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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학-21세기 민속학의 과제와 전망.pdf


민속학계에서는 그동안 ‘민속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의를 전개해 왔다. 필자는 그 논의의 결과, 한국 민속학은 “인접학문이 많은 것을 특징으로 하는 독립학문이며, 과거는 물론 당대의 문제를 다루며, 나아가 미래를 전망해야” 한다는 합의를 이루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제는 그 합의를 “실천에 옮기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근대 이후 형성된 “민속의 성격과 범주를 다시 검토하고 아울러 21세기 민속학이 감당할 과제를 모색”한다.

먼저 필자는 민속을 크게 ‘전통민속’과 ‘신생민속’으로 나눈다. 그에 따르면 전통민속은 생산을 담당한 피지배계급인 ‘민중’이 형성한 기층문화이고, 신생민속은 근대의 신분제 폐지와 산업화가 전개되며 도시에 사는 소시민과 서민이 형성한 범류문화이다. 필자가 범류문화에 주목한 것은 새롭게 형성된 중산층의 민속을 다루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러한 범류문화를 예술 영역 중심의 대중문화와 생활 영역 중심의 민속문화라는 두 범주로 나눈다. 필자는 이러한 범주화를 통해 기존의 민속학에서 다루던 과거의 민속에서, 사회의 변화와 함께 새로이 형성된 현재의 민속을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필자는 이러한 범주화를 바탕으로 “민속학이 나아갈 방향과 과제”를 살펴본다. 그는 “민속학계에는 과거 읽기와 현재 읽기의 두 가지 시각이 서로 다른 비중으로 존재하고 있”는데, 신생민속을 다룰 때는 “그 연원이 오래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현재 읽기”와 연계되어야 한다고 본다. 근대 이전의 전통민속을 다룰 때는 과거 읽기의 방식이 알맞은데, 그러한 연구가 있어야 현재 읽기도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생활문화가 민속학의 화두”로 떠오르는 21세기 민속학에서는 현재의 생활문화를 읽는 현재 읽기의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과거 읽기와 현재 읽기가 균형을 이룰 때, 민속학이 역사성을 띠는 전통민속의 흐름도 놓치지 않으면서 당대의 신생민속을 다루는 과거학이자 현재학으로 정립될 수 있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속학의 현장성이 될 것이다. 그리고 민속학이 과거학이자 현재학으로 정립될 때 비로소 인접학문의 종속학문이 아닌 독립학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제 필자의 논문을 읽으며 드는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겠다. 필자가 ‘문화적 실현주체’로 주목한 도시의 서민(민중)과 소시민 및 그들의 범류문화와 그에 대비되는 상류의 엘리트 및 상류문화라는 구분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민속학에서 다루는 대상은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양식과 그 문화라고 볼 수 있다. 헌데 그의 구분에 따르자면, 과거의 지배계급은 한반도에 살던 사람이 아닌 것인지, 또 그들에게는 민속이 없었던 것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현대의 상류층에게는 민속이 없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현대는 과거처럼 지배-피지배계급이란 구분으로 명확하게 계층을 나누기 어려운 시대다. 그만큼 어디까지가 상류문화이고 어디까지가 범류문화인지 그 경계를 나누기도 쉽지 않다. 그의 지적처럼 “현대민속은 더 이상 기층만의 문화”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필자는 여전히 ‘기층의 민중’이 ‘민속문화’를 향유한다고 보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아직도 일반 서민, 민중은 지배계급의 억압을 받으며 자신들만의 고유한 어떠한 문화를 누리고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닌가. 그의 이러한 시각은 아키바 다카시의 ‘이중구조’ 논리라는 이분법적 관점의 연장선에 있는 듯하다. 이분법은 문화현상을 我와 他로 나누어 될수록 빨리 쉽게 분류·이해하려는 데에서 온 것이다. 현대 사회와 그 문화는 다양한 사람들로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다. 그것은 교통과 통신 같은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때 현재학으로 정립하고자 하는 민속학에서는 민속문화를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필자가 언급했듯이 기능 등의 새로운 분석법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또 필자도 인정하듯이, 그의 문화 구분 ―고급문화, 범류문화(대중문화, 민속문화)― 은 “주로 예술에 한정될 때만 타당하다.” 그렇다면 다양한 사람들이 영위하고 있는 현대의 생활양식은 어떻게 범주화하여 연구대상으로 다룰 것이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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