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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제 동광원


저희는 ‘전통농법에서 배우자.’ 라는 취지로 취재를 다니고 있습니다. 여기는 무척 넓어 보이는데 지금 농사짓는 평수가 얼마나 되나요?

처음에는 저 위하고 여기하고 8천 평 됐어요. 그러다 저 위 4천 평은 나라 땅이라고 해서 다 나무 심어서 돌려주고, 몇 년 전에 1500평 팔고 지금은 한 3000평 될라나.


아직 토종종자가 많이 있나요?

-옛날에는 다 있었는데 지금은 힘에 부쳐서 많이 못 가지고 있어요.


지난 번 이곳에서 우엉을 얻었는데 토종인가요?

-아니요. 그건 사다 했지요. 옛날 우엉은 참 맛있었는데, 잎도 먹으면 맛있어요, 먹는 뿌리가 색깔이 새카매요. 속은 별로 안 검은데 겉이 까맣고, 키도 더 작아요. 지금 심는 건 샀어요. 전에는 자꾸 받아서 했는데 지금은 씨를 못 받아요. 그래서 씨를 잊어버리고. 그런데 보리, 밀은 씨나 안 잊어버리려고 조금씩 심어요. 점점 힘에 부쳐서 하지를 못해요.

옛날에는 씨앗가게를 가도 태백이라는 토종무가 있었어요. 무씨도 옛날에는 우리가 다 받아서 심었지. 무를 가을에 추수해서 대가리를 잘라서 묻어두면 싹이 나잖아요. 그걸 봄에 다시 통째로 밭에다 심으면 무장다리가 나와요. 거기서 꼬투리가 맺으면 그걸 비벼서 심어먹어요. 그렇게 받아서 쓰다가 80년도부터는 그냥 사다가 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봉지를 보니까 전부 이태리 어디서 오고, 내가 기막혀 죽겠네. 이제 씨앗까지 남의 나라 것을 쓰니 우리나라 토종은 다 없어지네. 그런데 그 무를 심어서 김치를 담아 먹어보니 맛이 없어요.


총각무도 씨를 받으셨나요?

-총각무는 내가 안 해봤는데, 아마 총각무도 무니까 그렇게 받으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배추씨도 옛날에는 그렇게 했지요.


배추는 어떻게 하나요?

-배추씨는 옛날에 내가 전라도에 많이 살았는데, 겨우살이를 놔두면 봄에 꽃이 피잖아요. 전라도는 따뜻해서 안 죽으니까. 여기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죠.


고추는 어떻게 농사지으셨나요?

-고추는 재래종 씨를 내 받아서 심다가 아마 80년대부터는 안 한 것 같아. 씨를 받아서 그냥 밭에다 뿌리면 한 달 만에 매운물이 빠져야 난다고 해요. 고추씨가 맵잖아. 땅에 들어가서 매운물이 빠져야 난다고 해요. 그렇게 직파해서 먹고 살았어요.


직파를 언제 하셨나요?

-고추씨는 한 3월말 경에 한 것 같아요. 얼음 녹고 싹이 나도 안 죽을 만하면 뿌렸어요.


직파할 때 수확량은 얼마나 됐나요?

-몇 백 평 심으면 그때 여기에 한 4~50명이 살았는데 그 식구가 다 먹고 살았죠. 지금하고 비교하면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직파할 때 어떤 식으로 뿌리나요?

-밭에다 할 때 고랑치고 뿌렸죠. 뿌렸다가 배면 솎아야지. 그때는 간격이 지금처럼 드물게 안 하고 한 뼘 정도된 것 같아요. 그렇게 작게 기르면 지주는 안 해도 괜찮아요. 어쩌다 쓰러지면 산에서 막가지 해다가 해줘요. 요즘은 일만 많아지고 공이 얼마나 많이 들어요.


고추에 병은 없었나요?

-네, 직파할 때는 병을 몰랐어요. 연작해도 병을 몰랐어요.


그럼 그때 배추도 병이 없었나요?

-배추가 하도 커서 한 포기 뽑아 저울에 달면 3Kg에요. 그때는 병도 없고, 벌레도 별로 없었어요. 지금은 벌레 때문에 못해요. 우리 배추가 지금 엉망이에요. 커피찌꺼기가 좋다고 해서 해보니 조금 효과는 있대요.


고추를 직파할 때 거름을 지금처럼 많이 줬나요?

-퇴비만 했죠. 옛날에는 돈이 없으니까 비료도 못 사고 순 산에서 풀을 베어다가 거름을 만들었어요. 7~8월 되면 풀을 베어서, 식구가 많으니까 지게로 져다가, 작두로 두 치 정도로 썰어서, 인분 받아서, 재면 퇴비가 아주 시커멓게 잘 되죠. 일주일에 한 번, 많이 뒤집으면 일주일에 한 네 번씩 퇴비를 뒤집어요. 그러면 아주 거름이 몽글몽글해요. 어쩌다가 비료를 좀 구하면 약이라고 조금씩 줬는데, 지금은 유기농한다고 아무것도 안 써요.


산에서 어떤 풀을 해오나요?

-갈잎이나 풀은 무슨 풀이든지 다 베지. 저런 논둑, 밭도 다 베요. 요즘 같은 때는 잘잘하게 썰어야 완숙퇴비가 되죠. 그럼 몽글몽글해서 헛칠 정도예요. 인분이 적으면 물을 뿌리고, 몇 번 뒤집어서 새카맣게 썩으면 쟁여놨다가 가을추수하고 보리 갈 때 써요. 그렇게 해두면 내년 봄에 고추, 감자 심을 때도 전부 쓰죠.


퇴비는 그냥 노지에 만드셨나요?

-옛날에 무슨 집이 있어요. 그냥 노지에다 했지요.

그리고 논거름도 갈잎으로 했어요. 4월에 갈잎이 부드럽게 나오잖아요. 옛날에는 나무가 크지 않았어요. 그럼 봄에 못자리 해놓고는 갈잎을 갖다가 논에 깔아요. 그래가지고 쟁기질 한 번 해놨다가 심으려고 할 때 쟁기질해서 써레질 한 다음 심어요. 논 거름은 그것만 했는데 그게 무척 걸어서 그것만 해도 잘 돼요.


지금은 거름을 사다가 쓰시나요?

-지금도 만들어서 써요.

작년에 저기 만들어 놓았는데 마늘 심을 것까지는 있어요. 마늘 심을 때도 다른 사람들은 약 뿌리고 비료 주는데, 마늘은 비료주면 보관할 때 잘 썩어요. 우리 마늘은 내년까지 먹어도 안 썩어요. 우리는 마늘밭에 퇴비를 땅이 안 보이게 두둑하게 깔고 갈아서 마늘을 심는데 마늘이 단단해요.

마늘도 재래종이에요. 옛날부터 지금까지 육쪽마늘이라고 쭉 심어요.


지금 농사짓는 것 중에서 채종하는 씨앗은 얼마나 되나요?

-이제는 별로 없어요. 보리, 밀은 씨앗 보존한다고 해서 문경에 좀 보냈어요.

밭벼도 오래 됐는데, 60년도에 농촌지도소 작물계장이 귀한 씨라고 심어보라고 요만큼 가지고 왔어요. 그걸 계속 심어서 내려왔어요. 이게 찰벼인데, 아무리 다른 데서 찰벼를 가져와도 그렇게 찰지지 않아요. 그걸 안 잃어버리려고 올해도 좀 심었어요.

그러고 들깨도 쭉 심고 조, 수수도 그런데, 기장만 내가 잃어버렸어요. 지난 98년에 수해가 나서 전부 떠내려갔어요. 창고가 여기 크게 있었는데 홀랑 가버렸어요.


콩 종류는 없나요?

-콩은 옛날에 옥광을 많이 심었는데, 그것도 지도소에서 갖다 줘서 심었어요. 옥광을 계속 심다가 어디 가고 지금은 어디서 들어오는 걸 심어요.

그건 크지도 작지도 않고, 벌레도 잘 안 먹고 잘 됐어요. 옛날에는 콩을 25가마니를 했는데 콩이 얼마나 좋은지 벌레 먹은 것도 없어요. 요즘도 콩은 받아서 하는데 그게 재래종인지는 몰라요.


그럼 콩은 몇 종류나 되나요?

-지금은 힘들어서 다 없애고 메주콩만 해요. 그런데 벌레가 얼마나 먹는지 몰라. 작년에도 한 2가마니 나왔는데 겨우 서 말만 메주해서 장 담갔죠.

옛날에는 콩나물콩, 서리태 같은 것도 다 심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메주콩만 간장, 된장은 먹어야 하니까 해요.


쟁기질은 어떻게 하셨나요?

-소 기르기 전에는 손으로 하다가, 한 60년도부터 93년도까지는 소로 했어요. 저 위에 4천평, 아래도 4천평을 다 손으로 파다가 소를 기르고 나서는 남반들이 와서 쟁기질을 했어요.


지금은 그냥 기계로 하시나요?

-90년도부터는 남원에서 불러다 쟁기질을 하다가 식구들도 점점 줄고, 일도 힘이 없으니 못해서 자꾸 부르려니 번거로워서 끊고, 그냥 풀밭에서 야채만 길러서 심어먹자고 해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말 농장을 하게 되면서 관리기 작은 걸 하나 샀어요. 그래서 왔다 갔다 하는 분들이 다 갈아주죠.


소쟁기와 관리기를 비교하면 농사짓기가 어떤가요?

-쟁기질 할 때는 힘든데, 관리기로 하니까 일하기는 쉽죠. 그래도 쟁기질을 할 때가 더 좋기는 한 것 같아요. 관리기는 대신 곱게 되니까 심기는 수월해요.


탈곡은 다 손으로 하시나요?

-손으로 할 것은 손으로 하고, 밭벼는 탈곡기계가 있어요. 옛날에는 발로 돌렸는데 지금은  발로 하던 거에 모터를 달았어요.


여기서 사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올 해로 만 48년이네요. 여기서 처음에는 초대 원장님하고 기관 어머님하고, 산속에 셋이 들어가서 풀막을 지어놓고 살았어요.


동광원에 대해서 듣고 싶은데, 왜 농사를 지으면서 사시나요?

-수도정신을 가지려면 첫째, 자기가 자립정신을 가져야 해요. 자기 먹을 것, 입을 것을 남한테 미루지 말고 자기가 해야죠. 종교는 희생의 종교잖아요. 자기희생이 없이는 이렇게 살 수가 없어요. 또 이웃을 내 몸같이 여기라고 했는데, 일평생을 살아도 힘들어요. 이웃을 내 몸같이 여기고, 남을 섬기라고 했는데 인간이라 그러지를 못하고 살아요. 그러니까 우리 이현필 선생님이, 당신이 못 먹고 못 입어도 다른 사람은 먹게 하셨어요. 그런 선생님 밑에서 살았는데 사람이 못 되서 부끄럽죠. 그런 정신으로 이곳을 세웠어요. 가난하고 남만 사랑하고 남을 위해서 사셨어요.

농사는 자립정신을 세워주시려고 하신 거죠. 선생님은 항상 씨앗 하나라도 아끼고, 연장을 쓰고 아무데나 던지는 건 자기를 던지는 것하고 같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농사지으면서 다 던지고 다니는데 그런 것부터 정리를 해야 돼요. 그런 걸 내 몸같이 아끼는 정신이 작은 것부터 실천을 해야 해요. 작은 걸 실천하기가 더 어려워요. 그런 걸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산다는 것이 보통 정신이 아니에요.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칠십 다섯이요. 옛날 같으면 저 세상 사람이죠.


마지막으로 가르쳐주실 것은 없나요?

-글쎄요. 사람이 전통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정신이 똑바로 서야 해요. 식물도 사랑으로 가꿔야지 그냥 하면 뭐가 됩니까. 못 지어도 꾸준하게 사랑으로 가꿔야지.

우리 선생님이 농사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어야 한다고도 하셨어요. 땅 한 평이라도 내가 관심을 가지고 가꾸고 해야지, 뭐든 내가 못 할 바에는 안 하는 게 나아요.




안산 부곡동


‘전통농업에서 배우자’고 해서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옛날 농사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오늘은 농사 일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데, 먼저 채종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채종을 하기는 했는데, 그랬다고 해서 집에서 다 종자를 받은 건 아니야. 더러 사서 하는 경우도 있고, 김장 같은 건 받는 사람만 받고 대부분 사서 해요.

무하고 배추는 씨를 받으려면 가을에 심은 것을 뿌리 채로 놔둬. 배추 같은 경우는 바싹 끊지 말고 잎만 따. 어느 정도 순이 남도록 해야 싹이 나니까. 그럼 위는 먹고 나머지 뿌리는 땅에 박힌 채로 놔뒀다가 보온을 해줘. 짚 같은 걸 덮어서 얼지 않게 해놨다가 봄에 날이 따뜻해지면 벗겨줘요. 그럼 제일 먼저 움이 나와.


짚 대신 요즘 쓰는 비닐을 덮어도 되나요?

-옛날에는 비닐 같은 게 없었으니까 그렇지, 비닐을 덮으면 더 빨리 싹이 나지. 그런데 싹이 날 때 짚을 너무 수북하게 덮어두면 싹이 부러질 수 있어. 그 싹을 장다리라고 해요. 거기서 꽃이 피어서 씨가 맺는 거야. 그것을 5월초 정도에 완전히 베어서 털면 씨가 나와.

이건 어느 배추든지 다 되는 거야. 조선배추도 되고, 호배추도 되는 거야. 결구되는 걸 옛날에는 호배추라고 했지. 조선배추는 통이 작아.


무는 어떻게 채종하나요?

-똑같은 방법으로 해요. 무는 자를 필요 없이 놔두면 되지. 그것도 짚을 푹 덮어주니까. 그런데 무가 추위에 약해서 더 까다롭지. 그런데 무는 봄에 일찍 심어도 여름에 씨가 생겨요. 배추도 이렇게 할 수 있는데 겨울을 안 넘기면 잘 안 크더라고. 무는 괜찮아요.


고추는 씨를 어떻게 받나요?

-고추는 그냥 심은 걸로 받는데, 보통 끝물은 씨로 사용하지 않고 처음에 맏물 좋은 것 중에 가장 잘 생긴 놈을 골라서 받고, 그게 없을 경우에는 중간물까지도 씨를 받아요. 끝물은 절대 안 써.


고추 심을 때 직파는 어떻게 하셨나요?

-지금은 온상에서 키우니 키가 크고 한 자 이상 벌려 심어서 바람에 잘 넘어가고 하는데, 지금처럼 비닐을 쓴다거나 하지도 않고 옛날에는 간격이 더 좁았어요. 대신 지주가 없어. 서로서로 의지하면서 자랐지. 그냥 나무도 크지 않으니까 바람에 넘어가지도 않고. 수확량은 더 적었지.


수확량은 얼마나 적었나요?

-지금보다 한 6~70%정도 밖에 안 나는 것 같아.


그럼 심을 때는 줄뿌림을 했나요?

-뿌릴 때 고추를 심을 수 있는 간격 정도로 골을 타고, 골에다가 심는 경우보다 두둑에다 많이 심었는데 그거야 밭에 따라서 밭이 습하면 두둑에 심고 건하면 골에다 심는 거지. 골에다 심을 때는 골을 판판하게 고르고 재를 뿌린 다음 씨를 흩뿌려.


재는 왜 뿌렸나요?

-감자 심을 때도 재를 많이 쓰고, 고추에도 많이 쓰지. 그런데 그냥 재가 아니라 오줌하고 섞은 재야. 옛날에는 오줌독에다 인분하고 같이 썩혀서 재에다가 재면 거름이 기가 막히게 좋아요. 오줌이 있다고 해서 푹 젖지 않아요. 그렇게 질은 게 아니야. 수분은 증발하고 거름 성분만 남아. 그렇게 하면 아주 농사가 잘 되지.


병해충은 없었나요?

-벌레가 더러 먹는 건 있는데 지금마냥 이런 건 없었어. 그때는 농약도 없으니까 뿌리지도 않았는데도 고추는 괜찮았어. 더러 이상한 게 나오긴 하지만 지금처럼 버릴 정도는 아니야. 탄저병 같은 건 있지도 않았어.


-희나리 진다는 것은 어떤 걸 말하나요?

희나리라는 것은 고추가 자라다가 벌레가 구멍을 뚫어놓으면 대부분 희나리가 되고, 그리고 보통 붉다가 말은 것, 병이 없더라도 제대로 여물어서 붉은 것이 아니라 약간 붉으려고 할 때 서리가 온다던지 하면 대를 뽑아놨다가 따는 걸 몰아서 희나리라고 그래. 그래도 귀하니까 그걸 모아서 빻아서 썼지. 그걸 찌개 하는데 넣어먹거나 아니면 뒀다가 봄에 들에 나는 나물 종류를 뜯어서 물김치 담글 때 넣으면, 그 고추가 맵긴 또 맵더라고 그래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나요. 그래서 노인네들이 하나 안 버려요.


고추에 거름은 얼마나 했나요?

-그렇게 엄청 집어넣지 않더라고. 오히려 지금이 더 많이 주는 것 같아. 소똥도 뭐 옛날은 풀 먹고 싼 똥이지만 지금은 사료를 먹어서 그런지 더 독해. 옛날에는 소똥거름이 그다지 거름이 되거나 독하지 않아요. 오히려 돼지거름이 좋았어요.


옛날에는 돼지 키우는 집이 많지 않았는데요?

-아니지.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거의 있던 것이 돼지야. 일부러 거름도 밟히고 설이나 명절 되면 잡아서 먹는 거야. 소고기가 비싸서 못 먹는 집은 돼지고기라도 먹었지. 그리고 먹는 것보다 기르면 목외돈 쓰는 맛에 키우지. 시골에 뭐 돈이 있어.


그럼 돼지 먹이는 무엇을 줬나요?

-먹이는 쌀뜨물을 받아서 겨를 한 움큼 같이 던져주면 그거 먹고 사는 거야. 그래도 살찌고 자라는 거 보면 우습지. 어렸을 때 ‘저 큰 돼지가 어떻게 저런 겨 한 움큼만 먹고 사나?’ 했지. 쌀겨도 있고, 밀기울도 주고, 또 호박․고구마 같은 건 속은 사람이 먹고 돼지는 그 껍질 같은 것, 참외껍질, 오이껍질 같은 걸 하나도 안 버리고 줘요.

돼지가 풀도 먹어요. 아주 풀만 먹는 건 아니지만 풀도 좋아해. 그리고 돼지한테 일부러 흙도 먹이고, 숯가루도 먹이고 또 해변에 가면 굴, 조개껍질을 주워서 빻아 먹이고 했어. 그래야 뼈가 튼튼해서 새끼도 잘 낳고, 새끼를 낳으면 돼지는 뼈가 잘 부러져요.

돼지가 둔해서 새끼를 잘 깔아 죽여서 처음에는 사람이 새끼를 관리해야 돼. 어미돼지는 좁은 공간에서 깔아 죽이는 것도 몰라. 그러니까 아주 어려서 한 일주일 동안은 젖먹일 때만 새끼를 들여보내 주는 거야. 어미가 젖을 먹이려면 드러눕는데, 그럴 때 새끼를 좁은 구멍으로 넣어줬다가 다 먹으면 다시 몰아내. 처음에는 그렇게 줬다 뺐었다 하는 거야. 그래서 새끼 소리가 밖에서 나면 성질 급한 돼지는 뛰어오르다가 다리가 잘 부러져. 그래서 굴껍질을 먹이는 거야.


돼지는 청소용이면서 거름용이네요.

-그래서 돼지는 일부러 거름도 밟고 목외돈 쓰고 그러는 맛에 키우는 거야. 돼지새끼가 옛날에 2~3천원 하면, 송아지는 보통 5만원 했지.


돼지로 거름 만드는 것은 어떻게 하나요?

-돼지한테 깃을 넣어주잖아. 그럼 거기서 오줌도 싸고 똥도 싸고 밟는다고, 자꾸 그러니까 거름이 떠요. 그렇게 깃을 넣어 주다보면 자꾸 높아지잖아. 그러면 돼지를 몰아내놓고 싹 치운 다음 또 깔아주는 거야. 그럼 자연히 거름이 생기지. 또 깃이 없으면 풀을 베다 주기도 해. 그런데 긴 볏짚을 넣으면 호구로 뜰 때 볏짚이 삭지 않았으면 뜨기 힘들잖아. 그래서 썰어 넣어주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넣어주면 더 좋지.

그래서 집집마다 농사는 다 하니까 돼지를 키웠어. 소농, 중농, 대농이라면 대농인 사람들은 농사가 많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잘 사니까 소가 한 마리씩 다 있어요. 그런데 5마지기 정도 하는 사람들도 볏짚은 있으니까 돼지는 다 키웠어.

 

소 없는 사람들은 쟁기질을 빌려서 했나요?

-그렇지. 소 한 마리 얻어오면 일로 갚아주지. 그런데 소 한 마리가 일해주면 친한 사이에는 하루 가서 일하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 둘이 가서 일해 줬어. 거저 해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소 쟁기질은 어떻게 하나요?

-쟁기질은 먼저 소에다 쟁기를 걸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무나 못 걸지. 그걸 걸려면 먼저 목에 멍에를 걸고, 꽉 조이는 게 있어요. 그걸 매야 멍에가 안 빠져. 그리고 뒤로 줄이 있는데 그걸 매서 쟁기에 걸어.

쟁기가 예전에는 나무로 만들었지. 지금은 쇠로 만든 쟁기가 나왔지만 똑같은 방법이지. 다만 다른 건, 나무로 깎아서 보습이라는 게 있어서 그걸 끼워서 쓰는 거야. 그러다 날이 다 닳으면 새로 갈아 끼고.

그런데 쟁기질은 조정을 잘 해야 해. 쟁기를 눌러주면 얕게 갈리고, 들면 깊이 갈리는 거야. 그걸로 조정하는 거야. 돌 때는 소를 ‘워’ 하면 서, 그때 쟁기날을 살짝 얕게 갈다가 들면 빠진다고. 그럼 다시 소를 모는데 끈이 달려 있어. 그걸로 그 자리에서 방향만 바꾸면 되는 거야.


쟁기밥은 한쪽으로 넘어가지요?

-그렇지. 쟁기밥은 왼쪽으로 넘어가지. 흙밥을 떠서 넘어가도록 볏을 만들어 놨지. 그 자체가 흙을 감아서 넘어가게 만들어진 거야.


경사진 곳을 쟁기질 할 때는 쟁기밥이 낮은 쪽으로 넘어가게 한다고 하던데요?

-그건 상관없어요. 이런 경우는 있어. 논이고 밭이고 가운데를 째서(나눠서) 이쪽은 여기서부터 갈고, 저쪽은 반대편에서부터 가는 방법도 있어.

그리고 경사진 곳에서는 올라갈 때는 자연스럽게 잘 갈리는데, 내려올 때는 잘 안 갈려. 내려올 때는 쟁기를 꼽기가 힘들거든 그래서 올라갈 때는 그대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빙 돌아 내려와서 다시 올라가. 어쨌든 소 모는 사람은 밭을 어떻게 만들어 달라고 하면 다 알아서 해요.

길게 심는 보리 같은 경우는 한 번씩만 갈고, 밭을 다 가는 것은 싹 간다고 해. 두둑을 넓게 만들려면 서너 번 넘기면 될거야. 수수나 콩을 그루갈 때는 보통 양쪽에서 한번 씩만 넘기면 한 두둑은 나와.


소 모는 방법은 어떤가요?

-지역마다 다 조금씩 차이가 나겠지만 설 때는 ‘워’, 방향 바꿀 때는 툭툭 치면서 ‘어뎌어뎌어뎌’, 소는 말하고 달리 끌어서 조정하지 않고 끈이 오른쪽에 있어서 보통 왼쪽으로만 돌아. 곧장 갈 때는 ‘이랴’.


소한테 쟁기질 훈련은 어떻게 시키나요?

-일은 보통 코뚜레를 뚫은 어스럭송아지를 가르치는데 끌개라고 있어요. 보통 썰매 모양으로 만들어. 잘 안 닳는 통나무를 썰매발처럼 놓고, 못 같은 걸로 단단하게 한 다음에 돌 같은 무거운 걸 올려놔. 그 다음 소에다가 멍에를 걸머지고 맨 다음 그걸 끌고 다니게 하지. 이건 힘만 기르는 게 아니라 말귀를 듣게 하는 거야. 어스럭송아지를 가르치려니까 이게 말을 잘 안 듣고 왜머리 친다 이거야. 그러니까 천방지축이지.

그렇게 일을 가르쳐서 말을 잘 듣는 놈은 쟁기를 한 번 매서 시범적으로 빈 밭에 들어가서 갈아본다고. 몇 번 해봐서 쓸 만하면 어설퍼도 자꾸 쓰다보면 일을 배우지. 그런데 수소보다 암소가 일을 더 잘해. 수소는 잘못하면 받아버려서 부려먹기가 힘들어. 사람도 눈이 작으면 독하다고 하듯이 눈이 작은 소가 독해. 눈이 큰 소는 안 받아. 그래서 수소는 잘 안 쓰고, 보통 새끼 낳더라도 암소를 쓰지.


소먹이는 무엇을 주나요?

-풀도 먹이고, 볏짚도 넣어주지. 그냥 먹이는 것을 생식이라고 하고, 불 때서 쑤어주는 걸 화식이라고 하지 아마. 쒀줄 때 쌀겨를 물바가지로 큰 소는 하나, 작은 소는 반 정도 넣어서 쇠물주걱으로 막 휘젓고 뒤집다보면 짚이 여물이 완전히 익은 게 나와. 그때 콩깍지를 넣어줘. 그걸 소가 잘 먹어. 또 그걸 먹어야 소가 살이 찐다는 거야. 그거 먹는 소는 아주 잘 먹는 소야. 또 벌레 먹은 콩 같은 것도 하나 안 버리고 같이 넣어줘. 콩대는 지가 먹을 때도 골라내지만 사람이 골라줘.


아이들한테 소를 데리고 다니면서 풀을 먹이게 하는 건 왜 그런가요?

-농촌은 바쁘니까 매일 꼴지게만 매고 다닐 수 없잖아. 소를 풀밭에 메어두면 지가 알아서 뜯어먹어요. 줄이 있으면 빙 돌면서 거기 풀을 다 뜯어먹어. 그러면 다른데다 메어두면 또 뜯어먹어요. 하루에 그 정도만 먹이면 돼.

암소 같은 경우는 젖먹이가 옆에 앉아 놀아도 절대 밟지를 않아. 순한 소는 애들이 끌고 다녀도 말을 들어요. 그리고 혼자 집에 찾아오는 소들도 있어요. 소낙비가 가끔 올 경우가 있는데, 자기가 못 참으면 알아서 줄을 끊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어요.


소로는 거름을 어떻게 만드나요?

-외양간에도 깃을 넣어주지. 소가 돼지보다 더 보송보송해야 돼. 그래서 소가 더 신사라고. 돼지는 깃이 모자라서 질척질척하게 키우는 집도 있어.


소나 돼지 말고 닭은 어떤 목적으로 키웠나요?

-닭은 보통 계란을 먹으려고 키웠지. 그리고 나중에 고기도 먹고. 지금은 닭을 기계로 부화시키는데 옛날에는 자연부화를 시켜서 닭이 더 건강하고 맛도 좋았어. 또 놓아서 먹이니까 풀도 먹고 돌도 먹어서 더 건강했지. 그렇게 키우니까 알도 껍질이 더 단단한데 지금 양계닭 계란은 툭하면 깨지잖아.


그럼 닭은 집마다 몇 마리나 키웠나요?

-아무리 없어도 대여섯 마리는 있었지. 그래서 옛날에는 배추 심으면 각자 울타리를 쳤어요. 집집마다 닭이 있으니 먹는다고 뭐라 할 수도 없잖아.

울타리는 산에 있는 싸리 말고 왜싸리라고 그걸 베다가 울타리를 쳤지. 옛날에는 뭐든지 귀해서 그물도 없어서 수수단으로 치는 경우도 있고, 닭장도 특별히 집을 지어주는 것보다 외양간 위에다가 횃대만 두 줄 내지 세 줄만 놔주는 거야. 그러면 거기서 닭이 잔다고. 둥우리도 그 위에다 놔두면 지가 올라가서 알 낳고 신호를 해주고 내려가. 알을 낳으면 꼬꼬댁 꼭꼭꼬 몇 번 외친다고. 알 낳았을 때는 암탉이 울고, 날이 밝을 때는 수탉이 울어.


알은 보통 얼마에 한 번씩 낳나요?

-닭이 7~8개월 정도 지나면 알을 낳기 시작하는데, 잘 낳는 닭은 매일 낳다가 사흘 정도에 한 번씩 거르고, 보통은 이틀에 한 번은 낳아. 그런데 알은 이틀에 한 번 낳는 게 더 맛있지.


토끼도 키우셨다고 들었는데 토끼는 어떻게 키우나요?

-토끼는 습하면 잘 죽어요. 그래서 토끼장은 보통 1m이상 올라가야 좋지. 토끼를 풀어놓으면 돌아다니다가 마루 구멍에 들어가서 죽어요. 거기가 습하거든.

토끼는 씀바귀를 좋아하는데 그걸 먹이면 눈이 더 새빨개져요. 독초는 자기가 알아서 안 먹어요.


겨울에는 뭘 먹이나요?

-겨울에 지금은 사료가 있으니까 먹이지만 옛날에는 콩깍지, 엿밥 그런 걸 먹여요. 시래기가 많으면 그걸 주는 사람도 있고. 쇠죽 쑬 때 여물을 좀 주는 사람도 있고. 나 같은 경우는 산에 가면 자귀나무라고 있어요. 그걸 토끼가 좋아해서 나무도 갉아먹는데 그걸 잘라다가 넣어주기도 하고 그랬어요.


옛날에 귀마개를 토끼로 만들었는데 어떻게 만드나요?

-그걸 토끼 가죽으로 만드는 법이 있어요. 토끼 가죽을 벗겨서 그냥 말리면 단단해서 못 써요. 그 속에 기름이 굳어버려서 단단해져요.

그래서 가죽을 벗기면 그 안에 쌀겨를 하나 가득 채워서 묶어서 몇 개월 매달아둬요. 그러면 기름이 쏙 빠져. 그럼 가죽이 그대로 남으면서 부들부들해서 좋아요. 그럼 그걸로 귀마개도 만들고, 토시도 만들고, 목도리도 하고, 발에다 넣으면 따뜻하고 좋지.


옛날 농사방법 중에서 되살려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농약 안 쓰고, 비료 덜 쓰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다 같이 농약을 안 써야 하는데 일부는 쓰고, 일부는 안 쓰고 하는 게 문제지요. 다 같이 농약을 안 쓰면 몇 년간은 피해를 보더라도 되살아나겠지요.

또 농약을 안 쓰고 농사짓는 방법을 자연에서 방법을 찾는 걸 사람이 연구해야 돼요. 내가 생각할 때는 나뭇잎 중에서 벌레가 안 먹는 것이 있어요. 그걸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해요. 벌레가 안 먹는 나뭇잎 중에 중풍에도 쓰는 약인데 두충나무가 있어요. 또 소태나무가 있어요. 어떤 사람은 과수원 중간에 소태나무를 심어서 벌레가 덜 붙는다고 해요. 그러니까 그런 것을 이용하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봐요.

또 밤나무는 보를 만들 때 쓰면 그곳을 거쳐 내려오는 물은 논에 좋다고 했어요. 벌레가 덜 생기게 한다고 해요. 그래서 밤나무는 숯은 화롯불에는 담지 않았어요. 또 옛날에 못자리를 하면 이끼 같은 게 생겨서 벼 싹이 자라는 걸 방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옛날 어른들이 밤나무 회초리를 꽂았는데 그러면 그게 싹없어져요. 이런 방법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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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농업구술취재팀은 지난 16일 전라남도 화순의 동광원을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20대부터 동광원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한 장로님(77세)을 만나 뵈었습니다. 한 장로님은 주로 율무와 고구마 농사를 지으시고, 자급용으로 논농사와 채소, 잡곡류를 짓고 계십니다. 그리고 몇 해 전부터는 전통방식으로 엿을 만들어서 판매도 하고 계십니다.




실례지만 언제 동광원에 들어와서 농사를 지으셨나요?

- 동광원에는 6.25 직전에 들어왔어요. 그래도 농사는 어려서부터 했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3살 때 어머니가 나를 두고 가버렸어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일을 했어요. 공부라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어디 가면 배운 사람으로 알아요.


예전에도 지금처럼 농약이나 비료는 사용 안 하고 농사를 지으셨나요?

- 중간에는 농약도 좀 했었어요. 그러다가 땅 살리기 운동한다고 안 하게 됐지요.

제가 6.25나고 한 사오 년 후에는 서울에 가서 인생공부 하려고 리어카 끌면서 고물장사도 했어요. 이현필 선생님이 의인은 교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장돌뱅이 사이에도 있다고 하셔서 가본 거예요. 그렇게 서울에서 있다가 ‘자연식을 먹고 살려면 시골로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60이 안 돼서 남원으로 왔어요. 그런데 거기서 자연식을 먹다보니까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나와서 ‘가공식품을 먹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딱 끊었지.


기장농사가 어렵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시나요?

- 어려운 것은 별로 없는데, 시기가 잘 안 맞으면 키가 커서 쓰러지기도 하고 죽어버리기도 하는 곤란한 점이 있어요. 기장은 6월쯤에 심는 것이 알맞은데, 그게 항상 같지 않아요. 그때그때 그해의 일기관계도 있고 우주적인 것도 있어요.

작년에는 그 시기를 맞추려고 늦게 심었는데 비가 통 오지 않아서 크지를 않았어요. 옛날 어른들이 ‘부스럼이 커야 고름이 많이 나온다’고 했는데 그러니 열매가 나올 것도 없었죠. 기장이 너무 키가 커서 잘 쓰러지길래 시기를 맞춘다고 늦게 심었는데 비가 안 오니까 크지를 않았으니 뭐 나올 것이 있어.

그래서 시기를 잘 맞춰야 하는데, 가물 때는 일찍 심어서 커버리는 것이 낫고 비가 자주 오면 늦게 심어서 어느 정도 패게 하는 것이 좋지. 우리가 마음대로 하기가 어려워요.


다른 농사는 안 하시나요?

- 다른 사람들이 안 하는 율무 농사를 하지. 한 20년은 된 것 같아. 율무는 거름이 많이 들어가요. 옥수수하고 비슷하게 해야 해. 적으면 열매가 잘 안 맺어요. 5월 달에 보리 심어 먹고 거기에 로타리 쳐서 골을 타고 모종을 심어요. 이건 습기가 좀 있어야지 너무 건조하면 죽어버려서 논에서도 잘 돼요.

모종을 심는 간격은 자기 마음이야. 두 자 심을 사람은 그렇게 심고, 한 자 심을 사람은 한 자 심고. 자기가 경험을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지.

제초는 그냥 김을 매는데 어떻게 하냐면 처음에 골에다 심어서 어릴 때는 그냥 괭이로 긁어주다가 조금 더 크면 관리기로 그냥 콱 파서 북주면서 덮어줘 버려요. 그러면 훨씬 쉬워요.

율무는 목도열병도 잘 생기고 벌레 때문에 잘 죽어서 살충제를 좀 해줘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안 해줘요.

탈곡은 도리깨로도 하고, 차로 밟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좀 깨지더라고. 그러고 나서 정미소에 가져가서 현미로 만들어요. 요즈음은 정미소라도 해주는 데가 별로 없어요. 여기도 처음에는 못 한다고 했는데 내가 밀어붙였지. 율무를 찧으려면 쌀보다 힘도 더 들고, 돈도  더 비싸요. 옛날 �방에 찧듯이 찧는데 그러면 먼지가 엄청나요. 쌀은 마를수록 부수어지는데 율무는 마를수록 좋아. 수수는 방아를 안 찧어도 먹지만 이건 안 돼요.


고구마는 어떤 건가요?

- 호박고구마를 심는데, 이것이 소출은 적어도 맛이 좋더라고. 처음에는 먹으려고만 했는데 하다보니까 판로만 되면 더 낫겠다 싶어서 요즘에는 팔기도 하지. 일반 고구마보다 잘하면 만 원 정도 더 비싸게 팔아요.

몇 년 전에는 굼벵이가 다 먹어서 적자가 나버렸어. 굼벵이는 애초부터 흙 관리를 잘 해야 되요. 토비가 많으면 굼벵이가 많아지고 고구마도 맛이 없어요. 고구마는 한 곳에 계속 심어도 괜찮은데, 그러면 땅이 뼈 마른다고 그래요.


고구마 순은 어떻게 틔워서 심으시나요?

- 추운 지방에서는 조금 어려운데 이거는 굉장히 뜨거워도 죽지 않아서 하우스가 있으면 거기서 기르면 돼요. 고구마는 따뜻할수록 순이 잘 나고 70℃가 되도 피해를 안 받아요. 하우스가 없으면 활대로 터널을 만들고 보온덮개를 덮어서 낮에는 벗겨주고 밤에는 덮어줘. 비가 올 때는 벗겨주고, 안 그러면 가끔 물을 줘야 돼요.

심는 건 관리할 수 있다면 일찍 심을수록 좋아요. 여기는 날만 따뜻하면 해동이 되니까 구정 지나서 심어도 돼요. 해남 이쪽은 모종을 배게 꽂는데 그래도 고구마가 다 달려요. 배게 심으면 조금 작게 되고, 너무 일찍 심으면 적게 달리는 대신 크게 되고 그런 것이 있어요. 그래서 이쪽은 고구마가 6월이면 나와요.

우리는 매듭에서 고구마가 생기니까 비스듬히 심어왔는데, 심을 때 너무 깊게 하면 캐기가 나빠요. 고구마 덩굴이 너무 길면 낫으로 잘라줘요. 일반 농가는 제초제를 쳐서 못 자라게 해요. 그리 안 하면 고랑으로 뻗은 놈을 뽑아서 엮어주면 되요. 거름이 너무 많으면 덩굴만 잘 되니까 문제가 있어요.


퇴비는 어떻게 만드시나요?

- 옛날에는 다 만들어 썼는데 이제 힘이 없으니까 사서 써요. 옛날에 퇴비 만들 때는 퇴비간이 크게 있어서 거기에 풀을 막 베다가 작두로 썰어서 쟁여놓고 요리 조리 뒤집어서 썩히는 거야. 한 세 번 뒤집으면 잘 떠요. 뒤집는 시기는 논매는 거랑 같아요. 모내고 20일 만에 초벌 매고, 다음에는 15일 만에 매는데 그런 식으로 거름도 뒤집는 거야. 대충 계산해보면 35일은 더 걸려요. 소가 밟은 것을 섞으면 더 빨리 되는데, 그것만 가지고는 그래요.

그리고 거름이 말라 있으면 똥오줌이나 물을 뿌려서 습기가 있도록 만들어줘야 잘 떠. 마른 상태에서는 안 뜨고 너무 질어도 안 떠요. 그것도 죽이 맞아야해. 이건 자기가 경험을 해 봐야지 알아.


병해충은 방제는 어떻게 하시나요?

- 그냥 보고 있는 거지 뭐. ‘나 이거 못해도 원망 안 할랍니다’ 하면서 해. 내가 바가지 긁는 사람이 없거든.

옛날에는 병해충이 많지도 않았어요. 토비만 먹고 사니까 건강하고, 땅이 살아있으니까 힘을 쓰고. 그런데 지금은 비료 줘서 키만 커지게 하니까 땅이 힘이 없어져버렸어. 토비만 할 때는 뿌리가 강하거든. 그렇게 건강하게 커서 병해충이 별로 안 걸렸어.


지금도 섞어 심기를 하시나요?

- 무엇을 하냐면 수수하고 콩을 같이 심어요. 수수는 위로 커버리고 콩은 아래에서 자라니까 적당하게만 심으면 수수가 쑥 커버려요. 모종으로 해도 괜찮고 씨를 뿌려도 괜찮아요. 자기가 기술적으로 다문다문하게 뿌리면 되요.

또 여기는 뭘 하냐면 참깨를 심어놓고 그 사이에다 들깨를 심어서 그렇게 두 번을 해 먹어요. 참깨 베기 전에 들깨 모종을 옮겨 심어놔요. 아니면 거기에 콩이나 팥을 심던지 해요. 참깨는 두 달이면 되니까. 들깨도 이른 것이 있고 늦은 것이 있어요. 참깨가 꽃 피기 시작하면 늦은 들깨는 그때 모종을 심어요. 그런데 이른 것이 하얗게 보기는 좋은데 기름은 적게 나와요. 들깨가 사람 키보다 더 커버리면 제대로 수확이 안 나와요. 그래서 옛말에 키 크면 속없다는 거야.

그리고 들깨는 콩밭에다 넣으면 좋다고 그래요. 들깨향이 콩에 벌레를 덜 끼게 한다고 해요. 그런데 나는 추수할 때 귀찮아서 그렇게는 안 해요. 또 옛날에는 참깨하고 목화를 같이 심었어요. 그렇게 하면 참깨가 잘 열어요.


옛날에 과일농사는 많이 했나요?

- 그런 것은 없었지. 일본사람들이 와서 심었지 어디 배나 사과가 있었어요. 돌배나 감은 많았지. 제사상에도 사과나 배는 없고 밤, 대추, 감, 살구, 유자 이런 것이나 있었지.


보리 뒷그루는 어떤 작물을 하나요?

- 율무도 심고, 콩, 아무튼 전부 그때가 시기예요.


콩은 어떻게 키우나요?

- 콩은 너무 박토면 토비를 조금 해야 되고, 어지간하면 안 해도 돼. 심을 때는 콩에 따라서 작은 것은 배게 심고, 메주콩 같은 것은 한 자 정도 심어요. 콩이 잘 되는 곳이면 두 자 정도 심어야 해.

그리고 콩은 연작해도 되는데 그것도 계속 심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와. 또 옛날 어른들이 콩은 습기가 있는 것을 좋아하고, 팥은 습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이런 건 자기가 자꾸 해보면 돼요. 안 해보고 하는 사람은 말쟁이고 학문쟁이지.


논농사 이야기 좀 해주세요?

- 제초제 대신 쌀겨를 한두 번 뿌려요. 모를 내고 일주일 이내로 한 번 뿌리고, 모 내고 나서 20일 안에 두 번째 뿌려주고서 그래도 풀이 나면 한 번 매줘요.

옛날에는 싹 손으로 맸는데 동네사람들끼리 품앗이를 했지. 오늘은 내 것, 내일은 네 것 하면서 순서를 정해서 맸어요. 모내고 나서 20일 안에 초벌을 매고, 풀이 많이 나면 도사리 짓는다고 호미로 파서 뒤집어엎어. 그러고 15일 만에 손으로 그 덩어리를 주물러. 그 다음 또 15일 만에 손으로 다 뽑아줘요. 그래도 풀이 많이 나면 네 번째는 다니면서 큰 풀을 뽑아주는데 그때는 벼가 크고 더우니까 힘들어서 시원할 때만 일하지.

옛날에는 하지 전 닷새, 후 닷새가 모내기 적기라고 했어요. 그때는 쌀은 일본사람들이 다 뺏어가서 가난하니까 다 보리를 심어먹어서 하지가 적기였어. 보리 때문에도 그렇고, 손으로 매니까 너무 일찍 내면 김이 나서 여러 번 매야하는 것 때문에 그랬지. 그런데 지금은 농약을 하니까 빨리 해서 먹잖아. 지금은 보리 망종이 중심이야. 옛날에는 하지 중심으로 농사를 했지.

모도 지금하고 비교하면 훨씬 크지. 손으로 심으니까 그렇고, 또 천수답이라서 그래요. 기계가 없으니 물을 퍼서 댈 수도 없고 언제 마를지 모르니까. 하지 때는 비가 많이 오니까 그때 심는데, 그럼 모가 커야 물을 많이 담아놓을 수 있어. 모가 작으면 녹아버리는데 모가 실하고 단단한 것은 물을 많이 담아도 녹지 않거든.

그리고 토질에 따라서 새끼를 많이 치는 논이 있고, 안 그런 논이 있어요. 새끼를 많이 치는 논은 적게 심어도 많이 쳐요, 그래서 어떤 분은 한두 개만 잡아서 심어요. 그래가지고 한 자 세치, 자가웃으로 심어요. 그렇게 해도 새끼가 많이 쳐버려. 새끼를 칠 때는 물을 넣어야 잘 쳐요. 어느 정도 자라면 물을 한 번씩 빼는데 그것은 경험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요

그때는 벼가 키도 별로 안 커서 잘 쓰러지지도 않았어. 돼지거름이나 소거름 많이 쓰는 사람이나 간혹 쓰러졌지.


예전에는 모를 40일 이상 키웠다고 하던데, 어떤 종자인가요?

- 우리 어렸을 때는 은방조, 아곡도라고 있었어요. 그리고 잊어먹어서 몰라. 그런 것들을 많이 심었어요.


논에 퇴비는 어떻게 했나요?

- 보리를 심어먹었으니까 이미 토비가 많이 들어간 셈이야. 그러니까 자연적으로 논이 거름지지. 그리고 보리를 수확하고 갈면 밑둥이 썩으면서 자연히 거름이 되는데, 그래도 거름을 해야 돼. 산에서 풀을 베어다가 보리 벤 것하고 같이 깔아놓고 써레질하는 것이지. 그것만 했지 추가로 주는 것은 없었어. 그러니까 수확이 적었지. 200평에 한 섬, 옛날에는 100근 두가마가 한 섬이여. 지금으로 하면 60㎏ 두가마지.

일제시대에는 거름이 나와서 좀 더 나왔고, 그래도 많이 나온 데가 어디냐면. 마을 앞에 고샅 논이라고 해. 마을 앞에 개똥이니 뭐시니 같은 것이 흐르는 곳이 더 나왔어. 지금은 이런 데를 별로 안 쳐주는데 그때는 마을 앞이 좋았지. 땅이 좋은 데는 밥맛이 꼭 찰밥 같았어요.


병충해에 대한 대책은 없었나요?

- 과거에는 그랬죠. 되는대로 쳐다만 보고 살았지. 그때는 깜부기병 같은 것도 있었고, 멸구가 심했어. 멸구는 석유를 모래에 섞어서 뿌려놓고 막가지로 벼를 쳐서 기름에 떨어뜨려서 죽으라고 했지. 대나무 같은 것으로 쓸고 가는 거야. 아니면 물로 그냥 흘러가게 하기도 했지. 제대로 된 것은 아닌데 그런 식으로 했지.

멸구는 벼가 익어가면서 오니까 빨리 되는 종자는 추석 안에 멸구가 없을 때 추수해버리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그것이 풍이 올 때 모가지가 나오니까 잘못하면 바람 맞는다고 해요. 바람 맞아버리면 이삭이 패면서 시큼시큼 해지는 폐단이 있어요.


엿은 어떻게 만드나요?

- 엿은 밀이니 보리로 엿기름을 길러요. 그런데 보리보다 밀이 더 달아. 보리로 많이 하는 건 색깔을 내려고 하는 거야. 보리는 하얗고 밀은 더 빨갛거든. 엿기름에다 쌀, 수수, 옥수수, 고구마 같은 것을 넣어서 삭히는데 그것이 잘 삭아야 엿이 잘 돼.

그걸로 감주를 만들어서 보자기에 짜서 찌꺼기를 싹 빼고 솥에다 넣고 불을 때는 거야. 그렇게 불을 때면 쫄면서 엿이 되는 거야. 불 때는 것을 잘 하면 금방 만들고, 못 하면 하루라도 못 끝내지. 어느 정도 불을 맞춰가면서 넘지 않도록 때야해. 그러면서 긴 주걱으로 계속 저어주지.

그렇게 하면 갱엿이 되는데, 조청보다 더 되게 만들어야 해. 그 도수를 잘 맞춰야 기술자여. 너무 되면 치기 힘들고 너무 눅어버려도 그렇지. 둘이 줬다 뺐었다 하면서 치는데, 기술자들은 나무 기둥에다 혼자 하기도 해요. 자꾸 치면 엿이 하얘지고, 바람이 들어가니까 사근사근해져. 빨간 갱엿은 먹기가 힘들어서 하얘질 때까지 쳐야 돼.

이렇게 엿을 만들려 하루를 더 잡아야 되요. 오늘 밤에 감주를 해서 놔두면, 내일 새벽부터 그걸 짜서 솥에 넣고 달여서 쳐야 돼. 이것도 몇 번 실패를 해보고 자기가 익혀야지 암만 방식을 듣는다고 해도 어렵지.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옛날에는 우리나라 풍속이 재미있었어. 정월달에 마을 사람들이 마당에 다 모여서 풍물을 놀면 등에 업힌 애기도 같이 춤추며 놀아요. 북치고 장구치고 소고치고, 덕구놀이라고 그걸 보면서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춤추고 논다고. 1월 한 달이 쉬는 기간이여. 설 쇠고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마당돌기를 하는데 농사가 잘 되라고 빌어주는 것이 하나고, 농사지은 걸 얼마씩 내놓으면 기금으로 만들어요. 그런 것들이 즐거웠지.

가다가 더우면 세수하고 바로 그 물을 먹고 그랬어. 그런데 지금은 과학이 발달해서 농약하면서 편히 살려고만 하니까 그런 것들이 다 없어졌어. 이런 것이 아쉬운 것이야. 좋은 것이라고 따라가다가 우리가 다 망하는 것이야. 그래서 물러가라 해야 하는 것이야.

나는 우리 조상들이 굉장히 지혜롭다고 생각해요. 김치 담가 먹는 것이나 농사짓는 것이나 만사가 다. 지금 방송에 나오는 건강식품이 다 우리 조상들이 먹고 살았던 것이잖아.

기독교도 우리 것을 알고 받아들여야 정상인데,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정신없는 사람이여. 내 것을 알고 다른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다른 나라 말을 해도 내 나라 정신으로 내 것 위에다 해야 자기 정신이다 이거지.  지금 우리 기독교인은 너무 종교의식 때문에 문제가 많아요. 동광원은 문턱이 없어요. 예수님이 문턱이 없었거든. 그걸 우리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서 해야 되는데 그러지 않으니까 안 돼요. 안 믿어도 기본 양심은 다 타고 나온 거예요. 자식이 안 믿는다고 부모가 내 자식 아니라고 할 수 있겠어요. 하나님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그런 것을 직접 몸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지 의식이나 말로는 안 돼요. 여기 가끔 목사님들이 오시면 ‘네가 농사지어서 주면서 살아도 문제인데, 남한테 얻어먹고 살려면 교인 중에 제일 가난한 사람하고 똑같이 살면 목회를 잘 하는 것이다’라고 얘기해요. 예수님이 그랬어요. 그렇게 마음 다해서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사랑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옛날처럼 살 수 있다는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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