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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모시고 여름 휴가를 다녀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연풍이를 애견호텔이란 곳에 맡겼다.

그런데 사실, 좀 찝찝한 점이 있긴 했다.

지난번 맡겼을 때, 내가 챙겨준 간식이며 목줄이 그냥 유리장 위에 놓인 채 한번도 풀어본 흔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뭐 잘 있었겠지 하면서 믿고 데려왔는데...

세상에나, 그런데... 연풍이가 돌아와서 평소와 달리 대소변을 엄청나게 보는 것이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민을 거듭하다가 조심스럽게 전화를 했다.

전화상으로 연풍이가 산책을 했는지 물었다. 잠시 기다리라며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다고 하더니, 본인들이 주말이 끼고 바빠서 산책을 한번도 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분명 처음 연풍이를 맡길 때 산책을 전제로 하고 맡긴 것인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실내에서만 배변을 하기에 그 문제 때문에 호텔을 이용하는데, 그래서 맡기기 전에 두번 세번 산책을 시켜주는지확인한 것인데 이런 일이 생겼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바쁘면 산책을 못 시킬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변명을 한다.

음, 그렇다면 지난번에도 산책을 한번도 시키지 않았던 것일까? 목줄이 그냥 가방 안에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제길.


그래서 실내에서라도 풀어놓았는지 물으니, 중성화 수술이 되지 않은 개들은 풀어놓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맙.소.사! 

2박3일 동안 한번도 산책을 하지 않고 똥오줌을 그대로 참으며 유리장 안에 갇혀 있었다니. 

그럴 바에 무엇하러 애견호텔을 이용하는가? 그냥 집에 두고 갔어도 될 일이다. 어차피 연풍이는 실내배변을 하지 않는데 말이다. 배변이 걱정이라 맡긴 것인데 말이다. 돈만 날린 것 아닌가.

혹시 이렇게 더운 날 에어컨은 제대로 틀어주었을까? 자기들 퇴근하면서 에어컨도 그냥 끄고 가는 것 아닌가?

애견호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더이상 믿고 맡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진료를 받으러 가는 일도, 그곳 애견호텔을 이용하는 일도, 미용을 맡기는 일도 없으리라. 신뢰가 무참히 깨져 버렸다.



뱀다리; 원장과의 통화를 요구하니, 원장이 진료중이라서 전화를 하라고 전한다고 했다. 그래서 기다리니 연락이 오긴 왔다. 그런데 원장이 손으로 사료를 줘야 먹는 스타일이라고 하는 소리에 황당했다. 또 실내에서 대소변을 보았다는 소리도... 아니 실내 배변을 하지 않아서 산책 때문에 맡겼다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시는 이런 일이 있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니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맡길 수 있을까? 다시 맡겨도 되는 것일까? 여전히 모르겠다.


20여 일이 지나 해당업체에서 검색을 하다 발견했다며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전화가 왔다. 상호와 위치까지 명시하여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도 있다는 말도 언급했다. 나는 재발하지 않을 수 있는지 재차 확인하고, 그러면 당시 피해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호텔비용(3만원)을 돌려줄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업체에서는 담당자를 확실히 교육하여 절대 재발하지 않는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재발하지 않도록 신경쓰며 노력하고 있다 답하고, 호텔비용은 돌려주겠다고 하였다. 그래도 그 업체에서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는가 보다. 장사를 해야 하니 그렇겠지. 

아무튼, 그리하여 글에서 해당업체를 떠올릴 만한 상호와 위치는 삭제하고 글은 이것도 하나의 추억이 될 테니 그대로 살려두기로 했다. 그리고 호텔비는, 업체에서 돌려줄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로써 됐다. 구질구질하게 돌려받지 않을 생각이다. 이로써 관련한 모든 일이 기억에서 빨리 사라지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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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산책을 하며 지나는데... 한때 연풍이와 친하게 지내던 동네 암컷의 낌새가 이상하다.

한동안 보이지 않길래 어디 가서 죽었나 살았나 궁금했는데, 예쁜 집과 함께 목줄을 차고 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얘가 전과 다르게 우리를 보고 으르렁거리며 위협적으로 짖는 것이었다.

원래 얘는 겁이 너무 많고 조심스러워서 사람만 보이면 도망가기 바빴던 개이기에 별일이 다 있다 싶었다.


그러면서 '혹시?'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 여름 이 암컷을 새로이 만났던 일이며... 서로 불꽃처럼 연애하던 일이며... 싸우고, 또 화해했던 일을 떠올릴 때 의심이 갈 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세상에... 혹시나가 아니라 역시나였다!

암컷이 새끼를 낳은 것이다!


이렇게 한 놈이 어미와 함께 입구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며칠 전 혹시나 해서 몇 번을 지나다니며 살폈지만 보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발견했다.

새끼를 보여주지 않으려 애쓰는 암컷을 요리조리 기웃거리며 살펴보니, 한 서너 마리가 집 안에 더 있는 걸 확인했다.


이 사실을 알고는 계속 마음이 무겁다.

아들놈이 결혼도 하기 전에 애가 생겼다고 하면 이런 맘이겠지.

더구나 암컷이 살고 있는 집은 형편이 그리 넉넉치 않은 것이 한눈에도 드러나는 곳인데, 이 새끼들을 다 건사할 수 있을까?

연풍이 자식은 왜 암컷을 건드려서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인가.

내가 싫어도 할 수 없이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하는 걸까? 문지방만 넘는 힘만 있어도 여자를 밝힌다는 수컷들이기에 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단 말인가.

아무튼 이제 겨울도 다가오는데 저 새끼들을 모두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하는 고민이 가장 컸다.


그래서 마음을 먹고 문을 두드렸다.


"계세요. 계세요."


한 60대 초중반의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몸이 불편하시네 싶었는데, 지체장애가 있다고 하신다.

이러저러한 지난 사정을 이야기하니 안 그래도 동네에 저렇게 생긴 개가 없는데 어디서 저런 새끼들이 나왔는지 궁금하셨다고 하신다.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아침부터 술냄새가 풍긴다. 어제 과음을 하신 건지, 아침에 반주를 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단칸방에서 개 한 마리를 키우면서 정을 나누며 사는 분이셨다.

안 그래도 저 새끼들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었다면서 할 수 있다면 분양을 해달라고 먼저 이야기하신다.

나도 그런 고민 때문에 찾았는데 마침 잘 되었다.




새끼가 몇 마리냐고 물으며 꺼내달라고 하자, 모두 6마리라고 하신다!!! @,,@

세상에나... 많이도 낳았다. ㅡ,,ㅡ


한 마리 두 마리씩 꺼내시기 시작하는데, 어후 이 자식들... 너무 귀엽다. ㅜㅜ

과거 연풍이의 어린 시절과 똑같이 생겼지 무언가.

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주들을 보면서 그렇게 예뻐라 하는지 알겠다.손주들의 모습에서 자기 자식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그러는 것이리라. 손주가 아무리 예뻐도 자기 자식이 더 예쁜 법이다. 손주는 자기 자식이 낳아서 예쁜 것이지.



이놈들을 모두 꺼내놓으니 성격이 드러난다.

꾸물꾸물 여기저기 다니며 호기심을 보이는 놈, 멀뚱하니 이게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한 놈, 무서워서 웅크리고 있는 놈, 그냥 두리번거리는 놈....



그래도 잠에서 깨자마자 하는 일은 먹을 걸 찾아가는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그래도 없는 살림에 새끼들을 위해 신경을 많이 쓰셨다.

사료도 사다가 먹이고, 오뎅도 구해서 이제 막 이빨이 나서 이유식을 해야 하는 새끼들을 위해 놔두고 그러셨다.

에잇, 너무 죄송하네.

수컷들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 이건 인간 남성도 마찬가지이다. 그 인간 남성을 키운 부모도 그렇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암컷, 인간 여성을 더 위해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암컷 먹으라고 가져다 준 간식에 관심을 보이는 놈도 있더라. 얘가 바로 유일한 암컷 강아지.

그래도 어젯밤 갖다준 사료를 암컷이 꽤 먹었구나. 



참, 그러고 보니 암컷의 이름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꽤 조심스럽고 겁이 많아서 곁에 한번도 다가가지 못했다.

유일하게 연풍이만 자유롭게 같이 놀러다녔을 뿐이다.


암컷의 이름은 "삼순이". 

데리고 온 지는 이제 2~3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 암컷이 혹시 연풍이의 자식은 아니었는지 걱정했다.

그만큼 너무나 둘이 닮았기 때문에 그랬는데, 그건 아니었는지 다행이다.

근친상간이 일어날 뻔했지 무언가.




여섯 마리의 새끼들을 하나하나 모두 사진에 담지는 못했다.

어찌나 계속 쉬지도 않고 꼬물꼬물 다니는지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사료를 밟고 진격의 강아지!


어미를 쭐래쭐래 따라가는 강아지!


그러다가 쭈욱 기지개를 편다! 귀엽다아! 




얘는 무척 소심한 성격이다. 




가장 호기심이 왕성한 강아지. 잠시도 쉬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며 관찰하고 냄새 맡고 그런다.

나한테도 계속 앵겨서 떼어놓느라고 맘이 너무... 어릴 때 연풍이가 이랬다. 그래서 밭에서 키우려고 데려온 놈인데 결국 우리집에 눌러앉아 살게 되었다. 얘가 가장 연풍이와 비슷한 성격을 보여주었다.




아따 고놈 귀여워 죽겄네.



뭘 빤히 쳐다보냐? 사람 마음 아프게. 미안하다...



얘가 문열이인지 가장 약해 보였다. 괜찮겠지? 튼튼하게 무럭무럭 자라라! 네 아비도 문열이였단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잘 살고 있지 않느냐.



마지막으로... 이 강아지들 틈에 끼어도 같은 배에서 나온 줄 착각할 정도로 닮은, 연풍이의 어린시절 모습.

2005년 10월 20일,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의 모습이다. 이때가 생후 한달 반 정도 되었을 때임.



이 강아지들을 분양합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정말 토종 발바리 한 마리가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은 댓글이나 메일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stonehinge@hanmail.net


참고로 연풍이의 고향은 충북 보은입니다. 삼순이도 연풍이와 많이 닮은 발바리입니다. 이 두 어미, 아비의 현재 모습으로 볼 때, 강아지들은 다 커도 몸길이 50~60cm에 몸무게는 4kg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강아지들은 현재 20cm로 한뼘 정도의 크기입니다.


요즘 품종 있는 애완견들이 넘치면서 이렇게 생긴 토종 발바리들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지요. 시골 장에나 가야 어르신들이 데리고 나온 새끼들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도시에서는 거의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연풍이와 산책을 나가면 나이 드신 분들은 모두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저게 옛날이 키우던 개지."

"옷을 아주 잘 입고 나왔구나."

"저런 개가 똑똑해."

"쟤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국회의원 감이야. 어찌나 사람을 반기면서 돌아다니는지 몰라."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얘네들이 무지하게 영리하고 주인 잘 따르며 음식 가리는 것도 없고 키우기가 좋습니다. 

<나는 똥개다>라는 기사를 보면, 모란시장에서 몇 십년 동안 개를 팔아온 황인술 할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순종도 팔아봤는데 얼마나 약한지 사 간 사람들이 찾아와서 물어내라고 난리였어. 똥개는 튼튼하거든. 나중에 탈이 없어. 그래서 난 똥개만 데리고 나와."



연풍이의 씨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는 데에는 감사하나, 현실적으로 이 여섯 마리의 강아지를 거두는 일이 너무 힘드네요.

좋은 주인을 만나 잘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잘 생각해 보시고 연락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뱀다리... 

얘네는 주인 할아버지의 형편상 병원에는 한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처음 만나시면 병원에 가서 예방접종 몇 번 맞추어 주세요. 동물병원에서는 5번까지 맞아야 한다고 하지만, 제가 겪어보니 3번만 맞추어도 충분하더군요. 물론 한번도 맞지 않고 잘 사는 강아지들도 있고, 1~2번만 맞아도 큰 문제가 없긴 합니다. 말 그대로 예방접종이니까요.


할아버지께서 2달 정도 암컷이 새끼를 잘 돌볼 수 있게 신경을 써주신 만큼 작은 최소한의 성의표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원래 강아지를 데려갈 때 사료값으로 돈을 챙겨주는 것이라고 하네요. 할아버지는 분양할 일이 걱정이라 그냥 가져만 가도 고맙다고 하시는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챙겨드리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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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갔더니 애견산업이 엄청나게 발달했더라. 이제 일본에서 애견은 가족을 넘어 상전으로까지 진화한 듯하다. 물론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엄청나게 좋은 대우를 받는 게 틀림없다. 심지어 난 애견 옷의 브랜드까지 팔리는 걸 보고야 말았다.


아무튼 이번 일본 방문 목적의 하나가 바로 연풍이 우비를 사는 것이었다. 이것 말고 차량용 안전벨트도 사려고 했는데, 그건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우비는 한국으로 치면 모던하우스 같은 생활용품을 파는 도큐핸즈라는 상품점에 가서 샀다. 가격은 2100엔 정도.



착착 접어서 넣으면 이렇게 된다. 가방 같은 곳에 막 넣어 들고 다니기 편한 제품. 




펼치면 이런 형태. 사이즈 별로 다양한 크기가 있으니 미리 애견의 치수를 재서 가면 좋다. 가장 중요한 부위는 목둘레, 가슴둘레, 목부터 꼬리까지의 체장.




한국에 와서 집에 오자마자 한번 입혀 보았다. 미리 치수를 재서 가지 않아 대충 감으로 골라왔는데 다행히 잘 맞았다.

그런데 문제는! 모자를 씌우기 어렵다는 점. 귀를 밖으로 뺄 수가 없고(당연하지 않은가 비에 젖으니), 이 우비의 목적이 산책용인데 산책할 때 입기보다는 그냥 비 오는 날 예쁘게 입혀서 안고 나가는 용도인 것 같다는... 제길, 그냥 몸에 비가 안 맞는 것이 어디냐며 위안을 삼는다. 



'이게 뭐야? 나 입으라고?'



'자, 이제 입었으니 산책을 나가자, 주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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