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미국의 목화농사는 대규모로 이루어지니 기계를 쓸 거야'라고 생각했다. 세상에나 그 막연한 생각이 아래의 사진 3장에 확 깨버린다. 이건 뭐 어마어마한 규모의 농사구만!
이에 반해 제3세계의 목화농사는 주로 사람의 노동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니 경쟁력이란 걸 따지자면 이런 대규모 농업에 비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다 미국의 목화농업은 정부를 통해 보조금도 엄청 받는다는 사실. 세계의 주요 목화 생산국인 미국의 목화 가격에 따라 제3세계의 목화농민들이 살았다 죽었다 한다는 것이 이제야 실감난다.
이와 관련하여 요즘 <코튼로드>라는 책을 보는데 거기에 나오는 몇 구절을 옮기면 이렇다.
아마두 투마니 투레 당시 말리 대통령은 "지원금이 없다면 미국 농민들은 우리 말리 농민보다 훨씬 비싼 값에 목화를 생산할 겁니다. ... 또 유럽과 미국 사이의 환율전쟁에 대항해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유로가 오르면 달러로 매매되는 우리 목화는 값이 떨어집니다."
말리에 주재한 비키 허들스톤 미국 대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프리카는 언제나 자기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보다 다른 대륙의 탓으로 돌리죠. ... 당신이 정직한 사람이라면 미국에 가서 매우 현대적인 농업의 진면목을 볼 겁니다."
어째서 미국의 목화 농업이 세계의 목화 농민을 들었다 놓는지, 미국의 매우 현대적인 농업의 진면목이 무엇인지 아래의 사진을 보면 확 다가온다. 더 많이 알려면 역시 그곳에 가봐야 한다!
이러한 농기계를 묘사한 글이 <코튼로드> 129~130쪽에 나온다. 아래의 사진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 인용한다.
멀리 지평선까지 둘러보아도 눈에는 온통 순백의 세계만이 들어온다. 바로 수확 첫날(5월16일)이다. 마투그로수에서 수확하는 첫날이라는 뜻이리라 짐작한다. 몇몇 녹색 반점들이 멀리서 가물거린다. 그보다 더 멀리에는 숲이 버티고 있어서 순백의 세계를 저지한다. 저 숲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까? 흰색 바다가 브라질의 중심을 독점했다. 백색이란 우리에게는 눈이나 얼음의 상징이다. 백색은 순수를 뜻하며, 순수란 차가움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 열대지방을 몰아친 거대한 백색의 장원은 무어란 말인가? 이 백색의 장원 뒤에는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까?
가까이 다가가자 녹색 반점의 정체가 드러난다. 상당히 야성적인 동물로 크기가 엄청 크고(높이 3미터), 끔찍할 정도로 먹성이 좋다. 꼬부라진 검은 손가락으로 불쌍한 목화를 낚아채서 심연처럼 보이는 입속으로 집어넣는 여섯 개의 녹색 살인귀. 이 커다란 구멍을 입이라고 부른다면, 그 안에서는 이빨 대신 둥그런 강철판이 쉬지 않고 돌아간다. 맹렬하게 작동 중인 존디어 사의 기계가 바로 녹색 반점의 정체다. 곤충을 닮은 다른 기계들도 이에 못지않게 저돌적으로 움직인다. 엄청 크고 노란 거인 개미는 목화를 운반한다. 회색과 빨간색이 섞여서 잠자리처럼 보이는 녀석은 보통 때에는 발을 움츠리고 있다가 갑자기 발을 쭉 뻗는다. 끝이 늘어나는 긴 발이다. 이 긴 발들이 이제 막 수확을 시작한 밭에 뿌리는 안개비 같은 건 뭘까? 구멍이 뚫린 데다가 오줌까지 싸대는 발이라니...... 이 괴상한 브라질의 잠자리는 정말 놀라운 존재다.
그러는 동안 목화는 통으로 옮겨졌으며, 압축기가 오랫동안 사정없이 그 위를 눌렀다. 트럭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트럭들은 집채만한 '잿빛 금궤'를 운반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백색의 장원을 보고 일으킨 현기증이 다시금 엄습한다. 이 거대한 기계 곤충들은 물론 전문기사가 운전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땅에 발을 내려놓는 법이 없다. 거대한 들판에 인간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다시금 아프리카를 생각해본다. 과거 식민지 농장 시절에 수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해본다. 지금으로부터 2세기 전이었다면 이 1만 헥타르를 수확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예가 동원되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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