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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법

왜 지금 세계 농업 유산인가?

by 石基 2010.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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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세계 농업 유산인가?

 

 

 

아름다운 농촌 풍경을 기른 고대의 농법

 

이탈리아 남부의 바닷가에 펼쳐진 계단식 레몬밭, 사하라사막의 오아시스 농장, 이란의 고대 지하 관개 수로, 러시아 극동의 전통적인 숲 경영법. 이러한 수많은 전통농법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 아말피Amalfi의 바닷가에서는 물을 보전하고 그늘을 만드는 독특한 계단밭을 지닌 고대 농법이 레몬을 생산하고 있다. 사하라사막과 아프가니스탄, 이란의 황량한 대지에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 여러 군데이다. 이곳들은 고대의 지하 수로인 카나트qanat가 만든 것이다. 카나트는 중력으로만 자연스레 흘러내리는 지하수에서 물을 모아서 그 증발을 막는 방식으로 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왔다.

 

“매우 다양한 생물이 사는 오아시스와 채소밭을 만들고자 물을 몇 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산악 지역에서 사막으로 끌어옵니다. 그것은 식량과 영양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사막 안에 생물다양성과 빼어난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두는 문화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것은 FAO의 파르비즈 쿠하프칸Parviz Koohafkan 지역개발 과장이다.

 

 

 

인류에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

 

앞에 말한 예는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관(FAO)이 ‘세계의 중요 농업 유산(GIAHS=Globally Important Agriculture Heritage Systems)’이라 부르는 것의 하나이다. 세계의 중요 농업 유산이란 FAO가 세계 환경 자금(Global Environment Fund)의 지원을 받아 2002년에 세운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가 목표로 한 곳은 페루, 칠레, 중국, 필리핀, 튀니지·모로코·알제리의 마그레브Maghreb에 있는 오아시스 지역이 특별히 지정되었다. 그리고 2006년 10월 24~26일에 걸쳐서는 로마의 FAO 본부에서 전통농업과 관련해 3일 동안 국제 포럼을 열어 5곳의 프로젝트 경험을 강론하고, 다음 단계를 향한 프로젝트도 검토했다. 최종적으로는 온 세계의 100~150 지역의 전통농업을 등록하고, 세계 농업 유산을 창설하자고 목표를 정했다. 2007~2014년에 걸쳐서는 그 모든 연구로 특정된 새로운 보호 방법을 현지 지역사회와 함께 실천하기로 했다.

 

그런데 제트기와 인터넷 등 언제나 기술이 진보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 고대 안데스와 페루에서 감자 농사를 짓던 법과 고대 중국의 논에서 행하던 농법, 이란의 방목 농법 및 튀니지·모로코·알제리에 있는 사하라사막의 오아시스 농법이 왜 중요할까? 그것은 고대 농법은 단지 환경 파괴를 막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몇 세기 동안이나 사람들을 먹이고 키우며, 지금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전통농법과 사막화 문제의 전문가 피에트로 라우레아노Pietro Laureano 씨는 환경 파괴를 막는 최선의 방법으로 전통농법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류의 세 명 가운데 둘의 생활은 지금도 이러한 기술로 살고 있습니다. 고대의 것이라고 생각해 온 방법이 세계의 많은 인구를 길러 왔고, 국가도 이러한 방식으로 성립했습니다.”

 

그리고 앞에 언급했던 파르비즈 쿠하프칸 과장은 이란 출신으로 테헤란과 프랑스의 몽펠리에에서 공부한 박사인데, FAO에서 24년 동안 일한 전문가로서 농업 유산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이렇게 말했다.

 

“농촌에서 가난한 사람의 75%는 농업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는데, 그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농법의 관리인입니다. 전통농업은 지금도 온 세계 200만 명의 식량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 대부분은 인류에게 진정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장래에는 온 인류가 틀림없이 이를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쿠하프칸 박사는 소농의 지지자로서, 증가하는 인구를 먹이려면 소농은 사라져야 할 운명이라는 주장에 이렇게 반론한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무수히 도시로 나갔다고 해도, 아직까지 소농의 수는 줄지 않아 약 10억 명이나 됩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소농은 그 나라와 자기 지역의 식량 안전을 보장하려고 일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 개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위기에 노출된 전통 유산

 

하지만 지금 고대부터 이어진 문화와 기술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면 농업 전문가 중에는 칠레 남부의 칠로에Chiloe제도諸島가 세계에 감자를 전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는 몇 세기나 어업과 숲을 유지했다. 그런데 그런 지역사회가 지금 사라지기 시작했다. 북아프리카에서도 몇 세기나 오아시스의 주변에서 살아오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기 시작했다.

 

“모로코에서는 국민의 36%가 최저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높은 인구압과 빈곤이 오아시스의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마그레브의 세계 농업 유산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노레딘 나스르Noureddine Nasr 대표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이 지역을 버리고 이탈리아 같은 유럽의 나라들로 이주하고 있다고 한다.

 

라우레아노 씨도 고대의 물을 모으는 기술을 버리고 근대의 설비로 관정을 파고 대규모 농업을 시작했기에 많은 사하라의 오아시스가 마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관정은 오아시스를 파괴하면서 결국 고갈시켜 버렸다. 공업과 같은 근대의 농업은 많은 물을 필요로 하여 땅속의 지하수를 몽땅 퍼 올렸다. 그러면서 지하수에 소금물이 흘러 들어갔다. 염해를 받은 토양에는 화학비료가 필요해졌고, 그런 화학물질은 토양을 상하게 하여 빗물의 침투력을 더욱 떨어뜨렸다. 일찍이 풍족했던 토지가 사막으로 변했다. 이는 중앙아시아의 아랄해부터 북미까지 온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막화’라는 현상이다.

 

쿠하프칸 박사는 이것이 세계 농업 유산 프로젝트를 세워야 했던 이유라고 말한다.

 

“공업 개발, 오염, 기상이변, 농촌의 빈곤, 대규모 시장에서 소외되는 지역 경제, 도시로 유출되는 인구. 그러한 것들이 직면한 과제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치유하지 않으면 세계화로 인류는 이러한 유산을 잃어버리겠죠. 현지 주민의 대부분은 그들이 바라던 진정한 생존 방법을 잃고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관을 잃었기 때문에 젊은이들도 학교에 진학하고 더 이상 농업에 종사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통농법을 유지하려면 전통농법의 체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지역사회를 격려하고, 특히 그 지역의 정부기관과 사회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주민들은 자신이 가진 많은 보물을 대개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를 깨닫고 이 가치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통적 소농은 효율적

 

쿠하프칸 박사는 고대부터 내려온 전통농업은 환경 파괴의 보루로만 여겨지고, 또 대기업과 근대 농업에 비해 소농은 비효율적이며 비생산적이라는 통설을 부정한다.

 

“몇몇 대기업이 비효율적이듯이 소농이 비효율적인 분야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그 생산 체계를 한층 폭넓게 보면, 많은 소농이 대농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훨씬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농이 가진 유일한 자원은 천연자원이나 인적 자원이기에, 그것을 유지하고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합니다. 자신의 유전자원을 다양화하고, 생산 체계와 수입원도 다각화합니다. 이 모든 것이 탄력성을 강화합니다. 이는 식량 생산에 기여하는 동시에 환경을 보전하고, 자신이 근거로 하는 천연자원을 지속시키며, 그 결과로 생활도 지속할 수 있도록 합니다. 지구온난화 가스의 방출과 토양과 물의 오염 등 집약화에 따른 온갖 외부성을 포함해, 생산 전체에서 사업과 비교한다면 가족농과 전통적인 농민들이 훨씬 잘 기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전통농업은 왜 비효율적이라 여겨졌을까? 박사는 바로 뒤틀린 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러한 농민들이 정부에게 어떠한 정책의 혜택도 얻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은 도시와 서비스업의 개발에만 중점을 두고, 농업과 농촌은 무시해 왔습니다. 농업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고, 농촌 사회는 배려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생산 체계를 유지하고자 1년에 약 3650억 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루에 10억 달러에 해당합니다. 이런 체계 안에서 소농이 어떻게 경쟁할 수 있나요? 이것은 완전히 뒤틀린 체계입니다.”

 

그리고 박사는 FAO 직원 안에 서양을 따라가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상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FAO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는 ‘서양’과 ‘생산주의(productivist)’의 가치관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관리직의 대부분은 서양의 대학에서 교육을 받아, 안전망과 사회적 가치,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잘 모릅니다. 그리고 선진국에서 찾아낸 농업 체계를 중시하는 편견이 있습니다. 서양에서 좋다고 판명된 기술을 모방하여 개발도상국에 옮기고 싶어 합니다. 여기에서 좋은 것이라면 저기에서도 당연히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

 

하지만 박사는 변화는 가능하고,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이러한 변화가 매우 느리지만 여러 가지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대의 전환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많은 사회 문제 및 환경 문제를 녹색혁명이 만들었다고 국제사회가 인식한 일입니다. 30년에 달한 녹색혁명은 어려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을 먹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와 함께 자원을 고갈시키고, 토양과 물도 오염시켰습니다. 녹색혁명의 발상에 입각한 조직과 정책이 아직까지도 우세하다고 하는 조직적인 과제는 있습니다만, 다행히 지금은 이러한 사고방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자신들의 정책이 잘못되어 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2008년 세계은행의 세계개발보고는 개발도상국의 성장 동력이 농업이어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미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두 번째는 경제 성장으로 발전한 모든 나라가 그 농업 부문과 소규모 가족농 체계에 투자했다는 증거입니다. 더욱 지속가능한 혹성을 바란다면 우리의 환경을 치유해야 한다는 사실도 자명합니다. 토지, 물, 유전자원에 투자해야 하고, 우리는 이러한 체계의 관리인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 관리인은 바로 농민입니다. 농민은 매우 많은 품종의 증식, 생산, 유지를 담당하는 관리인입니다. 기업이 아니라 그들이야말로 이걸 계속할 권리가 있습니다.

소농은 직면하고 있는 온갖 곤란에도 상관없이 지역 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으며, 이는 더욱더 인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역할은 특히 기상이변에 직면하여 한층 중요해졌습니다. 대부분의 정부와 과학자들은 이미 그들의 의견을 소농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또 소농들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에 열심히 참가하게 된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선주민과 농촌 여성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세계 농촌포럼과 함께 우리는 ‘가족농을 위한 국제년’을 선언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족농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혹시 이것을 3, 4년 전에 이야기했다면 이상적인 일로 여겨졌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은 현실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습니다.”

 

 

인용문헌

(1) Jeffrey Donovan, World: Experts Fight To Save Ancient Agricultural Systems, Radio Free Europe, Oct25, 2006.

 (2) Sabina Zaccaro, Saving Life on the Edges of the World, Inter Press Service, Oct26, 2006.

 (3) Jorge Chavez-Tafur, “The glassis half full” Interview Parviz Koohafkan, Farming Matters, Dec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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