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전통농법 2 - 밀파·솔라
황폐해졌던 멕시코
멕시코의 믹스테카Mixteca 지역은 강우량이 부족하고 토양침식도 심각한 산악 지대이다. 1980년대 그곳에서 멕시코의 캠퍼시노들은 수확을 늘리고자 화학 집약 농법을 도입하여 화학비료와 농약을 주며 옥수수를 재배해 높은 수확량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결과, 수확이 확 떨어지고 토양도 피폐해졌다. 게다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실시되어 옥수수 값이 떨어져, 가난한 캠퍼시노는 화학 자재를 조달할 수 없게 되었다.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기계, 종자. 비료, 농약에 투자할 돈도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토지는 농약과 화학비료, 토양침식 또는 사막화로 쓸모없어졌다.
국제연합의 연구에 따르면, 고대 멕시코 문화의 선조가 거주하던 오악사카Oaxaca주州는 세계에서도 토양침식율이 가장 높아 토지의 83%가 농사지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낮은 생산성과 나빠진 토양 때문에 수천 명이나 멕시코와 미국의 대도시로 좋은 생활을 구하여 그 토지를 버리고 갔다.
“캠퍼시노가 다른 일을 구하여 땅을 버리고 가는 일은 큰 변화입니다. 농촌에는 이미 늙은이밖에 없고, 세대를 이어서 선주민의 지역사회에 계승되어 오던 지식의 후계자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멕시코 농촌 전체의 전통과 지식을 잃어버리는 상황은 정말로 걱정입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오악사카 티란통고Tilantongo에서 캠퍼시노의 우두머리인, 자연보호 활동가 헤수수 레온 산토스Jesús León Santos 씨이다. 그리고 그는 근대농업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 소농과 협동하는 고대의 전통농법으로 지속가능한 농업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황폐한 토지를 비옥한 토지로 바꾸려고 애쓰고 있다.
과테말라에서 도입된 유기농법
헤수수 씨는 당시를 떠올린다.
“멕시코 농촌의 지역사회 대부분은 땔감, 목재, 물 등의 자원이 부족했습니다. 제가 자란 곳도 그렇고, 저도 가족과 지역사회가 직면한 온갖 고난을 겪었습니다. 이런 자원 부족에 더하여 농촌 주민의 생활을 괴롭힌 것은 토양침식으로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메마른 땅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이것이 낮은 수확과 가난한 경제에 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1950년대부터 근대농업에 거스르는 움직임이 도입되었습니다.”
1980년대 사회·정치가 어지럽던 과테말라에서 오악사카주로 과테말라의 농민들이 난민이 되어 도망을 왔다. 그들은 10년 전부터 유기농법과 현지의 지식에 뿌리를 둔 농업 생산 체계를 개발한 상태였다.
“토양을 보전하며 수확량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농민들이 국내의 위기 때문에 과테말라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1983년 멕시코에 있는 조직이 그들을 초대하여 그 무리가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문제를 지적해 주었지요. 심각한 토양침식을 줄이고자 도랑을 파고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들은 과테말라에서 개발된 농법으로 사람들을 훈련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그 훈련을 받은 한 사람입니다.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 이해하고 처음으로 그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농민의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984년 부모님의 토지에서 이 방법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 우리는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농업에 흥미를 가진 농민들과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믹스테카 농민 종합개발센터(CEDICAM= Centro de Desarrollo Integral Campesino de la Mixteca)를 세웠습니다.”
농민을 구한 고대 농법
종합개발센터의 목적은 토양침식이 된 상태를 회복하여 풍부하고 생산적인 토양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는데, 헤수수 씨는 그 일을 도운 것이 바로 고대의 기술인 밀파였다고 한다. 헤수수 씨와 센터는 ‘밀파 체계(milpa system)’라고 불리는 종합적 농업 체계의 개발을 중시했다.
“우리를 구한 하나는 옥수수, 콩, 호박, 허브 등의 다양한 작물을 섞어짓기하는 ‘밀파’였습니다. 모든 작물이 같은 밭에서 자랍니다. 이는 우리의 선조가 쓰던 고대의 체계로, 메소아메리카 사람들이 당시 가장 고도의 농업을 육성하던 체계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멕시코와 중미의 많은 토착 지역사회에서 계속 쓰이고 있습니다. 양분을 다 써 버리는 일도 없고, 병해충 문제도 발생하지 않아 몇 년이나 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는 그 방법이 거의 잊혀져, 밭에 단 하나의 작물밖에 없는 단작 체계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선주민과 캠퍼시노의 지식이 근대 기술로 대체되어 화학비료와 외부의 지식에 크게 의존하도록 만들었고, 그것이 농촌 지역사회를 더욱 약하게 만들었습니다.”
헤수수 씨는 전통농법의 수확량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멕시코 북부의 시나로아Sinaloa의 단작을 하는 밭에서는 기계와 화학 자재에 많은 돈을 투자하여 8t/㏊의 옥수수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밀파는 이것만큼 생살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캠퍼시노의 가족과 그 가축에게 1.8t/㏊의 옥수수를 줍니다. 별로 투자하지도 않는데 풋거름과 토종만을 써서, 콩, 호박과 그 토지에 심은 것 무엇이든 얻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판매할 수 있는 여분도 있을 것입니다.
토종은 몇 세대나 식량을 제공하며 현지의 기후에 적응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재배하는 데 반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충분히 잘 알지 못하는 유전자조작 종자를 대체하고 싶습니다. 이는 농민만이 아니라 소비자도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이러한 토종을 생산하고 사용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좋은 맛을 주는 것 말고도 문화, 전통, 고대의 선주민과 캠퍼시노의 지식을 살려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대의 수로 농법을 부활시키다
멕시코에서는 내린 빗물의 약 80%가 지하로 스며들지 않고 그대로 흘러가 버린다. 이 과제를 해결하고자 헤수수 씨가 쓴 방법도 스페인 사람들이 오기 이전부터 관개용으로 쓰던 고대의 기술이었다.
60×60㎝의 비탈 수로는 잠재적으로 360ℓ/m의 물을 잡을 수 있다. 실제로 5㎞에서는 80만 ℓ의 집중 호우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증명되었다. 도랑은 빗물의 80%를 잡고 수로의 물은 토양에 스며들어, 그 결과 지하수가 다시 풍부해졌다. 이 지식도 이미 사라졌던 것인데, 지금은 현지 기관과 환경자연자원청(SEMARNAT= Secretaría del Medio Ambiente y Recursos Naturales) 등의 정부 기관에 널리 받아들여져 추진되고 있다. 헤수수 씨와 종합개발센터는 지역에서 몇 백 개의 비탈 수로를 만들려고 지금 현지의 캠퍼시노들과 협동하고 있다.
“멕시코의 선주민에게는 지속가능한 체계를 개발하는 지식과 능력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함께 조직적으로 일하는 단체를 꾸린 테퀴오Tequio라고 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지역사회는 공익을 위하여 일했습니다. 이 방식으로 그들은 몇 천 그루의 나무를 심고, 몇 백 킬로미터의 관개용 수로를 건설하며, 환경을 개선해 왔습니다. 근대농법을 실시한 대다수는 선주민의 방식이 케케묵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러한 실천은 자원을 조금만 쓰고 오염도 시키지 않는 농업을 행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다
하지만 헤수수 씨가 이 전통농법을 쓰도록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화학 자재에 바탕한 체계에서 자연의 체계로 전환하는 일은 복잡합니다. 우리는 비료를 쓰던 것을 단번에 멈출 수는 없습니다. 화학비료를 줄이고, 풋거름을 늘리며, 조금씩 그 일을 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는 단번에 생산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토지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체계에서 다른 것으로 뿌리부터 개혁하라고 강요한다면, 생산량이 심각하게 떨어져 의기소침해질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개혁은 느긋하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나무가 자라는 데에는 몇 년이나 걸립니다. 예전에 누군가 ‘왜 곧바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을 심는가?’라고 질문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와 동료는 ‘우리가 오랜 세월 이용하는 자원의 대개는 성장하는 데 몇 년이나 걸리고, 미래세대를 위하여 그것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멕시코와 세계 대부분의 마을은 우리와 비슷한 과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파괴되어 버린 것을 재건하기 위한 시간은 아직 있지만, 지구온난화는 숲이 사라지는 것이 한 원인입니다. 그것이 지금 곧바로 시작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우리는 다시 나무를 심어 숲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농민들을 설득하는 데에 정말로 도움이 된 것은,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를 포함해 몇 가족의 토지가 개선되는지를 눈으로 볼 때, 그들은 우리가 한 것을 흉내 내기 시작합니다. 경험이 퍼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천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사례가 설득한다’라는 구호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반은 사막 상태였던 땅을 주민과 미래세대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곳으로 조금씩 바꾸는 것입니다.”
미래로 넘길 유산
믹스테카 농민종합센터는 1989년 이래 아홉 군데의 지역사회에서 몇 백의 농민을 조직했다. 소나무와 다른 토종 나무를 다시 심기 시작하여, 엘 프로그레소El Progreso에서는 모든 지역사회의 80%가 참가하여 100㏊의 나빠진 토지를 회복하고, 엘 카르멘El Carmen에서는 11년 전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하여 2003년 4만 그루, 2004년 7만 그루를 심었다. 과거 5년 동안 100만 그루 이상의 토종 나무를 심어 1000㏊가 숲으로 돌아왔다.
토양을 보전하고, 지하수를 다시 풍부하게 만들고자 언덕땅에는 등고선을 따라 도랑을 파고, 빗물로 파인 골짜기가 생기는 지역에는 흙을 막는 댐이 건설되었다. 또 몇 세대에서는 집에다 빗물을 모으기 위한 통도 마련했다. 통에는 건기에 쓰는 수량의 6배인 1,5000ℓ나 물을 모을 수 있다.
옥수수, 콩, 호박을 다시 옛날 방식으로 섞어짓기하여 옥수수를 단작하던 것이 다양화되고, 토종 옥수수가 보전·개량되며, 땅심을 좋게 하고자 현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부산물을 써서 지렁이똥을 포함해 유기 퇴비의 생산도 시작했다.
25년 이상에 걸친 헤수수 씨의 노력은 성공했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인데, 지금 이 황폐했던 믹스테카의 현실은 크게 변했다. 지역의 25~30%밖에 경작할 수 없던 곳에서 지금은 토지의 80%를 경작하고 있다. 지역의 농업 생산은 50%나 올랐다. 이러한 개량의 모든 것이 믹스테카의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어 이주도 줄고 있다.
“지역사회의 환경을 개선하려고 싸운 것은 우리만이 아닙니다. 대다수의 사람이 여기에 참가했습니다. 지금 우리 믹스테카족은 의지, 기술, 지식이 있으면 파손된 천연자원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세계에 보였습니다.”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지역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망도 없는 채로 높은 수확을 올리려고 하여 대부분의 토지가 피폐해져 있다. 이 현상에 헤수수 씨는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는 자신의 일만 생각하지 말고 몇 세대 앞의 일을 생각해야 합니다. 미래세대에게는 이 혹성의 자원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지구와 지구에 있는 것 모두를 파괴할 때, 우리는 우리의 아이와 자손들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적인 돈벌이는 좋은 것입니다만, 새로운 인생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재산을 유산으로 남기는 편이 더 좋습니다.”
헤수수 씨는 2008년에 그 환경보호의 노력이 평가되어 골드만 환경보호상(Goldman Environmental Award)을 수상했다.
written by 吉田太郞, translated by 김서방
인용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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