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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문에 이런 기사가 떴다. "인도 농업에도 기회 있다" 무슨 소리인지 들여다 보았지. 아래는 기사의 원문...
"한국에서 몇 년 전 중국의 동북지역에 대단위 농업생산단지를 개발하고자 하는 계획이 생각났다. 인도에서도 외국 자본으로 토지를 매입해서 곡물을 대량 생산한 뒤 갖고 나가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실행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난다. 특히 물을 적절하게 공급할 여력이 없다는 점은 중요한 문제다.
대부분 지역에서 6월 말부터 몬순이 시작돼 어떤 경우에는 9월까지도 지속되는데 폭우가 내리기는 하지만 가뭄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거의 땅바닥이 말라 있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해에 내린 비의 양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크게는 2%까지도 달라진다.그러면서도 댐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서 인도인들이 꽤나 민감하게 반응한다. 비가 항상 내리는 곳이 아닌 인도에서 물을 가두어 두는 댐을 건설하는 것은 몹시 중요하다. 그러나 댐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토지의 원활한 운용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지역에 따라서는 수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댐을 건설해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거론하지만 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환경문제가 더 심각하다."
일단 여기까지. 인도의 물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인도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계절풍 기후에 크게 영향을 받는 곳이다. 우리도 그래서 벼농사를 장마와 태풍에 맞추어 모를 기르고 모내기를 하다가, 이후 수리시설을 근대적으로 갖춘 다음부터 벼농사가 대규모로 변했다. 그전까진 계곡의 논이 오히려 물을 대기도 좋고 하여 인기가 있었으나, 수리시설이 갖추어지면서 너른 들판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람이 지적하는 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댐을 건설하자는 이야기이다. 참, 어이가 없다. 인도는 나름대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물을 모으고 활용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대해서는 이곳을 참조하라(http://blog.daum.net/stonehinge/8723820). 댐을 건설하면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쁠까?
먼저 댐은 대규모로 물을 가둘 수 있는 시설이다. 일단 건설 경기가 부양이 되겠지. 그리고 댐이 완성되면 거기에 모인 많은 물로 대규모 단작 농업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럼 농업 경기도 부양이 되겠지. 그런데 그 혜택을 누가 보는가는 문제이다.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수몰 지역이 되면서 자신들의 삶터를 빼앗기고 말 것이다. 그리고 댐을 건설하는 단순노동자가 되거나 도시의 빈민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또한 대규모 단작 농업은 이 사람이 이야기하는 우리나라 기업 같은 거대 회사가 장악하고 관리하는 농업이다. 그럼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그 회사에 소속된 단순 농업노동자로 전락하겠지. 결국 지역민들에게 댐을 건설하면 이렇게 우리가 잘 살 수 있다고 선전하지만, 그 실상은 자본이 거의 모든 이윤을 독점하게 된다는 소리다.
그런 방식보다는 인도의 전통적인 물 관리법인 조하드 같은 적정기술을 활용한 방법은 지역민들의 수준에서도 감당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정으로 사람에게도 자연에게도 지속가능한 발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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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농촌 전반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 때문에 인도 농민의 자살문제는 최근 인도에서 사회문제화할 정도다. 유전자 변형 작물도 이러한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면화가 대표적인데 유전자가 변형된 종자를 심으면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이 커져 생산력도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를 구입해 파종을 하게 되는데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수확 이후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가장 심한 곳이 마하라슈트라 지역인데 매년 이 때문에 자살하는 농부가 많다. 면화뿐 아니라 다른 농산품에서도 이런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이 현실적으로 인도 농업에 진출하기 쉽지 않지만 인도인이 손대기 힘든 분야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가령 인도 과일은 그다지 품질이 좋지 않다. 기후 등의 문제도 있지만 경험과 규모의 문제도 있다. 한국 농업이 현지에 진출해 고급 사과나 거봉과 같은 포도를 히말라야산맥 서쪽 기슭에서 재배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기온 차이가 커야 제대로 맛있는 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경우에는 넓은 인도에서 적당한 곳을 찾아서 대규모로 재배할 수 있다. 다만 인도 농업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일반인이나 대기업만으로는 힘들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나 한국수자원공사가 중심이 돼 다른 기업이 참여하는 선단(船團)형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렵게 생산해낸 농산품을 소비지까지 파손 없이 옮기는 문제도 어려운 과제다. 도로 사정도 좋지 않은 데다 냉동처리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도 최근 양파 파동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은 갖게 됐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생산된 농산품이 중간에 파손되지 않게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까지 고려해서 진출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조작 작물 이야기가 뜬금없이 나오지만, 뭐 그냥 넘기자. 이 사람이 지적한 대로 인도에서는 유전자조작 작물이 도입된 뒤, 1997년 이후 10년 동안 자살한 농민이 17만 명에 달한다. 일 년은 365일, 10년 이면 3650일, 그럼 하루에 몇 명이 죽었다는 소리인가? 약 50명 꼴이다. 끔찍한 일이다. 50명 규모의 학교의 한 반이나 회사의 부서를 가정해 보자. 그 한 반 전체, 부서 전체가 자살로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함께 어디 소풍이나 관광을 가다가 버스가 전복되어 전원이 사망한 것도 아니고, 자살로!
아무튼 이 사람은 인도 농업의 틈새시장을 공략하자고 한다. 과일을 예로 들면서 말이다. 인간의 삶에서 과일이 중요한가? 식량이 중요한가? 물론 식량이다.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수입이 증대되면 과일과 육류 소비가 늘겠지. 하지만 그건 근본적인 것이 아니다. 그런 산업에 개인 자격이 아니라 국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진출하자고 꼬드기는 꼴이라니... 나라 망신이다.
한마디로 이 기사는 식량과 농업에 대한 본인의 낮은 인식 수준, 돈만 생각하는 입장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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