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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첫 번째 인용은 여주 오금리 조사보고서에서 옮긴 내용입니다. 건모나 밭벼는 호미모, 말뚝모, 꼬챙이모, 주전자모 등 무논으로의 이앙을 염두에 두고 파종하여 못자리를 만들었지만 이앙기 가뭄으로 모내기를 못하게 되어 마른 논에 이앙하는 경우와 달리, 애초부터 밭에다 볍씨를 파종하는 방식이지요.

서해연안 및 서해도서지역의 건모는 이와 조금 다른 양상인 것도 같습니다. 즉 이앙조차도 건이앙으로 일단 해놓고 나중에 비가 오면 논에 물을 잡아넣고 비가 오지 않으면 건답 상태에서 그냥 키운다는 거지요. 그러나 원리는 같은 것으로 보이고, 단지 비가 주로 오는 시기가 경기남동부와 경기서부 사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이 서해지역의 건이앙의 의의에 대해서는 미야지마 히로시 선생의 이조후기 조선농업의 발달이라는 글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미야지마 선생이 이 농법을 몹시 상찬한데 반하여 토지농산조사보고의 저자인 일본인 농상무성 기수들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이를 평가하고 있는데요. 오금리 보고서를 인용한 뒤 토지농산조사보고에서 해당 부분을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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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대비해서 “처음부터 논 못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건못자리’ 또는 ‘밭벼 못자리’라는 것을 만들기도 하였다. 김종만씨는 이를 “두 가지 성격을 보고 마른 땅에서 모를 키우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즉, 비가 잘 오면 (무)논에 이앙을 하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위의 방식으로 “건모를 붓는다”는 것이다. 이는 가뭄에 대한 대비책으로서는 유리하였지만 소출이 얼마 나지 않는 약점이 있었다. … 그 외에 밭에 아예 볍씨를 파종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밭벼’라고 하는데 밭벼를 심는 시기는 음력 4월 초순으로 무논의 이앙시기보다 빨랐다. … 그리고 밭벼는 수확량도 적어서 무논에 심는 벼의 1/3정도밖에 수확이 나지 않았으므로 “다른 곡식은 심어먹지 못하는 밭”에 밭벼를 심어먹는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밭벼를 심거나 건모를 붓는 면적은 전체 벼 재배면적의 2할 정도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김종만씨에 따르면, 건못자리를 만드는 것이나 밭벼를 심는 것이나 종자는 마찬가지였으며 ‘순벼’나 ‘옥구미’ 등이 오금리에서 이러한 농법에 사용되는 볍씨 품종이었다. 옥구미에 대해서는 “벼가 좋다. 벼가 수염이 있고 밥을 하면 맛이 제일 좋았다”고 하였다.
밭벼의 수확은 “150평에 잘 나면 벼 한 섬 나고, 보통 같으면 쌀 한 가마가 못났다”고 하였다. 일반 논보다 소출이 적은 것 같다고 하자 “여기 논 한 마지기에 150평인데 한 마지기에 그 때 쌀 한 가마가 났는지 원. 옛날에는 거름이 있어 뭐가 있어. 그 때 전부 벼를 베어서 집에 이엉 엮어서 얹고 그랬는데, 지금은 암만 마른 논이라도 (비료를 많이 주어서) 부글부글 끓어”라고 답하였다. 그러나 김종만씨가 본 한에서는 역시 물못자리가 많았으며 건못자리는 “못 부어먹는 것에 대비해서 약간씩 하는 사람이나 하는 것, 비가 와도 못 심는 곳에서나 밭벼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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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 벼를 직파하는 방법은 각 도에 공히 왕왕 행해짐을 볼 수 있지만 비교적 강원도에 많은 것 같다. 대개 제초와 함께 솎아내기를 한다. 충청북도 진천군에서는 중종中種은 직파하고 만종晩種은 이앙한다.
한국의 벼농사 상 더욱 주목할 만한 한 사실이 있다. 논과 비슷한 밭에 직파하는 벼가 바로 그것이다. 수리가 곤란한 곳에 있어서 육도陸稻의 종자(교동도에 있어서는 육도 수도의 구별이 없으며 수도종을 건답에 파종한다)를 저평하고 마른 밭에 파종하여 7, 8, 9월 중으로 비가 충분하면 물을 담고 수도처럼 취급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파종 당시 가뭄이 심하여 발아가 적을 때는 결단하여 그 경작지를 너덧 치로 자란 모와 함께 갈아엎고, 7월 중에 오는 비를 요행하여 물모를 이앙하는 것이다. 불행히 호우가 오지 않으면 전혀 불모지가 되어 일 년 동안 휴한에 붙인다. 이 방법은 경기도 개성부․풍덕군․강화부․교동군․통진군․김포군에서 행해진다(육도의 부 참조). 충청남도 아산군에서는 한발에 취약한 논에서 이러한 방법을 행하는 곳이 많다.
논에서는 한발로 인하여 모내기를 할 수 없을 때는 갈아엎어서 콩, 메밀 등을 심는 일이 있다(충청남도 문의군․회덕군 및 북도 옥천군이 그러하다)(농상무성 1905a: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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