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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의 기능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칼로리를 보충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하고 생체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건강기능성 농산물로 잡곡을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면서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잡곡 연구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다소 소외됐던 잡곡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잡곡산업의 현재와 발전을 위한 미래전략을 알아본다.




◆ 어디까지가 잡곡?=어떤 곡물까지 잡곡으로 분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농업관련 정부기관과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잡곡의 범위에 대한 합의가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먼저 넓은 의미에서 잡곡은 ‘쌀 이외의 모든 곡식’이다. 보리·밀·콩 등이 모두 포함되며 농림수산식품부가 관리하는 잡곡 또한 이 범주다. 

좁은 의미에서의 잡곡은 ‘5대 식량작물(벼·보리·콩·옥수수·감자)과 밀을 제외한 소면적재배 곡류’를 뜻한다. 기장·수수·조·피·귀리·율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번 기사는 이 ‘좁은 의미’를 기준으로 기획됐다. 농진청 기능성잡곡과가 다루는 잡곡은 이 소면적재배 곡류에 팥을 더한 범주다. 



◆ 잡곡산업 현황=2009년 기준으로 조·수수·기장 등 잡곡의 전국 재배면적은 8,356㏊, 생산량은 1만1,037t이다. 지난 2005년 이후로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며, 꾸준한 상승세도 하락세도 아닌 추이를 보이고 있다.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적지만 시장규모액과 농가생산액은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 조·수수·메밀·율무·기장 등 잡곡의 시장규모는 1,863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잡곡재배 농가의 생산액도 올라가는 추세. 2000년 511억여원으로 추정된 생산액은 2007년 630억원, 2008년에는 731억여원으로 급증했다. 

서명철 농진청 기능성잡곡과 연구관은 “식품에 대한 소비성향이 양보다는 질로, 그중에서도 특히 건강기능성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기능성 성분 풍부=조·수수·기장 등 잡곡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인체에 부족하기 쉬운 각종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쌀 등과 혼합해 먹으면 완전식에 가까운 식단을 꾸밀 수 있다. 또 항암·항당뇨 등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항산화 물질 및 활성작용이 풍부하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면서 새로운 건강기능식품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조는 낟알 무게가 벼의 10분의 1 정도로, 대표적인 소립곡물에 속한다. 이삭 하나에 수천개의 종자가 생산된다. 조는 예로부터 쌀·보리·콩 등과 함께 우리 민족의 주식으로 오곡에 포함돼 있고, 쓰임새도 다양해 술·떡 등 행사용 식품으로 널리 자리 잡은 전통곡물. 또 노약자·환자들을 위한 영양식으로 중요하게 취급되고, 특히 제주 재래조 가운데 〈미음〉이라는 품종은 산모에게 필수적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오병근 기능성잡곡과 연구관은 “조에 함유된 주요 성분을 분석해 보면 비타민의 보고라고 할 만큼 비타민 B₁·B·₂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미네랄과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다”면서 “특히 임신·출산 후 산모에게 결핍되기 쉬운 칼슘 및 철분이 다른 곡물에 비해 월등하게 많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기장도 쓰임새가 다양해 쌀과 혼합한 혼반용뿐 아니라 죽·떡·빵·술 등을 만들 때 이용된다.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등 3대 영양소가 균형을 이루고 있고, 각종 미네랄·식이섬유·비타민B류가 풍부하다. 

오연구관은 “기장 추출물에는 당뇨병과 암 예방에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효소활성 저해물질이 존재하며 인체에 독성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건강기능식품의 재료로 개발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장은 또 생육기간이 70~110일로 비교적 짧아 작부체계 이용에 유리하며, 적응하는 토양의 범위도 넓다.

예부터 수수팥떡·오곡밥 등 주로 행사음식에 이용돼 온 수수는 미네랄이 풍부하지만 소화율이 낮아 영양가 면에서는 옥수수나 쌀의 절반 정도밖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저칼로리 건강식을 선호하면서 수수가 가진 소화·흡수 지연 기능이 각광을 받아 체중조절식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수수에 포함된 타닌·안토시아닌 등 강력한 생리활성물질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농진청의 최근 연구결과 수수 추출물을 암세포에 주입했을 때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수수는 갑자기 배가 아프면서 심한 구토와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성 식중독, 급성 위장염 등을 다스린다고 기록돼 있다. 

피는 밥으로 지어 먹으면 조보다 부드럽고 구수한 맛을 내며, 단백질과 지질이 풍부하다. 비타민B·칼슘·인·철분이 많이 함유돼 있을 뿐만 아니라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을 비롯해 폴리페놀 등 항암·항산화 기능이 있는 활성성분도 포함돼 있다. 간염을 예방하고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의 수치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이종순·김인경 기자 jongsl@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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