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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섣달도 초이레,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스무날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동짓달은 방바닥을 구르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끔 홀짝홀짝 술만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니 훌쩍 동지도 지나고, 덩달아 몸도 마음도 근질근질한 것이 이제 조금씩 꿈틀거려야 할 때가 온 듯하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무자년 한 해는 어떨지 짚고 넘어가려 한다.

무자년은 땅과 하늘에 화기火氣가 강한 해이다. 천간의 무戊라는 기운과 지지의 자子라는 기운이 모두 화기火氣를 불러온다. 그런 만큼 무자년의 기상은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고, 기상 변화가 심해 예측하기 어려운 해가 될 것 같다. 온도가 높으니 갑자기 한파가 몰아닥칠 수도 있고, 증발량이 많아 게릴라성 호우 또는 폭설이 잦을지도 모른다. 또한 화기가 강하여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 화기가 강하기 때문에 쓴맛이 나는 식물들 ― 살구, 은행, 상추, 쑥갓 등 ― 이 괜찮다. 그리고 그에 반해 배나 밤 등은 좋지 않다. 화기가 강해 더우니 수기가 대표하는 짠맛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물론 저마다 체질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인 설명은 이쯤에서 마치고, 좀 잘게 쪼개서 살펴보겠다.

겨울
2008년 1~3월은 땅에는 찬 기운이, 그리고 하늘에는 뜨거운 기운이 머문다. 이렇게 하늘의 온도가 높아 수증기가 많기에, 한 번 내리면 많은 눈비가 오거나 기습 한파가 닥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지구는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어 그만큼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겨울과 관련해 옛 기록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1. 섣달 초하루에 풍우가 있으면 다음해 가뭄이 있다.
→ 실제로 풍우가 있었으니 호우만이 아니라, 호우에 따른 가뭄도 철저히 대비해야겠다.
2. 동지에 매우 추우면 다음해 병충해가 적다고 한다.
→ 하지만 요즘 날씨가 워낙 춥지 않아, 병충해에 신경을 써야 한다.
3. 청나라의 점법에는 동지 다음 둘째 날이 임일이면 조금 가물다고 했다.
→ 올해는 둘째 날이 임일이다. 첫 번째 기록에서도 그랬지만 조금 가물 수도 있겠다.
4. 소한부터 대한까지 따뜻한 해에는 대홍수나 유행병이 돈다.
→ 이상하게도 요즘 그나마 좀 추우니 다행이다.
5. 동지 뒤 세 번째 미일이 납臘이다. 섣달 전 2~3번 눈이 오는 것을 납전삼백臘前三白이라고 하는데, 채소와 보리에 매우 좋다.
→ 이미 두 번이나 눈이 왔다. 겨울에 가물지 않아 이듬해 봄에 보리나 남새들이 자라는 데 좋아서 그럴 것이다.



무자년 봄의 특징은 초반에는 비가 적다가, 4~6월 하늘에 나타나는 토 기운 때문에 규칙적으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 농사짓는 데에는 아주 알맞은 비님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궐음풍목이란 찬 기운이 있기에 때때로 찬바람이 불어와 꽃샘추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바람인 만큼 황사가 심하게 불 수 있다.
다음은 입춘으로 예상하는 기상이다.
1. 언제나 보면 입춘날 일진이 갑甲․을乙이면 풍년이다.
→ 올해 입춘은 갑술이다. 앞서 살펴본 날씨도 그렇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변덕스럽지도 않고 농사도 좋을 것 같다.
2. 갑술일에 입춘이면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은 풍년이고, 물이 둑을 넘칠 정도다. 봄비는 때에 맞지 않고, 여름비는 밭을 고루 채우고, 가을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겨울에는 비가 연이어 내린다.
→ 이 기록대로라면 가뭄은 초봄과 가을의 가뭄을 가리키는 듯하다. 하지만 초봄에나 좀 가물고 씨를 심고 싹을 틔울 때는 알맞게 비가 올 것이니 걱정할 것 없고, 가을의 폭우와 흐린 날이 더 걱정이다.

여름
6월에는 땅의 온도는 높은데 하늘은 건조하다. 그래서 장마가 다른 해보다 늦게 시작하거나, 장마 기간이라도 우리가 아는 장맛비보다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장마가 끝난 다음에는 축축하고 뜨거워 후덥지근한 더위와 흐린 날과 호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건조한 하늘에 땅의 온도가 높은 만큼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여러 개의 태풍이 올 가능성도 높다. 이달 안에 묘일卯日이 세 번 있으면 벼와 콩, 팥을 심기 좋고, 절기에 맞춰서 비가 내린다는 기록이 있다. 순탄한 한 해 농사가 될 것임을 예상한다.

가을
가을은 맑고, 비교적 온도가 높을 것이다. 비교적 온도가 높은 가을이 예상되기에 늦가을 기습 한파나 서리가 빨리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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