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구술취재팀은 지난 19일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 금평리에 사시는 이환희(42), 오미정(40) 선생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귀농하신지 7년차인 두 분은 현재 논 3200평과 밭 2000평을 유기재배로 지으시며, 다양한 실험과 실패를 통해서 나름의 농사법을 연구하고 터득하며 희망차고 활기차게 살고 계십니다. 그 분들에게 전통 농사법인 간작間作 ―이어짓기, 사이짓기―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주로 재배법에 대한 취재를 하려는데,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간작을 많이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간작을 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처음에 이곳으로 내려오면서 3년 동안은 땅과 작물의 특성을 알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주로 자급용으로 30~50가지 정도의 작물을 재배했습니다. 그러다가 풀무생협에 생산자로 등록되면서 주력 작목이 생겼지요. 그러면서 예전보다 작물 종류는 줄었는데, 아직까지 저희가 먹을 것들은 전부 재배하고 있습니다.
경지 면적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2년 전에는 한 6800평 정도였는데, 지금은 밭 200평에 논 3200평 정도하고 있습니다. 내려올 때 사람을 사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서 5년차까지는 전부 둘이서 지었습니다. 그렇게 했는데 해보니까 나중에는 사람 잡는 일이더군요. 저는 괜찮았는데 집사람이 몇 년간 계속 무리하다보니 건초염에 걸려서 크게 고생한 후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중간에 꼭 필요할 때에는 사람을 사기도 했어요. 3년 동안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수십 가지 작물을 재배하려다 보니까 바빴습니다. 한 작물이 끝나면 바로 다음 작물이 들어가야 되고, 또 제가 욕심이 있어서 삼모작으로 몇 백 평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간작을 할 때 특별히 유념해야할 사항이 있습니까?
-글쎄요, 밭의 성질을 잘 보고 심어야겠지요. 그늘이 많이 지는 밭은 일찍 심으려고 해도 안 되고,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시기도 달라지고 여러 작물을 재배하게 되구요.
지금은 어떤 작물들을 간작으로 하십니까?
-완두나 감자는 처음부터 계속 2월말에 심어왔습니다. 그러고 6월 초에 수확하면 하루나 이틀 정도 상황을 봐서 바로 참깨를 심습니다. 여기는 참께 파종한계선이 6월 25일 정도까지입니다. 그래서 참깨를 8월 20~30일 사이에 수확하면 배추 모종 부어놓은 것을 바로 옮기죠. 이렇게 삼모작을 합니다.
또 따로 참깨를 심어 놓은 밭 사이사이에다 고구마를 심습니다. 일반적으로 참깨 심는 밭을 만들어서 참깨를 5월초에 심고, 6월 중하순쯤 비가 자주 올 때 고구마를 참깨 사이사이에다 하나씩 꽂아놔요. 멀칭을 했어도 비닐을 찢고 심으면 됩니다. 고구마가 참깨 사이에 있을 때는 그늘이 져서 크지 않고 뿌리만 내린 채 거의 그대로 있다시피 하는데, 8월 5~10일 사이에 참깨를 수확하고 나면 한여름 태양을 받으면서 고구마가 쫙 번집니다. 그러면서 고구마가 필요한 양분을 흡수합니다. 그렇게 8월에 한창 커서 10월 중․하순경에 수확을 하면 크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최고의 상품이 나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구마를 심을 때면 참깨가 앉은키보다 약간 커서 그 사이에 들어가서 일하려니 더워서 힘들다는 겁니다.
그리고 자투리가 있으면 옥수수나 쪽파를 심기도 하고, 고구마 넝쿨을 일일이 관리하기 힘드니까 그 옆에 한 줄로 쭉 옥수수를 심어서 수확해도 대는 놔두고 넝쿨을 막기도 하고, 또 감자나 완두를 심었던 곳에도 수확하고 바로 고구마를 심기도 합니다. 주력 작물인 생강 밭을 제외하고는 거의 그렇게 합니다.
지금 저 밭에는 마늘하고 양파를 넣어놨는데, 가장자리에는 보리를 심어놨습니다, 또 논에도 마늘이나 보리를 심어서 이모작을 하기도 했고, 수수하고 조는 생강 밭에도 같이 심기도 하고, 고추밭에도 수수를 지주 간격으로 심어봤는데 잘 됐습니다. 또 고추밭 중간 중간에 순을 딸 목적으로 고구마를 심기도 했는데, 고추가 안 좋을 때는 고구마 순으로 재미도 봤습니다.
처음보다는 품목이 줄긴 했어도 아직 한 밭에 평균 네다섯 품목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생강이나 수수는 모두 거름이 많이 필요하지 않나요?
-생강 자체에 들어가는 거름이 많아서 중간에 팔 길이 정도 간격으로 드문드문 수수를 심으면 괜찮습니다. 조나 수수는 거름이 적으면 새끼를 잘 안 치는데, 거름이 많으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서 수수 같은 건 9월초부터 서리 올 때까지 계속 수확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다 아실 텐데 콩밭에 수수가 가능해요. 그건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저희는 두둑에다 콩을 세 줄을 심으면 한 줄은 수수를 심는데, 그렇게 하니까 수수가 실하게 잘 커서 쓰러지지도 않고 좋았습니다. 조상들이 그렇게 심었던 이유가 다 있는 것 같아요.
간작을 할 때 퇴비는 어떻게 하나요?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인데 전작에 남아있는 거름양을 감안해서 조절을 합니다. 거름이 많이 들어간 작물의 경우 다음에는 아예 안 하거나 적당히 하죠. 정해진 것은 없고 전작 후작을 고려해서 감으로 합니다.
여기는 퇴비를 연례행사로 항상 같이 만들어요. 천북에 야마기시식으로 양계를 하는 분이 있어서 일 년에 두 차례씩, 한 번에 삼일에서 사일정도 합니다. 그러니까 일 년에 일주일 정도는 많으면 트럭으로 예닐곱 대 분량으로 항상 공동 퇴비작업을 해요. 그 퇴비를 기본으로 쓰고, 그 외에 집에서 소를 키워서 만들고, 액비를 만들어서 추비를 줍니다.
간작을 하면 좋은 점이 무엇입니까?
-이제는 텃밭을 가진 노부부가 먹을거리 짓는 것 외에는 거의 안 하는데, 글쎄요. 일단은 아무래도 저희는 상황상 그렇게 합니다. 밭이 산기슭에 있어서 자연조건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간식거리 해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밭의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서 그렇게 합니다. 아무튼 저희가 볼 때 일단 여러 가지 작물이 같이 자라면 보기가 좋습니다. 그리고 재미도 있어요. 콩밭 매고 나서 옥수수 한 자루 따오고 하는 식의 농사짓는 재미죠.
그런데 특별히 간작을 해서 병충해가 적은지 여부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노동력 문제가 있는데 이건 농촌의 복합적인 문제라 해결이 쉽지가 않네요. 저희는 그나마 다양한 기계가 있으니까 괜찮은데, 나이 드신 분들은 힘들 겁니다.
하지만 농사를 업으로 선택한 동료들을 보면 대부분 유사한 농사를 짓거든요. 그리고 기존에 오랫동안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분들을 보면 농사를 즐거워하거나 재밌어하거나 사명감을 느낀다던지 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다들 지겨워도 마지못해서 한다고 얘기를 하세요. 그러면서 저보고 뭐가 그렇게 즐겁냐고 하십니다.
그러니까 뭐냐면 간작의 좋은 점을 굳이 얘기하라고 하면 어떻게 보면 재미도 느끼게 하고, 시골생활하면서 여유도 느끼게 하고요, 의욕이랄지 이런 부분하고 사람의 마음이나 심리와도 연관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아랫집에 오천평 이상 농사를 짓는 분을 보면 농사지을 조건이 저희보다 훨씬 좋음에도 불구하고 때를 맞추지 못해서 버리는 경우도 많고요, 또 보면은 재미가 없어요. 그 분은 심지어 집에서 먹는 것도 안 심고, 두세 가지 단작으로 한 번에 이삼천 평씩 두드려 심느라 애들이 먹을 만한 유실수도 하나 없고요. 그래서 그런 걸 얻어먹거나 사먹거나 하셨는데, 요즈음은 저희가 그렇게 권유해도 안 들으시다가 이제 조금씩 바뀌고 계십니다.
저희 동네에 선배 형님 한 분도 저희한테 얘기는 안 하지만 나중에 새롭게 농사짓는 재미를 발견하고 하는 것을 보면 그분들한테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내려와서 부지런히 재밌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분들이 좌절감에만 빠져 있다가 ‘하니까 되는구나.’ 하시면서 말이죠. 뭐 꼭 저희가 직접적인 동기부여를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희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하시고, 그러면서 그분들도 열심히 하고 하는 경우도 봤어요.
그러니까 간작이나 혼작 이런 게 주는 건 정말 일종의 심리적 만족이랄까 뭐랄까. 꼭 농사를 지어서 수확을 많이 하려고 한 밭에 때려 넣는 효율이나 그런 것보다는 다른 쪽의 재미랄지, 심리적 만족이랄지, 잔재미랄지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긴 시간 말씀 잘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하시나요?
-저희는 이제 철마다 하는 농사를 기본으로 농사체험이나 생태관련 체험이나 이런 것들을 병행해서 농사수입과 같이 얻는 형태로 가려고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생태에너지 캠프를 굉장히 꾸미고 싶어요. 지금 집에도 바이오 가스 시설이나 태양광 발전도 하고 있습니다. 또 소규모지만 마당에다 생태적으로 생활하수를 처리하려고 연못을 파놨는데 아직 작업을 다 못했어요. 그리고 농장을 좀 더 아름답게 꾸미려고 합니다. 사실 작년에 집을 짓기 전에는 돈이 썩어도 집을 짓지 않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때는 오직 농사만 생각하고 다른 건 일체 생각도 안하다가 이제는 서서히 생각이 바뀌더라구요.
'농담 > 농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통농업 - 자원스님 취재 (0) | 2008.09.05 |
---|---|
전통농업 - 평창 취재 (0) | 2008.09.05 |
전통농업에서 배우자(27)-홍천 박기혁 선생 (0) | 2008.09.05 |
전통농업 - 화성 취재 (0) | 2008.09.05 |
전통농업 - 화순 취재 (0) | 2008.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