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목에 걸린 트라우마로 린양이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4일을 굶었다. 정확하게는 물과 주스와 요구르트 같은 액체류와 스프 한 숟가락, 아이스크림 같은 유동식만 먹고 버텼다. 아이가 갑자기 먹을 걸 거부하며 입에 넣지를 않으니 미치고 환장하겠더라. 이렇게 아무것도 안 먹으면 죽는다는 이야기부터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위협적인 이야기를 해도 목에 음식이 걸려서 죽을 것 같다며 먹지를 않으니 강제로 먹일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가 먹기를 완강히 거부하여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자, 현실을 인정하고 이 아이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백방으로 찾아보았다. 다행히 비슷한 사례를 몇 년 전 티비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다. 먹는 행위에 대해 안심하고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어떤 노력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이에게 지금 상황을 이야기해 이해시키려 노력하며 본인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중심으로 섭취하도록 마련해서 공급했다.
오늘 아침에는 심리적인 문제인 만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새벽 5시 반부터 아침에 줄 미음을 준비하고, 6시가 조금 넘어 문제가 시작되었던 식당에 찾아가 예전에 여기서 나누어주는 사탕을 먹다 목에 걸린 경험이 있는데 안 좋은 기억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도록 사탕을 함께 부수려 한다며 사탕을 얻어 왔다.
7시 반이 가까워 아이가 일어났고, 자연스럽게 목에 걸려서 아프게 했던 것들을 함께 혼내주자고 하며 망치를 가져와 사탕을 부수고, 또 젤리도 목에 걸린 적 있으니 함께 가위로 산산조각을 내고, 떡도 칼로 싹둑싹둑 자르는 퍼포먼스를 행했다. 그리곤 휴지에 싸서 창밖 저 멀리 내던지도록 하면서 목에 걸려 아프게 했던 것들을 모두 버리니 무서워하지 말라고 엄마와 아빠가 혼내주고 지켜주겠다고 안심을 시키려 노력했다.
그러한 일의 효과일까? 어제는 한두 숟갈 먹기도 싫어하던 미음을 서너 숟가락 넘게 받아먹더니 혼자서도 몇 숟갈이나 신나게 떠서 먹었다. 아니면, 어제 미음은 맛이 없다는 얘기에 영양분을 공급할 겸 탈수도 막으려 소금으로 좀 짭짤하게 간을 하고 풍미를 더하려고 참기름을 넣은 덕이었을까? 어쨌든 준비한 미음의 반 정도를 먹었다. 여기서 "먹었다"는 행위 자체가 정말 중요하다.
등원 준비를 마치고 어린이집에 가는 길에 아이가 한걱정을 했다. 자기는 밥을 못 먹는데 강제로 밥을 먹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친구들은 모두 밥을 먹는데 자기도 먹고 싶지만 못 먹어서 어떻게 하나 등등 "먹는다"는 행위에는 아무 거리낌이 없지만, 목에 걸려 큰일이 날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 걱정 말라고 집에서는 엄마와 아빠가 지켜주고,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이 대신 지켜주며 다롱이라는 애착인형도 함께 가서 용기와 힘을 줄 거라고 안심을 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어제 미리 선생님들에게 아이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였기에 아이가 도착하자 원장과 담임 선생님이 나와서 효린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데리고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늘 아침의 일과 함께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슬프고 걱정되는 마음에 흐르는 눈물이라기보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아이가 잘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쏟아진 눈물이었다. 집에 들어와 잠시 큰소리를 내며 엉엉 울었다. 눈물에다 콧물까지 흘러 얼굴이 엉망이 되었지만 마음은 좀 후련해졌다.
오늘 아이는 점심과 간식을 어떻게 했으려나? 하루아침에 좋아지지는 않을 거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따 저녁과 내일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열량과 영양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먹을거리를 마련해야겠다.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해질 수 있으니 단백질쉐이크와 올리브유나 참기름 등을 알아보고, 우유를 준비하고, 홍삼 음료와 주스 등을 주문했다. 이 상황이 너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내, 효린아. 너는 이겨낼 수 있어. 엄마와 아빠가 응원하고 도울게. 걱정하지 마. 먹는 건 즐거운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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