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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구습이 되어 내용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아 사람들에게 강요되면, 그것이 파괴하는 것은 인간의 심성과 관계만이 아니다.

 

추석은 음력이기에 양력을 기준으로 늘 움직인다. 빨라질 때가 있는가 하면, 늦어질 때도 있다. 그럼 차례상은 그에 따라 변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닌가?

전통을 신봉한다면, 과거 저장시설이 미흡했을 때 이른 또는 늦은 추석에 제대로 된 제물을 올리는 일이 가당키나 했을지 생각해 보라. 과거의 사람들은 전통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불효자라 할 수 있겠는가.

 

나주 배를 재배하는 농민이 추석 때문에 나주 배의 명성에 흠이 생겼다며 인터뷰하는 기사를 보았다. 사람들의 문화가 추석이란 형식에 고착되면서 성장호르몬 등으로 농사도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차례상, 제사상, 나아가 명절문화에 일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형식에 치우치기보단 내용을 충실히 가져가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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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던 나주 배... 추석 때문에 다 망가졌죠"

[차례상의 재구성②] 전남 나주 배 농가..."생장촉진제 없이 추석에 배 안 나와"

일시 14.08.26 17:45l최종 업데이트 14.08.26 18:03
김동환(heaney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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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김석중 나주시 농어업회의소 회장이 자신이 기른 배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약물 처리를 안 한다면 이 시기 나주 신고배는 이 정도 크기밖에 자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 김동환


"약(생장촉진제)을 안 치면 원래 이 크기거든. 작지. 그리고 육질이 아주 단단해. 올해같이 추석이 이르면 차례상에 올릴 수가 없지."

20일 전남 나주시 금천면 신가리의 한 배 농가. 두툼한 손이 배나무 가지에 씌워진 종이봉지를 벗기자 어른 주먹 크기만한 배가 드러난다. 나주가 자랑하는 신고배다. 

며칠 후면 배장사 대목인 추석이지만 이곳 배밭에서는 일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밭 주인인 김석중 나주 농어업회의소 회장(82)은 "아직 한 달 더 자라야 배를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를 딸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지금 제수용으로 팔리는 배는 무슨 배냐'고 물으니 "지베렐린(생장촉진제) 처리를 했거나 작년에 수확해서 보관해놓은 배"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그는 "지금파는 배 중 지베렐린 바른 배는 당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면서 "지베렐린 때문에 나주 배 이미지가 많이 망가졌다"고 덧붙였다. 

"추석 대목 맞춘다고 지베렐린 처리...이미지 다 망가졌어"

김씨는 지난 1994년부터 나주에서 배 농사를 시작했다. 당시는 대부분의 배 농가에서 당도가 높고 상품성이 좋은 '신고' 품종을 심을 때였다. 김씨 역시 신고배를 심었다. 

신고 품종의 유일한 단점은 수확시기가 늦어 명절 대목을 놓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런 단점은 1990년대 초 고등식물 생장호르몬의 일종인 일본산 지베렐린 도포제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상쇄됐다. 배를 정상 수확시기보다 10~20일 앞당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추석 대목의 위력은 컸다. 김씨는 "농민들이 너도나도 추석에 맞추려고 지베렐린 처리를 하면서 (약품) 인기가 엄청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나주 배 농가의 90% 이상이 지베렐린을 발라 키운 배를 내놓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 약이 치약 비슷하게 생겼어. 원래 일본에서는 그 약을 햇빛이 안 드는 곳에 있는 배를 수확하기 위해서 쳤다고 들었어.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써보니까 이게 빨리 크거든. 그러니까 추석 대목에 맞춘다고 싹 발라버린거지. 그러니까 배도 상하고 시 이미지도 망가졌어."

김씨의 배밭은 10%에 해당했다. 그는 강제로 배를 키우면 뭔가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약 처리를 안 했는데 그 생각이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주 신고배의 평균 당도는 11.8 Brix(브릭스)인데 지베렐린을 치면 그보다 수치가 2정도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베렐린을 바른 배가 보통 정상적인 신고배보다 달지도 않고 저장성도 떨어지더라는 것이다. 

단맛을 잃은 배는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봤다. 배 특산 고장이라는 명성에도 금이 갔다. 결국 나주시는 지난 2008년부터 생장촉진제를 사용하는 농가를 배 관련 보조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수출배 계약 대상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신고배를 키우는 농가 70% 이상이 지베렐린을 쓰고 있을 때였다. 

"꼭지가 찐득하면 생장촉진제 처리한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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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으로 자란 나주 신고배. 8월 20일 정도면 어른 남성의 주먹 크기 정도로 자란다. ⓒ 김동환


최근 나주 농가는 생장촉진제 사용을 알아서 자제하는 분위기다. 무리하게 약품처리를 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배 농사에 손해라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김씨는 "예전에는 추석에 과일이 비교적 적게 나오니까 차례상 용으로 배가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배 말고도 과일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추석에 전체 물량의 40%가 팔릴 정도로 수요가 많았지만 요즘은 10% 정도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판매 시기가 다양해져서 굳이 추석에 맞출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키운 신고배는 냉동보관하면 1년 이상 맛있게 먹을 수 있거든. 설 때 팔아도 제값 받을 수 있잖아. 근데 지베렐린 처리를 하면 그렇게 오래 보관을 못해. 그러니까 요즘 같은 때는 약 치면 더 손해지. 올해 추석은 빠르니까 또 어쩔 수 없이 바르는 농가가 있긴 한데…."

그는 "나주에서 생장촉진제 쓰는 농가가 전체의 10% 정도로 많이 줄었다"면서 "비율은 줄었는데 요즘은 중국산 지베렐린을 쓰는 집들이 간혹 있어서 문제"라고 털어놨다. 중국산 지베렐린은 일본산보다 질이 낮아서 보존가능 기간을 더 짧게 하는 등 배의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약품처리를 한 배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김씨는 기자에게 자신의 농장에서 딴 배 꼭지를 만져보라고 했다. 갓 딴 배 꼭지는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느낌이었다. 

"지베렐린 바른 배는 꼭지가 찐득찐득해. 요즘 소비자들은 또 그런 걸 귀신같이 알아요. 안  먹지. 배 농가들이 그런 소비자들 인식에 맞춰서 생장촉진제 안 쓰고 농사 지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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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과일

○ 꽃으로는 아름다움과 그리움을, 과일로서는 겨울을 준비하는 과수
- 봄에는 순백의 꽃이 아름다우며 가을에는 풍부한 즙, 단 맛, 향, 그리고 목과 폐에 좋은 기능성을 두루 갖춘 과일
○ 그리스의 호머(Homer)에 의해 최초로 언급되고, 중세와 현대를 거치며 중서부 유럽과 미국까지 널리 확산

2. 겨울을 이기는 과일
○ 산성화된 현대인의 몸을 중화시켜 주는 대표적 알칼리 식품으로 가치가 높으며, 피로회복과 면역력 강화에 좋은 유기산, 플라보노이드가 함유
- 한방에서는 기관지 질환의 예방과 치료, 해열, 소화촉진 등을 인정
○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善)과 신성(神聖)의 상징으로 이용되는 고귀한 과일로 다양한 예술작품 등에 등장하는 소재
- 우리역사 속에서는 불교, 위인 등과 관련되며 충절과 사랑의 아이콘
○ ‘10년 세계 생산량은 2,273만 톤에 달하나 중국 등으로 산지가 편중되어 있으며, 주로 자국에서 생산해 소비되는 것이 특징
○ 우리나라의 배는 ‘11년 생산량 22만 톤, 재배면적 1만 5천ha, 생산액 2,373억 원을 점하는 과일로, 과거 제수용에서 대중적 과일로 탈바꿈

3. 시사점
○ 대과 중심의 생산과 소비가 고착화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기존의 배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것이 중요
○ 현행의 생산량이 수요량을 다소 상회하는 것으로 관측되므로, 이를 조정할 주체와 세부 전략이 필요한 상황
○ 기후변화 적응 기술, 용도에 맞는 다양한 품종, 지역별로 특성화시킨 상품화 연구와 정책 지원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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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아래와 같이 이번 태풍으로 낙과 피해를 입은 배를 전량 수매해 가공용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며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서규용 장관 “낙과 배 가공용 수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태풍 ‘볼라벤’으로 떨어진 배를 정부가 전량 수매하겠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수확기를 앞두고 전남 나주·순천·영암지역 과수농가의 낙과 피해가 크다”며 “수매한 배는 가공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장관은 “농가부채가 늘어나는 두가지 주된 이유는 재해와 비싼 농기계 구입 때문”이라며 “농기계은행으로 농가들의 농기계 구입 부담을 완화했고, 재해는 보험으로 해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농협이 판매하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운데 모든 자연재해를 보장하는 종합위험방식 대상 품목을 주요 과수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우선 사과·단감을 내년부터 종합위험방식으로 보장하기 위해 올해 1,584억원이던 농작물재해보험 예산을 내년엔 2,700억원으로 늘려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태풍으로 추석물가 상승이 우려된다는 지적에는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농협이 제수용 과일을 소량으로 묶은 세트를 판매해 큰 호응을 얻었다”며 “올해는 과일세트 공급을 늘려 서민들의 제수용품 구입 부담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또 “올해 건고추 작황이 좋은 편인데, 높은 가격을 기대한 농가들이 출하를 미루고 있다”며 “9월 초부터 출하가 본격화된다면, 가격이 한풀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장관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고추·마늘·양파가 걱정된다면서 이들 품목에 대한 경쟁력 대책을 차근차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이번에 낙과한 배의 경우 아직 제대로 익기 전이라 아무 맛이 없다는 점이 함정이다. 그러니까 가공용으로 수매하더라도 배 특유의 맛이 나지 않는 것을 어디다가 써 먹겠냐는 것이다. 그걸로 굳이 가공하려 한다면 착향료나 당분 등을 추가로 더 집어넣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은 그냥 폐기처분하거나 비료로 만드는 일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그렇게 돈을 투여해야 하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고...




대형마트가 사과농가만 돕는 까닭


“사과를 절반값에 팝니다”

대형마트들이 비바람에 떨어진 사과를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태풍 ‘볼라벤’으로 큰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를 돕기 위한 목적이다. 그런데 배는 빠졌다. 사과보다 더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배는 왜 판매대상에서 빠진 걸까.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30일부터 내달 5일까지 전점에서 태풍으로 떨어진 사과를 정상가의 절반수준에 판매하는 행사를 연다. 이마트는 장수, 예산, 문경 등의 사과 400톤, 롯데마트는 충주와 장수에서 200톤의 사과를 확보해 판매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도 오는 31일부터 낙과 피해를 입은 사과 200톤을 판매한다. 바닥에 떨어져 흠집이 있지만 당도가 우수해 맛에는 큰 차이가 없는 상품을 골라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낙과 피해를 입은 배 판매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일부 대형마트는 배 판매를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규모나 시기 등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배는 낙과율이 60~70%에 달한다. 사과 주산지의 낙과율이 20~40% 정도인 것에 비해 더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대형마트들이 흠집이 있는 배는 판매하지 않는 것은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통상 배는 9월 초중순 경 본격적으로 수확을 시작한다. 수확하기 10~20일 사이에 당도가 높아지는데 이번엔 다 자라기도 전에 배가 떨어졌다. 매장에서 판매하려면 흠집이 있더라도 맛있고 크고 단단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아 팔 수 없는 상품이 된 것이다. 반면 사과는 지금이 한창 수확철이라 바닥에 떨어졌더라도 흠집을 빼면 맛에는 크 차이가 없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태풍이 열흘 정도만 늦게 왔더라도 낙과 피해를 입은 배를 팔 수 있겠지만 지금의 배는 상품성이 거의 없어 판매가 어렵다”며 “농가를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소비자들에게 상품성이 없는 것을 팔기는 어려운 일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낙과 피해를 입은 배는 식음료업체에 가공용으로 넘겨지거나 폐기처분된다. 

배민호 나주배원예농협 전무는 “가공용으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번에 떨어진 배는 맛이 없어 가공용으로 쓰기에 적당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이 때문에 한꺼번에 수매해 폐기처분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나주지역 배농가는 폐기처분시 20kg당 8000원 정도를 보상받았다. 인건비도 건지지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 지역 농가는 정부에 특별 재난구역 지정을 통한 긴급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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