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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머리카락을 이발소에 가서 자른다.

전에는 무조건 싼 곳을 찾느라 블루 뭐시기니 하는 곳에서 5천 원에 잘랐다.

그러다가 이곳들도 6천 원으로 오른 순간부터일 것이다. 다시 동네 이발소를 찾았다.

이발소... 대학에 들어온 뒤에는 줄곧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미장원은 여자들만 가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러던 것이 대학을 와서부터 그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남자들이 모두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른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제 이발소를 찾는 것은 40대 이상의 아저씨들뿐. 예외로 나 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미장원과 이발소의 가장 큰 차이는 가위질에 있다.

미장원에서는 모든 과정을 기계로 처리를 한다.

하지만 이발소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 가위질로 해결한다.

그래서인지 느낌이 다르다.

가위질할 때마다 들리는 사각사각 소리가 모기가 앵앵거리는 소리처럼 귓가에 맴돈다.

그 흐름을 따르다보면 어느 새 스르르 잠이 온다.

하지만 미장원의 기계 소음은 말 그대로 소음일 뿐이다.

윙윙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선다.

차이는 이뿐만이 아니다. 맨 마지막에 해주는 면도의 차이!

미장원은 면도하는 기계로 또 윙윙거리며 하지만, 이발소에서는 아직도 비누거품을 묻히고 면도날로 삭삭 민다.

그 면도날에 다치면 어떻하지라는 묘한 긴장감을 주는 그 상황.

찰나지만 무사히 끝나면 속으로 긴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아저씨의 손으로 해주는 머리감기.

머리의 구석구석을 슥슥 문지르고 긁어주는 시원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뭐 미장원에서 아가씨들이 해주는 걸 더 즐기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난 이게 더 시원하고 좋다.

 

그래서 난 이제 이발소를 간다.

미장원에 가는 남자들이여, 다시 이발소 문을 열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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