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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강한 삶과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 증가에 따라 ‘가난의 상징’이던 잡곡이 최고의 건강식으로 재조명 받으며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잡곡 생산량은 최근 5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다른 작목과 견줘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고 대량 생산이 어려운 탓에 농업인들이 재배를 기피하고, 정부의 저조한 관심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린 탓이다. 전문가들은 정체된 잡곡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생산비 절감을 통한 국내산 잡곡의 가격경쟁력 확보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 국내 생산량, 소비량의 절반도 안돼=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잡곡 생산량은 1만924t으로, 총 소비량 2만4,286t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비량의 55%(1만3,362t)는 수입 잡곡이 채웠다.

2005년 이후 국내 잡곡 생산량은 매년 비슷한 자리를 맴돌고 있다. 재배 농가는 2005년 12만6,000가구에서 2008년 7만3,000가구로 급감했다. 

건강기능성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 같은 정체현상은, 수입품과 견줘 높은 국내산 잡곡의 가격 문제가 주된 원인이다.

2008년 기준 국내산 기장의 가격은 1㎏당 1만3,194원이다. 반면 수입 기장은 2,500원으로 국내산의 18.9%에 불과하다. 국산 기장 1㎏과 수입 기장 5㎏이 같은 가격인 셈이다. 수입 수수 역시 1㎏당 2,500원으로, 9,604원인 국산 수수의 26%에 지나지 않는다.

김영호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소규모·다품목 생산으로 대량 재배에 한계가 있어 생산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1㏊ 미만 소농의 비율이 99%로 농작업 기계화도 매우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특히 정부의 관심이 낮은 것도 생산량 정체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에 잡곡만 전담하는 부서는 없다. 그나마 국산 잡곡을 맡은 농산경영과의 밭작물 담당자 두명이 감자·고구마·밀 등 식량 밭작물 전체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 잡곡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2008년 농촌진흥청에 기능성잡곡과가 신설됐지만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농기계도 적합한 기종이 없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김규동 우리잡곡살리기운동본부장(강원 원주 신림농협 조합장)은 “파종·수확 등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농기계가 전혀 없다”며 “정부에서 잡곡 전문 농기계를 연구·생산해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품종 육성 또한 다른 작물에 비하면 크게 뒤떨어져 있다. 벼 등 주곡작물은 정부 주도로 품종 육성 및 종자 보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잡곡은 농가 단위에서 직접 생산·보급되고 있다.

그동안 농진청에서 품종 육성이 몇차례 시도되기도 했으나 지속적이지 못했고 일부 도농업기술원에서만 지역 특성에 적합한 작목을 선정, 육종하는 데 그쳤다. 지금까지 개발된 품종은 조가 〈황금〉 등 5개, 기장이 〈다강〉 등 2개, 수수는 〈기다찰〉 등 3개에 불과하다.

◆ 생산비 절감과 가공식품 개발이 숙제=전문가들은 국내산 잡곡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면 생산비 절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들녘별 경영체 구성 등으로 규모화·조직화가 필수적이다. 연구기관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방안으로 생산부터 유통, 홍보까지 농가가 일원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윤성탁 (사)한국잡곡산업협회장은 “이제는 농가가 생산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생산해 낸 잡곡을 2·3차로 가공할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미숙 강원 영월잡곡단지 대표는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 규모화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산이 안정될 수 있도록 직불금 등 농가를 지원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맛’ 확보도 거론됐다.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한 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거친 식감, 구수한 단맛을 가진 잡곡을 아직도 낯설어 하기 때문. 전문가들은 빵·과자·술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통한 소비 확대를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잡곡’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섞일 잡(雜)’자의 사전적 의미는 ‘뒤섞이다·어수선하다’ 등 부정적인 느낌이 강해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만든다는 얘기다. 생산자와 업계에서는 이미 명칭 변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아직 하나로 모아지지는 않은 상태.

조태영 경북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은 “약곡·기(己)곡·명(名)곡·영양곡 등 난립하는 이름을 통일해야 한다”며 “대국민 홍보에 나서기 위해서라도 농진청이 주도해 명칭을 확립할 것”을 주문했다.

이종순·김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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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의 기능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칼로리를 보충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하고 생체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건강기능성 농산물로 잡곡을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면서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잡곡 연구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다소 소외됐던 잡곡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잡곡산업의 현재와 발전을 위한 미래전략을 알아본다.




◆ 어디까지가 잡곡?=어떤 곡물까지 잡곡으로 분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농업관련 정부기관과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잡곡의 범위에 대한 합의가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먼저 넓은 의미에서 잡곡은 ‘쌀 이외의 모든 곡식’이다. 보리·밀·콩 등이 모두 포함되며 농림수산식품부가 관리하는 잡곡 또한 이 범주다. 

좁은 의미에서의 잡곡은 ‘5대 식량작물(벼·보리·콩·옥수수·감자)과 밀을 제외한 소면적재배 곡류’를 뜻한다. 기장·수수·조·피·귀리·율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번 기사는 이 ‘좁은 의미’를 기준으로 기획됐다. 농진청 기능성잡곡과가 다루는 잡곡은 이 소면적재배 곡류에 팥을 더한 범주다. 



◆ 잡곡산업 현황=2009년 기준으로 조·수수·기장 등 잡곡의 전국 재배면적은 8,356㏊, 생산량은 1만1,037t이다. 지난 2005년 이후로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며, 꾸준한 상승세도 하락세도 아닌 추이를 보이고 있다.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적지만 시장규모액과 농가생산액은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 조·수수·메밀·율무·기장 등 잡곡의 시장규모는 1,863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잡곡재배 농가의 생산액도 올라가는 추세. 2000년 511억여원으로 추정된 생산액은 2007년 630억원, 2008년에는 731억여원으로 급증했다. 

서명철 농진청 기능성잡곡과 연구관은 “식품에 대한 소비성향이 양보다는 질로, 그중에서도 특히 건강기능성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기능성 성분 풍부=조·수수·기장 등 잡곡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인체에 부족하기 쉬운 각종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쌀 등과 혼합해 먹으면 완전식에 가까운 식단을 꾸밀 수 있다. 또 항암·항당뇨 등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항산화 물질 및 활성작용이 풍부하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면서 새로운 건강기능식품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조는 낟알 무게가 벼의 10분의 1 정도로, 대표적인 소립곡물에 속한다. 이삭 하나에 수천개의 종자가 생산된다. 조는 예로부터 쌀·보리·콩 등과 함께 우리 민족의 주식으로 오곡에 포함돼 있고, 쓰임새도 다양해 술·떡 등 행사용 식품으로 널리 자리 잡은 전통곡물. 또 노약자·환자들을 위한 영양식으로 중요하게 취급되고, 특히 제주 재래조 가운데 〈미음〉이라는 품종은 산모에게 필수적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오병근 기능성잡곡과 연구관은 “조에 함유된 주요 성분을 분석해 보면 비타민의 보고라고 할 만큼 비타민 B₁·B·₂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미네랄과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다”면서 “특히 임신·출산 후 산모에게 결핍되기 쉬운 칼슘 및 철분이 다른 곡물에 비해 월등하게 많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기장도 쓰임새가 다양해 쌀과 혼합한 혼반용뿐 아니라 죽·떡·빵·술 등을 만들 때 이용된다.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등 3대 영양소가 균형을 이루고 있고, 각종 미네랄·식이섬유·비타민B류가 풍부하다. 

오연구관은 “기장 추출물에는 당뇨병과 암 예방에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효소활성 저해물질이 존재하며 인체에 독성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건강기능식품의 재료로 개발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장은 또 생육기간이 70~110일로 비교적 짧아 작부체계 이용에 유리하며, 적응하는 토양의 범위도 넓다.

예부터 수수팥떡·오곡밥 등 주로 행사음식에 이용돼 온 수수는 미네랄이 풍부하지만 소화율이 낮아 영양가 면에서는 옥수수나 쌀의 절반 정도밖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저칼로리 건강식을 선호하면서 수수가 가진 소화·흡수 지연 기능이 각광을 받아 체중조절식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수수에 포함된 타닌·안토시아닌 등 강력한 생리활성물질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농진청의 최근 연구결과 수수 추출물을 암세포에 주입했을 때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수수는 갑자기 배가 아프면서 심한 구토와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성 식중독, 급성 위장염 등을 다스린다고 기록돼 있다. 

피는 밥으로 지어 먹으면 조보다 부드럽고 구수한 맛을 내며, 단백질과 지질이 풍부하다. 비타민B·칼슘·인·철분이 많이 함유돼 있을 뿐만 아니라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을 비롯해 폴리페놀 등 항암·항산화 기능이 있는 활성성분도 포함돼 있다. 간염을 예방하고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의 수치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이종순·김인경 기자 jongsl@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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