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9일, 교토의 기요미즈데라를 구경했다.

경주의 불국사라고나 할까. 아무튼 관광객은 물론 수학여행을 온 듯한 학생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일본은 11월 중하순이 단풍놀이철인가 보다.


난젠지를 구경한 뒤에 버스 타는 곳을 찾아 한참 헤매다가 큰길까지 걸어나와서 버스를 탔다.

그 과정에 점심 먹을 곳이 없어 쫄쫄 굶었기에 버스에서 기요미즈데라 앞에 내리자마자 식당부터 찾아가 우동 한 그릇을 먹었다.

슬프게도 이게 일본에서 먹은 것 가운데 가장 볼품없는 식사였다.



기요미즈데라는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 조금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그 길이 오르막인 데다가 길이 좁아서 차와 사람이 엄청나게 북적였다. 난 이런 곳을 체질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딱 올라오면 한국의 사찰에서 일주문을 만나듯 인왕문이 서 있다. 일본의 사찰은 대개 가장 앞에 인왕문이 있는 듯하다.


이 주황색으로 빛나는 건물이 인왕문이다. 문 안의 양 옆으로는 금강역사가 서 있다. 금강역사에 대해서는 이전 글을 참조하시길... 인왕문 옆의 계단에 단체사진을 찍는 일본 학생들이 보이는가. 아이들의 행태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더라.



인왕문의 단청을 살피다가 발견한 흰코끼리. 부처님의 자비로움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닌 동물이다. 미친 살인 코끼리를 부처님이 자비심으로 얌전히 잠재웠다는 건 너무도 유명한 설화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보통 이런 목조건물에서는 저 위치에 용을 배치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은 용이 아니라 코끼리를 장식했다는 점이다. 기요미즈데라에 대한 책이 있으면 왜 그런지 살펴보고 싶다. 



인왕문 바로 옆에는 삼층목탑이 자리하고 있다. 한눈에 봐도 오래된 건물임을 알아볼 수 있는데, 이 건물을 보는 순간 부여의 백제문화단지에서 봤던 목탑이 떠올랐다. 역시 백제와 일본은 문화적으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기요미즈데라의 삼층목탑.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편이 훨씬 멋있어서 근처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부여의 백제문화단지 안에 있는 목탑. 이곳은 당시 공사중이라서 어수선했지만, 또 연못도 뿌옇지만(사실 이런 연못이 원래 백제의 양식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맑은 물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은 지금 사진을 보면서도 지울 수 없다),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았다. 아무튼 목탑은 기요미즈데라의 그것보다 훨씬 화려하고 멋있긴 하다. 이게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있던 것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뭐 일본도 대부분의 목조 유적이 불이 나서 복원한 것이 많더라.



좀 떨어져서 본 모습이다. 위의 백제문화단지의 목탑과 아주 비슷하지 않은가!



목탑 옆의 건물은 그냥 평범하게 생겨서 별로 볼 만한 것은 없었지만, 문짝을 들어올려서 걸어 놓게 되어 있는 형식은 한국의 고궁에서 봤던 그것과 똑같은 방법이라는 점이 재밌었다. 그리고 지붕의 수막새.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 도깨비 수막새가 일본에서도 쓰인다. 일본의 도깨비와 한국의 도깨비가 조금 다르게 생긴 것 같긴 하지만, 재밌는 유사점이다.




본당으로 건너가니 이거 허공에다 지은 절이다. 이 절을 짓기 위하여 절벽에 기둥을 세워서 그 위에다 절을 지었다. 이게 수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올라가 있는데도 버티고 서 있더라... 처음에는 몰랐는데 내려가서 보고 그 사실을 깨닫고는 조금 섬뜻했다. 교토는 지진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지만 혹시 지진이라도 있었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단풍과 어우러진 기요미즈데라. 이 경치 때문에 저리도 수많은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바글바글 몰려오나보다. 혹시 이곳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은 없을까 궁금해졌는데, 그런 사람이 별로 없겠다고 결론을 내린 것은 여기가 사찰이다 보니 그런 마음을 먹은 사람이 별로 찾아오지 않을 것이란 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이 사찰의 고문서에는 1694~1864년 사이 총 234건의 투신이 있었고, 그 가운데 죽지 않고 살은 사람이 85.4%라고 한다. 진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후덜덜하네.



기요미즈데라는 이렇게 밑에 기둥을 설치하여 무게를 분산시키며 건물을 지탱하고 있다. 



이 사찰은 원래 700년대 말인 헤이안 시대에 건립되었는데, 황폐해졌다가 에도 초기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명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본당에 동일본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함이 놓여 있고 그 옆에 이런 관세음보살이 있다. 참 복스러워. 



무엇보다도 멋진 것은 역시 그 풍광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의 자리에다 절을 짓는지 이건 눈을 돌리는 곳마다 절경이라 연신 감탄사를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마침 단풍철인지라 더욱 멋진 풍광이 조성되었다.




한 바퀴 돌아서 내려오니 석탑이 하나 서 있다. 일본에서 본 거의 유일한 석탑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 양식은 너무나 담백해서 밋밋할 정도였다. 나중에 세운 것일까나...






기요미즈데라를 통해 일본의 사찰과 경치, 그리고 바글거리는 사람 구경 하나는 확실히 했다. 참, 이 절을 찾아오는 일본 여성들은 밑에서 기모노를 빌려 입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통 의상을 입고 좋은 경치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일본인들의 모습도 참 재밌었다. 







참, 기요미즈데라에서 바라보는 자연 풍광만이 아니라 교토 시내의 모습도 볼 만하다. 아래처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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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기요미즈데라(청수사)에 갔을 때였다. 

인왕문이 정면에 자리하고 있는 절의 가람 배치가 재밌었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형태인데 똑같네. 신기하다'며 기웃기웃 구경하고 있었다.


과연 인왕문 안에 모신 금강역사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여 빼꼼히 쳐다보았다.

아무 채색 없이 담백하게 나무의 빛깔을 그대로 살린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눈길이 이상한 데 꽂히고 말았다.


'금강역사의 젖꼭지가... 젖꼭지가 꽃이다.'


이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벚꽃일까? 왜 젖꼭지가 꽃이지?

의문이 마구 머릿속을 내달렸으나 어디다가 속 시원히 물어볼 곳도 없고 말이지 그냥 꾹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거 봐라. 기요미즈데라의 인왕문 안에 서 있는 금강역사의 젖꼭지를!




의문을 억누르고 다시 교토 여행. 무슨 절이 이다지도 많은지 가도 가도 절이고, 봐도 봐도 신사다. 

그만큼 정치권력의 핵심지라는 반증이겠지.


그렇게 다니다 닌나지(인화사)에 들렀다. 이곳도 역시 가장 정면에 인왕문이 웅장하게 버티고 서 있다.

그 안에는 마찬가지로 금강역사가 서 있는데... 이곳도 혹시... 하며 쳐다보았다. 그래 젖꼭지를 말이다.


'으악! 역시나 젖꼭지가 꽃이다.'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얘도 봐라. 금강역사들은 모두 젖꼭지가 꽃이다.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어.




꽃젖꼭지, 꽃젖꼭지... 만져 보고 싶었다. 어떤 형태인지 자세히 다가가 바라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꽃인지 알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털썩.




그렇게 좌절하여 터덜터덜 교토를 헤매었다. 


도쿠가와의 성이라는 니죠성을 방문...


그런데 정문에, 니죠성의 정문에... 커다란 젖꼭지가 달렸다!

내 눈이 이상한 것인지 눈을 씻고 다시 쳐다보았다. 그래도 내 눈엔 역시 젖꼭지로만 보였다.

이게 다 금강역사 때문이다.



이거 봐요. 성문에 커다란 젖꼭지를 달아놓았습니다. 일본인은......... 변태가 확실합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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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면 맛난 음식을 먹으로 식당에만 갈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드는 재료를 파는 시장에 가 보라. 더 나아가 그 농축산물을 재배, 사육하는 농가에 가서 보고, 농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여행을 가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마트나 시장의 농산물 판매점이다. 


이번 일본 여행(오사카-교토)에서도 교토의 슈퍼마켓에 들러 어떤 농산물들을 판매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한국과 비슷하면서 다른, 무척 재밌는 구경이었다.



먼저 딸기, 이치고이다. 일본의 딸기야 달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로열티 문제만 아니었으면 지금도 한국의 딸기는 대부분 일본 품종을 가져다 재배했을 것이다. 지금은 한국에서 육종한 딸기로 바뀌고 있는 추세. 과일과 관련해서 한국은 일본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딸기 한 팩에 698엔, 한화로 9000원 돈이다. 비슷한가? 후쿠오카에서 재배한 것이니 운송비도 더해졌을 테고, 아무튼 결코 싸지는 않다. 





다음은 당근. 일본에서는 당근을 인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진짜 인삼은 '고려인삼'이란 이름으로 부른다. 마치 제주도에서 고구마를 '감자'라 부르고, 감자를 '지실'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일본의 뿌리채소들은 그 흙의 물리성 때문인지 길쭉길쭉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당근은 짧고 통통한 모양인데, 일본은 쭉 뻗고 얄쌍하다. 품종의 차이 때문인지 토양의 차이 때문인지는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한국에선 화산토 지역은 당연히 제주도인데, 제주산 당근과 또 생김이 다르다. 제주도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또 흙이 다르니 단순 비교는 힘들겠다. 148원, 한화로 2000원 돈으로 한국에서 팔리는 당근에 비해 꽤 비싼 편이다. 무게가 그만큼 차이가 나서 그럴지도...




일본 하면 다꽝! 다꽝 무! 역시나 무가 길쭉하다. 무를 길러 보면 흙이 어떠냐에 따라 무의 모양이 달라진다. 단단한 흙에서는 몽뚱하게 자라고 부드러운 흙에서는 길쭉하게 자란다. 그런데 이 무는 도대체 어떤 흙에서 자랐기에 이렇게 길쭉하단 말인가. 무 재배농가를 찾아가 보고 싶다. 





하지만 무가 길쭉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글동글한 것도 있는데, 이렇게 생겼다. 이런 형태도 일본에서 널리 재배하는 것이다.





미야자키현에서 재배한 오이고추. 한국에선 오이고추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서도 따로 그런 이름이 있는지 모르겠다. 오이고추가 분명 일본에서 건너왔을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이다.  





오이다. 오이마저 길쭉하다. 무슨 오이가 이렇게도 길쭉하다냐. 달라, 달라,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달라. 오이소박이를 담그는 오이가 그나마 길쭉한 편인데, 이에 비교하면 몽툭하다. 





이건 도대체 뭐다냐? 콩나물도 아니고 콩 싹을 먹는다! 이걸 데쳐서 나물로 먹는가 보다. 한국에선 콩에 물을 줘서 뿌리가 자라게 하여 그걸 먹는 데 반해, 일본에선 콩에 물을 줘서 줄기가 자라게 한 다음 그 싹을 먹는다. 같은 콩으로도 활용하는 방법에선 이렇게 차이가 난다. 





마늘쫑 먹는 건 한국과 똑같구만. 그런데 마늘이 난지형인가? 마늘쫑이 엄청나게 굵다. 한국에서 팔리는 마늘쫑과는 같은 마늘쫑이지만 생김새가 다르다. 





삼도콩. 아마 3번을 심을 수 있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인 듯하다. 한국에도 이런 콩 종류에 세벌콩, 세불콩 등의 이름이 붙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1년에 세벌(3번) 심어서 수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꼬투리의 생김으로 봐서 동부의 일종이다. 갓끈동부처럼 콩알을 먹는 것이 아니라 꼬투리채로 요리해서 먹는 것이다. 만약 콩알을 먹는 것이라면 꼼꼼한 일본인이 꼬투리채로 팔 리가 없다!  





일본의 들깨라고나 할까, 이건 바로 차조기 잎이다. 차조기라고 하면 자주빛이 나는 것이 보통인데, 이건 푸른 차조기로서 생선회와 함께 먹거나 튀김으로 먹는다. 이 향이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에퉤퉤 하며 뱉어버릴 만한데, 먹다 보면 그에 빠지게 됨. 비슷한 것으로는 방아를 떠올리면 된다. 고수도... 보면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향이 독특하고 강한 식물을 주로 먹는다. 아마 해충을 쫓고 몸을 시원하게 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럴 것 같다. 





오오오, 고사리다! 내가 좋아하는 고사리. 일본인도 고사리를 먹는다는 사실에 그저 놀랐을 뿐이다. 




하우스 감귤. 귤도 하우스에서 재배하다니... 하긴 제주도에서도 요즘 하우스 감귤이 재배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난 그런 재배방법에 반댈세. 환경을 일정하게 통제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생산에는 편할지 모르나 그렇게 재배한 것이 자연에서 자란 것만큼 맛있을 리는 만무하다. 큰 병충해 피해 없이 생산조건을 통제할 수 있고, 남들이 출하하지 못하는 시기에 출하하여 제값을 받는다는 장점 때문에 시설하우스를 선택한다. 하지만 생산비가 증가하여 그 가격이 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이 귤도 6개에 6000원 꼴. 즉 하나에 1000원이다. 헐. 





콩나물이 아닌 숙주. 콩나물을 즐겨 먹는 건 한국인뿐이지 않을까 한다. 이런 형태의 나물을 먹는 곳은 주로 아시아 지역인데 대개 녹두를 이용한 숙주를 먹지 콩나물을 먹는 곳은 거의 보지 못했다. 어디선가 먹긴 먹겠지만, 한국만큼 즐겨먹지는 않을 듯하다. 




이건 그냥 곁다리로 소고기. 한국에 한우가 있듯이 일본에는 와규가 있다. 사다가 한 번 구워먹어보고 싶었으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구경만 했다. 이건 특별히 일본 소 중에서도 검은소의 고기. 한국으로 치면 요즘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칡소라고나 할까.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마블링 좋은 소고기다. 살에 지방이 가득 꼈다. 불쌍해.





한국과 달리 흰달걀이 많았다. 물론 누런달걀도 있었는데 흰달걀의 비율이 좀 더 많았다. 누가 한국에서 흰달걀을 사라지게 만들었는가? 바로 소비자.




마지막! 일본의 다양한 음료수와 맥주. 왜 한국은 이렇게 다양한 술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야! 과점의 산업구조가 맘에 들지 않는다. 술도 몇몇 회사가 과점하고 있으니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지 않는 것일지도. 그나마 요즘은 그래도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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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는 긴가쿠지로 알려진 이 절은, 원래 이름은 지쇼우지慈照寺라고 한다. 禪으로 유명한 임제 선사를 잇는 임제종 상국사파相国寺派의 사원이다. 이곳에는 무로마치室町 시대의 후기에 번성한 히가시야마東山 문화를 대표하는 건축과 정원이 있다.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일본인들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바글바글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오사카에서 가는 방법은 한국의 철도공사와 같은 JR 기차를 이용하거나 1호선 천안 급행 전철과 같은 한큐阪急 급행을 타면 된다. 우메다역梅田驛과 가와라마치역河原町駅을 오가는 전철이니 앉아서 가기 좋다. 문제는 여기까지 찾아가는 길이다. 대부분 난바역이나 혼마치역 근처의 숙소에서 우메다역까지 이동하는데, 지하철을 타는 구간을 짧아도 내려서 한큐우메다역까지 찾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낯선 외국에서, 그것도 어디가 어딘지 종잡을 수 없는 지하통로에서 뱅글뱅글 돌다보면 가기도 전에 지쳐 포기해버리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한다. 이틀 동안 몇 번을 오간 끝에 이제는 좀 감이 온다. 하지만 첫날의 그 당혹스러움이란... 몇 번을 지하에서 헤맨 끝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은 개미와 같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지하통로는 개미굴과 같다." 



아침부터 교토행을 택하면 이런 출근인파와 마주쳐야 한다. 무슨 군대처럼 발소리를 내면서 걸어가는 그들을 바라보노라니, 사회는 전쟁터이고 직장인은 그곳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여행자는 이러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 남의 삶을 관찰할 수 있다는 데에 큰 재미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가와라마치역까지 한 45분. 여기서 내려 6번 출구로 나가 바로 버스를 타면 된다. 지하철 통로에 버스노선 안내도가 아주 잘 되어 있으니 먼저 참고하면 좋다. 



몇 번 출구에서 어디로 가는 몇 번 버스를 탈 수 있는지 아주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버스정류장에도 안내가 잘 되어 있으니 글자만 읽을 줄 알면 된다.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대중교통 안내체계가 아주 잘 되어 있어 일본어 회화를 못해도 누구나 다닐 수 있다. 버스에서도 이번 역은 어디인지 내릴 곳은 어디인지 안내 전광판이 달려 있다. 말로만 설명하면 어렵겠지만, 그 전광판만 봐도 된다. 


6번 출구로 나와 203번을 타고 "긴가쿠지 앞"까지 가서 내리면 된다. 난 중간에 딴짓을 하느라 방송을 놓쳐 몇 정거장 전에 내려 동네를 좀 거닐었다.


동네를 거닐며 만난 개천. 이 때문에 교토의 첫인상은 '물이 많은 도시'였다. 실제로 다니는 내내 물과 만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물이라면 농사짓고 살기 좋았겠다. 여름철 장마와 태풍은 어떤지 알 수가 없지만...



버스 정거장 2~3개쯤은 걸어서 20~30분이면 오갈 수 있는 가뿐한 거리다. 요즘은 그 정도 거리도 잘 걸어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엄청 멀다고들 하지만 나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은각사까지 동네 골목으로 해서 이동해 도착!



이국적인 풍경은 설레임을 안겨준다. 똑같은 가게라도 한국에서 보는 것과 외국에서 보는 건 느낌이 달라진다. 그러나 경계할 것이 있으니, 그때의 그 설레임 때문에 자국의 문화를 우습게 여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외국에 오래 살다가 온 사람은 그럴 위험이 적으나, 어설프게 다녀온 사람들이 꼭 그런 오류에 빠지는 모습을 몇 번 보았다. 미국 몇 달 다녀온 뒤에 미국은 이래서 참 좋고 그런데 한국은 이래서 안 된다느니 하는 말을 하더라.



은각사 입구. 주변으로 가게 등이 있어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유명한 유적지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이러저러한 물건을 파는 모습과 같다. 그런데 일본은 그것이 조금 더 깔끔하게 잘 정리된 느낌이랄까.



표를 끊는 곳까지 몇 분 정도 살짝 걸어서 올라가면 은각사에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한다. 



은각사 경내 안내도. 2010년 어느 분의 여행기를 보면 이 안내판이 아닌 구식 안내판의 모습을 볼 수 있다(http://goo.gl/pAS7H). 돈 벌어서 계속 수리복원 등을 하고 있는 것 같던데, 안내판도 그렇게 바뀌었나 보다. 알뜰한 일본인. 쓸데없는 데 예산낭비를 안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비싼 입장료로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 ㅡㅡ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면 잘 다듬어진 동백나무 벽을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 이 정도 크기의 동백나무 벽은 제주도나 가야지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방풍림으로 동백나무를 심은 곳이 꽤 있다. 그곳에 가도 참 아름답다.





경내로 들어가면 몇몇 포인트가 있다. 우선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은각銀閣. 말처럼 은빛으로 번쩍이기 때문에 은각인지 어떤지 알 수는 없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전하는 속설에는 원래 은박을 입히려고 했으나 재정이 부족하여 그렇게 안 했다느니, 은박을 입혔는데 그것이 떨어진 것이라느니 하는 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7년 정밀조사 결과 원래부터 은박이 입혀지지는 않았고 검은 옻칠만 되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니 은각은 은빛으로 빛나는 건물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금각사는 확실히 금박으로 입혀졌던데, 그냥 그에 대한 상대적인 이름으로 은각사란 이름이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 특유의 정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은각사 경내의 정원과 연못 안의 북두석. 북두성은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중요한 별인데 이 연못 안의 돌에 북두석이라 이름을 붙인 건 어인 연유일까? 아무튼 일본인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이름을 붙이는 걸 보면 특유의 섬세함이 잘 드러난다. 중국은 커다란 바위를 가져다 놓고 꾸민다지. 



한창 단풍철이라 그런지 소풍을 온 아이들부터 단풍놀이를 온 어른들에 나 같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래도 벚꽃놀이할 때보다는 적은 편이겠지? 벚꽃이 필 때 오면 인파에 휩쓸려 다닐 것 같다. 아무튼 붉은 단풍 덕에 정원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이것이 은각사의 핵심인 은각의 전체 모습. 2층의 흰 창이 있는 부분을 검게 옻칠해 놓았다. 이것이 원래 모습이라고 밝혀져 그렇게 복원한 것이다.


경내에 마련되어 있는 기념품 가게에는 찻집이 딸려 있는데, 그곳에서 차를 주문하면 이 안에 들어가 은각의 옛 모습이 어떠했는지 복원해 놓은 걸 볼 수 있다. 옻칠만 시커멓게 해놓은 것이 아니라 한국의 사찰처럼 단청까지 칠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일본의 절을 다니며 단청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몇 군데에선 봤는데.



은각사 인근의 골목길을 걷다가 발견한 한 가정집에 옻칠을 해놓은 2층 건물을 발견. 주인을 만나 어찌된 연유인지 묻고 싶었으나 속으로만 삼키고 지나갔다. 아무튼 재밌다.




은각이 있는 곳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조그마한 신사가 하나 나온다. 일본은 신의 나라이다. 어디에나 도처에 신이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기리는 신사 등을 지어 그들을 모신다. 왜 그럴까? 자연재해와 전쟁 때문은 아니었을까? 인간은 원래부터 불안한 존재다. 내부적으로도 그런데 외부적으로 불안을 가중시키는 일들이 잦아진다면 더욱더 외부의 절대적 존재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싶어진다. 그것이 일본을 신의 나라로 만든 원인은 아닐까.



이곳의 신이 관장하는 일도 참 깨알 같다. 교통사고가 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것에서부터 목조건물이 많은 탓에 화재를 막아주는 일까지 몇몇 주요한 일을 담당한다. 이 신이 모든 걸 다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또 신마다 전문으로 담당하는 역할이 따로 있다. 그래서 기술자, 장인들이 많았을까?



다음으로는 모래 정원이다. 이건 마치 만다라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아 보인다. 티벳불교에서는 종교적 의미를 지닌 만다라라는 그림을 아주 정성들여 돌가루와 모래 등과 같은 재료로 몇 달간 고생하며 그린 다음 그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확 밀어버리는 의식이 있다. 이곳 은각사 안의 모래정원은 그를 본따 만든 것으로 禪 문화를 상징하는 것 같다. 


이걸 매일 아침마다 다시 다듬는지, 아니면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모양이 망가질 때까지 그대로 놔두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옛날에는 이걸 선 수행의 하나로 행하였겠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로만 쓰이는 마당이니 예전처럼 활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향월대라고 하여 모래를 봉긋하게 쌓아올린 대가 하나 있는데, 왜 하필 '달'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금각사에 대응한 은각사, 둘은 음과 양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 금각사가 양을, 은각사가 음을 상징하여 음의 극인 달을 바라본다는 향월대가 이곳에 있는 건 아닐까? 지나친 확장 해석일지도 모른다.  





은각사의 세 번째 볼거리는 동구당東求堂(일본명: 도우구도우)이라 불리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1486년에 지어진 것으로, 당시에는 은각 쪽에 지어졌다고 한다. 아무튼 이곳은 일본 건축사에서 다실의 원류로 꼽힐 만큼 훌륭한 건물이다.  


다들 물에 비친 동구당 건물의 모습에 반할 때, 난 물에 반사된 햇빛이 비친 동구당 건물이 더 눈에 들어왔다. 방 안에 앉아 있으면 그 물빛이 더 아름답게 보였을 테지.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일본의 역사유적은 모두 막혀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것이 한국보다 훨씬 심하다. 그래서 가끔은 여기도 들어가지 못하는데 입장료가 너무 비싼 거 아닌가 하는 억울함까지 든다. 세계문화유산 때문에 그러하겠지. 창덕궁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다음부터 그랬다. 세계문화유산 따위!



동구당의 물그림자라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다. 우주를 반영한 듯한 일본 정원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란!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풍경. 이래서 은각사를 오는구나. 




은각사의 네 번째 볼거리는 작은 폭포. 이름을 세월천洗月이라 한다. 향월대가 달을 바라보는 대라면, 이곳은 달을 씻는 샘이다. 모두 달과 관계가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폭포라고 했지만 웅장한 규모는 아니고 그저 작은 물줄기가 주르륵 떨어지는 모습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일본인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엿보인다는 사실. 가만히 앉아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저절로 수행이 되었을 것이다. 선불교가 일본에 들어와 일본문화에 정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것이 다시 서양에 알려지면서 서양인들이 일본문화에 뿅 간 것이고. 


그저 그런 물줄기로만 볼 수도 있지만, 이 안에 놓인 아름다움이란...



세월천의 물이 고이는 곳엔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동전이 가득 쌓여 있다. 마음을 닦으랬더니 염원을 쌓는다. 인간이 그렇다. 




은각사의 다섯 번째 볼거리는 동산에 올라 바라보는 교토시의 모습이다. 늘 지상에서만 생활하는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가 없다. 높은 산이나 건물, 비행기 등에 올라 내려다볼 때만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그 안에 사는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그래서 옛날에는 높은 산이 숭상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 안에 깃든 신령은 인간의 외부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 그 산에 들어감으로써 만나게 되는 자기 자신일 것이다. 


은각의 모습과 함께 한눈에 들어오는 교토의 모습. 야트막한 산에 집들이 다닥다닥 있는 모습에 '여기랑 한국이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은각사, 아니 일본을 여행하며 만난 정원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는 바로 이끼였다. 어째서 일본의 흙에선 풀이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 것인가! 어찌 이끼만 멋진 양탄자처럼 깔려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나중에 난젠지라는 곳에서 알았다. 일본인 특유의 섬세함으로 풀을 하나씩 뽑아버렸던 것이다. 

요즘 한국의 공원이나 학교, 유적지 등에서 풀을 관리하는 방법은 그냥 제초제를 치는 것이다. 그것이 가격도 싸게 먹히고, 관리하기에도 수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그런데 일본은, 풀을 사람이 하나하나 손으로 뽑으며 이끼를 보호했던 것이다. 은각사 전체를 아우르는 볼거리의 핵심은 바로 이 이끼에 있다! 


일본 정원 문화의 핵심은 이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이끼 외에 다른 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보라, 이 모습을! 어디에 풀이 있단 말인가. 




은각사 전체를 둘러보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들어가서 중요한 건물들만 쓱 훑고 나오면 30분 이내. 한곳에서 찬찬히 감상하며 거닌다면 1시간에서 2시간 사이 정도 걸릴 듯하다. 아니면 하루종일 은각사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는 여행자라면 은각사 경내에 마련되어 있는 찻집에서 주구장창 앉아서 시간을 보내도 참 좋겠더라.

경내에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마련되어 있다. 들어가서 한번 둘러보며 재밌다. 그중에서도 난 "순간을 살다"라는 제목으로 팔리는 아래의 DVD인지에 눈길이 갔다. 무슨 선승이 이렇게 토실토실한지. 뭐, 선승이라 하면 마르고 눈빛이 형형하며 고행을 일삼듯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고정관념이 더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지막까지 날 미혹에 빠뜨린 향 피우는 도구. 이걸 사려면 이에 어울리는 향도 사야 하고, 이거 하나의 가격이 몇 만원인데 이걸 가져와서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고... 그냥 선승처럼 단칼에 물욕을 베어버렸다. 




교토에는 절과 신사가 수천 개라고 한다. 그만큼 하루에 여기를 다 둘러보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시간을 들여 찬찬히 돌아봐야 할 곳이 바로 교토. 마치 한국의 경주랄까? 정확히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경주보다 규모가 더 큰 것 같다. 일본인들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곳을 외국에서 온 내가 천천히 곱씹으며 다 둘러보는 건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계속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마당에 더더욱 힘든 일이다. 오사카에 숙소가 있다면, 가와라마치역에서 우메다역까지 돌아가는 전철 시간은 아래와 같다.



가와라마치역에서 우메다역으로 돌아오는 평일의 전철 시간표. 빨간색 네모와 원에 들어간 시간이 우메다역까지 가는 급행 전철이다. 밤 10시 11분이 급행 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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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인 혼마치本町의 시티루트호텔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서(28번 출구가 가장 가깝다. 그걸 모르고 처음엔 24번 출구로 나와 조금 헤맸다. 28번 출구로 나와 쭉 걸어가면 호텔까지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된다.) 지하철을 탔다. 노선도에 '녹색'으로 나와 있는 걸 타면 된다. 이름을 모른다면 색깔로 구분하면 된다는 걸 한국의 지하철에선 인식하지 못했지만 일본에 오니 새삼 깨달았다.


오사카성에 가기 위해서는 모리노미야森ノ宮(http://goo.gl/NF3aw)에서 내리거나 오사카 비지니스센터에서 내리면 된다. 서로 장단점은, 오사카 비지니스센터에서 내리면 바로 입구로 이어져 걷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고, 모리노미야에서 내리면 오사카공원을 거쳐 가기에 조금 걷지만 이런저런 구경을 할 수 있고 갈아타는 귀찮음이 없다는 점이다.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걷는 걸 좋아하는지, 시간이 있는지 없는지...


모리노미야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에 만난 일본인들의 일상. 아이나 강아지와 산책을 나오기도 하고, 연인과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친구와 기타를 들고 나와 노래도 하고, 야마까시를 연습하는 무리도 있고, 낚시 금지인 해자에서 낚시대를 드리운 사람도 있더라. 그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고.적.대! 무슨 경연 대회가 있는지 공원의 한쪽에서 여러 학교의 고적대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왜 학창시절에 이런 활동을 안 했던가 아쉬워지더라. 하긴 한국의 학교 환경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지도 않고, 심지어 거의 불가능하기까지 하다는 것이 떠올랐다. 







모리노미야에서 내려 오사카공원을 가로지르며 만나는 오사카성의 천수각. 그거 하나만 봐도 족하다. 넓고 깊은 해자를 따라 입구 쪽으로 걷다보면 저 멀리 천수각이 나타난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모습이 참으로 화려하다. 아침 일찍이나 해질녘에 방문하는 것이 한낮에 가는 것보다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근처 아무데서나 사진을 찍으면 멋있게 나온다. 천수각 근처에선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입구에 이를수록 사람들이 하나둘 많아지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위로 올려 천수각만 담게 된다.



천수각 쪽으로 점점 다가가면서 멀리서 봤을 때의 멋있음은 '도대체 왜 이런 성을 쌓았는가?'하는 의문으로 변하고, 결국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불행(?)한 삶을 곱씹게 된다. 집안도 좋지 않았고, 배경도 별 볼일 없던 일개 평민이 최고 권력자의 지위까지 오른다. 말이 쉽지 요즘으로 비교하면 故 노무현 대통령이나 아무 연줄 없는 일개 평사원이 삼성그룹의 회장에까지 오르는 것과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지킬 것이 많았고, 불안하지 않았을까?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은 이런 식으로 표출을 하는 법이다. 나중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새로 증축했다는 니죠성에 가보았는데 그 성은 수수하기 그지 없었다. 높은 성벽도, 화려한 천수각도 없고 담백한 건물과 낮은 성벽으로 둘러쳐 있는 모습이었다.  





저녁의 햇빛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는 오사카성의 천수각. 그 빛은 해가 저물면 사라진다. 한 사람의 권력도 이와 같다.



천수각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낸다. 성인은 600엔, 한화로 8000원 정도의 돈이다. 일본 대부분의 역사유적이 그렇듯, 좀 비싼 편이다. 이를 통해 인건비와 관리비 및 증개축비를 충당하는 것이겠지. 그러고 보면 한국의 입장료가 너무 싼 것일수도 있다. 간사이쓰루패스나 주유권 등이 있으면 100엔 할인을 받아 500엔에 들어갈 수 있다.

천수각에 들어가면 오사카성과 관련된 인사들의 서찰 등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미리 공부를 하고 간다면 더 좋다(http://goo.gl/HE4UI). 물론 난 아무 생각없이 맘 편하게 머리를 비우고 다녀왔지만.   


천수각에 올라 바라본 오사카 시내. 나중에 알았는데 오사카성은 세계대전으로 불에 타 부수어진 것을 1997년 완전히 복원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 이렇게 온전한 모습으로 화려하게 빛나며 서 있었구나. 


건물은 부수어졌어도 성벽은 5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그대로겠지. 성벽 틈새에서 싹을 틔워 자라는 나무가 인상적이었다. 



해자에는 물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있다. 일본에서도 왜 그런지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다고 하더라.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오사카 비지니스센터일 것이다. 아마도. 



오사카성의 천수각을 구경하고 반대편으로 나오면 바로 신사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상이 서 있다. 



오사카성을 둘러보면서 의문은 왜 큰 나무가 없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전쟁 때문일까 했다. 천수각도 나중에 복원한 것이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제주에서 봤던 털머위가 오사카성에도 있다. 역시 남쪽은 남쪽이구나. 식생이 한국의 중부지방과는 확연하게 다르고, 남부와는 좀 비슷하다.



진짜 이곳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이 있을까? 일본인이 그랬을까? 아니면 잘 모르는 외국인이 그랬을까? 바베큐를 금지한다는 경고문. 



오사카성을 나와 지하철역으로 돌아와서 발견한 지명수배 전단. 바베큐 금지도 그렇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일본인이 완전무결한 그런 사람들이란 착각은 훨훨 날아갔다.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인 것이다.



천수각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일본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여기도 우리랑 똑같구나, 편하려고만 하는구나 여기며 그냥 걸어올라갔으나 내려올 때 알았다. 아하,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한 층씩 구경하면서 내려오면 되는 것이구나! 다리가 튼튼한 사람은 걸어서 하나씩 오르는 맛을, 그렇지 않은 분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구경하며 내려오는 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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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교토에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들어간 한 사찰인 레이칸지(靈鑑寺). 

한국 여행기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곳인 듯하다.

이곳은 천황의 딸이 여승이 되면서 지어진 곳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유래는 확실히 알아보지 못했다.

아무튼 이곳에서 여러 종류의 동백꽃을 만날 수 있었다. 

동백꽃이 이제 막 봉오리가 생기며 피려고 하는 단계였던지라 절에서 찍어 놓은 사진을 아이폰으로 찍어왔다.

그것만 감상해도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동백꽃이 있는지,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놓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런 깨알 같은 일본인! 


그럼 아래의 사진들을 보라, 모두 50여 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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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와서 하도 걷다보니, 밤에 돌아와 신발만 벗으면 발냄새가!

견디다 못해 깔창이라도 빨려고 빼니, 구멍이 나 있다. 오메, 그동안 얼마나 돌아다녔으면 깔창에 구멍이 났을까나. 내 발바닥에 땀 나도록 다닌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구멍 났단 이야기는 못 들어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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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토미 시대에 건립했다는 오사카성. 다른 무엇보다 천수각을 보면 무엇이 두려워 그렇게 사람이 접근하지 아렵게 만들었는지, 권력이란 것이 얼마나 허무한지 느끼게 한다.

 

찾아가는 방법은 지하철이 가장 편하다. 혼마치역에서 모리노미야니 오사카 비지니스센터에서 내려 좀 걸어가면 된다. 사실 비지니스 센터까지 어렵게 갈아타며 가지 않아도 된다. 모리노미야에서 내려 15분쯤 산책 삼아 슬슬 걸어가도 된다. 가는 길에 오사카성 공원에 나와 여가를 즐기는 오사카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엔 해자에서 낚시를 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어기고 낚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다.

 

천수각 입장료는 성인 1인당 500엔. 간사이쓰루패스가 적용된 가격이다. 천수각은 걸어서 오르는 방법과 엘레베이터를 타고 오르는 법이 있다. 건강한 사람은 아래에서 위로, 허약한 사람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법을 권한다. 내부가 좁은 각인 만큼 계단이 가파르다.

 

층마다 오사카성과 관련된 역사자료 등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최고는 꼭대기에서 보는 경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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