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의 씨앗을 심는 일은 각기 차례가 있으니, 시기의 적합함을 잘 알아서 선후의 차례를 어기지 않는다면, 서로 이어서 생장하고 서로 힘입어 유리하게 사용될 것인데, 곡식이 어찌 결핍되는 일이 있겠는가. 1월에는 삼을 심고, 2월에는 조를 심고, 참깨 중에는 조생종과 만생종 두 종류가 있으니 3월에는 이른 참깨를 심고, 4월에는 콩을 심고, 5월 중순에는 늦참깨를 심으며, 칠석 후에는 무․배추 등을 심는다. 8월에는 추사(秋社 입추 후 다섯 번째 무일) 이전에 즉시 보리를 심는데, 두 社日을 경과하면 곧 수확이 배나 되고 보리알이 여물어서 단단하고 좋다. 이와 같이 곡식을 심는 데에 모두 차례가 있으니, 이는 자연의 때를 순종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릇 오곡은 상순에 심는 것은 온전한 수확을 거둘 수 있고, 중순에 심는 것은 절반의 수확을 거둘 수 있으며, 하순에 심는 것은 수확량이 가장 적다. 또 지세(地勢)는 좋고 마른 것이 있고, 산과 늪은 적당하고 부적당한 것이 있으므로, 좋은 토지에는 늦게 심는 것이 적합하고 메마른 토지에는 일찍 심는 것이 적합하다. 좋은 토지에는 만생종만 적합할 뿐 아니라 조생종 도 또한 해가 없지만, 마른 토지에 만생종을 심게 되면 반드시 결실을 하지 못한다.
산을 개간한 밭에는 마땅히 내성이 강한 모종을 심어 바람과 서리를 피해야 하고, 숩한 밭에는 약한 모종을 심어서 꽃과 열매를 구해야 한다. 『효경원신계孝經援神契』에 이런 구절이 있다. “황백토에는 벼가 적합하고, 흑토에는 보리가 적합하고, 적토에는 조가 적합하고, 무논에는 벼가 적합하다.” 이것이 이른바 토지의 적합한 것을 따르는 것이다.
해마다 종자를 거둘 때에 벼알이 잘 익어서 아주 단단하고 쭉정이도 없으며 여러 가지 종자가 뒤섞이지 않은 것을 취하여 햇볕에 바짝 말린 다음 햇볕이 들지 않도록 그릇에 잘 저장해서 높고 시원한 다락같은 데에 둔다. 그리하여 청명절에 이르면 그것을 꺼내서 동이에 물을 붓고 담가 놓는다. 그런 다음 사흘 만에 건져내서 바구니 같은 데에 담아놓았다가 날씨가 갤 때면 햇볕에 내서 바짝 말린 다음 하루에 세 번씩 물로 축여주고, 날씨가 쌀쌀하면 더운 물로 축이곤 하여 하얀 싹이 가지런히 나올 때를 기다려서 파종한다. 파종할 때는 반드시 먼저 비옥한 좋은 토지를 선택하여 논을 잘 갈아서 흙이 아주 부드러워지고 물이 맑아진 다음에 이미 싹이 튼 볍씨를 너무 조밀하거나 성글지 않게 알맞도록 슬슬 뿌려놓았다가, 모가 자라면 소만․망종 무렵에 그 모를 쪄서 옮겨 심는다.
오곡 이외에 푸성귀도 또한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릇 소채를 심는 데는 반드시 먼저 그 씨앗을 햇볕에 잘 말려야 한다. 땅은 비옥한 것이 좋으나 땅이 메마르면 거름을 주고, 호미질은 자주 하는 것이 좋다. 가뭄이 들면 물을 대주며 힘을 많이 들여놓으면 수확은 반드시 배가 될 것이다.
무릇 채소는 두둑에 심는 휴종(畦種)이 적합하고, 오이 같은 것은 밭고랑에 심는 구종(區種)이 적합하다. 밭두둑은 길이가 1장, 너비가 3자 정도로 만드는데 씨앗을 심기 수일 전에 묵은 흙을 괭이로 찍어 일으켜서 거기에 짚 태운 재를 섞어 태워서 벌레를 제거함과 동시에 그것을 거름으로 사용하고, 심을 때에 임박해서 다시 다른 거름을 더 넣어 둑을 만들어 심는다. 그리하여 싹이 나오는 것을 기다려 그 싹이 드물고 총총한 것을 보아서 둘 만한 것은 그대로 두고 버릴 것은 뽑아 버린다.
또 싹을 옮겨 심는 것이 있으니, 무릇 종자를 먼저 깨끗이 씻어서 바가지 안에 담고 젖은 수건으로 덮어놓았다가 사흘 후에 싹이 나서 손가락 길이쯤 자라난 뒤에야 파종하는데, 먼저 만든 둑 안에 물을 축축하게 준 다음 싹을 손에 쥐고 골고루 심는다. 그리고 다시 아주 세밀한 체에다 썩은 흙을 쳐서 그것으로 위를 덮어 주어 쨍쨍한 햇빛을 가려준다. 이 법을 쓰면 채소가 나서 서로 가지런하게 생장하고 잡초도 나지 못하게 된다. 모든 채소에 벌레가 있을 때는 고삼(苦蔘)의 뿌리에다 석회수를 타서 뿌려주면 벌레가 즉시 다 죽는다. 진실로 이상과 같은 방법에 의하여 모종을 한다면 한 집안만 먹기에 넉넉할 뿐 아니라 또한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무릇 오랫동안 묵은 논밭을 일구었을 때는 거기에 있는 야초(野草)를 모두 태워버리고 쟁기로 간 다음, 맨 첫해에 지마(芝麻)를 심어서 초목의 뿌리를 썩어 문드러지게 한 뒤에 오곡을 심으면 잡초의 해가 없게 된다. 대개 지마는 초목에 대해서 마치 주석과 오금(五金 금, 은, 동, 철, 주석)과의 사이에 있는 것 같아서 성질이 서로 제압하는 것이다.
봄갈이는 늦게 하는 것이 좋고, 가을갈이는 빨리 하는 것이 좋다. 늦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봄 얼음이 점점 풀리고 지기(地氣)가 비로소 통하여 비록 단단하게 굳은 강토라도 쟁기질이나 호미질을 할 수 있기 때문이고, 빨리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천기(天氣)가 차지 않을 때를 타서 따뜻한 기운을 땅 속에 집어넣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세말(歲末)에 개간을 하되 물이 언 때를 기다려서 하면 토맥이 봄이 되면 쉽게 편평해지고 또 잡초도 나지 않는다. 토맥이 편평해진 뒤에는 반드시 햇볕에 바짝 말려 거기에 물을 넣어서 맑게 한 다음이라야 바야흐로 씨앗을 뿌릴 수 있으니, 이렇게 하면 씨앗이 흙 속에 깊이 빠져들지 않고 쉽게 난다. 하수 밑바닥에 있는 진흙이나 연못 밑바닥에 있는 진흙 혹은 참깨묵이나 콩깨묵을 한 아랑마다 30근을 넣어 재거름을 섞거나 면화자병(綿花子餠)을 한 이랑마다 2백 근씩 넣되 모심기 하루 전에 면병을 가지고 논에 골고루 흩어서 쟁기로 간 뒤에 모내기를 한다. 재거름은 각각 토질에 따라서 한다.
볍씨를 물에 담그는 일
올벼는 청명 이전에 씨앗을 뿌리고, 늦벼는 곡우 이전에 씨앗을 뿌리되 볍씨를 싸가지고 하수에 옮겨다 놓고서 낮이면 물에 담가두고 밤이면 건져내곤 하면 싹이 쉽게 난다. 그래도 만일 싹이 나지 않으면 풀을 두껍게 덮어두었다가 싹이 2~3푼쯤 자란 뒤에 열어서 풀을 걷어내고 뿌리의 잔털을 제거한 다음 무논에 뿌리는데, 이것을 뿌릴 때 틀림없이 청명 절기이면 묘가 쉽게 튼튼해진다. 또한 반드시 아침 기후를 잘 보아서 하되 청명 2~3일 후에 볏짚재를 위에 덮어주면 혹 뿌리에서 잡초가 나기 쉬우니 반드시 시기를 타서 개똥을 뿌려주거나 혹은 재거름을 넣어서 북돋아주어야 한다.
모내기
소만과 망종 절기를 전후하여 모내기를 하는데, 맨 처음 모를 뽑아가지고 물로 뿌리를 깨끗이 씻어 진흙을 버리고 피가 있으면 즉시 가려내고 나서 조그맣게 한 묶음씩 묶는다. 이 모를 심을 때에는 논을 써레로 잘 고른 다음, 대략 모 여섯 줄기를 한 포기로 하고 여섯 포기를 한 줄로 삼아 심되, 포기와 줄을 마땅히 곧게 해서 김을 매기에 편리하도록 한다. 모를 얕게 꽂으면 발육이 쉽게 된다.
뿌리를 잘라주는 일
벼가 막 뿌리를 내릴 때에 벼 포기 사이로 쇠스랑질을 하여 가래 등의 잡초를 제거해주면 뒤에 논매기가 쉽고, 벼 뿌리의 잔털을 찾아서 잘라주면 벼가 빨리 자라며, 벼의 곁뿌리를 절단해주면 원뿌리가 곧장 밑으로 향하게 된다.
논매기
벼의 뿌리를 잘라준 뒤에는 재거름이나 혹은 참깨묵․콩깨묵 가루를 논에 뿌려 넣고 잡초를 말끔히 매서 없앤다. 가을이 가까워졌을 때는 물을 빼고 논바닥이 빛이 나게 하는 것을 논말리기라고 하며, 논바닥의 흙이 말라서 갈라질 때를 기다려 다시 물을 넣어 적시는 것을 환수라고 하는데, 벼가 완전히 다 익은 다음에 물을 빼야 한다.
벼의 종자와 보리의 종자
추수할 때에 뒤섞이지 않은 좋은 이삭을 가려 뽑아서 바짝 말린 다음 체로 쳐서 피나 쭉정이를 깨끗이 제거하고 오쟁이에다 담되, 오쟁이마다 스물다섯 근 혹은 석 되씩을 담아 들보에 높이 달아놓아서 쥐가 먹는 것을 방지한다.
올벼를 베어내고는 반드시 논을 갈아서 호미로 둑을 짓고 사방으로 봇도랑을 내서 물을 빼고 보리를 파종한다. 파종한 다음에는 재거름으로 덮어주는데 속담에 ‘재 없이는 보리를 심을 수 없다’ 하였으니, 반드시 재거름을 골고루 주는 것을 제일로 친다. 보리씨를 다룰 때는 모름지기 귀리나 풀씨 같은 것을 잘 가려내고 쭉정이나 싸라기 같은 것을 까불어버린 다음 9월에 파종을 하는데, 파종하는 법은 보리와 똑같다. 만일 파종이 너무 늦어질 경우에는 까마귀가 날아들어서 쪼아 먹을까 염려된다.
보리를 수확하는 일
보리가 누렇게 익었을 때는 좋은 날씨를 가려 베어서 거두어야 한다. 대개 5월에 가장 바쁜 농사는 누에치는 일과 보리 수확하는 일이다. 이 일이 더디게 되면 수해를 당할 염려가 있다.
보리를 저장하는 일
삼복의 무더운 날씨에 바짝 잘 말려서 보리알이 뜨끈뜨끈한 채로 거두어 담되, 먼저 볏짚재를 항아리 밑에 깔고 보리를 담은 다음 다시 볏짚재로 덮어주면 좀벌레가 일지 않는다.
메밀과 콩
입추를 전후하여 혹 만종하거나 점종하거나 혹은 구종으로 심되, 싹이 나온 즉시 드물거나 총총하게 심은 것은 정도에 알맞게 호미로 잘 골라주고 또 거름을 준다. 싹이 이미 자랐을 때 호미로 풀을 말끔히 매주면 무성하게 잘 자라며 종자가 총총하면 결실도 많다.
호미로 둑을 짓고 심은 자리를 발로 밟아가며 파종하는데, 이른 것은 3월에 파종했다가 4월에 먹을 수 있으니 이를 매두(梅豆)라고 한다. 그 나머지는 모두 3~4월에 심는데 토지가 너무 비옥한 것은 좋지 못하다. 잡초가 나면 제거해야 한다.
녹두
4월에 심었다가 6월에 수확하고, 이때 씨를 재차 심어서 8월에 또 수확한다. 이는 1년에 두 번씩 익는 콩이다.
완두
모든 콩들 가운데 오직 이 콩만이 오래 묵어도 좀먹지 않고 또 수확량도 많고 일찍 익는다. 이 콩 껍데기는 또한 팔 수도 있다. 8월경에 혹 참깨와 섞어서 심었다가 함께 거두기도 한다.
누에콩과 흰콩
8월 초경에 심되 땅이 비옥하면 좋지 않다. 곡우 뒤에 심어서 6월에 씨앗을 거두고 재차 심어서 8월에 또 씨앗을 거둔다.
붉은 팥
3월에 심어서 6월에 따는데, 더딘 것은 4월에 심는다. 너무 빽빽하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흰불콩
일명 연리두(沿籬豆 울타리콩)라고 하는데 청명일에 파종하고 재로 덮어주되 떡잎 위에까지 덮어서는 안 된다. 여기저기 나누어 심고 시렁을 매어 덩굴을 끌어올린다.
참깨
비옥한 토지가 제일 좋은데 심는 시기는 3월이 가장 좋다. 흑․백․황색의 세 종류가 있는데 흰 것이 기름이 많이 난다. 상반월(上半月)에 심으면 깍지가 많이 달린다. 4~5월에 심어도 좋은데, 밭이 걸어야 열매가 잘 익는다.
생강
마땅히 비옥한 땅을 깊이 갈아서 3월에 심는데, 심고 나서는 누에똥이나 두엄, 재거름 등으로 덮어주고, 둑마다 3자 너비로 지어서 물을 주기에 편리하도록 한다. 싹이 터서나온 뒤에는 또 썩은 생강을 걷어내 버리고 시렁을 만들어 햇빛이 들지 않도록 거적으로 가리며 자주 쇠똥을 주고 물을 준다. 8월에 뿌리를 수확하는데 9~10월에는 마땅히 움을 깊이 파고 왕겨와 함께 따스한 곳에 묻어서 종자로 삼아야 한다.
토란
종자는 둥글면서 길고 끝이 흰 것을 가려서 남쪽 처마 밑에 구덩이를 판 다음 왕겨를 바닥에 깔고서 종자를 거기에 넣고 풀로 덮는다. 그랬다가 3월경에 꺼내서 비옥한 땅에 묻어 두었다가 싹이 서너 잎씩 나올 때를 기다려 5월경에 물과 가까운 비옥한 땅을 가려서 옮겨 심는다. 그 포기와 줄은 벼를 심는 것과 똑같이 한다. 혹은 진흙을 쓰거나 혹은 재거름, 썩은 풀 등으로 두텁게 북돋아주고 날이 가물면 물을 주며 김은 자주 매줄수록 좋다.
무
다달이 심어서 다달이 먹을 수 있는데, 땅은 비옥해야 하고 흙은 거칠어야 하며 물은 자주 주어야 하고 종자는 드물게 심어야 하며 빽빽하면 솎아내야 한다.
갓, 배추, 단무, 오송채, 함채
7~8월경에 파종했다가 9월에 둑을 짓고 나누어 심은 다음 자주 거름물을 준다. 서풍이 부는 날이나 고초일에 물을 주어서 는 안 된다.
참외, 호박
먼저 젖은 볏짚재를 부드러운 진흙과 뒤섞어 땅 위에 깔고 호미로 둑을 짓고서 3월에 파종하되 그 씨앗의 거리는 서로 한 치쯤 떨어지게 심은 다음 젖은 재를 체로 쳐서 덮어주고는 물을 주고 또 거름물을 주기도 한다. 언제나 마르면 또 물을 주며 싹이 난 뒤에는 한낮에 재를 뿌려주고 또 재를 가지고 뿌리의 곁을 북돋아주고 맑은 거름물을 준다. 그리하여 3월 하순에 둑을 치고 호미로 구멍을 파고 심되, 서로의 거리는 한 뼘 반 간격으로 하고, 한 구멍마다 반드시 짙은 거름물을 준다. 덩굴이 길게 뻗으면 시렁을 매어 끌어올린다. 이는 오이 심는 법과 같다.
파
8월 하순에 뿌리의 잔털을 깨끗이 떼어버리고 줄은 듬성하게 하되 총총하게 심고 돼지똥과 오리똥을 왕겨에 섞어서 북돋아준다. 또 사철파가 있어 이는 아무 때나 심을 수 있는데, 이도 반드시 잔털을 떼어버리고 햇볕에 약간 말린 다음 심는 방법은 위와 같다.
마늘
8월 초순에 비옥한 땅에다 고랑을 치고 두 치 간격으로 한 포기씩 심고 거름을 준다. 혹은 쇠짚신을 오줌에 담가 씨앗을 그 안에 싸서 넣고 흙을 끼어서 심고는 그 위에 똥을 두껍게 덮어주면 마치 주발만큼 크게 자란다.
부추
2월 하순에 종자를 뿌렸다가 9월에 나누어 심는다. 10월에는 볏짚재를 세 치쯤 덮어주고 또 그 위에 흙으로 얇게 덮어주면 바람이 불어도 재가 날리지 않는다. 입춘 후에 싹이 재 위로 올라오면 싹을 베어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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