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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문서자료

잡곡을 다시 본다 (하)잡곡산업 활성화 방안

by 石基 2012.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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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강한 삶과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 증가에 따라 ‘가난의 상징’이던 잡곡이 최고의 건강식으로 재조명 받으며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잡곡 생산량은 최근 5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다른 작목과 견줘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고 대량 생산이 어려운 탓에 농업인들이 재배를 기피하고, 정부의 저조한 관심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린 탓이다. 전문가들은 정체된 잡곡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생산비 절감을 통한 국내산 잡곡의 가격경쟁력 확보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 국내 생산량, 소비량의 절반도 안돼=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잡곡 생산량은 1만924t으로, 총 소비량 2만4,286t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비량의 55%(1만3,362t)는 수입 잡곡이 채웠다.

2005년 이후 국내 잡곡 생산량은 매년 비슷한 자리를 맴돌고 있다. 재배 농가는 2005년 12만6,000가구에서 2008년 7만3,000가구로 급감했다. 

건강기능성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 같은 정체현상은, 수입품과 견줘 높은 국내산 잡곡의 가격 문제가 주된 원인이다.

2008년 기준 국내산 기장의 가격은 1㎏당 1만3,194원이다. 반면 수입 기장은 2,500원으로 국내산의 18.9%에 불과하다. 국산 기장 1㎏과 수입 기장 5㎏이 같은 가격인 셈이다. 수입 수수 역시 1㎏당 2,500원으로, 9,604원인 국산 수수의 26%에 지나지 않는다.

김영호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소규모·다품목 생산으로 대량 재배에 한계가 있어 생산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1㏊ 미만 소농의 비율이 99%로 농작업 기계화도 매우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특히 정부의 관심이 낮은 것도 생산량 정체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에 잡곡만 전담하는 부서는 없다. 그나마 국산 잡곡을 맡은 농산경영과의 밭작물 담당자 두명이 감자·고구마·밀 등 식량 밭작물 전체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 잡곡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2008년 농촌진흥청에 기능성잡곡과가 신설됐지만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농기계도 적합한 기종이 없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김규동 우리잡곡살리기운동본부장(강원 원주 신림농협 조합장)은 “파종·수확 등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농기계가 전혀 없다”며 “정부에서 잡곡 전문 농기계를 연구·생산해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품종 육성 또한 다른 작물에 비하면 크게 뒤떨어져 있다. 벼 등 주곡작물은 정부 주도로 품종 육성 및 종자 보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잡곡은 농가 단위에서 직접 생산·보급되고 있다.

그동안 농진청에서 품종 육성이 몇차례 시도되기도 했으나 지속적이지 못했고 일부 도농업기술원에서만 지역 특성에 적합한 작목을 선정, 육종하는 데 그쳤다. 지금까지 개발된 품종은 조가 〈황금〉 등 5개, 기장이 〈다강〉 등 2개, 수수는 〈기다찰〉 등 3개에 불과하다.

◆ 생산비 절감과 가공식품 개발이 숙제=전문가들은 국내산 잡곡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면 생산비 절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들녘별 경영체 구성 등으로 규모화·조직화가 필수적이다. 연구기관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방안으로 생산부터 유통, 홍보까지 농가가 일원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윤성탁 (사)한국잡곡산업협회장은 “이제는 농가가 생산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생산해 낸 잡곡을 2·3차로 가공할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미숙 강원 영월잡곡단지 대표는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 규모화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산이 안정될 수 있도록 직불금 등 농가를 지원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맛’ 확보도 거론됐다.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한 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거친 식감, 구수한 단맛을 가진 잡곡을 아직도 낯설어 하기 때문. 전문가들은 빵·과자·술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통한 소비 확대를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잡곡’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섞일 잡(雜)’자의 사전적 의미는 ‘뒤섞이다·어수선하다’ 등 부정적인 느낌이 강해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만든다는 얘기다. 생산자와 업계에서는 이미 명칭 변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아직 하나로 모아지지는 않은 상태.

조태영 경북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은 “약곡·기(己)곡·명(名)곡·영양곡 등 난립하는 이름을 통일해야 한다”며 “대국민 홍보에 나서기 위해서라도 농진청이 주도해 명칭을 확립할 것”을 주문했다.

이종순·김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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