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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 김석기
새하얀 무명옷이 누래질 그 세월을
눈보다 하얗게 살아온 조선의 과부 정귀업 할머니.
꿈에 그리던 남편을 만나는 날,
그녀는 새색시로 돌아가 바가지 긁으며 앙탈이다.
갓 시집 온 스무 살 새악시처럼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남편은 미안한 마음으로 연신 손을 만지며 아내의 주름진 마음을 편다.
꿈만 같던 이틀,
죽기 전에 다시 못 올 이틀,
52년을 기다려 온 이틀.
"내가 어떻게 가요.
언제 다시 만나려고,
견우 직녀도 일년에 한 번 만나는데
통일이 언제 와요."
그곳에 흐르는 눈물이
내 가슴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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