

부대밭이나 똥거름, 풀덮개나 낙엽 퇴비 같은 마을 산 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거름이 경작지 생태계의 밖으로부터 무제한으로 들어오는 화학비료나 농약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그것으로부터 야기된 것은 지금까지 보았듯이 환경은 물론이고, 인간의 몸이나 마음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미량 요소가 결핍된 곡물이나 채소를 먹더라도 그날이나 며칠 안에 무언가 이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기에, 남이 금방 알아채기 어려운 만큼 오히려 성가시다. 이러한 점에서도 '흙과 퇴비의 힘'을 결코 경시하거나 얕잡아 볼 수 없음을 잘 알 수 있다.

 

 

 

 

 

농업 생태계의 변용과 무사시노의 낙엽 퇴비 농법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농업'이란 단순히 식량을 공급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환경을 지켜 나아가고, 농법 같은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라는, 인간의 지혜도 축적되어 왔다. 그리고 동시에 지역 독자의 경관이나 전통 행사, 그 토지의 문화 형성에도 관계되어 왔다. 세계에서는 지금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테크놀로지의 진화에 의하여 인간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나 글로벌화가 자원의 이용이나 지역의 가치에 여러 가지 왜곡을 야기하고 있다. 풀덮개나 퇴비 등을 이용해 지력을 유지하는 농법을 버리고 농업생태계나 농경 문화도 크게 변용시켰다. 사회나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전통적인 농업과 그에 관련되어 육성된 문화, ㄴ농지나 저수지, 수리시설 같은 토지 이용, 기술, 경관,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도모하는, 새로운 구조나 제도가 당연히 필요해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고도 경제 성장기가 되고나서 도시화와 공업화, '에너지 혁명', 수입 농산물이나 사료와 비료의 증대 같은 외적 조건이나, 농가 호수나 농업 종사자 수의 감소와 고령화, 농업의 화학화와 기계화의 진전, 농가의 생활 양식이나 영농 형태의 변화라는 내적 조건 등에 의해, 일본의 농촌은 변용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칸토우 평야의 대지 위의 농촌 어디에서도 볼 수 있던 마을 산에서 채취한 낙엽을 원재료로 퇴비를 만들어 밭의 흙 가꾸기와 지력 유지를 위하여 낙엽 퇴비를 시용한다는 농법을 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이누이 타다시의 『칸토우 평야의 평지림(平地林)』(1992)에 의하면, 도쿄 서쪽 근교의 무사시노에서는 도시화가 진전되어 평지림의 대부분은 전용되거나, 미이용지로 방치되거나 했다.  낙엽도 채최되지 않게 된 평지림은 차차 개발되어서 고립·단편화되어 생물의 다양성도 저하되고, 지역의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버렸다. 

그런 가운데 무사시노 북부에 위치한 산토메 지역에서는 흙 속의 유기물인 부식과 토양 동물이나 미생물을 늘림으로써 안정적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지속적 농법을 찾아냈고, 서-2의 사진과 같이 이후 360년 동안이나 그것을 견지하고 있다. 덧붙여 산토메 지역이라는 것은 서-3과 같이 17세기 말에 개발된 산토메 신전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사이타마현 카와고에시川越市, 토코로자와시所沢市, 후지미노시ふじみ野市, 미요시마치三芳町를 포함한 지역을 가리킨다. 그런데 일본에서 일찍이 널리 볼 수 있던 이 농법도 산토메 지역이 지역적·면적인 대처로 계속되고 있는 유일한 지역이 되어 버렸다. 낙엽 퇴비 농법을 소재지의 지식이나 기술로 산토메 지역에서만 소중히 할 뿐만 아니라, 이 농법에 의하여 '흙과 퇴비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세계에 공개해 나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토양 유기물의 감소에 의해 토양 침식이나 토양 악화, 사막화 등이 시시각각으로 진행되어 농업 생산력이 저하되고, 식량 위기에 빠지고 있는 지역도 증대하고 있다. 그러한 지역을 위해서도 아직도 숨쉬고 있는 무사시노의 낙엽 퇴비 농법을 호소해 건강한 흙과 농을 되찾아 나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서-2 산토메 새논의 직사각형 경작지

 

서-3 산토메 지역과 산토메 새논의 위치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농법의 일환으로 퇴비 등의 거름을 사용해 영양가 높고 맛있는 작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열쇠를 손에 넣기 위한, 시공을 뛰어넘은 여행 이야기이다. 이 책의 구성은 6장으로 되어 있다. 먼저, 서장에서는 흙과 거름에 포함되는 영양소나 그것이 미생물 등의 작용을 통해 농작물에 흡수되는 메커니즘에 관한 기초적 지식에 대해 기술했다. 1장에서는 일본의 기간 산업의 하나로 자리잡았던 무논 벼농사의 논과 풀덮개의 힘에 대해서, 밭농사 농업과 대비하면서 살펴본다. 논 토양의 특질과 풀덮개 등의 풋거름에 의한 지력 유지 방식의 특징과 그들의 이용이 소멸되어 흙과 거름과 미생물의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 현상과 그 문제점을 기술한다. 2장은 에도·도쿄 근교에 형성된 분뇨권을 도시와 근교 농촌에서 이루어진 똥거름과 농산물의 물질대사란 관점에서 살펴본다. '에도·도쿄 분뇨권'의 종언에 대해서는 하수도 보급과의 관련성에서부터 흙과 거름의 힘을 재고한다. 3장은 무사시노 북부의 산토메 지역에서 아직도 숨쉬고 있는 낙엽 퇴비 농법의 특징을 밝힌다. 에도 시대의 새논 개발기 이래 3세기 반에 걸쳐서 경작지 생태계 안에서 마을 산을 끌어들여서 낙엽 퇴비에 의해 토양 생물을 번식시켜 밭을 비옥하게 하고, 작물 수확량을 유지해 온 과정에 다가가 토양의 유지를 기초로 하는 농경 문화를 구축했던 것을 기술한다. 4장에서는 광대한 평지림을 볼 수 있는 유럽의 지력 유지 방식을 살펴본다. 외양간두엄에 의한 지력 유지 체계를 확립한 요인을 자연 환경이나 농법에서 일본과의 차이를 기술한다. 나아가 화학비료에 의존해 산업화된 농업으로 치닫게 된 노정을 밝힌다. 토양 비옥도란 사고방식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농예 화학이 주도권을 잡아 왔지만, 구미에서 행해졌던 생산 편중주의 농업의 결말로부터 그것이 토양생물학이나 생태학으로 이어져서 흙과 퇴구비의 힘이 재고되어 오고 있는 현상을 상세히 기술한다. 종장에서는 아직도 숨쉬고 있는 무사시노의 낙엽 퇴비 농법이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가 제창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새로운 임무로 등장한 '세계 농업유산'의 중요한 모델이 되었던 일을 보겠다. 그리고 낙엽 퇴비 농법에서 획득된 흙 가꾸기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산토메 지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널리 세계에 공개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기술하고, 이 농법이 존속한 이유를 밝히려 한다. 흙과 퇴비를 통한 농경 문화론을 지향한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새로 적은 것인데, 많은 선행 연구의 기초에 근거하고 있다. 그들에 대해서는 책 끝에 정리해 인용·참고문헌 목록으로 나타냈다. 더욱 상세하게 알고 싶은 분은 직접 원서를 참조하길 바란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흙과 퇴비의 힘에 대한 상상력이 환기되어 흙과 농과 식에서 일어나는 물질대사에 대한 관심의 창이 열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그것이 식과 농이나 환경의 문제 해결에 직결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사고 정지에 빠지지 않고 생각과 관심을 계속 기울이는 사람이 늘어남으로써 조금씩이나마 흙과 퇴비의 힘을 되찾아 가는 일이 가능해지지는 않을까? 이 책에 담은 생각이 많은 독자의 '거름'이 된다면 행복하겠다. 이 책이 그러한 역할을 완수하는 데 일조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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