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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흙살림 전통농업 구술취재팀은 경북 하동군 화개면에 있는 칠불사에서 자원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지난 세월동안 토종 종자에 관심을 갖고 전국을 돌며 종자를 모았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같은 곳 신흥리 호동마을이라는 곳의 작은 암자에서 60여 가지가 넘는 종자를 직접 가꾸며 보존하다가 올해는 잠시 절의 살림을 맡게 되어 씨만 받아놓고 있다고 한다. 토종 잡곡류와 채소류는 물론 각종 산나물이며 장뇌삼까지 직접 가꾸고 계신다.




언제부터 토종 종자에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 언제부터라기보다는 저는 이상하게 다른 것보다 토종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어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든 모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계속 찾았는데 못 찾다가 어떤 분이 안완식 박사님의 토종 종자에 관한 책을 주셔서 보게 됐지요. 이런 게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토종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다가 횡성에서 토종할아버지를 한 분 만났어요. 송내준 씨라는 분인데 지금 여든두 살이시죠. 나이는 많으셔도 어느 젊은 사람 못지않게 열정적이십니다. 그분한테 많은 걸 배웠는데, 그분은 자기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아를 버리고 대아를 생각하는 사람이지요. 그분 생각이, 내가 안 먹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병에 안 걸리고 튼튼하면 그게 효자라고 생각하십니다. 산삼 씨를 석 되 뿌리면 자기는 서른 알만 먹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신으로 토종을 지키신 거예요.

사실 우리나라에는 무궁한 자원이 있어요. 이 자원을 우리가 활용을 못하고 있지요. 절집에 팔만대장경이라는 방대한 경전이 있어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 헛것이듯이 속가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것이 우리 주위에 있는데 우리는 눈이 밖에만 가있어요. 그러니까 진짜 보물은 놔두고 써먹지 못하고 있죠. 그걸 개발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거든요. 그래서 진취적인 사람이 해줬으면 좋겠는데, 사실 제가 스님만 아니면 하겠어요. 속가에 나가면 진짜 할 일이 많아요.

토종은 곡식의 기운이 달라요. 이건 조금만 먹어도 든든해요. 토종꿀 있죠. 진짜 토종꿀은 숟가락이 안 들어갑니다. 숟가락으로 퍼지면 토종꿀이 아니요. 토종은 그 정도로 야무니 그래서 약이 되는 겁니다.


외람된 질문이지만 스님이 농사짓는 것은 괜찮나요. 스님은 원래 탁발 같은 걸 하는 게 아닌가요?

- 그 얘기가 맞긴 맞는데, 중국에 백장 스님이라고 있어요. 일일부작이면 일일불식이라고, 하루에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말을 직접 실천하셨지요. 어느 날은 어른이 그러니까 밑에 사람이 피곤하잖아요. 그래서 밑에 사람이 호미를 감췄어요. 그러니까 공양에 안 나오셔서 도로 죄송하다고 내놨답니다. 사실 최근에 와서 그렇지 스님들도 자급자족을 많이 했습니다.

해인사만 해도 논이 200마지기가 넘어요. 그걸 다 모내기하고 나락을 베고 하면서 살았습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편하게 산 적이 없었어요. 저는 편하게 사는 걸 아주 싫어하거든요. 초발심자경문이라는 책에도 나옵니다. 춥고 배고플 때 도심이 일어나지 배부르고 등 따시고 편하면 결국 생각나는 건 짐승하고 똑같습니다. 그래서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정신이 썩어가는 거예요. 이미 성인이나 도인은 옛날에 다 나왔어요. 지금은 전부 껍데기밖에 없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하루에 2~3시간은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토종 종자를 찾으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 고추냉이라고 있어요. 그걸 찾아서 울릉도에 간 적이 있습니다. 같이 간 분하고 울릉도에 있으면서 잎을 그냥 따 먹었어요. 이 고추냉이는 면역성이 아주 강한 식물이에요. 고추하고는 달리 먹을 때는 입안에서 아리해도 위장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아요. 그건 쌈을 싸먹어도 좋고, 피로 회복에도 그렇고, 탁한 기운도 아주 맑아져요. 그걸 갖고 울릉도에서 나왔는데 좀 죽였어요. 그때가 송이가 나올 무렵이라 포항에서 이런저런 일을 보고 바로 양양까지 오니까 열두시가 넘었어요. 자고나서 다음날 새벽같이 설악산에 송이 따러 올라가는 바람에 좀 피해가 컸죠. 그렇게 가지고 와서 심었는데. 몇 년째 잘 크고 있어요. 새끼를 쳐서 물이 없는 데까지 잘 번졌어요. 고추냉이는 서늘해야 되고, 항상 물기가 있어야 됩니다. 특히 물이 아주 맑고 차야 해요.

이걸 수경재배하고 있는 분이 평창에 한 분 계십니다. 이분이 그러는데 일본에서도 재배는 하지만 작답니다. 평창 거는 제가 봤는데 정말 크더군요.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가 토질이 좋고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맞구나 느꼈지요. 그분은 그걸 전량 일본에 수출한답니다.

이건 아주 고급 식당에나 가야 맛볼 수 있고, 시중에 나오는 것은 전부 화학제품이거나 겨자씨로 만든 것이죠.

그런데 정작 울릉도 사람들은 명이(산마늘)를 좋아해서 고추냉이는 잘 안 먹어요. 울릉도에서는 명이가 반찬으로 나옵니다. 이건 밭에 심어도 되는데 꼭 차광막을 씌워야 돼요. 이게 지리산에도 있지만 다시 울릉도에 가서 가져오고 싶어요. 그런데 제주도나 울릉도 같은 섬을 가면 섬에 있는 식물들은 번식력이 강하고 크기가 큰 대신 약효가 좀 떨어져요. 그래서 산마늘을 가져와서 심으면 약효가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안완식) 우리나라는 고추냉이가 적합한 곳이 많지 않아요. 예를 들어서 울릉도의 선인봉 밑에, 또 지리산 같은 데도 깊은 계곡의 맑은 물이 계속 흐르는 그런 곳에 자랄 수 있어요. 이건 수변 식물 그런 종류예요. 그래서 물이 고여 있으면 절대로 안 돼고 항상 흘러야 돼요. 그건 이 식물의 뿌리가 굉장히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뜻해요.


- 그리고 지금 씨가 마른 것이 무어냐면 이건 오가피보다 약효가 50배나 되는데, 따뚜릅이라고 있어요. 우리는 보통 따뚜릅을 땅두릅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거랑은 다르죠. 그건 이런 산 밑에서는 안 자라고, 적어도 1000m 이상에서 자라요. 이 밑에는 아무리 가져다 심어도 안삽니다. 여기서는 아무리 많이 커봐야 10cm 정도죠. 이건 가시가 아주 촘촘해요. 이건 순도 먹고 줄기도 먹고 다 먹는데, 요즘은 산에 나무들이 커서 잘 안 커요. 그런데 이거를 몇 십 년 자란 것을 하루아침에 잘라버리니까 씨가 마르죠. 이게 지금은 없어요.

여기 지리산에 150년 된 것이 있었어요. 그건 제가 한의사하고 같이 가서 봤는데, 이건 앞으로 좋은 약재가 되겠다 싶어서 놔뒀거든요. 따뚜릅은 원래 별로 안 큰데, 이렇게 굵은 것이 가지가 땅에 닿아서 그게 또 자랐더라고요. 그런데 재작년에 어떤 사람이 아파서 그것 조금만 있으면 되겠다 싶어서 갔는데 새끼 하나 없이 다 캐갔어요.

지금 지리산에 가면 오가피가 많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이 가면 이걸 뿌리를 자르더라도 한 개만 자르고 살려놔요. 그리고 가지를 쳐도 한 개만 치고 살려주되, 주위의 장애물을 다 없애줘서 확실하게 살려놔요. 그런데 얼마 뒤에 가면 그것도 없어요. 싹 씨를 말린다고. 그래서 이거 참 보통일이 아니다 싶을 때가 있어요.


또 재미난 것이 있나요?

- 머루 있잖아요. 이 머루가 자연 머루라도 맛이 다 다릅니다. 빨간 게 있고 파란 게 있는데, 빨간 게 더 맛있어요. 또 들매라고 나물이 있는데, 이건 빨간 것보다 파란 게 더 맛있어요. 이건 나무인데, 나물 맛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산에서 자라는 나물 중에 개발딱지, 병풍대, 참나물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병풍대가 아주 맛있습니다. 산에 가면 잎이 쫙 퍼진 것이 있어요. 그게 병풍대인데 맛이 기막힙니다. 곰취, 개발딱지, 곤달비하고는 비교가 안돼요. 그건 재배해도 되요. 산나물은 전부 밑에서 재배할 수 있습니다.

금낭화도 아주 좋은 나물입니다. 그런데 그건 독이 있어서 물에 네다섯 시간 담가놨다가 데쳐서 먹어야 돼요. 그건 반드시 물에 우려야 됩니다.

우리는 요즘에는 알뿌리로 약을 하는 건 절대 안 캡니다. 백로가 지나야 손을 대지 그 전에는 손을 대지 않습니다. 그때가 되어야 겨울을 나기 위해서 뿌리에 양분을 저장합니다. 그래야 약효가 있지 요즘 캐면 별 약효가 없어요.

갑자기 이야기하라니까 답이 잘 안 나오네요. 더구나 올해는 선방에 앉아있다 보니 다 잊어버렸네요.


산나물 씨를 받아다 발아를 시킨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나요?

- 껍질을 한 번 벗겨내야 합니다. 옻나무가 발아를 시키기 어려운데 그것도 잘할 수 있습니다. 옻나무는 세월이 가면 갈수록 약효가 더 좋습니다. 그래서 100년 넘은 옻나무는 산삼하고도 안 바꿔줍니다.


(안완식) 인삼 씨는 개갑처리를 한다고 해요. 인삼은 씨가 영글어서 따면 그걸로 다 영근 것이 아니라 후숙을 해야 돼요. 따고 난 다음에 후숙을 하는데, 이게 마르면 후숙이 안 돼기 때문에 축축한 모래에 넣어서 몇 달이 지나야 익어서 개갑이 된다고 해요. 그래야 제대로 싹이 나요. 이런 것을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고,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수백수천 년 동안 살아오면서 경험에 의해서 알아요. 그리고 목단이나 작약 같은 것은 아무리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도 그걸 봄에 옮겨 심으면 죽어요. 그런데 한 10월쯤에 심으면 그 다음해도 잘 자요. 왜 그런지 그 특징을 알아야 되는데, 그 식물은 가을에 뿌리가 내려요. 씨도 가을에 뿌려야지 봄에 뿌리면 죽어요.


올해는 토종 종자를 어디에 심으셨나요?

- 작년에는 한 60여 가지를 심었는데, 올해는 바빠서 그냥 씨만 가지고 있어요. 작년에는 비둘기나 꿩, 돼지들한테 많이 뺏겼는데, 저는 먹지는 못해도 토종 씨를 유지하는 것만 해도 성공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지고만 있으면 언젠가 누군가가 할 것이라고요.


거름 같은 것은 어떻게 하셨나요?

- 거름은 산에 가서 부엽토를 가져다가 만듭니다. 산에 올라가 올해 떨어진 낙엽을 걷어내면 좋은 게 나와요. 그걸 가져다가 바로 쓰지 않고 2~3년 묵히면 지렁이가 버글버글합니다. 그거하고 여름에 풀을 베서 모아놓고 덮어서 팍 썩힌 것을 쓰죠.


병은 별로 없었나요?

- 산에 있어서 그런지 병은 별로 없었어요. 그래도 병이 생기긴 하는데, 초기에 잡아요. 저는 설탕하고 약초를 배합하거나 아니면 그 식물 근처에 있는 걸 뽑아서 효소를 만들어서 써요. 중요한 것은 비가 오면 쓸려가니까 비오고 나서 또 쳐야 돼요.

작년에는 콩 노린재 때문에 고생했는데, 그래도 씨는 받아야겠기에 충약을 사다가 한 번 쳤어요. 그런데 별로 효과도 없었어요. 그래서 목초액을 한 50배로 해서 쳤더니 해결됐어요. 그 뒤에는 잿물하고 소금을 섞어서 쳤더니 아주 효과가 좋았어요.


긴 시간 동안 취재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요즘 머릿속이 복잡해서 제대로 답도 못해드렸습니다. 언제 한가할 때 오셔서 더 많은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네요. 올해는 밭에 농사도 못 짓고 씨만 받아 놓은 상태인데, 내년에는 꼭 다시 심어야죠.





수원군 일왕면日旺面 이목리梨木里 구역장 유재택劉載澤


밀 사이짓기 콩과 콩 홑짓기 재배법


밀 씨뿌리기 : 음력 8월 25일(250평)

거름 : 두엄 소 6바리, 똥재 소 1바리. 화학비료는 안 줌. 3일 전에 나르는데, 하루 걸린다.

씨앗은 4되(250평에). 똥재 1바리와 씨앗을 미리 섞는다.

쟁기질 : 네번갈이

두엄은 밭을 갈기 전에 뿌린다. 소 한 마리가 끌고, 남자 1명이 개량 쟁기로 먼저 두둑을 만든다.

씨뿌리는 방법 : 고랑에 2줄로 점뿌림한다. 고랑과 고랑 사이는 120cm.

보리에 이어짓기 하는 콩을 4줄로 점뿌림하는 방법처럼 옆으로 서서 발뒤꿈치(오른발)로 구멍을 파고, 거기에 똥재와 씨앗을 섞어서 한 손에 쥐고서 한 번에 두 구멍씩 떨어뜨린다. 옆으로 나가며 왼발로 흙을 덮으면서 나간다.

250평의 일을 하는 데 하루 걸린다.

밀‧보리를 두번갈이하고 씨뿌리는 경우에는, 고랑에 화학비료를 뿌리고 고무래로 고랑을 펀펀하게 하는데, 씨앗을 줄뿌림한 위에 두엄을 덮는다. 보통 흙을 덮을 때 두엄이 덜 썩었으면 흙만 덮는다. 옛날처럼 한번갈이를 할 경우에는 똥재에 씨앗을 묻혀서 심고, 고무래로 흙을 덮는다.


사이짓기하는 콩 심기 : 음력 4월 하순. 호미로 심는다. 2줄 점뿌림하는데, 파종량은 2되.

한 구멍에 3~4알, 250평 일하는 데 하루 걸린다.


밀 수확 : 음력 5월 하순, 그때 콩은 15~18cm이다.

밀 베기 : 이 사람 혼자서 0.8일, 2바리, 35단이 나온다. 다음날 0.3일 걸려서 나른다.

낟알떨기 : 다음날 이 사람이 도리깨로 2시간 동안 한다. 수확량은 5말(1섬에 16엔), 밀짚은 3지게(1지게 23단, 1지게는 30전)

밀을 쓰는 곳 : 집에서 먹는다.

밀가루 만들기 : 여자 1명이 하루에 1말5되의 밀가루를 만든다.


사이짓기 콩 관리

첫 번째 김매기, 밀을 베고 다음날 남자 2명이 하루 걸림.

두 번째 김매기, 음력 6월 20일 남자 2명이 하루 걸림.

세 번째 김매기, 음력 7월 20일 남자 2명이 하루 걸림.

수확 : 음력 8월 하순. 베는 데 이 사람이 0.7일. 지게로 운반(3지게)

낟알떨기 : 다음날 여자 1명이 도리깨로 1.2일 걸린다. 수확량은 3말5되, 콩대는 1지게가 조금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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