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있었던 정부의 쌀 관세화 발표와 관련하여 그것 말고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비판이나 비아냥을 꽤 보았다.
그렇다. 그것 말고 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와 관련하여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정부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태도이다. 지금까지 일어난 여타의 사건, 사고에서도 일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 모습 말이다. 20년 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의해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정부와 국회, 농민 사이의 끈질기고 치열한 논의 끝에 쌀 관세화를 결정한 바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러한 과정이 전혀 없었다. 농민은 배제되었고, 국회는 무시된 채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내년 1월 관세화가 실시된다는 통보만 있었다.
둘째,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국제협상의 무대에 한국의 패를 너무 일찍 공개해 버렸다. 포카판에서도 서로의 패를 보여주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관세화 실시라는 카드를 까 보이고 난 뒤 협상에 나서고 있다.
협상에 나서는 상대국들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되어버린 형국이 되었다. 정부에선 관세율은 협상해야 하니 미리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관세율이 몇 퍼센트가 되든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 전제된 협상판에서 한국이 펼 수 있는 수싸움은 한정된다.
식량마저 농상품으로 사고파는 자유무역의 시대에, 더구나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농산물 시장을 꽉 닫고 있기란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대내적으로는 별반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대외적으로는 낮은 협상력을 보여주는 현실이 암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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