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에 실린 개인주의 야채가게를 실험한 분의 글...
도시에서는 1인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때 참으로 중요한 실험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다품종 소량 판매가 주를 이룬다면, 농사의 규모가 작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도시농업과 관련하여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 흥미롭다.
글쓴이의 말처럼 앞으로 이러한 가게들이 많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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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 청춘들을 위한 낱개판매 청과물상 ‘개인주의 야채가게’가 지난 11월3일에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총 구매인원 210명, 총 판매금액 41만1150원으로 2만여 원 적자를 기록하며 100일간의 퍼포먼스는 막을 내렸습니다. 200명에 40만원이라는 기록이 너무 미약한가요? 느리고 느리겠지만 결국 모든 시장에서 채소와 과일을 낱개로 파는 날이 올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게 언제냐면… 제가 ‘젊을 때’ 바뀌지 않을까요?(지금처럼 평균연령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아마 저는 60세 정도까지는 젊은이일 것 같아요. 그때까지도 “젊은 것들이…” 소리를 들을 것 같다고요.)
장을 보고 싱싱한 식탁을 차리는 것, 냉장고에서 썩은 걸 그대로 버리는 괴로움이 아직 모든 이의 공감대는 아니니까요. 특히 중년 남성분들이 돗자리 앞에서 갸우뚱하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요, 대가족의 아이로 자랐고 지금은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아버지들, 이 나라의 경제성장을 위하여 밤낮없이 일하던 산업화 시대의 역군으로 살아온 세대와 지금 저와의 세대차이일까요. 하지만 그분들도 아마 100세까지 사실 텐데 그때 노부부끼리, 혹은 혼자서 살다 보면 포도 한 송이, 사과 한 개만 사다 먹고 싶은 날이 반드시 올걸요!
ⓒ유재인 제공 개인주의 야채가게에서 100일 동안 210명의 고객이 채소와 과일을 낱개로 구매했다. |
개인주의 야채가게의 막을 내리며 저의 초심, 개업정신을 공유합니다. 삐딱하게 기성세대에게 날을 세운, 그러나 화염병과 팔뚝질이 아닌 고작 길에서 대파를 파는 것으로 시위를 했던 젊은이의 세상 탓, 남 탓입니다.
‘개인주의 야채가게’를 개업하며
1인 가구의 수가 유례없이 늘어가고 있단다. 대형 아파트보다 도시형 생활주택이라 불리는 쪽방이 더 잘 팔린단다.
가족·식구가 생략된 가정의 모습은 대부분 부엌, 거실, 침실, 서재 등등을 모두 요약해낸 어떤 네모스러운 공간이기 마련이다.
(중략)
우리의 대부분은 (그중 몇몇은 자발적으로) 가난하다. 우리의 행동을 결정할 때 검토할 모든 첫 번째 요인은 가격이다. 그것이 거의 모든 포기의 이유가 되긴 하지만 누구처럼 낭비하고 쓰레기를 잔뜩 만들며 민폐를 끼치는 삶을 살지 않는다는 자부심도 있다.
우리에게 “더 치열하라고, 더 노력하라고, 꿈과 희망을 위해 전진하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그 목소리를 멘토라 쓰고 꼰대라 읽는다.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는 달라졌다. 아무것도 없는 강남 땅에 레고처럼, 블루마블처럼 건물을 올리던 시대와 더 이상 땅 위에 새로울 것이 없는 시대의 차이점을 모르는가? 혼자 벌어 다섯 식구 먹여 살리던 세대와 혼자 벌어 혼자 먹어도 모자라는 세대의 차이점 말이다. 그들이 우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뿐이다.
대량생산 시대에는 소비자에게 자격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과소비를 해야 한다. 과소비를 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아니다. 큰 것, 더 큰 것을 만드는 사회에서 혼자 사는 사람은 소비자가 아니다. 감자 두 개가 필요하면 감자 한 봉지를 사야 하고, 대파 한 마디가 필요하면 대파 한 단을 사야 한다. 그제야 영수증을 상장처럼 받아들 수 있다. 감자 한 봉지를 사면 일주일 동안 감자만 먹어야 하고, 대파 한 단을 사면 냉장고 신선칸에서 냉동실을 거쳐 음식물 쓰레기봉투로 간다. 한 끼 7000원 돈도 아깝지만, 한 끼를 만들고 버려지는 잉여 재료들이 더 아깝다. 한 끼 만들어 먹은 소박한 만족을 허락받기 위해서는 ‘저걸 언제 다 먹는담. 또 쓰레기를 만들겠어’라는 사치스러운 죄책감까지 가져야 한다.
우리는 혼자 먹지만, 도무지 혼자서는 다 먹을 수가 없다. 온전히 혼자서도 잘 먹기 위해 우리는 나눠먹기로 한다. 완벽한 개인주의를 위해 우리는 협력하기로 한다. 싱싱함을 위하여, 신선함을 위하여, 건강함을 위하여 우리는 뭉쳐야 한다.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을, 낭비 없이 신선한 한 끼를 위해 개인주의 야채가게가 필요하다. 우리의 생존전략은 1+1보다 1÷1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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