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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절임배추로 중소규모의 농가에서 꽤나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물론 절임배추 시기가 다가오면 새벽까지 밤잠을 못 자면서 일이 밀려와 힘들긴 하지만, 한달 바짝 일해서 이 정도 돈을 만지는 일이 어디 농촌에서 흔한단 말인가.

 

그런데 1~2년 전부터 대기업에서 절임배추 사업에 진출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면서 절임배추 생산과 관련하여 중소규모에서는 갖추기 힘든 시설과 위생에 대한 장벽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려 한다고 했다. 음, 한마디로 대기업에서 돈냄새를 맡고 달려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오늘 대형마트에 갔다가 우려가 현실이 되었음을 발견했다. 드디어 대형마트의 상표를 달고, 해썹 검증을 마쳤다는 딱지를 붙이고 떡 하니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동안 농가에서 소비자와 직거래 위주로 유통이 되면서 유통비도 빠져 농가에는 더 이득이 되고 소비자는 더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지난해 배추 파동이 났을 때 농민들이 절임배추를 그 전의 가격과 똑같이 맞춰서 출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득을 좀 덜 보더라도 소비자와의 신뢰를 이어나가려 했던 것이다.

 

여기에 이제 대형마트의 유통망이 끼어 들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까? 대형마트에선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값싼 물건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되었다는 뻔한 홍보를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손해보고 장사하는 장사꾼이 어디 있는가? 개인과 개인, 중소규모에서는 그런 일이 생기기 좀 더 쉽다. 하지만 그게 기업 단위의 대규모로 넘어가면, 대규모로 유통하며 발생하는 손실분까지 판매하는 제품에 슬쩍 얹어버린다. 대형마트의 싼 물건은 그저 싼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허리띠를 졸라서 그 가격을 맞춘 결과이다.

 

돈이 되면 무슨 일이든지 달라붙어 영세한 규모의 업체를 죽이고 흡수하여 홀로 살아남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 이러한 구조에서 더 무얼 바라겠는가. 절임배추 생산에도 찬바람이 몰아닥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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