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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는 종자산업의 여건 변화에 따라 품종개발 의욕 촉진을 위한 육성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ㆍ보완하고, 국민이 법 문장을 이해하기 쉽게 ‘알기 쉬운 법’으로 정비하고자 함 종자산업법을 개정했습니다.


그에 따라 올해부터 시행되는 사업이 바로 "Golden Seed 프로젝트"입니다. 이는 '금보다 비싼 종자(Golden Seed)'를 만들어 팔겠다는 계획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2020년 종자 수출액을 20억 달러까지 달성하겠다고 합니다. 그 수출 대상 품목은 벼, 감자, 옥수수, 고추, 배추, 수박, 무, 바리, 넙치, 전복으로 이상 10가지입니다. 또한 수출만이 아닌 현재 신품종보호에 따라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게 될 수입 종자를 대체할 품목으로 돼지, 닭, 양배추, 토마토, 양파, 감귤, 백합, 김, 버섯 등 이상 9가지를 개발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Golden Seed 프로젝트에 2012년부터 10년에 걸쳐 정부 6,540억 원, 민간 1,600억 원으로 모두 8,14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한다는데, 누가 어떻게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어 정부에서 낸 Golden Seed 프로젝트 보고서를 보았습니다(보고서는 글 맨마지막의 첨부파일을 참조).


보고서를 열어보면, Golden Seed 프로젝트는 2009년 7월 VIP(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관련 법적 근거는 생명공학육성법(일부개정 2010.1.18, 법률 제 9932호)과 종자산업법 (일부개정 2010.05.31 법률 제10332호 시행일 2010.9.1) 및 시행령에 의거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서도 지적하듯이 '종자산업'이란 “종자를 육성, 증식, 생산, 조제, 양도, 대여, 수출, 수입 또는 전시하는 업”과 또한 농민에게 판매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곧, 종자를 개발하여 판매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것이 이 종자산업법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종자산업법에는 녹색성장위원회도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생명공학이 녹색성장과 관련이 깊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긴 굴뚝이 없는 산업은 모두 녹색성장이라 분류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세계 종자산업의 메가트렌드를, "○글로벌 종자회사의 대형화에 따른 세계 종자시장 독점 및 기후변화에 대비한 경쟁 강화 ○건강에 대한 관심고조로 건강 관련 품종 개발 경쟁 가속화 ○GM작물 재배면적의 급속한 증가"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한 Golden Seed의 연구개발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수출종자의 개발 및 수출은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정부대학출연(연)은 기반 연구 및 기존 연구성과의 연계를 통해 민간기업의 수출 종자 개발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Golden Seed 사업의 주요 목표는 보고서에도 잘 나와 있듯이 수출을 목표로 하는 만큼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농업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녹색혁명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농업 관련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왜 농엽계의 반도체 산업이라 부르며 추진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는 시장 경쟁은 두말할 것도 없고 자급도 할 수 없으니, 전자업계의 핵심부품인 반도체 같은 농업의 핵심인 종자를 개발해 수출하여 수익을 올리겠단 겁니다. 뭐, 어쨌든 앞으로 10년 동안 생명공학 계열의 연구자들은 자금 지원의 혜택이 있겠군요.


보고서 내용 중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그동안 국가의 중요한 식량작물로 보호받던 벼, 옥수수, 감자 등 정부 보급종의 생산공급을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민간에 이양하여 민간업체 주도로 상용화 종자를 개발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나마 농민들이 값싸게 주요 식량작물의 종자를 이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의 보급종 보호, 육종 때문이었는데, 이건 종자산업의 민영화를 선언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거 긴장해야겠습니다. 농업계에도 민영화 바람이 이런 식으로 불어오네요. 그런데 더욱 문제는 지금 이에 대한 심각성을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민간에게 종자산업이 개방되고 그 시장이 열리면, 그래서 종자가 큰돈이 되면 어찌 될지... 이미 채소 분야에서는 파프리카가 금값이네 뭐네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셔서 알 겁니다. 이제 그러한 상황이 벼나 감자 등과 같은 작물에까지 적용이 된다는 겁니다. 종자의 가장 큰 소비자는 농민이고, 그 생산물의 가장 큰 소비자는 우리 모두입니다. 이는 종자산업의 변화가 농민에게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아니라, 결국 소비자인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입니다. 헛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보고서에서는 채소 분야의 경우 민간업체의 기술개발 역량이 높고, 등록업체 수도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고추, 배추, 무 등 일부 품목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 및 인프라 보유했다고 합니다. 또한 Golden Seed 사업에서 미래의 농업을 위해서 바이오에너지 작물과 식물공장용 작물을 집중 개발하겠다고 합니다. 식물공장을 건설하여 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은 이렇게 차근차근 관련 분야들과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상을 종합하여 볼 때, 종자산업법은 유전자조작이나 변형 등을 통한 종자의 개발과 그것을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결국 'Golden Seed 프로젝트'는 한국의 몬산토, 신젠타 같은 다국적기업을 육성하고, 그를 뒷받침하는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연구력을 확보하여 종자 수출의 강국이 되겠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첫째, 유전자조작 종자의 국내 유통, 판매 및 재배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전자조작 생물은 아직 그 폐해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입니다. 또한 그로 인한 유전자 오염 등의 문제도 아직 국제 사회에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전자조작 종자의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합니다. 

둘째, 2009년 VIP의 지시를 받은 이후 단 몇 개월 만에 보고서가 작성될 정도로 급속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세계의 종자산업은 몇 십 년에 걸친 연구개발력이 축적된 다국적기업의 노하우가 집적되어 있는 산업입니다. 더구나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시장은 약 70%에 달할 정도로 독점력이 강합니다. 그 시장을 단 10년 연구로 쉽게 뚫을 수 있을 것인지는 아주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국민의 건강과 자연 생태계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을 너무나 졸속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셋째, 토종 종자의 소멸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현재 농민은 WTO 이후 FTA라는 거대한 파도에 쓸려가버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규모 농민의 몰락을 불러올 것이고, 농업계 전반의 대대적 개편이 이루어지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소농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들이 재배하는 종자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도 종자를 스스로 받아서 농사짓는 사람이 극소수이고 대부분 종자를 종자회사나 정부에서 구입하여 재배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마당에 이러저러한 요인으로 농민의 급감과 영농조합 등 대농 중심으로 농업이 재편되면서 토종 종자는 더욱더 사라지게 될 겁니다. 종자 개발의 기본 재료는 바로 토종 종자에서 나오는데, 토종 종자를 재배하는 농민이 설 자리를 없애면서 종자산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정부는 종자산업법을 개정하고 추진하기에 앞서 농민이 토종 종자를 보존하고 재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일을 병행하거나 우선시해야 할 겁니다.    


이상 거칠게 Golden Seed 사업계획을 훑어 보았습니다. 뭔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본 것 같은 얼떨떨한 기분입니다. 이런 엄청난 계획이 스르륵 추진, 시행되고 있었다니, 향후 여러 파도와 함께 우리 농업을 크게 뒤흔들어 놓겠습니다. 


끝.


(안건_5호)_골든시드프로젝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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