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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雜다한 글

"한국 민속학의 범주와 영역의 혼재" -주강현

by 石基 2011.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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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한국민속학의 범주와 영역의 혼재.pdf


이 논문은 부제에도 달려 있듯이 ‘한국 민속학의 비속화와 아마츄어리즘’이란 문제를 전면으로 부각시켜 논의하고 있다. 필자의 주장에 따르면 비속화와 아마츄어리즘은 일반인이 아니라 학문을 전공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일어나고 있다. 민속학과 일부 중첩되는 학문 영역을 다루면서 마치 그것이 민속학의 전체인양 호도하는 다른 학문의 학자, 외국에서 수입된 이론을 맹목적으로 좇아 한국의 민속, 더 나아가 민속학을 재단하는 학자 들이 대표적이다. 민속학을 ‘아무나 민속학’으로 다루는 사람들에 의해서, 민속학은 ‘거리의 여인’과 같은 취급을 당하며 아마츄어리즘으로 전락하는 ‘방황’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필자가 이러한 내부 비판에 나선 이유는 필자 스스로도 밝혔듯이 “학문에서의 발전,” 민속학의 발전을 위해서다. 필자는 학문의 발전은 ‘엄정한 내재적 비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소신에 따라 스스로 총대를 메고 나선다. 한마디로 그동안의 비속화와 아마츄어리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맞는 민속학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먼저 한국 민속학의 현주소를 확인한다. 그가 파악한 한국 민속학의 위치는 첫째 아직 식민사관을 해결하지 못했고, 둘째 학문 재생산 기반이 취약하며, 셋째 민속학의 학문적 정체성이 미흡하다고 본다.

이렇게 한국 민속학의 현재를 진단한 뒤, 한국 민속학이 학문적으로 존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래서 민속학·민속학사·민속사라는 항목을 설정해 한국 민속학의 일반적 정황을 살펴본다. 먼저 민속학과 관련해서는 “결론적으로 한국 민속학의 학문적 정체성은 … ‘종합학문’적인 성격을 지니면서, 종내는 ‘독립학문’으로 나아가는 노정에 있다”고 파악한다. 그래서 “학문적 개방성과 독자성란 양면을 고려하는 가운데 명실상부한 ‘21세기 민속학’으로 정당한 자리매김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다음으로 민속학사와 관련해서는 민속학사를 연대기적으로 크게 6개의 시기로 나눈 뒤, 북한의 민속에는 무관심한 남한 민속학의 경향성을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민속사와 관련해서는 민속학과 연관 있는 고문헌 연구와 사회변동에 따른 민속의 변화 연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필자가 전망하는 민속학의 미래는 그가 쏟아낸 비판처럼 암울하지만은 않다. 이 논문이 갖는 의의는 바로 이 점에 내포되어 있다. 이 논문은 민속학에 대한 내재적 비판이란 형태로 우리나라 여느 학계에나 만연해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는데, 민속학에는 아직 판도라의 상자처럼 희망이 남아 있다. 필자가 제시하는 희망은 일반인의 민속에 대한 수요 급증, 연구자의 저변 확대, 다양한 민속 관련 박물관의 등장 등이며, 그 가운데 민속학의 현장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바로 이러한 민속학의 현장성을 바탕으로 앞에서 제시한 민속학의 ‘종합학문’적인 성격으로 인해 가능해지는 여러 학문과의 연계를 통한 연구를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민속학 나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독립학문으로서의 체계를 세워나가는 일이 민속학과 그 연구자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법고창신의 길’이자 21세기 민속학의 희망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필자의 논의 전개가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점이다. 비판은 냉철함을 무기로 사실에 근거하여 이루어질 때 더욱 효과적이고 의의가 있다. 그런데 필자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이 감정적으로 글을 쓰고 있어 아쉽다. 그것이 필자가 전제했던 “새로운 글쓰기”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필자가 의도한 ‘논쟁의 촉발’이 아니라 ‘싸움의 촉발’로 이어질 듯하다. 다음은 북한의 민속학과 관련해서이다. 현재와 같은 정치상황에서는 북한의 민속에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민속학은 필자의 지적처럼 현장성이 강조되는데 북한은 접근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필자의 ‘통일의 민속학’이란 주장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으나, 현실적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또한 처음부터 ‘봉급쟁이 연구자’나 ‘官俗’을 위한 연구를 위하여 공부를 시작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두 생계의 문제로 인해 일어나는 일인데, 이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 수 있는지 필자의 견해를 듣고 싶다.


주강현-한국민속학의 범주와 영역의 혼재.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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