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일이 많아 제대로 일진을 짚어볼 시간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뒤늦게 대충 한 번 꼽아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는 그리 쉽지 않은 한 해가 되겠다는 말씀.
먼저 임원경제지의 위선지 부분을 살펴보았습니다. 일단 정월과 2월 부분만 들춰보니,
정월에 큰 안개가 끼면 사람들에게 큰 재해가 나타난다. 만약 5일 동안 안개가 있다면 곡식뿐만 아니라 사람들에도 큰 해를 끼친다. -�동상�
→ 올해 초에는 유난히도 안개가 잦았습니다. 늘 흐리고 우중충한 날의 연속이었죠. 가본 적은 없지만 꼭 유럽 같았죠. 봄이 되어 따뜻한 양기가 들어와야 하는 시점에, 안개가 끼면 그걸 막으니 사람에게도 곡식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삭치절朔値節] 정월 초하루가 입춘이면 백성들의 삶이 크게 편안하다. 속담에 이르길, 백 년 동안 세조춘(정월 초하루가 입춘이 되는 날)을 만나긴 어렵다고 한다. -�월령통고�
→ 안철환 선생님이 늘 말씀하시듯, 설이 입춘 뒤에 있으면 따뜻하다는 설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설이 입춘 뒤에 있으면 당연히 봄기운이 충만하니 그해는 따뜻하겠지요. 그럼 삶이 크게 편안하구요.
입춘일에 청명하고 구름이 적으면 그 해에는 곡식이 잘 익으나, 입춘일이 흐리고 음습하면 그해는 벌레들이 벼와 콩을 해친다. -�무비지�
→역시나 올해 그리 좋지 않으리라는 예측입니다. 올해 입춘에는 눈이 왔습니다. 흐르고 음습했지요. 올해는 큰 수확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망치지 않는 게 최선일 수도 있겠습니다.
입춘 일진 : 을유일에 입춘이 되면, 낮은 곳은 곡식이 잘 익고 물이 둑에 4자가 걸린다. - 봄에는 바람이 없고, 여름에는 하늘이 음습하고, 가을에는 밭을 평탄하게 채울 만큼 비가 내리고, 겨울에는 비가 그치지를 않는다. (乙酉日立春, 低處熟, 水懸岸四尺. - 春雨無風, 夏雨天陰, 秋雨平田, 冬雨不息.)
→입춘 일진은 몇 년을 가만히 보니 꽤 잘 들어맞았습니다. 봄에는 바람이 없고, 여름에는 음습하고, 가을에는 平田이라 하는데 고르게 온다는 것인지 비가 찬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고, 겨울에도 눈비가 잦을 듯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올해의 오운육기와도 비스무리합니다. 뒤에 다시 오운육기를 짚으며 보도록 하지요.
정월 초하루의 천간 : 을乙에 해당하는 천간이 있으면 곡식이 귀해지고, 백성들이 병에 걸린다.
→올해 정월 초하루는 을미일입니다. 역시나 곡식이 귀해지고, 병에 걸리기 쉽다고 합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가혹한 한 해가 될 터이니, 모두 몸조심하시고, 잘 사리도록 하십시오.
2월 2일에 얼음이 보이면 주로 가뭄이 든다. -�동상�
→ 이 날 최저기온이 영하 2~3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얼음이 얼었지요. 가뭄이 든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겠습니다만, 위에서 보듯 여름에 음습하기만 하고 적당하게 비가 오지 않는다면 비는 오지만 가문 그런 현상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2월에 눈이 내려 7일 동안 녹지 않으면 소와 말이 상해를 입고 여름과 가을에 백성들은 평안치 않다. ������무비지������
→올해 참 지겹게 눈이 많이 왔지요. 당연히 2월에 눈이 내려 일주일 동안 녹지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이 예측에서도 생활이 편치 않을 거라는 우중충한 말뿐입니다.
다음으로 오운육기를 짚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운육기는 간단히 말하면, 하늘의 기운을 관장하는 목화토금수 오운五運과 땅의 기운을 관장하는 육기六氣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자세히 들어가자면 무지 머리 아픈 이야기이니 이쯤에서 건너뛰고.
아무튼 올 한 해 기운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하늘에선 금金, 땅에서는 소양상화小陽相火라는 기운입니다. 더구나 지나친 금의 기운이 가득하지요. 올해를 백호의 해라고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흰색과 호랑이는 서쪽과 가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상인데, 경인년은 기운 자체가 강력한 가을 기운이란 뜻이지요. 소양상화는 화와 같은 동속이지만 소음군화와는 다른 기상의 특징을 띱니다. 소음군화가 지상에 있는 습기를 대기로 배출시켜 고온다습한 기상을 연출한다면, 소양상화는 대지의 습기를 배출하지 않아 고온건조한 기상이 나타나게 되지요. 아무튼 한마디로 차고 건조한 기운이라고 보면 됩니다.
올해 오운육기의 1년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운: 금태과(승) 금태과(승) 금태과(복) 금태과(승) 금태과(승) 금태과(정)
오운: 1운 금태과 2운 수불급 3운 목태과 4운 화불급 5운 토태과
육기: 소음군화 태음습토(실) 소양상화(실) 양명조금 태양한수 궐음풍목
올해는 전체적으로 금태과金太過(지나친 금의 기운)의 영향을 받겠습니다. 금은 찬 성질이라 보면 됩니다. 전반적으로 찬 기운이 성하다는 뜻이지요. 그러면서 하늘은 오운의 흐름(금태과→수불급→목태과→화불급→토태과)을, 땅은 육기의 흐름(소음군화→태음습토→소양상화→양명조금→태양한수→궐음풍목)을 띱니다.
복잡하여 저도 헷갈리지만 쉽게 풀자면,
대한 무렵부터 춘분 무렵까지는 차고 건조한 금태과에 조금 따뜻하며 습한 소음군화의 영향으로 하늘은 차고 건조한데 땅은 습하여 눈이나 흐린 날씨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춘분 무렵부터 소만 무렵까지는 수불급과 태음습토의 영향으로 차고 축축한 날, 안개가 끼거나 부슬비가 내리는 날이 많을 듯합니다.
그러다가 소만 무렵부터 대서 무렵까지는 목태과와 소양상화의 영향으로 바람이 많고 더운 날이 되겠습니다. 뜨거운 더위와 센 바람이 만나니 태풍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수로 정비와 폭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봄부터 잘하십시오.
다음으로 대서 무렵부터 추분 무렵까지는 무더운 날이 이어지겠습니다. 올 여름은 건조할 테니 물 관리도 잘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추분 무렵 부터 소설 무렵까지는 다시 습하고 추운 날이 찾아오겠습니다. 아마도 올겨울도 눈이 많은 겨울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한겨울에는 칼바람이 불어치는 날이 많을 듯합니다. 눈보라와 폭설 피해에 미리미리 대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