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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볼로그 박사는 키 작은 밀을 육종하여 세계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했다고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제는 기후변화에 적응한 품종을 만드는 것이 노벨상 수상의 관건이다. 그런데 그게 유전자조작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인정하는 건가?


‘풍요 속의 빈곤’.


우주를 탐험하고 인공세포를 만들어 신의 영역에 다가선 첨단의 시대에도 ‘굶주림은 임금님도 해결하지 못 한다’는 말은 유효하다.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6초마다 어린이 한 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한다. 유니세프가 200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5세 미만 어린이 중 약 2억 명이 기아에 시달린다. 

자연재해, 전쟁 등은 기아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곡물생산량이 줄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제곡물 수급전망’에서 올해 곡물생산량이 전년도(22억3000만t)보다 2% 가량 줄어든 21억9000만t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자연재해나 전쟁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스탠포드대 공동 연구진은 이달 6일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1980년 이후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밀 생산량은 5.5%, 옥수수 생산량은 3.8%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들 작물이 상승한 온도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옥수수, 밀은 쌀, 콩과 함께 대표적인 주요 작물이다. 

밀은 3300만t, 옥수수는 2300만t 감소했다. 이는 각각 프랑스와 멕시코의 연간 생산량에 달하는 양이다. 기후변화로 밀 생산에 가장 큰 손실을 본 국가는 러시아, 인도, 프랑스였다. 옥수수 생산량은 중국과 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줄었다. 

연구진은 “지난 30년간 기후변화로 곡물가격이 약 20% 올랐다”고 말했다.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반해 곡물 생산량이 줄면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곡물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여러 자연재해로 주요 곡물 생산국가가 타격을 입으면서 곡물가격은 상승 추세에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지난해 4월부터 1년 사이에 옥수수 가격이 2배 정도 올랐다고 밝혔다. 

밀과 옥수수에 비해 기후변화가 쌀과 콩의 생산량에 미친 영향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김한용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는 “기온이 오르면 쌀의 수정이 잘 안 돼 쭉정이가 많이 생겨 수확량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여기에 적응한 품종을 개발하는 게 풍요 속의 빈곤을 해결하는 중요한 일이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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