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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農事)와 간지(干支)



1.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천지자연을 설명할 때 생생불이(生生不已 낳고 낳아 그침이 없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동양인들은 자연이란 모든 것을 끊임없이 생(生)하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이 말은 즉, 자연을 끊임없이 순환하는 세계로 인식했다는 것입니다. 이점은 나를 포함한 우리를 둘러싼 자연이 모두 그러하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라고 하는 개체만 봐도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서 언젠가는 생명을 다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종말이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지금 숨 쉬며 살고 있는 '나' 자신은 사라지지만 자식이든 영혼이든 아니면 그것이 무엇이든지간에 또 다른 삶으로 전환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무가(巫歌)에 보면 ‘대문 밖이 곧 저승이다’라는 구절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저 높은 산도, 그리고 커다란 바위도 언젠가는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 또한 마찬가지로 바다로 흘렀다가 다시 구름이 되어 비로 순환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우주도 빅뱅에서 시작하여 팽창하다가 언젠가는 다시 그 근원인 한 점 무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이렇듯 모든 자연은 순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히 말하자면 이러한 자연의 순환을 바탕으로 하여 그것을 개념으로 정리한 것이 동양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이라고 하면 대번 머리부터 아프다고 싸매곤 하는데, 사실 철학이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철학하면 어렵게 생각되는 것은 철학한다는 사람들이 뜻 모를 소리만 중얼거려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철학은 우리의 삶에서 시작되어, 우리의 삶 속에서 실현되고, 우리의 삶에서 끝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동양철학을 농사와 연관 짓는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동양철학이라고 하면 대번 떠올리는 것이 사주팔자나 점 같은 종류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의 바탕 역시 자연의 흐름을 인간사에 적용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연의 흐름을 쉽게 이해하고 따져볼 수 있도록 언어로 표현해 놓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간지입니다. 그래서 농사와 간지와의 관계를 따져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농사와 간지가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는지 여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간지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은 점을 칠 때나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제 간지라 하면 미아리 점집이나 산에서 수염 기르며 사는 도사 같은 사람들이나 아는 것이지,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조차 감도 잡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간지는 사실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일진이 안 좋다.’, ‘일진이 사납다.’ 라는 말이나 ‘을씨년스럽다.’ 라는 표현이 간지가 일상생활에서 쓰였다는 좋은 예입니다. 그리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연세를 여쭈면 ‘나는 갑자년 생이야.’ 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것이나, 이제 많이 쓰지는 않지만 제사를 지낼 때 읽는 축문에도 ‘유세차 갑자년 갑자월…’ 하면서 아직 간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새해가 오면 방송에서는 꼭 ‘2005년 을유년 아침이 밝았습니다.’ 하는 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하는 농사와 연관 지어서는, 옛사람들은 간지를 통해서 기상을 예측하기도 하고, 파종이나 경운하는 일 등의 농사일도 간지를 따져서 했습니다. 요즘도 사용하는 택일 같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들만 놓고 봐도 간지는 이제 속 내용은 하나도 없이 빈 껍데기만 남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옛날 사람들이 일진이나 을씨년스럽다, 갑자년, 을유년 같은 말을 사용했는지, 또한 왜 농사일이나 택일을 간지에 맞춰서 했는지 우리는 그 이유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간지를 사용한 것일까요?


도대체 옛사람들이 왜 간지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하여, 처음 그 단서로 생각했던 것은 ‘별들의 움직임과 간지가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였습니다. 왜 ‘농(農)’이라는 말을 ‘별의 노래’라고 풀이하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과연 간지가 별들의 움직임과 상관이 있을까요? “왜 간지를 사용하였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이제부터 ‘별들의 움직임과 간지의 연관’이라는 단서를 가지고 간지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별들의 움직임과 간지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우선 간지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간지라는 말은 간(幹)과 지(支)의 합성어 입니다. 글자만 놓고 보면 간은 줄기를 뜻하고, 지는 가지를 뜻하고 있지요. 즉, 중심이 되는 뼈대가 간이고, 지는 그에서 파생된 변화를 뜻합니다. 그래서 간지를 다른 말로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라고도 합니다. 글자만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천간은 중심이 되는 것, 하늘의 흐름 등을 의미하고, 지지는 변화의 모습, 땅의 흐름 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천간과 지지는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세분화 됩니다. 이제 간지가 천간과 지지로 나뉘고 천간과 지지는 각각 10개, 12개로 나뉜다는 것을 알았으니 천간과 지지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그럼 먼저 순서에 따라 천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천간은 하늘, 근간, 줄기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앞서 말했듯이 10가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말로 십간(十干)이라고도 하지요. 이 10천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입니다. 그러므로 천간은 10을 단위로 돌아가게 됩니다. 학교 다닐 때 임오군란이니 갑오경장이니 하는 일들이 서기로 몇 년도에 있었는지 외우느라 골치가 아팠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무턱대고 년도만 외우고자 하면 골치가 아프겠지만, 천간의 첫 번째인 갑이 서기년도로 끝자리가 항상 4라는 것만 외우면 쉽게 따져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원래 우리의 달력은 간지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임진왜란, 갑신정변, 갑오혁명, 기미독립선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간지로 년도는 물론 월, 일까지 표기했습니다. 지금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서양달력이 들어와서 숫자로 표시된 달력을 사용하고 있지요. 그래서 간지로 달력을 따지는 일이 무척 낯설고 어려워졌습니다. 불과 70년 전만 해도 간지가 더 일상적이고 친숙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아무튼 이야기가 잠시 딴 길로 샜는데 다시 돌아와서, 천간에 10이란 수를 배정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10이란 숫자가 주기개념이 가장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수를 셈하는 것을 보면 꼭 손가락을 사용합니다. 손가락 숫자가 10개라는 건 아이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셈하다가 10이 넘어가면 양말을 벗어 발가락까지 동원하곤 하지요. 이렇게 10이라는 숫자는 우리와 아주 친숙한 숫자입니다. 천간을 10개로 나눈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사기 율서>에는 “수는 1에서 시작하여 10에서 끝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10이 숫자 중에서 제일 큰 수이며, 다시 1로 돌아가는 순환주기의 마지막이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10 다음 숫자는 11로 10에 1을 더한 숫자입니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에서도 1부터 4까지의 합인 10을 완전수라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사람의 임신 기간도 10개월이라는 점입니다. 처음 수정이 되어 온전한 하나의 인간으로 완성되는 것이 10개월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산부인과에 가면 예정출산일을 계산하지요. 남자분들은 어떻게 계산하는지 잘 모를 텐데, 마지막 배란 주기에 음력으로 9개월을 더해서 예정출산일을 추정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10이라는 숫자에는 완전함, 완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천간의 10이라는 수는 우리의 처음 의문이었던 별들의 움직임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요? 많은 자료를 조사해봤지만 별들의 움직임과 10이라는 수에서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기로, 천간의 10은 구체적인 별들의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기보다는 변화나 흐름, 순환을 구분하기 위한 구분점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람들은 끝도 없이 지속되는 시간에 대해서 어떤 구분점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을 가장 친숙한 손가락 숫자인 10에서 찾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도 한 달을 10일 단위로 상순, 중순, 하순으로 나누고 있는데, 이러한 분류가 그 좋은 예일 것입니다.


천간에서는 우리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니 그에 만족하며 이제 지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지지는 땅, 속성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12가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지는 다른 말로 십이지(十二支)라고 합니다. 12지지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가리킵니다. 이 말이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2지지에 동물을 대입한 쥐띠, 소띠, 호랑이띠, ……, 개띠, 돼지띠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실 것입니다.

이 12지지는 천간과 달리 별들의 움직임과 어떤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세성(歲星)이라고 불렸던 목성의 공전주기가 바로 대략 12년입니다. 그리고 1년은 12개월이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1년이 12개월이라는 것은 달이 12번 차고 이지러지면 1년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목성과 달의 움직임과 12는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또 재밌는 것이 우리에게는 좀 우습게 들리지만 옛사람들은 세상을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근거하여 하늘은 지름이 1인 원의 둘레인 3으로, 땅은 한 변이 1인 사각형의 둘레인 4로 계산하여 둘을 곱한 숫자인 12를 이 세상을 표현한 숫자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십이지는 아까 말한 동물뿐만이 아니라 시각과 방위, 계절까지 결합시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오랜 세월동안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 구체적인 사용방법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아무튼 십이지지가 처음 사용된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중국 은(殷) 왕조 때부터 널리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은나라는 갑골문으로 유명한데, 갑골문이란 거북이 등껍질을 사용하여 점을 친 것이라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게 점을 친 후 그 결과를 간지를 사용한 달력에 따라서 기록했다고 합니다. 또 왕 이름에 꼭 간지를 붙여서 사용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제삿날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 사용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3.

지금까지 천간과 지지에 대하여 간략하게 알아봤습니다. 몇 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간지에 대해서 정리하는 작업이 아직은 서투르고 그만큼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얕은 공부의 결과이긴 하지만 결론을 내리자면, 처음 별들의 움직임과 간지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살펴본 바에 의하면 직접적인 연관이 무엇이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천간의 경우는 별들의 움직임과 관련성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지지는 별들의 움직임과 조금이나마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모든 의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간지를 옛사람들은 어떻게? 왜? 사용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또한 뒤에서 차차 자세히 설명 드린다고 했던 문제들이 남아있습니다. 의문에 대한 정답은 찾지 못해도 약속한 일은 지키고 가야겠지요. 아무튼 끈질기게 파고들어 그 깊숙한 근원까지 가봐야겠습니다. 이제 험난한 여정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생전 처음 가보는 낯선 땅에 해는 져서 캄캄한데, 우리에게는 바람에 꺼질 것 같은 초가 하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옛 조상들의 땅인지라 빛이 바래고 부서질 것 같지만 낡은 지도 한 장이 주머니에 들어있습니다. 그 지도를 펴고 조심조심 양초를 비춰가며 길을 찾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양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방법적 회의를 통해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는 명제를 끌어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집중력을 가지고 끝까지 더듬더듬 찾아가 보는 것일 겁니다. 지도를 펴들고 앞으로 더 나아가기에 앞서 천간과 지지가 조합을 이루어 만들어내는 육십갑자에 대해서 살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조상들이 걸어왔던 천간, 지지를 되짚어보고 왔으니 육십갑자를 빼놓고 갈 수는 없습니다. 그럼 육십갑자는 무엇일까요?


육십갑자는 천간과 지지를 조합하여 갑자, 을축, 병인부터 신유, 임술, 계해까지 60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육십갑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61세를 자신의 출생 간지가 60년 후에 다시 돌아왔다는 뜻으로 환갑(還甲)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육십갑자는 옛사람들의 경우 주로 달력(역법 曆法)으로 사용해왔습니다. 지금도 2005년을 따로 을유년이라고 표기하는 것처럼 옛사람들은 육십갑자를 사용하여 햇수를 표시했습니다. 또한 월의 표기는 물론 일의 표기도 육십갑자를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년을 세차(歲次)로, 월을 월건(月建)으로, 일을 일진(日辰)이라고 하였지요. 처음 던졌던 ‘일진이 안 좋다.’는 말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여기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진이 안 좋다는 것은 그 날의 간지가 무언가 좋지 않다는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일진이 어떤데 안 좋은 것인가?’ 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것역시 차차 풀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 육십갑자가 별들의 움직임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천간의 10이라는 숫자와 마찬가지로 육십갑자의 60이라는 숫자 역시 꼭 별들의 움직임과 연관성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굳이 별들의 움직임과 연관 지어 보자면 토성과 목성의 공전주기와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태백성(太白星)이라고 불렸던 토성의 공전주기는 약 30년입니다. 그리고 목성의 공전주기는 앞에서 말했듯이 약 12년이지요. 그럼 둘 사이에 최소 공배수가 바로 60이 됩니다. 아직은 육십갑자가 다른 수도 아니고 60인 것에 대해서 이 두 별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고 많은 별 중에 왜 토성과 목성이냐면 두 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금성이나 화성이 거리상 더 가깝다고는 하지만 그 별의 크기는 지구보다 작아서 미미한 영향은 있을지언정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작더라도 달처럼 아주 가까이 있으면 또 모르지요. 하지만 목성은 태양이 되려다 실패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별이고, 토성 또한 그 다음에 해당하는 크기를 지녔습니다. 크기만으로 따지자면 태양 다음 목성, 토성입니다. 그런데 아직은 이 두 별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더 공부해보면 알 수 있겠지요.

그리고 또 재밌는 것은 60갑자가 달의 삭망이 반복되는 주기와 태양이 황도(黃道)를 따라서 천구를 일주하는 주기의 회합주기라는 것입니다. 좀 골치가 아픈 계산이지만 따져보면 60년은 항성월27.321893일(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주기)로 365.25×60=21915일인데, 이는 802.10401항성월입니다. 또 21915일은 삭망월29.530589일로 742.11184삭망월이 됩니다. 이 742.11184삭망월은 60년+22.11184 삭망월인데 이것은 60년+22윤달+3.3015일이다. 3년마다에 1윤달을 두는 19년 7윤법과 일치하는 주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즉, 60갑자는 삭망월과 회귀년의 주기가 일치하는 기간인 것입니다.


육십갑자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주로 달력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지금은 양력이라고 불리는 서양 달력인 그레고리우스력을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간지력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어른들이 나이를 셈할 때 간지를 따지는 것도 아직 이러한 습관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천간의 경우도 아직 한 달을 상순, 중순, 하순이라고 나누듯이 주로 날짜를 지시하는 부호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십이지의 경우는 12개의 월을 의미하는 부호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별들의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천간보다 지지가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천간이 꼭 별들의 움직임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아직 몰라서 그렇지 무언가 근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달력이라는 것이 아무런 근거 없이 시간을 나누어 놓은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디서나 손쉽게 달력을 구할 수 있어서 달력의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습니다. 왜 새해가 되면 의례적으로 사람들이 달력을 선물하는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달력을 통해서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고 계절의 변화에 따른 공간의 변화도 알 수 있게 됩니다. 지금처럼 달력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을 때는 날짜를 셈할 수 있는 능력이 무척 중요했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때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간과 계절의 변화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농사가 중심이었던 시대에는 엄청나게 중요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오직 천자만이 한 해의 달력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천자의 나라인 중국으로부터 달력을 얻어다가 사용했다고 합니다. 물론 세종대왕이 주도했다는 칠정산이라는 역법책의 편찬 같이, 우리 나름의 독자적인 달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례적으로 중국에 사신을 파견해 달력을 얻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달력이 곧 권력이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러한 달력의 종류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세가지 종류의 달력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태양의 움직임만을 따지는 태양력, 달의 움직임만을 따지는 태음력,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고루 살피는 태음태양력이 그것입니다.

태양력은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만든 역법(曆法)입니다. 이 태양력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일찍부터 나일강이 범람할 때면 동쪽 하늘에 시리우스라는 별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냄으로써 태양력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기원전 18세기경 이집트인들은 1년을 365일로 하고, 이것을 30일로 이루어진 12달과 연말에 5일을 더하는 식으로 달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시리우스와 태양의 관계를 좀 더 자세히 관측하여 1년이 365.25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율리우스력에 채용되어 4년마다 1일을 더하는 윤년이 생겼고, 1582년 다시 1년의 평균길이를 365.2425일로 하는 그레고리력에 인계되어 현재는 전세게적으로 이 달력을 쓰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레고리력에서는 4년마다 윤년을 두되 100으로 나눠지는 해에는 윤년을 두지 않고, 다시 400으로 나누었을 때 나눠지는 해에는 윤년을 두는 등 복잡한 역법이 이용됩니다. 그런데 이런 태양력의 경우 달의 움직임과는 무관하게 날짜를 셈하게 됩니다. 태양력을 따르면 한 달 중 15일이 보름이 아닐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말이 의심스럽다면 한 번 15일이 되는 날 달을 보십시오. 그럼 틀림없이 보름달이 아닐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지금처럼 달력이 집집마다 걸려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가 생깁니다. 태양은 매일 똑같아서 하루하루 셈하지 않는다면 날짜가 지나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태음력을 사용하면 태양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날짜는 지나지만 그것이 계절의 변화와는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그럴 경우 농사 때를 맞추는 일이 어렵게 됩니다.


그리고 태음력은 달의 삭망(朔望)을 기준으로 하여 만든 역법(曆法)입니다. 삭망이란 말이 어렵다면 그믐과 보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이 태음력은 달이 29.53059일(1삭망월)을 주기로 규칙적으로 차고 기우는 데서 생겼습니다. 대부분의 고대력은 이러한 태음력으로 출발했습니다. 달의 경우 태양보다 그 변화의 주기를 파악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밤이 전기불로 훤하지 않았을 때는 달이야 말로 정확한 달력의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태음력에서는 29일의 작은달과 30일의 큰달을 번갈아 배치하여 1년을 12달의 354일로 하고, 30년에 11일의 윤일을 두어 달의 삭망과 날짜가 일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음력은 지금도 이슬람이나 유태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태음력을 사용하게 될 경우 1년의 흐름이 계절의 변화와 어긋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들의 연중행사인 라마단을 보면 어느 때는 겨울에 하고, 어느 때는 여름에 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것이 크게 문제가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농사를 짓는다면 이것은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유목민이기 때문에 발전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유목민들에게도 계절의 변화는 아주 중요했습니다. 단지 그들의 날짜를 셈하는 전통이 그렇다는 것일 뿐입니다.


우리가 사용했던 달력은 태양력과 태음력의 그러한 단점을 보완한 태음태양력이었습니다. 태음태양력은 달의 운행(朔望月)에 기준을 두면서 계절의 변화(太陽年)에도 맞춘 역법(曆法)입니다. 태음태양력에서는 큰달(30일)과 작은달(29일)을 조합하여 12개월이나 13개월(閏年)을 1년으로 하는데, 평년에는 354일과 355일, 윤년에는 383일과 384일의 네 가지 1년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윤년을 두는 방법을 치윤법(置閏法)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2년에 1회의 윤달을 두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좀 더 정확성을 높인 19년에 7회 윤달을 두는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큰달과 작은달을 배치하는 방법에는 평삭(평균삭망월 29.53059일에 맞춤)과 정삭(실제의 삭망에 맞춤)이 있습니다. 평삭에서는 큰달과 작은달이 교대로 나타나며 단지 16개월 또는 17개월마다 큰달이 3회 계속되는데, 정삭에서는 달의 운동이 같지 않은 데서 큰달 또는 작은달이 4회 계속되는 일이 있습니다. 서양의 역은 모두 평삭이었으며, 우리나라와 중국의 역도 처음에는 평삭이었으나 나중에 정삭으로 변했습니다.

이렇게 태음태양력은 음력으로는 날짜를 셈하고 양력으로는 절기라는 방법으로 계절의 변화를 따지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중국과 우리나라의 경우 태음태양력을 사용할 때, 지금처럼 아라비아 숫자가 아니라 간지를 이용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간지 그 자체의 쓰임만 놓고 보자면, 날짜를 셈하는 도구로 사용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간지에는 단지 숫자의 쓰임만 담긴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 자연과 인간의 관계 등이 담긴 우주관이자 세계관이며 자연관이 담겨 있습니다. 이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수 천 년을 살아오는 동안 쌓아온 지식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간지는 누구 한 사람이 창작해냈다기 보다는 여러 사람에 의해서 사용되며 그 체계가 점차적으로 형성된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간지가 달력에 이용될 때는 천간과 지지의 조합인 육십갑자가 사용되었습니다.


처음 별들의 움직임과 간지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각종 천문자료며 달력에 관한 자료들, 관련 주제의 자료들을 뒤져보고 궁리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수 천 년의 지식을 한 번에 꿰뚫기에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렇게 나쁜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간지가 어떻게 쓰였다는 것은 대충 알겠는데 도대체 “왜 간지를 사용한 것일까?” 특히 “간지와 농사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머릿속에는 많은 지식을 담은만큼 점점 알쏭달쏭 해졌습니다. 더 이상 말해봐야 의문점만 많아지고 바닥만 드러내는 것 같고, 그 해답을 찾기는 더 어려워 졌습니다. 듣는 분들도 어설픈 이야기꾼의 말에 더욱 혼란스러워지셨을 겁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은근과 끈기를 되새기며 다시 다른 자료들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별들의 움직임이 아니라면 어떤 원리로 간지가 등장하게 되었는지 그 근원을 캐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여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저런 자료들을 뒤지다 보니 처음 생각했던 단서인 ‘별들의 움직임과 간지’가 아닌 또 다른 단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음양오행”이었습니다. 이제 음양오행과 간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4.

음양오행이라는 말은 살아오시면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그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특별히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면 잘 모릅니다. 특히 요즘처럼 서양식 학문을 공부하는 우리에게 간지도 그렇지만 음양오행이라고 하면 뭔가 점집 분위기, 미신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똑같았습니다. 그러나 농사와 간지라는 주제로 조금씩 공부하다보니 간지나 음양오행은 미신이라기보다 우리 나름의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 우주관이자 일종의 과학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는 동안 내 몸에 맞는 편한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각설하고 본격적으로 음양오행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음양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음양이란 사물이나 사건의 현상을 표현하는 하나의 기호(記號)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말이 꽤 난해하네요. 저도 감만 잡은 상태라서 그러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옛사람들은 음양이라는 일종의 두 기호에다 모든 사물과 사건을 포괄․귀속시켰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천지(天地), 일월(日月), 주야(晝夜), 한서(寒暑), 수화(水火), 자웅(雌雄) 등의 자연현상과 상하(上下), 좌우(左右), 내외(內外), 남북(南北), 동서(東西) 등의 공간과 동정(動靜), 진퇴(進退), 승강(昇降), 출입(出入) 등의 운동과 강건(剛健), 유순(柔順) 등의 성질 같은 모든 것들을 음양으로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내가 있음을 알기 위해서는 네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니면 거울이라도 있어야지 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음양이란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 대해 관계맺음하고 있음으로 인해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흔히 얘기하는 남녀라는 것도 그렇게 보면 양과 음의 관계라고 볼 수 있지요.


이러한 음양이 나뉨으로 인해서 세상 만물과 사건이나 현상들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음양이 나뉘기 전의 상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태극입니다. 태극기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모양이지요. 그래서 태극은 모든 것이 나오는 근원이 되며, 모든 것은 그 뿌리가 태극이므로 모두 근원이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서양철학에서는 환경문제가 불거지자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환경철학이라는 분야가 만들어졌습니다. 환경철학에서 하는 일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어울릴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출했는데, 우리의 경우처럼 그 근거가 태극이라고 하면 답은 간단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튼 태극에서 음과 양의 두 상반된 세력이 분화되어 나와 이 둘의 상호작용으로 우주 만물이 생성된다고 봅니다.


만물을 생성하는 음양의 운동은 크게 세 가지 성질을 갖는다고 합니다. 음양의 보편성, 상대성, 가분성이 그것입니다. 앞에서 음양은 만물은 물론 모든 사건이나 현상에도 있다고 했으니 음양이란 어디에나 어느 것에나 두루 있어서 없는 곳을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음양의 보편성입니다. 그리고 상대성은 음과 양이 독자적으로 하나만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남녀로 설명을 하자면 남자의 경우 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전적으로 양만 가지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남자에게 양이라는 것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일 뿐이지 음도 역시 약하지만 함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심리학에 나오는 Anima(남성의 여성적 특징)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간혹 남자이지만 여성성이 강하게 발현된 사람의 경우 양이지만 음이 더 강한 경우라고 보면 음양의 상대성에 대한 이해가 더 쉽게 되겠습니다. 음양의 가분성은 앞서 남성의 경우를 예로 든 것처럼 양이지만 음도 함께 포함되어 있는 그러한 것을 말합니다.

이런 세 가지 성질을 갖는 음양이 운동하게 되면서 만물이 생성되게 됩니다. 남자와 여자가 그렇고, 낮과 밤이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변화하는 것이고 변하지 않는 것은 그 무엇도 없습니다. 단단한 돌도 언젠가는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치입니다. 이렇게 만물을 생성하는 음양의 운동은 태극문양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태극이라는 최초의 평형상태에서 음이든 양이든 어느 한 쪽이 강해지면 비로소 운동이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태극은 절대적으로 정적인 평형상태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동적인 평형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태극문양은 딱 반으로 잘라진 모양이 아니라 곡선으로 들쭉날쭉하게 나뉘어 있는 것입니다. 그 곡선을 연필로 따라가 보면 점점 밖으로 쑥 나왔다 정점에 이르렀을 때 다시 안으로 쏙 들어갑니다.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또 정점에서 밖으로 나오게 되지요.

이 음양의 운동을 보면서 문득 뉴튼의 운동의 3법칙이 떠올랐습니다. 뭔가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그 순간 한 쪽으로 기울면서 운동이 시작되고, 그 운동은 점차 가속도가 붙다가 최고조에 이른 순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적용된 것처럼 다시 균형을 잡으려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런 운동의 시작과 끝에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처럼 멈추었지만 움직이려 하고 움직이지만 멈추고자 하는 끝없는 동적 평형상태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동서양의 학문이 다르게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통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은 음양에 대해서 이 정도로만 설명드리겠습니다. 저도 아직 공부하고 있는 입장이여서 더 말씀드리기에도 부족하고 여기서는 음양이 뭔지에 대해서만 감을 잡으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후에 음양론과 간지가 서로 결합이 되는데, 그때 가서 다시 말씀드릴 것을 기약하며 이 정도만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5.

이제 오행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오행은 앞서 태극이 음양으로 분화된다고 했는데, 그 음양의 모습을 더 세분화하고 구체화 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행을 곧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원기(元氣)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행은 말 그대로 다섯 가지의 성질을 가리키는데, 목․화․토․금․수가 그것입니다. 오행 각각의 성질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태극이 음양으로 분화됨과 동시에 운동이 시작되면서 우주 만물이 생성된다고 했는데, 그 운동의 구체적인 모습이 오행인 목화토금수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음양오행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가겠습니다. 음양오행의 기원에 대해서는 많은 설이 있는데, 그 중에 음양오행이 일월성신에서 기원한다는 이야기가 흥미를 끕니다. 일곱 행성이 음양오행의 기원이라는 것입니다. 현재는 태양계에 열 개의 행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지금처럼 천체망원경이 없던 옛날에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성이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다섯 개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서 오행인 목화토금수가 기원하고, 음과 양은 달과 태양에서 기원한다는 것입니다. 이 설이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처음 우리가 가졌던 의문인 ‘별의 움짐임과 간지의 연관성’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연관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태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음양오행이나 간지가 이러한 우주와의 관계성 속에서 나왔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관계성을 추상화하고 상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음양오행과 간지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양오행이 꼭 별을 지칭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별들의 움직임 속에서 일종의 만유인력 같은 관계성이 발생하고, 그러한 어떤 힘이 지구의 자연환경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조수 간만의 차이만 해도 달의 인력에 의해서 사리와 조금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바람은 그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물과 땅의 온도 차이와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의해서 생기고, 태양의 흑점은 전자파를 발생하여 지구에 있는 생명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들만 놓고 봐도 별들의 움직임, 곧 천체현상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 아닌지는 확답할 수는 없지만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사실입니다. 아니 영향이 있다고 봐야겠지요.

다시 오행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태극이 음양으로 분화되면서 시작되는 운동과 변화는 오행으로 구체화 된다고 했는데, 그 구체화된 모습이라는 것은 각각의 오행이 서로 간의 관계맺음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맺음을 상생․상극이라고 합니다. 상생은 통일하려는 기운이고, 상극은 대립하며 발전하려는 기운입니다. 우리는 정서상 상극이라고 하면 왠지 안 좋은 느낌을 받는데, 세상에 상극이 없으면 어떠한 것도 발전하고 성장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모습의 구체적인 예로 부부관계를 들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부부 사이는 무촌이라고 하는데, 둘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항상 싸움이 있게 마련입니다. 어떻게 보면 싸움이 없는 부부관계는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싸움이 없다면 그 사람들은 모든 것을 초탈한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서로 남남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났는데 싸움이 없을 수 있겠습니다. 싸움이 있더라도 잘 조절하고 화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싸움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큰 문제가 벌어지지요. 오행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각각의 행들은 어떤 때는 상생의 관계를 갖지만 어떤 때는 상극의 관계도 갖습니다. 이러한 운동과 변화의 핵심은 균형과 조화에 있습니다. 점집에 가서 사주를 보면 점쟁이가 처방해주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말들은 그 사람의 사주에 어떤 기운이 부족하니 어떻게 보총해주고, 어떤 기운은 과하니 어떻게 누를 것인가를 조언해 주는 것입니다.

앞에서 이미 우주의 변화를 관찰해서 그 모습을 인간의 언어로 추상화하고 상징해 놓은 것이 오행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행만이 아니라 음양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의 모습을 통해서 그것을 인간에게 적용시켜 놓은 것이 바로 음양오행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제 오행의 하나하나를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행의 각각이 상징하는 바는 그 글자가 의미하는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나무, 불, 흙, 쇠, 물을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그 단어를 접하면 어떤 성질이 떠오르십니까? 제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목(木)은 생장함과 뒤덮음, 화(火)는 솟아오름과 사방으로 뻗어감, 토(土)는 만물을 낳고 기름, 금(金)은 단단함과 바뀜, 수(水)는 만물이 수축하여 모임을 의미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각각의 특성을 살펴보면 목은 나무는 곧게도 자라고 구불구불하게 자라기도 합니다. 아무튼 단단한 대지를 뚫고 위로 솟아오르는 형상입니다. 곧 위로 뻗어 생장하고 사방으로 두루 퍼져 가지가 무성해지는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화는 불은 활활 타오른다고 하여 기세 좋게 사방으로 향하고 뜨거운 성질을 말합니다. 토는 곡물을 심고 수확하는 곳인데 만물이 生하는 것을 의미하지 심고 수확하는 그 자체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토는 만물을 化生하고, 만물의 어미가 되고, 만물이 돌아가는 바가 됩니다. 금은 쇠인데, 쇠는 단단합니다. 하지만 단단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어떤 힘을 가하면 대장장이가 원하는대로 모양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은 무언가를 따라서 바뀌는 것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수는 물입니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것이 본성입니다. 그래서 수는 아래로 내려가 만물을 품고 키우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까지 오행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너무 간략하여 오히려 이해를 방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오행을 이해하는 데에는 일종의 감이랄까 그런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주의 깊은 관찰을 통해서 오행의 성질을 이해하는 작업이 따로 필요합니다. 그때야말로 진정으로 오행을 내 것으로 체화할 수 있습니다. 이 오행과 함께 음양이 간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다음 번에는 이러한 오행이 일상생활 속의 만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 구체화된 모습을 통해서 오행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앞서 오행에 대한 설명이 턱없이 부족한 능력 탓에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언젠가 더 많은 공부로 쉽게 설명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설명드렸던 오행 각각의 특성들이 상생과 상극이라는 관계맺음을 통하여 자연은 운동하고 변화하게 됩니다. 자연은 무질서하게 아무렇게나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법칙을 가지고 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한참 떴던 카오스 이론이라는 것도 표면상 혼돈을 이야기하지만 그 혼돈 속에도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이론입니다. 세상이 혼돈 그 자체라면 사람이 살기에 얼마나 어렵고 힘들겠습니까. 그러한 것들을 방지하고 조화롭게 살기 위해서 인간은 항상 혼돈 속에 녹아있는 규칙성을 찾고자 노력해 온 것이 지금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맥락에서 카오스 이론과 태극, 음양오행이라는 설은 서로 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제 오행이 만물에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옛사람들이 정리해 놓은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계절과 오행의 관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계절은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있음을 알고 계실 겁니다. 그것을 오행으로 분류하면 봄은 목, 여름은 화, 가을은 금, 겨울은 수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토의 경우는 여름의 끝자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고, 또 각 계절이 바뀌는 중간에 해당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떤 이야기가 맞는지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토는 중심이 되어 변화를 주관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계절이 바뀌는 사이사이에서 그 변화를 이끌어내고 넘어갈 수 있게 만든다고 볼 수도 있고, 봄․여름, 가을․겨울이라는 극명한 변화의 중간에 위치하여 다른 성질의 계절로 변하게 만든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자로 정리해보면 “五季 - 春 夏 長夏 秋 冬”가 됩니다. 물론 목-화-토-금-수의 순입니다.


이렇게 각 계절에 배당된 오행은 그 계절에 맞는 성질을 띠게 됩니다. 봄은 죽은듯이 보였던 땅에서 새싹이 돋고, 앙상한 가지에서 새잎을 돋게 만듭니다. 그리고 기온과 바람도 점차 따스해져서 식곤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그래서 봄은 만물이 태어나는 계절이고 사람으로 따지면 유아시절에 해당하겠지요. 그리고 여름은 태어난 만물이 무럭무럭 자라고 무성해지는 계절입니다. 사람에게는 청소년기가 그 시기입니다. 가을은 하나둘 열매를 맺고 씨를 준비하는 계절입니다. 절기로 몇 일 전이 상강이었는데, 절묘하게도 그날 바로 서리가 왔더군요. 밭에 나가보니 고구마․가지․호박 같이 더움을 좋아하는 식물들은 첫서리에 물에 데친 것처럼 되어 죽어버렸습니다. 이렇듯 가을은 서서히 다음을 준비하는 시기로 사람에게는 장년기입니다. 겨울은 이제 더 말 안해도 감이 오실 겁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죽음을 맞을 시기이고, 또한 다음을 기약하며 땅으로 돌아가는 노년기입니다. ‘김장’할 때 ‘藏’이 바로 겨울의 성질을 잘 표현해주는 대표적인 말입니다. “五化 - 生 長 化 收 藏”

그리고 각 계절의 기후를 보면 봄에는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고, 여름은 무덥고, 가을은 건조하고, 겨울은 춥습니다. 이러한 기후도 오행으로 분류가 됩니다. “五氣 - 風 暑 濕 燥 寒”


계절과 같은 시간의 흐름만이 아니라 공간도 오행에 따라 분류할 수 있습니다. “五方 - 東 南 中 西 北” 봄은 태어남이니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르듯이 동방을 의미합니다. 여름은 무더운 계절이라서 태양이 가장 높이 떠오르는 남방이 됩니다. 가을은 결실을 맺는 시기로 해가 서산 무렵으로 지는 때이니 서방을 의미하고, 해가 북방으로 사라진 후는 죽음과 같은 어둠이 내리므로 겨울은 북방을 가리킵니다. 이렇게 오행이 공간에 배치된 것과 같이 태양의 위치도 오행으로 분류가 됩니다. “時間 - 平旦 日中 日西 日入 夜半” 해가 떠오르는 시점, 해가 하늘에 있을 때, 해가 서쪽으로 기울 때, 해가 지려고 할 때, 어두운 밤중.


그리고 뒤에 다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고유의 음계인 궁상각치우도 오행에 배속됩니다. “五音 - 角 徵 宮 商 羽”

또한 우리가 다루려고 하는 천간과 지지도 오행에 배속할 수 있습니다. “天干 - 甲乙 丙丁 戊己 庚辛 壬癸”, “地支 - 寅卯 巳午 辰戌丑未 申酉 亥子”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장에 자세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풍물을 하신 분들은 액막이 타령을 알고 있으실 겁니다. “동에는 청제장군, 청갑을 입고 …” 하는 가사처럼 색도 역시 오행에 배속됩니다. “五色 - 靑 赤 黃 白 黑” 이 색을 보시면 떠오르는 것이 있으실 겁니다. 사신도가 그것이지요.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역시 오행에 따른 것이고 자연현상을 상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신은 상상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하늘의 별자리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아니 동양은 원래 하늘의 모습이 땅의 모습에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했으니 하늘의 별자리가 우리에게 적용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천문이 곧 인문이 되고, 하늘의 변화가 인간세계의 변화의 원인이 된다는 우리만의 학문체계가 성립합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미각도 오행으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맛은 목, 쓴맛은 화, 단맛은 토, 매운맛은 금, 짠맛은 수에 해당합니다. 옛날에 경기도 산간 지역에서는 입춘에 움파, 산개, 신검초, 미나리, 무싹 등의 매운 맛이 나는 채소를 요리해서 먹으며 새로운 해를 맞이하였다고 합니다. 여깅에는 봄맞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채소가 부족한 겨울을 지내고 난 후 비타민 섭취와 섬유질 섭취의 필요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오행으로 해석해보면, 봄에 강해지는 목기운을 누르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목기운을 극하는 금기운의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뒤에 나오겠지만 목기운은 장기 중에서 간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목기운이 강해지니 간의 기능도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목기운이 너무 지나치면 간기능의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에 쉽게 피곤해지거나 춘곤증이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그러한 이치를 따져서 봄에는 매운 맛의 채소를 먹었던 것입니다. 또 사상의학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 이치도 이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행이 다섯으로 구분해 놓았다면 사상은 넷으로 구분해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맛은 “五味 - 酸 苦 甘 辛 鹹”로 분류가 됩니다.


이제 농사짓는 분들에게 직접적일 수 있는 곡식의 분류를 보겠습니다. 보리 종류는 목, 禾는 화, 기장, 조 같은 종류는 토, 稻는 금, 콩 종류는 수에 해당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화와 금에 해당하는 한자는 똑같이 벼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아직 확실하게 몰라서 일단 그냥 한자로 표기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부를 더 해봐야겠습니다. 보리 종류가 목에 해당하는 것은 봄에 푸릇푸릇하게 나오는 곡식이 보리나 밀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에 벼를 베고 나면 내년 봄에 수확할 목적으로 보리나 밀을 그루갈이 하게 됩니다. 이 작물들은 겨울에도 쉽게 얼어 죽지 않고 땅 속에서 잠자다가 기온이 적합한 봄을 만나면 귀신같이 땅을 뚫고 솟아오릅니다. 그 모습이 목기운과 닿아있어 보리 종류는 목에 해당합니다. 화와 토, 금에 대해서는 공부를 더 해서 설명을 드리겠는데, 지금 얼핏 생각한 바를 말씀드리자면 화의 기운은 확 불타오르는 모습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보면 禾라는 것은 여름 뜨거운 태양빛을 받으며 벼가 무성하게 분얼하면서 쭉쭉 위로 크는 모습을 상징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稻는 가을에 영글어 무거워서 고개를 숙인 벼이삭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아무튼 공부가 더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콩 종류는 동글동글하게 알이 맺힙니다. 다른 작물에 비해서 그 둥글게 뭉치는 모습이 두드러지죠. 수기운이 바로 그러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응축된 에너지의 한 점이라고 할까요. 수는 차가움을 뜻하지만 그 안에는 무한한 에너지의 한 점이 응축되어 있는 것입니다. 콩에서 싹이 뻗어 나오는 모습을 보면 그 에너지가 분출하는 모습을 연상해 보실 수 있습니다. “五穀 - 麥 禾 稷 稻 豆”


다음으로 과일나무를 오행에 따라 분류해보면, 자두나무는 목, 살구나무는 화, 대추나무는 토, 복숭아나무는 금, 밤나무는 수에 해당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아직 공부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추측만 하고 있는데 맛이나 그 모습과 관련지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두 같은 경우는 신맛이 강하니 그렇게 신맛이 나는 종류는 목으로 분류하고, 밤 같은 것은 단단한 껍질에 쌓여서 둥글게 생겼으니 호두 같은 것들과 함께 수로 분류하는 것 같습니다. 더 정확한 것은 앞으로 공부를 더 해봐야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농사도 그렇고 음양오행에 대해서도 그렇고 아직은 초보자 수준이라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혹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 “五果 - 李 杏 棗 桃 栗”


이외에도 인간과 관련하여,

五役 色색 臭냄새 味맛 聲소리 液액

五臟 肝간장 心심장 脾비장 肺폐 腎신장

六腑 膽쓸개 小腸소장 胃위 大腸대장 膀胱방광

官竅 目눈 舌혀 口입 鼻코 耳귀

形體 筋힘줄 脈혈맥 筋肉근육 皮毛피부털 骨뼈

情志 怒성냄 喜기쁨 思생각함 悲슬픔 恐두려움

이런 식으로 오행에 따라 정리해 놓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분류는 아직도 한의학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물도 五畜 鷄닭 羊양 牛소 馬말 彘돼지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간략하게나마 음양오행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외의 사물도 또한 음양오행에 따라 정리를 했는데, 여기서는 그 구체적인 예는 이정도만 살피겠습니다. 음양오행의 기본적 성질과 이치만 파악한다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보자면 음양오행은 음양과 오행을 합해서 부르는 것인데, 음양은 어떤 사물이라도 이 음과 양의 운동변화에 의하여 형성되며 변화한다고 본 것이며, 오행은 모든 것이 木, 火, 土, 金, 水 다섯 가지 기본 속성에 의해서 통일, 변화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음양오행은 모두 자연을 인식하고, 자연 현상을 해석하며 자연 규율을 탐구하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음양과 오행에 대하여 단순히 미신으로 치부해버리기 보다는 고대 사람들의 철학과 세계관이 녹아있는 것으로써 그것을 기반으로 우리의 자연과학이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앞날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살던 사람들이 서양과학과는 다른 방식인 음양오행이라는 것을 통해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변화, 그리고 앞날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결과 천문(天文), 지리(地理), 역수(歷數), 기상(氣象), 의학(醫學), 농사(農事), 야금(冶金) 등 각종 자연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동양의 학문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그 바탕이 되는 음양오행을 반드시 알아야 하기에 어설픈 지식이지만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왜 간지를 사용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감 잡으셨을 겁니다. 오행을 분류해놓은 것 중에서 간지를 오행에 따라 분류해 놓은 것이 기억나시나요. 그것을 다시 보면 천간은 목-갑을, 화-병정, 토-무기, 금-경신, 수-임계로 분류가 되어 있고, 지지는 목-인묘, 화-사오, 토-진술축미, 금-신유, 수-해자로 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그냥 갑을병정 하며 외우고, 쥐띠․소띠․호랑이띠 하며 외우던 간지에 오행을 따져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행에 따른 분류만이 아니라 음양으로도 분류가 가능합니다. 음양에 따라 분류를 해보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천간의 경우              지지의 경우

양음양음양음양음양음   양음양음양음양음양음양음

목목화화토토금금수수   수토목목토화화토금금토수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여기서 볼 수 있듯이 간지는 간지 자체로 의미를 따져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음양오행과의 결합을 통해서 그 운동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류는 단순한 순서의 반복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따라 그 특성을 포착하여 기호화해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 쓸모없이 농협달력이나 절달력에서나 볼 수 있는 간지로 표시된 간지력은 자연의 흐름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그 해석은 음양오행이라는 방법으로 가능합니다.


그럼 간단히 하루의 흐름과 일 년의 흐름을 예로 들어 어떻게 간지를 통해서 자연의 흐름을 파악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시간의 경우,

시  23-1 1-3 3-5 5-7 7-9 9-11 11-13 13-15 15-17 17-19 19-21 21-23

지지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하루 중 가장 해가 높이 뜨는 시간이 12시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시간은 간지로는 오(午)시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정각 12시를 정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보면 오(午)는 음양오행으로 따지면 양화에 속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양화는 가장 뜨거움을 상징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조금 감이 오시지 않습니까?

하나 더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동이 트는 시간을 아시는지요? 일찍 일어나시는 분들은 5시면 이미 날이 훤하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동은 5시 이전인 인(寅)시에 트기 시작하지요. 여름에 특히 잘 느낄 수 있는데 새벽에 나가보면 해는 뜨지 않았지만 훤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인(寅)은 음양오행으로 보면 양목에 해당합니다. 양목은 기운이 뻗쳐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럼 좀더 확실히 감을 잡으셨을 겁니다.

이 두 가지 경우만 들어도 시간의 흐름, 즉 자연의 흐름과 간지의 흐름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일 년의 흐름인 계절의 변화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음력  1    2    3    4   5    6     7   8    9   10   11  12

지지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자   축

절기 입춘 경칩 청명 입하 망종 소서 입추 백로 한로 입동 대설 소한

중기 우수 춘분 곡우 소만 하지 대서 처서 추분 상강 소설 동지 대한


보다 쉽게 이해가 되도록 절기를 함께 표시해 보았습니다. 1월은 봄의 시작입니다. 간지로는 인(寅)월입니다. 인(寅)은 음양오행상 무엇인지 기억나시나요? 예, 바로 양목입니다. 이 인월의 절기를 보면 입춘이 들어있습니다. 이렇듯 하루의 시작과 일 년의 시작이 맞물려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5월을 보면 오(午)월에 해당합니다. 오는 아까 양화라고 했습니다. 절기를 보면 하지가 있음이 보입니다. 하루 중 가장 해가 높이 뜨는 때와 일 년 중 해가 가장 높이 뜨는 때가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해가 가장 높이 뜨는 것은 하루 중 12시이고 일 년 중 하지인데, 가장 더운 것은 그 때가 아니라 하루 중에는 미(未)시이고 일 년 중에는 미(未)월입니다. 절기와 중기를 보면 소서, 대서가 미월에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추울 때도 동지가 있는 자(子)월이 아니라 소한, 대한이 들어 있는 축(丑)월입니다. 이것은 계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간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중 14~15시가 복사열로 인해서 가장 덥고, 2~3시가 가장 춥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 이미 배운 사실입니다. 그 시간을 보면 바로 미(未)시와 축(丑)시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지극히 미세한 자연의 흐름을 간지와 맞추려고 했던 옛사람들의 노력이 숨어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다시피 지구의 자전축은 현재 23.5도 정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일 년 사계절이 생기게 되며, 또한 그 영향 때문에 가장 추운 때와 가장 더운 때가 태양의 높낮이와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음양오행을 바탕하고 있는 간지에 이런 사실까지 절묘하게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네 전통 사상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연의 흐름을 작게는 하루, 크게는 60년을 하나의 주기로 보고 있습니다. 더 큰 주기로는 소강절이라는 송나라 학자에 의하면 우주의 1년을 129600년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증산교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소개만 하면 인간에게 1일 1년 1세대 1세대의 1년이 있듯이, 우주에도 1세(1일 30년), 12세(1년 360년), 30운(1세대 10800년), 12회(1세대의 1년 129600년)가 있다는 것이고, 그 증거로 대략 11만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빙하기를 꼽고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듯합니다. 어쨌든 우리가 사는 시간은 길어야 60년이니 더 긴 세월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이 모든 이야기의 바탕에는 자연의 흐름과 순환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접한 현대 물리학에서도 우주의 순환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장애를 이겨낸 사람으로도 유명한 스티브 호킹이라는 물리학자의 말에 의하면 우주가 처음 빅뱅으로 탄생해서 지금은 고등학교 때 배운 허블이라는 사람의 말처럼 팽창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다시 역전되어 수축하기 시작하여 최초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순환하는 것처럼 우주도 그렇게 운동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다시 수축한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개념인지 잘 이해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렇게 흐른다는 것만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의문과 질문에 대한 답이 충분히 풀린 것은 아니나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 보려고 합니다. ‘옛사람들은 왜 간지를 사용하였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간지를 통해서 자연의 흐름을 보다 쉽게 자세히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 그에 맞춰 생활하는 것이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삶이기 때문이지 않아서일까 합니다. 그때 사용하던 간지는 지금처럼 껍데기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아주 흔하게 사용하여 너무 익숙해서 있는지 조차 모르는 그런 것이었을 겁니다. 아주 당연하게 간지를 따져서 나이를 셈하고, 이사 날짜를 잡고, 결혼 날짜를 잡고, 씨 뿌리고 밭가는 날짜를 잡았을 것입니다. 그만큼 간지는 자연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인간생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편리한 도구였을 것입니다. 사주팔자라는 것 또한 지금은 미신으로만 치부되지만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인 한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아직은 공부가 이 정도 수준 밖에는 안 됩니다. 더 많은 궁금증이 생겼고, 답답함이 여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라도 어림짐작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일단은 만족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제대로 잘, 충분히 설명을 드리지 못해서 그것이 가슴에 남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좀 더 욕심을 내서 해보고 싶은 일은 고농서에 나오는 간지력에 맞춘 농사일은 어떤 원리인지, 간지로 따져보는 기상예측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있는지, 서양 유기농업의 시초라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과 우리식의 간지력 농법을 비교하는 일 같은 것들입니다. 그동안 두서없는 글을 읽어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줄 압니다. 이 글을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앞으로 공부하는 중에 얻게 되는 지식을 공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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