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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 농법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천․지․인 삼재에 따른 농사라고 할 수 있다. 삼재에 따른다는 것은 이러한 뜻이다. 먼저 천시天時, 하늘의 때를 알아야 한다. 하늘의 때를 살펴, 제때 제대로 농사일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리地利, 땅의 성질을 알아야 한다. 이 땅에 알맞은 작물은 무엇이고, 물길은 어떠하며, 무엇이 모자라고 넘치는지 살펴, 땅의 성질에 따라 그를 이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사人事, 앞의 두 가지를 알았으면 몸소 힘써 열심히 일해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여건이더라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사람이 애써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거나 합리적으로 이용하며, 제때 알맞은 작물로 땀 흘려 일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전통 농법이다.

이러한 농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경험이다. 우리 전통 사회에서 어르신들이 존중받고, 옛사람들의 지혜가 빛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셀 수 없이 오랜 세월의 경험이 농축되어 있는 속담이 어떠한 기술지도서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우리 농업은 개화기를 맞이하며 바뀌기 시작한다. 경험을 중시하는 농업에서 실험과 실습을 중시하는 농업으로 바뀐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도 1884~1894년까지 있던 농무목축시험장, 1900년에 개설한 잠업시험장, 1902년에 설립한 모범목장, 1905년에 설립한 농사시험장, 1906년에 설립한 원예모범장 들이 생긴다. 이러한 기관들은 1906년에 설립한 권업모범장으로 통합된다.

이처럼 농업관이 바뀌면서 우리도 농업을 자연 안에서 생각하지 않고, 자연을 극복하고 정복해야 한다고 보게 되었다. 동식물을 자연 안에 사는 우리와 같은 생물로 보지 않고, 해부하고 분석해 우리의 삶에 이득이 되도록 이용하게 되었다. 인위적으로 만든 조건에 동식물을 넣어 실험과 실습을 해서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러한 태도는 분명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수확량을 증대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두 가지 태도 가운데 어느 것이 옳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둘 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을 잘 뒤섞을 수는 없을까? 그 길을 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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