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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종자라 하면 흔히들 몇 백, 몇 천 년 전부터 한국 땅에서 재배해 오던 무엇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작물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요. 아닙니다. 제가 틀렸습니다. 콩과 팥 정도는 만주와 한반도 일대가 원산지라고 알려져 있긴 하니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작물, 거기에서 범주를 넓혀 식물은 자기가 살아가기 위한 조건만 맞으면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씨를 퍼뜨립니다.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작물이긴 하지만 토종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사단법인 한국 토종연구회에서는 무엇을 토종이라 정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작물이 해당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했냐 아니냐의 여부라고 정의합니다.

저는 이를 사람으로 비유하곤 합니다. 만약 내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정착한 뒤 몇 세대를 거치며 나의 후손이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럼 그 몇 세대를 지난 나의 후손은 한국인인가요, 아니면 미국인인가요? 한국말도 서툴고, 한국음식도 잘 못 먹고, 한국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보다는 미국인에 가깝지 않을까요?

이를 현재 한국에 많이 들어와 있는 동남아의 이주노동자들로 바꾸어 생각해보죠. 그들이 지금 당장은 한국말도 서툴고 한국음식도 잘 못 먹고 그러지만, 이곳에 정착하여 몇 세대가 지났다고 가정합시다. 그 후손들은 어떨까요? 생긴 건 좀 달라 보이지만, 그들은 동남아인일까요 한국인일까요?

토종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작물에게는 그 지역의 기후와 풍토, 즉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응했느냐의 여부가 중요한 요소이지만, 사람에게는 그 지역의 문화에 적응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무튼 작물이든 인간이든 '적응'의 여부가 기준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주식으로 삼고 있는 밥을 짓는 쌀도 저 멀리 외부에서 들어온 작물이고, 한국인의 정체성이라 이야기하는 김치의 재료인 배추와 고추 등도 모두 외부에서 들어와서 적응하여 살아가는 것들입니다. 그러니 외부의, 이질적인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심정적으로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배척하고 억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부유별이란 말을 남성과 여성에게는 구별이 있어 남성이 위고 여성이 아래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말은 남성과 여성에게는 다름이 있으니 그를 인정하고 어우러져 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일이 어울림의 기본인 것 같습니다. 그저 다른 것을 다른 것이라 인식하고 인정하면 그만입니다. 거기에서부터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준비가 이루어집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읽어 봅시다. <식량작물의 기원은 세계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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