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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雜다한 글

문화와 경제, 그리고 삶

by 石基 2013.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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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삶이다. 


누구는 먹고살 만해야만 문화가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나도 한때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그건 거짓말일 수 있다. 그 말이 옳다면, 가난하던 시절에는, 그리고 가난한 나라에는 문화가 없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실제로 그러한가? 아니다. 


쿠바는 경제적으로 분명 한국보다 못 살지만, 오히려 문화는 더 발달했을지 모른다. 쿠바에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쿠바 사람들은 참 밝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늘 춤과 음악이 함께하고, 이야기가 넘친다." 


이런 모습이 문화가 아니라면 무엇이 문화인가? 콘서트가 열리는 음악당에 가고, 그림이 걸려 있는 미술관에 가야지만 문화인가? 문화는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즐거이 누리는 것이 그 본질이 아니던가. 그런 맥락에서 경제가 발전해야 문화도 발전한다는 주장은 경제발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발전론자들의 허상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이 최고인 양 믿고 따르게 된다. 한국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물론 경제가 발전하면 문화를 생업으로 삼는 전문가 집단이 발달할 수는 있겠다. 그를 통해 더 세련되고 멋진 문화가 나타날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가 발전해야만 문화도 발전한다는 논리 자체가 거짓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문화는 경제발전에 앞서 정치적 자유, 기회의 평등 같은 민주적인 가치가 제대로 실현된 곳에서 발전한다. 쿠바는 경제적으로 낙후되었을지 모를지언정, 사회경제적으로는 우리보다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곳일 수 있다.


문화에 미치는 경제의 중요성은 아예 무시하거나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경제발전만이 아니라, 그보다는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 사회정치적 조건이 마련되어야 문화가 꽃을 피울 수 있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문화의 부재(?)는 경제적 궁핍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정치적 자유와 평등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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