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세종 때의 문신인 정초(鄭招)·변효문(卞孝文) 등이 왕명에 의하여 편찬한 농서. 1책. 1429년(세종 11)에 관찬(官撰:정부에서 편찬한 책)으로 간행하여 이듬해 각 도의 감사와 주·부·군·현 및 경중(京中)의 2품 이상에게 널리 나누어 주었다.
이 책은 그 뒤에도 판을 거듭하여 1492년(성종 23)에 내사본(內賜本)으로, 1656년(효종 7)에는 ≪농가집성≫에 포함되어 십항본(十行本)으로, 이어서 1686년(숙종 12)에 숭정본(崇禎本)으로 인행(간행)되었다. 내사본은 일본에까지 건너갔다. 그 뒤에도 ≪산림경제≫·≪임원경제지 林園經濟志≫ 기타 여러 국내 농서에 인용되었다.
≪농사직설≫의 내용이 대부분 중요 곡식류에 국한되고 기술이 간단하나, 우리 나라 풍토에 맞는 농법으로 편찬된 책으로는 효시가 된다. 또 이것이 지방 권농관의 지침서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뒤로 속속 간행된 여러 가지 농서 출현의 계기가 되었다.
정초가 쓴 서문에서와 같이 풍토가 다르면 농사의 법도 다르기 때문에, 이미 간행된 중국의 농서와 같지 않았다. 그러므로 각 도 감사에게 명하여 각지의 익숙한 농군들에게 물어 땅에 따라 이미 경험한 바를 자세히 듣고 수집하여 편찬하고, 인쇄, 보급하게 된 것이다.
즉, 종래에는 중국의 옛 농서에 의존하여 지방의 지도자들이 권농에 종사하였으므로 실제로 풍토에 따른 농사법의 변경이 어려웠던 것이다. 이와 같이 ≪농사직설≫은 지역에 따라 적절한 농법을 수록하였으며, 우리 실정과 거리가 있는 중국 농사법에서 탈피하는 좋은 계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비곡(備穀:종자의 선택과 저장, 종자처리 등)·지경(地耕:논밭갈이)·종마(種麻:삼의 파종과 재배, 수확)·종도(種稻:벼의 재배)·종서속(種黍粟:기장·조·수수의 재배)·종직(種稷:피의 재배)·종대두소두(種大豆小豆:콩·팥·녹두의 재배)·종맥(種麥:보리와 밀의 재배)·종호마(種胡麻:참깨 가꾸기)·종교맥(種蕎麥:메밀 재배) 등 10항목으로 나뉘어 논술되어 있다.
이는 곡식작물 재배에 중점을 둔 농서인데,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농사법의 모습을 살펴보면 우선 벼의 재배법으로 직파법(直播法:논에 볍씨를 뿌려 그대로 키워 거두는 방식)·건답법(乾畓法:밭벼식으로 파종하여 키우다가 장마 이후로는 물을 담은 채 논벼로 기르는 방법)·묘종법(苗種法:못자리에서 키운 벼의 모를 논에 옮겨 심어 재배하는 이식법으로 요사이 실시하는 수도재배법)의 세 가지 수도재배법(水稻栽培法)과 산도법(山稻法:이른바 밭벼 또는 陸稻栽培法)이 있었다.
즉, 이 네 가지 벼 재배법이 천후(天候:날씨)·수리(水利)·지세 등 환경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실시되었던 것이다. 또, 경작농구로서는 쟁기·써레·쇠스랑·미리개·번지·고무래·따비·호미 등이 쓰였으며, 거름으로는 인분·우마분·재거름·녹비(綠肥:참갈잎·녹두 등)·외양간거름 등이 사용되었다.
논밭갈이로는 봄가을의 천경(淺耕)과 가을의 심경(深耕)을 장려하였다. 밭작물의 파종법으로는 조파(條播:줄뿌리기)·살파(撒播:막뿌리기)·혼파(混播:몇몇 다른 종류의 씨를 섞어 뿌림) 등 세 가지 방법이 시행되었으며, 경작방식으로는 2년3작·단작·혼작·휴한·간작 등이 적절히 채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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