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자의 밥짓기 방법
밥을 지을 때의 요령으로서 "시작은 홀홀, 중간은 활활, 부모가 죽어도 뚜껑을 열지 마라"라는 표현을 들은 적 없습니까? 이건 쌀로 밥할 때의 불 조절을 표현한 말입니다. 비슷한 것으로 에도 시대에 출판된 요리서 <名飯部類>에도 "밥할 때 처음은 홀홀, 중간은 쭉쭉, 끓은 뒤에는 조금 줄여요"라는 말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는 어느 집에나 밥솥이 있습니다만, 밥솥이 보급되기 전에 밥은 가마솥으로 짓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물론 가마솥에는 스위치 하나로 밥을 지을 수 있는 편리한 기능이 없기 때문에 불 조절이 필요했습니다.
앞에 소개한 두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처음에는 가마솥 전체를 데우기 위해 약불로 하고, 따뜻해지면 강불로 가열합니다. 그 뒤 끓어오르면 불을 약하게 하고, 불을 끈 뒤는 뚜껑을 열지 않고 잔열로 뜸을 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이때 "다 지어졌나?" 하고 뚜껑을 열어 안을 보면 뜸이 잘 들지 않을 수 있기에, 최초에 소개한 표현에서는 '부모가 죽어도'라는 과격한 표현이 쓰인 것입니다.
이것은 '끓이고 뜸들인다'는 자포니카 쌀에 적절한 취사법으로, 일본의 독특한 방법입니다. '끓이고 뜸들인다'란 처음 물의 양이 많을 때는 삶다가 물이 적어지면 찐다는 '삶다' '뜸들인다'란 두 가지 조리방법을 조합시킨 것입니다. 이 2가지 조리법에 의해 물에 녹았던 쌀의 전분이 쌀알 안에 갇혀 통통하고 윤기나는 밥이 되는 것입니다.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는 '끓여 찜'라는 방법으로 조리합니다. 대량의 물로 쌀을 살짝 삶은 뒤 일단 쌀 표면의 끈기를 씻고, 그 뒤 찌는 겁니다. 이 조리법은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되는 인디카 쌀에 적절합니다.
일찍이 일본에서도 '끓여 찜'로 쌀을 밥으로 지었습니다. '끓이고 뜸들인다'가 보급된 것은 쌀의 생산량이 올라간 에도 시대부터입니다. "밥을 맛있게 먹고 싶다"라는 강한 집착으로부터 연구를 거듭해 이 취사법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쓰이고 있는 밥솥도 이 '끓이고 말림'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밥이 식으면 맛이 없어지는 이유
똑같은 방법으로 지은 밥이라도 가장 맛있는 건 갓 지은 때이고, 식어 버리면 맛이 떨어져 버립니다.
이는 쌀의 주성분인 전분의 특징 때문입니다. 전분에는 2가지 상태가 있습니다. 생쌀은 물에 잘 녹지 않아 맛은 없지만 보존에 적합한 전분(베타 전분) 상태입니다. 그걸 가열하면 쌀이 맛있어지는데, 보존에 적합하지 않은 전분(알파 전분)으로 변화합니다.
이 전분은 물에 녹기 쉽기에 '끓이고 말림'을 하면 쌀알에 갇히게 되지만, '끓인 뒤 물을 버리고 찜'을 하면 떠내려가 버립니다. 그 때문에 '끓이고 말림' 쪽이 통통하고 맛있어지는 겁니다.
이러한 '끓이고 말림'으로 쌀알에 갇힌 전분(알파 전분)도 식으면 다시 원래의 전분(베타 전분)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밥은 갓 지은 것이 더 맛있는 건 이 때문입니다. 빵도 갓 구운 쪽이 맛있는 것도 똑같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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