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담/농-생태계

겨자, 청부살해 위해 ‘말벌’ 고용한다

by 石基 2012. 9. 10.
반응형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아래와 같은 일이 얼마나 많을까! 

흑겨자라는 식물은 자신을 먹어치우는 나비들의 애벌레를 없애기 위하여 그들이 알을 낳으면 화학물질을 내뿜어 괴사시키거나 심지어 그들의 천적인 말벌을 불러들인다고도 한다. 정말 놀라웁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작고 약해보이는 존재라도 위험에 처하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의미다. 땅에 뿌리박고 평생을 꼼짝 없이 사는 식물들도 예외는 아니다. 잎 등을 갉아먹는 해충이 다가오면 고약한 향을 내뿜거나 독이 있는 물질을 내놓아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최근 네덜란드 연구진이 식물들의 이런 방어기제가 생각보다 전략적이라는 걸 밝혔다. 해충이 낳은 알을 해치우기 위해 ‘화학무기’를 동원하는 것은 물론 알을 먹는 ‘말벌(wasp)’까지 동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 

네덜란드 바게니겐대(Wageningen University) 니나 파토로우(Nina Fatouros) 박사팀은 흑겨자와 여기에 알을 낳는 배추흰나비(P. brassicae)와 양배추나방(M. brassicae), 그리고 이들 나비에게 기생하는 배추나비고치벌(C.glomerata)과 기생일벌(T.brassicae)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흑겨자는 나비 애벌레가 자신을 갉아 먹는 공격을 두 가지 방식으로 방어하고 있었다. 우선 나비가 잎에 알을 낳으면 세포 조직을 괴사시켜 알이 제대로 부화하지 못하게 했다. 실제로 배추흰나비가 잎에 알은 잎에서 분비된 특정 화학물질과 반응했고, 하루 정도 지나자 잎이 마르는 등 조직이 망가졌다. 결국 알도 제대로 부화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양배추나방이 무더기로 낳은 알에서는 잎 조직이 망가지지 않았다. 흑겨자는 이 알들을 해치우기 위해 두 번째 방법을 썼다. 양배추나방의 알 속에 다시 알을 낳아 기생하는 기생일벌을 부르는 것이다. 

양배추나방이 흑겨자 잎에 알을 낳자 흑겨자 잎은 기생일벌을 유혹하는 물질을 뿌려 ‘이곳에 먹이가 있음’을 알린다. 그러면 기생일벌이 다가와 양배추나방의 알에 다시 알을 낳는다. 흑겨자 입장에서 보면 기생일벌을 시켜 향후 자신을 공격할 애벌레가 태어나지 못하게 미리 죽이는 ‘청부살해’를 하는 셈이다. 

파토로우 박사는 “나비의 알에서 나오는 특정한 화학물질이나 화학구조가 흑겨자 잎에서 변해 기생일벌 등을 유혹하게 된다”며 “기생일벌은 알 뿐 아니라 알을 낳는 나비까지 격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흑겨자 잎은 기생일벌의 알에 대해서는 특별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다. 연구진을 이를 통해 특정 식물이 나비의 알낳기에 반응해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로 보낸다고 해석했다. 

파토로우 박사는 “대략 30만 종의 초식 곤충 종들이 식물에 알을 낳고 이때 식물의 반응이 다른 곤충과 상당한 상호작용을 하지만 그동안은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곤충의 알 낳기가 식물 내부의 화학물질을 변화시켜 직접 알을 낳은 대가를 치르게 하거나, 초식벌레의 천적을 불러와 알의 생존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천적에 대한 연구는 농업현장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이상계 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 해충연구실장은 “맵시벌이나 알벌 등 해충에 기생하는 곤충을 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천적을 이용하면 농약 살포 등을 줄일 수 있어 유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회지(PLoS onE) 5일자에 발표됐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